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명암] ‘32연패 탈출' 정상일 감독 “우리가 이기면 역사가 되나보다”

현승섭 / 기사승인 : 2019-01-18 22: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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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아산/현승섭 기자] 32연패 청산. 약 5년 만에 3연승. OK저축은행이 역사를 새로 썼다.

OK저축은행이 18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과의 시즌 5번째 맞대결에서 64-6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OK저축은행을 8승 13패로 부천 KEB하나은행과 함께 공동 4위로 올랐다. 반면, 우리은행은 이날 패배로 시즌 4패(17승)째를 기록했다. 2위 청주 KB스타즈와 승차는 단 1경기 차로 좁혀졌다.

정말 기나긴 세월이었다. OK저축은행의 전신 KDB생명은 2014년 3월 13일 우리은행에 65-60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KDB생명은 그 날 이후 우리은행에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4시즌 28연패. OK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연패 숫자는 늘어나고 있었다. 특히 2018년 12월 16일 경기는 OK저축은행에 매우 뼈아픈 경기였다. 크리스탈 토마스가 결장한 우리은행에 접전 끝에 60-65로 패배했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이 발버둥을 쳐봐도 결국 여전히 우리은행 손바닥 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은행 전 연패는 32연패까지 늘어났다.

그렇지만 OK저축은행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점점 커가고 있었다. OK저축은행은 우리은행, KB스타즈와 접전을 펼치며 강팀과의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점점 부풀렸다. 최근에는 인천 신한은행, 부천 KEB하나은행에 승리하며 약 2년 만에 연승을 거뒀다. 농구팬들과 관계자들 사이에는 예전과는 다른 OK저축은행이 언젠가 사고를 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예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다. OK저축은행은 야투 부진 탓에 17-31로 전반전을 마쳤다. 그러나 3쿼터에 다미리스 단타스를 필두로, 구슬과 이소희의 3점슛 지원까지 42-44까지 추격했다. 4쿼터에는 파울 트러블에 시달리던 토마스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경기를 뒤집었다. 경기 내내 잠잠했던 박혜진이 4쿼터 막판 3점슛을 넣으며 61-60, 경기는 끝까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 그러나 단타스가 토마스의 5반칙 퇴장을 이끌어 내고 자유투를 침착하게 성공시키면서 승기는 OK저축은행 측으로 완전히 굳어졌다. 결국 OK저축은행이 64-60으로 승리했다.

OK저축은행에서는 단타스가 21득점 11리바운드로 토마스를 압도했다. 구슬은 4파울 위기를 딛고 12득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정유진은 4쿼터에 3점슛 2개를 넣는 등 11득점 5리바운드로 단타스를 받쳤다. 선발회 2순위 이소희는 데뷔전에 11분 동안 3점슛 1개(3득점) 1리바운드 1스틸이란 기록을 남겼다. 우리은행에서는 김정은과 임영희가 각각 17득점을 기록했다. 박혜진은 9득점 6리바운드 7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했다. 그러나 토마스가 5득점 11리바운드에 그쳤다. 게다가 토마스는 4쿼터 막판 5반칙 퇴장을 당했다.

이날 승리는 OK저축은행 입장에서 남다른 승리였다. 우리은행 전 32연패를 끊은 것은 물론이고, 약 5년 만에 3연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날 경기는 임영희가 587경기로 신정자를 제치고 정규시즌 출장 경기 수 단독 1위에 오른 경기였다. OK저축은행은 전반전까지 무르익었던 우리은행의 축제 분위기에 초를 쳐도 제대로 치며 승리를 거뒀다.
※ OK저축은행 최근 3연승 이상 기록 : 2014년 3월 6일 ~ 2014년 3월 16일, 4연승, 전신 KDB생명 시절

최근 인터뷰실에서 웃는 일이 많았던 정상일 감독. 정상일 감독은 승리를 거뒀음에도 차분하게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그러나 그 차분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우리가 이기면 역사가 되나보다”라며 입을 연 정상일 감독은 미소를 짓고는 경기를 총평하기 시작했다.

“모르겠다. 전신 KDB생명 입장에서 보면 우울했던 연패였다. 그래도 내가 맥을 끊어서 나에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전반전엔 사실 힘들지 않겠나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선수들의 뒷심이 좋아졌다. 선수들이 끝까지 플레이를 펼치려고 해서 오늘 이길 수 있었다.

전반전에 우리은행에 31점을 준 것은 나쁘지 않았으나 공격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두 가지 미션을 줬다. 리바운드와 수비. 내가 부임한 이래 상위 팀을 상대로 리바운드 우세를 차지한 건 처음인 것 같다. 결국 오늘 수비와 리바운드, 두 가지에 대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결국 수비와 리바운드가 뒷받침되다보니 공격이 나아졌다.

전반전은 아직 아쉽다. 상대가 거칠게 나오면 아직 기에서 밀린다. 그래도 오늘 경기로나마 그런 성향을 벗어던지면 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이겼다고 해서 또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KEB하나은행도 쉬운 팀이 아니다. 다만 오늘 적절하게 시간 분배를 한 덕분에 체력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하프 타임 작전 지시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요청하는 질문이 들어왔다. 정상일 감독은 "리바운드와 수비 좀 더 신경을 쓰고, 져도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수비 농구가 재미는 없을지 모르지만 결국 이기기 위해선 리바운드였다"며 하프 타임 때 지시 사항을 설명했다.

정상일 감독은 2쿼터 3분 55초가 남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작전 시간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OK저축은행의 야투는 여전히 말을 듣지 않았고 점수 차는 점점 벌어져갔다. 왜 그랬던 걸까? 정상일 감독은 “가끔 선수들에게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풀어보라고 한다. 2쿼터에 국내선수들이 좀만 더 힘을 낸다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2쿼터에 7득점에 그쳤지만, 상대에게 단 10점을 내준 건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내막을 공개했다.

현재 OK저축은행에서 유일하게 전문 슈터인 정유진은 이날 경기에서 3점슛 2개(2/7) 포함 11득점 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정유진은 3쿼터까지 3점슛 5개를 모두 놓치며 5득점에 그쳤었다. 그러나 4쿼터 결정적인 순간에 3점슛 2방을 터뜨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정상일 감독은 “토마스가 4반칙에 빠질 때까지 정유진의 야투 성공률은 말 그대로 ‘폭망’이었다. 그래서 정유진을 벤치로 불러들일까 고민했지만, 계속 기용하다 보니 결정적인 한 방을 넣었다”며 당시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이날 이소희는 WKBL 정규리그 데뷔전을 소화했다. 이소희는 11분 동안 3득점 1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했다. 특히 이소희의 3점슛은 3쿼터 막판 39-44인 상황에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3점슛이었다. 이소희의 데뷔전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정상일 감독은 “아마추어와 프로는 다른데”라며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고는 “스피드 100점, 근성 100점, 수비 100점. 이소희는 팀에 합류하기 전부터 몸을 만들어 놨다. 신인인데도 긴장하지도 않고 다부지게 잘했다. 하여튼 오늘 경기는 신인선수도 발굴도 하고` 이기기도 한 많은 이득을 얻은 경기였다”라며 이소희의 활약을 매우 높게 샀다.

끝으로 경기 종료 후 선수들과 나눈 이야기에 대해 물은 질문에 정상일 감독은 “잘했다고 했다. 수고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밥 먹을 때지만 좋아하자고 했다. 다음 경기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경기 이겼다고 좋아하기만 하는 건 꼴지 팀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호기롭게 답했다.

경기 전 ‘선택과 집중’을 하려고 했던 정상일 감독. 정상일 감독은 빡빡한 경기 일정을 고려하여 여차하면 우리은행 전 승리는 다음으로 미루려고 했다. 정상일 감독은 “선택도 되고, 집중도 됐다”라며 웃고는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위성우 감독은 한껏 상기된 채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평소 의연하게 인터뷰에 응했던 그였지만, 이날 인터뷰에선 다소 힘들게 입을 떼기 시작했다. 위성우 감독은 “연전에 따른 후유증이 있었다. 그리고 외국선수 싸움에서 밀렸다. 그래서 국내선수들이 체력을 아끼지 못했다. 연전을 하다 보니 평소에는 주지 않을 슛을 얻어맞았다. 이틀 쉬고 KB스타즈와의 경기를 잘 준비해서 하겠다”며 체력 관리가 패인이었음을 밝혔다.

그러고는 위성우 감독은 “오늘은 상대 팀이 이기자고 하는 의지가 강했다. OK저축은행이 아주 좋아졌다. 팀이 탄탄해졌다. 정상일 감독 부임 이후 팀이 달라졌다”며 상대팀이었던 OK저축은행을 한껏 치켜세웠다.

이어서 다른 하위권 팀들에 비해 OK저축은행 전에서 좀 더 고전한다는 지적이 들어왔다. 위성우 감독은 “올스타 브레이크에 가까워질수록 OK저축은행 전에서 고전했다. 상대팀은 폼이 올라오고 우리는 내려가고 있었다. 외국선수가 잘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우리 선수들이 나이가 있어서 한계가 있다. 토마스도 사실 적은 나이가 아니니 몸이 무거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데뷔전을 치른 OK저축은행 이소희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위성우 감독은 작심한 듯 이소희와 박지현, 박지수를 동일 선상에 올려놓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소희가) 아주 당차더라. 그 선수는 아주 운동을 많이 했다. 반면 박지현의 현실은 이렇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오늘 경기에서 비하인드 백 드리블 빼고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신장이 크고 센스가 있는 것 빼고는 지금은 농구를 대충 하는 수준이다. 아주 많이 배워야 한다.

박지수는 차원이 다른 선수다. 박지수는 고등학생 때 낭트(2016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 갔던 선수다. 박지수는 성인대회에서 활약했고, 지현이는 청대에서 활약한 것이다.

오늘은 이소희가 나았다. 준비를 아주 철저히 했다. 팀에 합류해서 준비를 해봤자 지금까지 얼마나 했겠나. 스스로 철저히 준비한 거다. 반면 지현이는 신한은행 전에서 가비지 타임 때 기록을 쌓았을 뿐이다. 박지현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래도 많이 가다듬어야 한다”

OK저축은행 앞에서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우리은행의 아성은 33경기만에 무너졌다. OK저축은행은 공동 4위로 올라섰고, 우리은행은 KB스타즈에 단 1경기 차로 따라 잡혔다. 점입가경인 WKBL. OK저축은행의 일격으로 순위 싸움은 더욱 흥미로워질 것이다.



#사진=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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