

본래 초등농구는 자체 미니바스켓볼 룰을 고수해왔지만, 올해부터는 현재 중고농구와 성인농구에서 적용되는 FIBA 성인 룰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바뀐 룰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건 ‘3점슛’이었다. 기본기가 미숙한 초등학생 선수들에게 정확한 슛 폼을 지도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잘못된 습관이 들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했다. 결과적으로 3점슛 룰 도입은 대성공이었다. 특히 남초부에선 매 경기 3점슛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실제 이번 대회 남초부 45경기에서 총 224개의 3점슛이 쏟아졌다.(*여초부는 28경기에서 79개의 3점슛이 나왔다.)
3점슛 도입으로 인해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치열한 접전 승부가 펼쳐졌다. 대구칠곡초와 창원사화초의 12강 경기와 서울삼광초와 중앙초의 결승전이 대표적인 예다. 3점슛 없이 2점슛만 인정됐던 이전 대회에선 전혀 볼수 없는 풍경이었다. 선수별로는 대구칠곡초 홍예기(155cm,G)가 5경기에서 18개를 성공하며 3점슛 왕에 등극했고, 청주중앙초 박이찬(162cm,G)이 16개로 그 뒤를 이었다. 홍예기와 박이찬은 슛 폼이 안정적이고 하체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 농구협회 관계자들을 비롯해 스카우트를 위해 현장을 찾은 중등부 코치들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번 대회 최대 돌풍의 주인공은 남초부 미추홀구스포츠였다. 특히 클럽 팀으로 참가한 미추홀구스포츠의 성과를 주목해보자. 미추홀구스포츠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허가받은 지정스포츠클럽으로, 인천광역시체육회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3년 전부터 동국대 출신의 김도휘 코치를 중심으로 평일에는 자체 훈련을 진행하고, 주말에는 타 지역으로 떠나 연습경기를 가지며 단단히 전국대회를 준비했다. 그 성과가 올해 나타난 것이다.
슬램덩크 강백호 머리스타일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정연호(177cm,F)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운 파괴력 넘치는 돌파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연호는 이번 대회 5경기에 나서 평균 25.4점 16.2리바운드로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팀 전체 기록과 비교하면 득점은 47%, 리바운드는 32%를 혼자서 책임졌다. 정연호는 중학생이 되는 내년 정식 엘리트농구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미추홀구스포츠가 보여준 성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클럽에서 우수한 실력을 갖춘 학생은 자연스럽게 ‘학생선수’의 진로로 입문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연계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력 끝에 좋은 사례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 오늘 흘린 눈물이 훗날 성공의 밀알이 되기를
초등농구대회 현장에선 선수들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였다. 경기가 끝났을 때 승자도 패자도 모두가 눈물 흘렸다. 물론 패자의 눈물이 더 쓰디쓸 것이다. 부산성남초 전우혁(177cm,F)은 중앙초와 4강전 연장 접전 끝에 패한 뒤 한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펑펑 눈물을 쏟았다. 전우혁은 이번 대회 5경기에 나서 평균 18.8점 13리바운드 3.2스틸 2.0블록슛을 기록하는 등 평균 더블더블을 작성하는 괴력을 뽐냈다. 초등학생 선수답지 않은 투쟁심과 승부욕과 흘린 땀, 눈물이 모여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겠다는 예감을 들게 했다. 전우혁이 이날 흘린 쓰디쓴 눈물은 훗날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 8년 만의 전국대회 입상! 원주단관초 농구부원들, 오늘도 꿈을 던진다
여초부 원주단관초는 이번 대회서 4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단관초가 전국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은 2017년 종별대회 이후 무려 8년 만이다. 단관초를 이끄는 이는 춘천여고-한림성심대 출신의 탁지영 코치다. 탁지영 코치는 2016년 부임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무려 9년 간 소나무처럼 꿋꿋이 팀을 이끌고 있다.
탁지영 코치는 “2017년에 소년체전 동메달과 종별대회 준우승을 한 이후로 처음 입상을 하는 거라 감회가 새롭다. 현재 팀 구성상 대회 경험이 적은 학생들이 많아 걱정도 많이 했었는데 주문한 것에 잘 따라와주고 열정을 잘 발휘해줘서 이 같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너무 기특하고 고맙다”는 소감을 전했다.
단관초는 같은 지역의 남초부 단구초와는 달리 중학교, 고등학교 연계가 없는 외딴 섬 같은 농구부다. 이 같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거둔 성과이기에 더욱 값지다. 탁지영 코치의 엄마 같은 따뜻한 리더십과 김창영 교장의 전폭적인 지원은 농구부 명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특히 탁 코치는 선수들과 매일 24시간 붙어있다시피 생활하며 엄마 같은 따뜻한 마음으로 훈련 외적인 부분도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고.
탁 코치는 “부임 초기에는 거창한 목표를 갖고 시작했는데, 막상 농구부를 맡아 한해, 한해 아이들을 지도해보니 그게 아니더라. 무언가 뚜렷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하루 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게 아이들, 그리고 나를 위해서라도 맞다고 생각했다. 또, 김창영 교장선생님께서 매 대회 빠짐없이 대회장에 찾아와주시고 적극적으로 관심 가져주시는 덕분에 더욱 힘이 나서 농구부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탁 코치는 앞으로 단관초가 더 발전할 가능성이 높고, 밝은 미래가 펼쳐질 거라고 내다보고 있다. 뒤주에 알곡 쌓듯 차곡차곡 채워 가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단관초 선수들이 자랑스러운 모교임을 느끼고, 단관초 졸업생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자부심을 만들어 내는 일에 최선을 다할 작정이다. 탁지영 코치는 “단관초 농구부원들은 내 인생의 자부심이고 단관초의 자랑이다. 연계학교가 없어서 원주 지역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하지는 못하지만, 단 한명의 낙오자 없이 농구선수가 되겠다는 꿈 아래 열심히 임해주고 있어서 나 역시 뿌듯함을 느끼고 지도 열정을 얻게 된다. 지금까지 잘해왔듯이 힘들 땐 앞에서 당겨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함께 가는 단관초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온양동신초가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지난 해 협회장배 대회부터 종별선수권대회, 청양구기자배, 윤덕주배까지 포함해 1년 간 무려 5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대업이다. 온양은 온양동신초-온양여중-온양여고에 이르기까지 전국 통틀어 지역 연계 시스템이 가장 탄탄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도 온양의 연계 시스템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타 지역에 우수선수들을 빼앗기지 않고 중, 고등학교까지 진학시키며 꾸준히 선수 수급을 하고 있다. 아산우리은행 유소녀농구클럽과 연계가 잘 이뤄지고 있는 점도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여자농구의 젖줄이자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대회는 유난히 명승부도 많았다. 3점슛 룰 도입의 긍정적인 효과가 아닐까. 대구칠곡초와 창원사화초의 남초부 12강 경기에선 초등농구에서 보기드문 2차 연장 대혈투가 펼쳐지기도 했다. 대구칠곡초 홍예기와 창원사화초 김대중(154cm,G)은 쇼다운을 펼치며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중앙초와 부산성남초의 남초부 4강전 역시 연장까지 가는 혈투가 벌어졌고, 중앙초와 서울삼광초의 남초부 결승전 역시 종료 직전까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결승전다운 명승부가 펼쳐지며 많은 이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성장가능성을 갖춘 빅맨 유망주들도 볼 수 있었다. 남초부에선 천안봉성초 윤현중(182cm,C)과 서울삼광초 김현성(182cm,C)이 눈에 띄었다. 5학년 때부터 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윤현중의 경우, 지난 해보다 기량이 한층 더 성장했다는 평가다. 한 지도자는 “큰 체구를 활용할 줄 알며, 기술적으로도 지난 해보다 더 보완됐다”고 윤현중을 평가했다. 여초부에선 온양동신초 서채원(170cm,F)이 평균 17.6점 17.3리바운드 9.0어시스트 6.1스틸로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며 새로운 테크니션의 등장을 알렸다.
#사진_점프볼DB(박상혁, 배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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