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는 오랜 기간 약팀이었다. 1970년에 창단해 1977년 처음이자, 마지막 NBA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고, 1980년대와 1990년대는 서부 컨퍼런스를 호령한 강호였으나, 2000년대부터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그래도 브랜든 로이, 라마커스 알드리지 등 수준급 유망주들을 지명하며 구색을 갖췄다. 다시 2009년부터 다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으나,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포틀랜드에 구세주가 등장한다. 바로 데미안 릴라드다. 릴라드는 무명 대학교인 위버 주립대에서 4년을 보내고, NBA 드래프트에 참여해 전체 6순위로 지명된다. 드래프트 당시부터 즉시 전력감이라는 얘기가 있었으나, 그 예상을 넘어 빠르게 NBA에서 자리를 잡는다. 신인 시즌 평균 19점 6.5어시스트로 신인상을 수상했고, 2년차부터는 평균 20점 이상을 기록하며 올스타가 됐다.
문제는 릴라드의 파트너였다. 알드리지는 릴라드 커리어 초반에 FA로 샌안토니오 스퍼스로 이적했다. 이후 CJ 맥컬럼, 앤퍼니 사이먼스 등 득점에 능한 수준급 가드가 있었으나, 릴라드의 약점인 수비를 메울 파트너는 없었다. 포틀랜드의 팀 색깔은 어쩔 수 없이 화끈한 공격이었다. 릴라드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화력을 뽐냈으나, 대신 그만큼 실점도 허용했다.
이런 농구는 한계가 명확했다. 릴라드 시대에서 포틀랜드는 딱 한 번,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했으나, 그것도 0승 4패로 끝났고, 대부분 1라운드나 2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낭만의 사나이인 릴라드도 이런 팀 상황에 지쳤다. 2022-2023시즌이 끝나고 구단에 공식적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심지어 행선지도 지정했다. 바로 지미 버틀러, 뱀 아데바요의 마이애미 히트였다. 하지만 마이애미가 가진 트레이드 자산은 릴라드를 영입하기에 너무나 부족했다. 포틀랜드 수뇌부는 릴라드를 마이애미가 아닌 밀워키로 벅스로 내보냈고, 전면 리빌딩을 시작한다.
2023 NBA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스쿳 헨더슨, 2024 NBA 드래프트 전체 7순위로 도노반 클링언을 지명하는 등 리빌딩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여기에 2라운드에서 투마니 카마라와 같은 수준급 3&D도 지명하며 유망주 육성에 능력을 보였다.
아쉬운 점은 확실한 코어의 부재였다. 릴라드처럼 에이스 역할로 팀을 이끌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반대로 그런 선수만 생긴다면, 리빌딩이 단번에 끝난다는 뜻이다.

성적: 42승 40패 서부 컨퍼런스 8위
엄청난 오프시즌을 보냈다. 사이먼스를 내보내며 즈루 할러데이라는 베테랑을 데려오며 윈나우 노선을 취하더니, 밀워키에서 방출된 릴라드를 복귀시켰다. 릴라드는 아킬레스건 파열로 인해 2025-2026시즌에 출전할 수 없으나, 포틀랜드 팬들에게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릴라드의 복귀로 팬들의 민심은 하늘을 찔렀다. 또 골칫덩이던 디안드레 에이튼도 방출하는 등 여러모로 좋은 행보를 보였다.
할러데이의 합류에도 플레이오프 진출은 어렵다는 시선이 다수였다. 오프시즌 움직임은 2025-2026시즌이 아닌, 다음 시즌을 노린 포석이라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예상외로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선전했다. 무엇보다 데니 아브디야의 각성이 컸다.
아브디야는 2024-2025시즌 포틀랜드에 합류해 평균 16.9점 7.3리바운드 3.9어시스트로 워싱턴 위저즈 시절보다 발전된 경기력을 보였다. 하지만 2025-2026시즌에는 에이스로 거듭났다. 속공 상황에서 돌파는 르브론 제임스를 연상시켰고, 자유투 획득 능력은 버틀러 수준이었다. 기존 장점으로 평가된 전방위 수비력도 여전했다.
여기에 가드진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할러데이의 존재도 든든했다. 기존 포틀랜드의 가드진은 사이먼스, 헨더슨, 쉐이든 샤프로 본인 공격에만 집중하고, 수비는 아쉬웠다. 반면 할러데이는 적절하게 공격을 조율하고, 수비력도 뽐내며 포틀랜드를 이끌었다.
또 2년차 클링언도 좋았다. 지난 시즌 거의 시도하지 않았던 3점슛을 이제 노마크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시도할 정도가 됐다. 신인 시즌부터 좋았던 골밑 장악과 리바운드 능력은 여전했다. 전임자 에이튼의 공백을 전혀 느끼지 않게 만들었다.
앞선에 할러데이, 포워드에 아브디야와 카마라, 골밑에 클링언 등 포지션마다 코어가 확실히 생겼고, 이는 경기력 안정감으로 이어졌다. 시즌 내내 기복은 있었으나, 그래도 5할 승률을 사수하며 서부 컨퍼런스 8위로 시즌을 마쳤다.
플레이-인 토너먼트 승자전에서 피닉스 선즈를 꺾고 샌안토니오와 1라운드를 치렀다. 플레이오프는 다소 아쉬웠다. 원정에서 2차전을 승리해 시리즈 균형을 맞췄으나, 홈에서 열린 3차전을 빅터 웸반야마의 결장에도 역전패하며 흐름을 내줬다. 그대로 1승 4패로 탈락했다.
매우 성공적인 시즌이었다. 아브디야라는 정상급 포워드가 생겼고, 영입한 할러데이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미래가 매우 기대되는 시즌 마무리였다.

IN: 자 모란트(트레이드), 로버트 윌리엄스 3세(재계약), 제레미 소핸(FA), 브랜든 칼슨(FA)
OUT: 제레미 그랜트(트레이드), 크리스 머레이(트레이드), 마티스 타이불(FA)
드래프트 지명권도 없고, 샐러리캡 여유도 없어 조용한 오프시즌을 보냈다. 그러다 초대형 소식이 터졌다. 바로 모란트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것이다. 대가는 그랜트와 머레이였다.
두 가지 부분이 충격이었다. 모란트의 행선지가 포틀랜드라는 점과, 대가가 고작 머레이와 그랜트였다는 것이다. 그랜트는 악성 계약 취급을 받는 선수로, 포틀랜드에서 이미 아브디야와 카마라에 밀려 백업 신세로 전락했다. 머레이는 다음 시즌이 4년차인 장신 포워드로, 더 이상 유망주라고 부르기 어려운 백업 자원이다. 드래프트 지명권도 없이 두 선수만 받고 트레이드됐다.
여기에 클링언의 백업 센터로 쏠쏠한 활약을 펼친 윌리엄스도 잡았다. 양한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매우 좋은 움직임으로 보인다. 그 외에는 전력 외 자원이 된 타이불이 팀을 떠났고, 비슷한 신세인 소핸을 영입했다.
움직임은 적었으나, 그 움직임이 매우 충격적인 이번 오프시즌이었다.

지난 시즌 기록: 평균 19.5점 8.1어시스트 3.3리바운드
명예 회복의 마지막 기회다. 모란트는 고등학교 시절 전국구 유망주가 아니었고, 대학도 머레이 주립대학교라는 농구 쪽으로 인지도가 전무한 대학에 입학했다. 그런 모란트는 머레이 주립대에서 엄청난 활약으로 2019 NBA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멤피스 그리즐리스에 지명된다. 이때도 1순위 자이언 윌리엄슨의 인기가 워낙 대단해 2순위치고 존재감이 없었다.
모란트는 실력으로 인기를 만들었다. 신인 시즌 평균 17.8점 7.3어시스트로 신인상을 수상했고, 3년차 시즌에 평균 27.4점 6.7어시스트로 기량발전상, 올스타, 올-NBA팀 등 슈퍼스타로 거듭난다. 소속팀 멤피스도 모란트에 힘입어 인기팀으로 급부상한다.
하지만 모란트의 전성기는 짧았다. 2022-2023시즌이 끝난 이후 총기 사진을 본인의 SNS에 게시하며 NBA 사무국으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그 덕에 멤피스는 패배를 거듭해 최하위로 추락했다. 복귀 이후 활약하나 싶더니, 곧바로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다. 2023-2024시즌 단 9경기 출전. 사실상 멤피스의 시즌을 날렸다. 이를 기점으로 멤피스 팬들 사이에서 모란트를 향한 민심도 험악해졌다.
이후 복귀했으나, 우리가 알던 모란트는 사라졌다. 부상 공백이 눈에 띌 정도로 기량이 하락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트레이드 루머가 나오기 시작했다. 멤피스는 2025-2026시즌을 앞두고 데스먼드 베인을 트레이드했으나, 모란트는 내보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트레이드 불가 선수는 아니었다. 모란트와 멤피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2025-2026시즌, 대형 사고가 터진다. 시즌 초반부터 모란트가 공개적으로 코치진을 비난하며 태업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여기에 부상까지 겹치며 모란트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빠졌다. 멤피스도 트레이드를 알아봤으나, 당연히 이런 모란트를 원하는 팀은 없었다. 결국 시즌 끝까지 불편한 동행을 감행했고, 오프시즌에 트레이드될 것으로 예상됐다.
마침내 트레이드가 성사됐으나, 전혀 예상치 못한 팀으로 이적했다. 릴라드, 할러데이, 헨더슨이 있는 포틀랜드로 온 것이다. 2025-2026시즌 부진은 누가 봐도 태업했기 때문에 제대로 뛴다면 반등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행선지가 포틀랜드로 정해지자, 기대보다 우려가 많아졌다.
포틀랜드에는 공을 잡고 공격할 선수가 많다. 릴라드, 아브디야, 헨더슨에 모란트까지 더해졌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도 매우 걱정된다. 릴라드와 모란트의 앞선은 NBA 최악의 수비를 보여줄 것이 뻔하다.
과연 모란트가 부활할 수 있을까. 주어진 환경은 정말 어려워 보인다.

릴라드-모란트-카마라-아브디야-클링언
가장 예상이 되지 않는 팀이다. 부상에서 복귀할 릴라드, 새롭게 합류한 모란트가 있다. 여기에 기존 주전 가드인 할러데이도 있다. 세 선수 모두 베테랑이자, 스타 플레이어로 벤치행에 익숙하지 않다. 코트 밸런스만 보면 릴라드와 할러데이가 주전으로 출전하고, 모란트가 식스맨으로 시작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전소속팀에서 코치진과 불화가 심했던 모란트를 그렇게 대우할 수 있을지는 관건이다. 시즌 시작 전 트레이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포워드 자리는 확고하다. 아브디야와 카마라는 주목받지 않지만, NBA에서 손꼽히는 포워드 듀오다. 정상급 3&D인 카마라와 돌격 대장이자, 막강한 공격력을 갖춘 아브디야는 조합도 훌륭하다. 대신 그랜트가 이탈해 백업은 아쉽다. 비트 크레이치, 시디 시소코 등이 있으나, 믿기 어렵다. 할러데이를 3번으로 기용하는 스몰라인업도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맨도 장점인 포지션 중 하나다. 지난 시즌 평균 더블더블을 기록했고, 수비력도 NBA 정상급 센터로 평가받는 클링언과 백업으로는 과분한 윌리엄스가 있다. 윌리엄스의 유리몸 기질을 생각하면, 양한센의 발전도 필요한 부분이다.
로스터 자체는 매우 탄탄하나, 조합하기 까다로운 구성이다. 무엇보다 릴라드, 모란트의 공존을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모 아니면 도'가 다음 시즌 포틀랜드의 팀 컬러로 예상된다.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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