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종로/정다윤 인터넷기자]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장점을 극대화해야죠.” 용산고 2학년 이승준(188cm, G)의 이야기다.
지난 12일, 용산고는 경복고 체육관에서 ‘2025 한국중고농구 주말리그’ 경복고와 맞대결에서 47-69, 22점 차로 완패했다. 이번 주말리그에서 용산고는 공격에서 득점 공장처럼 폭발적인 화력을 뽐냈던 팀이다. 4경기 중 3경기에서 100점 이상을 올리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남긴 터였다. 라이벌과의 20점 넘는 점수 차는 자존심에 큰 금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분위기는 반전됐다. 13일, 용산고는 1·2학년을 중심으로 다시 코트에 나섰고, 강원사대부고를 상대로 무려 129점을 퍼부었다. 전반에만 71점을 몰아넣는 대폭격하며 제대로 된 분풀이를 해냈다.
이 경기의 선봉엔 이승준이 있었다. 30점 11리바운드 8어시스트 4스틸을 기록하며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고, 1학년 박태준도 쿼드러플더블이라는 희귀한 기록을 완성하며 힘을 보탰다.
특히 이승준에게 이 30점은 엘리트 농구 인생에서 처음 달성한 개인 최다 득점이었다. 전날 역시 팀 최다 득점자였던 그는 연이틀 팀의 화력을 불었다. 필드골 성공률은 57%, 3점슛은 2개(33%)를 꽂아 넣으며 효율도 챙겼다.
이승준은 “3학년 형들 없이 거의 올해 처음으로 1,2학년끼리 뛰었다. 처음부터 코치님이 주문하신 수비가 잘 이행됐기에 속공이 나오면서 득점을 많이 뽑을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많이 넣을 줄은 몰랐다. 계속 열심히 수비부터 하니까 속공 찬스도 나고, 슛도 자신 있게 던지다보니 가능했던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승준의 말처럼 팀은 빠르게 고개를 들었다. 전날(12일)의 완패는 흔들릴 만도 했지만 그는 감정에 머무르지 않았다. 스코어에 연연하기보단 코트에서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역할에 무게를 실었다.
이승준은 “솔직히 지금까지 경복고랑은 항상 박빙의 승부였는데, 이렇게까지 벌어질 줄은 몰랐다. 끝나고 뛴 선수 중에도 아프거나 다친 사람도 많아서 그렇게 분위기도 좋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전 경기랑 별개로 생각하지 않고 다음 경기에 집중하면서 극복했던 것 같다. 나는 항상 다음 경기 임할 때도 이전은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팀에 도움이 되려고 한다”며 전했다.
이승준은 동료의 움직임에 자신의 패스를 꿰어 넣는 걸 즐긴다. 득점이 필요한 순간엔 주저 없이 슛을 던지되, 흐름의 균형추는 끝까지 쥐고 놓지 않는다. 스스로보다 팀이 먼저인, 그런 마인드로 코트를 누빈다.
이날(13일) 플레이에서도 공격 리바운드 4개를 따내며 세컨드 찬스를 부지런히 되살렸고, 골밑에서는 피벗을 활용한 유연한 레이업으로 수비를 무너뜨렸다. 숫적 우위가 생기면 곧장 외곽을 겨냥했고, 커트인 상황에선 정확한 타이밍을 읽어내며 골문을 파고들었다. 동료의 움직임을 읽고 찔러 넣는 패스에도 망설임은 없었다.
이에 대해 이승준은 “머리를 쓰면서 하는 플레이와 순간 판단력으로 패스를 주는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농구 이해도도 좋아진 것 같다. 사실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농구에 새롭고 자세하게 들어가는 디테일 부분과 수비 로테이션을 더 빠르게 익히려고 생각하고 있다. 훈련시간을 통해 최대한 숙지해서 대회 때 보여드리려고 한다”며 덧붙였다.

물방울이 돌을 뚫는 건 세기가 아니라 반복이라고 하던가.
이승준의 성장 뒤엔 보이지 않는 날들이 있었다. 웨이트와 기본기, 루틴과 리듬. 이승준은 그 시간들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하체 보강과 함께 바디 밸런스를 맞춰가며 지금도 자신을 조율 중이다.
“꼭 대회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날에 수비 연습이나 대회 전 훈련을 통해서 팀워크와 맞지 않는 부분들을 다진다. 개인적으로는 남들보다 슛이나 웨이트 운동을 집중적으로 따로 시간 내서 한다.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본기 연습과 웨이트 위주로 한다. 예전부터 달리기와 스피드가 부족했기 때문에 하체운동으로 보강하며 상체도 조금씩 하고 있다.”
코트 위에선 상대와 경쟁하지만,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선의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묵묵히 감내한다. 경쟁의 자극이 있을 순 있지만, 그 자극은 연료가 되기도 한다. “올해도 그렇지만 나보다 먼저 들어가는 후배나 친구들이 있으면 그 선수들을 최대한 따라잡고 더 나아지려고 한다. 속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지만 밖에서는 그 선수들과 편하게 잘 지낸다.”
어느덧 2학년이 된 이승준은 “작년과 비교해 몸과 키도 커져서 확실히 수비를 따라가는 것과 상대 한명을 뚫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3학년 올라가기까지 슛 정확도와 개인수비들 좀 더 다듬고 싶다”며 덧붙였다.
한편, 이승준의 동생은 용산중 3학년 이승민(192cm, F)은 8월 31일부터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진행되는 2025 FIBA(국제농구연맹) U16 아시아컵에 U16 남자대표팀에 발탁됐다. 이에 대해 형으로서 “승민이는 예전부터 미국 캠프와 해외경험이 많기 때문에 당황하거나 그러진 않을 것 같다. 다른 친구들 보다는 경험치가 많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 좋을 결과가 있을 거라 믿는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마지막으로, 이승준은 자신이 어떤 가드가 되고 싶은지 묵묵히 말했다. “어느 팀이든 잘 어울리는 안정적인 가드가 되고 싶다. 팀원들을 잘 살려주되, 내 공격도 넓게 가져갈 수 있는 선수가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준비는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만든다. 이승준은 지금 그 시간을 걷고 있다.
#사진_점프볼DB(배승열, 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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