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U18 남자농구대표팀이 18일 열린 2026 FIBA U18 아시아컵 D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숙적 일본을 67-64로 꺾었다. 이로써 한국은 파죽의 3연승을 달리며 조 1위로 8강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 U18 대표팀은 2014년부터 아시아컵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4연승을 이어갔다.
승리의 중심에는 멱살 캐리하며 에이스의 품격을 증명한 경복고 3학년 윤지훈(182cm, G)이 있었다.
이날 경기의 전반전은 한국에게 고난의 연속이었다. 팀 전체 어시스트가 8개에 그칠 만큼 공격은 다소 퍽퍽했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선수들은 제 슛 컨디션을 찾지 못하며 28-37로 뒤진 채 전반을 마쳤다.
하지만 후반전이 시작되자 흐름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중거리 슛으로 추격의 불씨를 당겼고, 림을 시원하게 가르는 3점슛으로 역전을 이끌어낸 것도 그의 몫이었다.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4쿼터 종료 35초 전, 64-65로 1점 차 뒤진 절체절명 상황에서 윤지훈은 침착하게 파울을 얻어냈고, 자유투 2구를 모두 림에 꽂아 넣으며 짜릿한 역전극의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내내 코트를 종횡무진 누빈 윤지훈은 상대 수비를 읽어내며 특유의 돌파와 스텝을 활용한 레이업으로 공격을 풀어갔다. 이날 양팀 내 최다인 27점에 3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공격의 중심을 잡았다.
윤지훈은 “조 1위로 마무리해서 좋다. 전반까지는 조금 힘들었는데, 하프타임 때 코치님과 감독님이 끝까지 힘을 합치면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우리끼리 더 뭉쳐서 해보자고 했다. 지원이도 5파울로 나갔지만 남은 선수들끼리 잘 뭉쳐서 이길 수 있었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선수들이 하프타임에 나눈 의기투합은 후반전 역전극의 든든한 자양분이 되었다. 3쿼터 초반, 코트에 나선 선수들은 다 같이 바닥을 내리찍으며 결의를 다졌고 이는 수비 조직력의 부활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윤지훈은 “처음에는 움직임이 없이 1대1 위주로 공격했다. 그러다 보니 막힐 때도 많았고, 실책 이후 곧바로 속공을 허용하거나 세컨드 리바운드를 뺏기면서 힘들었다. 후반에는 3-2 지역방어가 잘되기 시작했고, 공격에서도 슛이 들어갔다. 팀원들과 호흡도 맞으면서 실책을 줄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하프타임 때 코치님과 감독님이 말씀해주신 뒤에 우리끼리 라커룸에 남아서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더 뭉치면 잘할 수 있는데 전반에는 개인 플레이가 많았다. 우리끼리 마음을 다잡고 정신 차려서 하면 충분히 따라가서 이길 수 있으니까 포기하지 말고 집중하자’고 했다”며 라커룸의 분위기를 전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핵심 선수인 윤지원이 파울 아웃으로 물러난 순간은 팀 전체의 위기였다. 윤지훈 역시 “(윤)지원이가 팀의 핵심인 건 사실이다. 지원이가 나갔을 때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비상 상황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미 벌어진 상황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코트에 남은 선수들끼리 끝까지 해보자고 했는데 그게 잘된 것 같다”며 회상했다.
특히 이번 한일전은 어린 선수들에게 남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불과 며칠 전 성인 대표팀이 일본과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모두 패배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도에서 성인 대표팀이 일본과 경기하는 걸 다 봤다. 점수 차도 크게 났고 경기 내용도 아쉬웠던 것 같다. 애들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나 스스로 ‘우리라도, 청소년 대표팀이라도 일본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침착한 표정과 함께 강심장처럼 코트를 누볐지만, 속으로는 긴장감과 처절하게 싸우고 있었다. “무조건 이겨야된다는 생각으로 들어갔고 이기면 8강행과 조 1위할 수 있으니까 좀 더 긴장한 거같다. 초반에 시소게임 할 때 좀 풀렸다가 전반 끝나고 점수 벌어질 때 다시 긴장이 되었다. 20분 동안 긴장 내내 됐지만 특히 후반 자유투 쏠 때 가장 긴장 됐다. 애들이 자유투 못넣어도 되니까 긴장하지 말라고 편하게 쏘라고 해줬다.”

이번 예선에서 평균 20.3점으로 아시아 전체 득점 2위, 8어시스트로 아시아 전체 어시스트 3위에 올라 있다. 아시아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하면서도 두 부문에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만큼 존재감은 이미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하지만 윤지훈의 시선은 그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한다.
“국제에서도 통한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결국 여기는 아시아 무대다. 세계 무대에서 증명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하던 플레이들이 여기서도 통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다. 그래서 여기서 더 증명하고 싶다기보다는 더 큰 무대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대회는 윤지훈 개인에게도 큰 내적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 조력자에서 중심으로 발돋움하며 팀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U16 대표팀에 갔을 때는 제가 한 살 어린 축이었고, 팀의 핵심이라기보다는 보조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최고참이고 경기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뛰고 있다. 그때와는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라고 말하며 이서 덧붙였다.
“대표팀은 각자 학교에서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 나라를 대표하는 팀이다. 잘하는 선수들끼리 모인 만큼 그 안에서 내가 역할을 받았을 때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부터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도 있고 대부분 공을 많이 가지고 공격하던 선수들이 모였다. 그러다 보니 서로 하려는 마음이 크고 처음에는 희생해주는 부분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을 선수들끼리 계속 맞춰가면서 역할을 나누고,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제 남은 것은 본선 무대다. 8강에 안착한 한국은 4강 진출에 성공하면 꿈에 그리던 월드컵 티켓을 확보하게 된다.
윤지훈은 “일단 후회 없이 하고 돌아가는 게 가장 큰 목표다. 만약 슛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공격에서 잘 풀리지 않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더 잘해서 4강에 진출하고 월드컵 티켓을 따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서 해외 스카우트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게 목표다”라며 더 큰 무대를 향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낯선 인도 현지에서의 적응기를 묻는 질문에도 "밥이 제일 힘들다. 한국에서 가져온 음식도 거의 다 떨어졌다. 현지 음식은 아직 먹어보지 않았는데 냄새부터 맡으면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지더라. 오늘은 경기 끝나고 한국 분이 경기 후 맛있게 먹으라면서 빵 같은 것도 주셨다" 고 답했다.
#사진_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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