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연패 탈출’ 연세대 윤호진 감독, 박스&원 수비 전략 꺼내든 배경은?

서호민 기자 / 기사승인 : 2024-09-29 12: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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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서호민 기자] 벼랑 끝에 몰렸던 연세대가 비장의 카드를 들고 나왔다. 고려대 에이스 문유현(181cm,G)을 꽁꽁 묶기 위한 비책이었다. 결과는 성공했다.

연세대는 지난 27일 고양소노아레나체육관에서 벌어진 2024 정기전에서 접전 끝에 라이벌 고려대를 57-54로 물리쳤다.

연세대는 이날 승리로 2018년 이후 6년 만에 정기전에서 승리를 맛봤다. 역대 정기전 전적 23승 5무 24패로 고려대를 추격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연세대는 고려대 전 10연패 수렁에 빠져 있었다. 연세대로선 최근 고려대를 상대로 이어온 천적관계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묘책이 필요했다.

고려대 공격의 시작점은 문유현이다. 문유현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학리그 최고 가드다. 올해 MBC배와 리그전 포함 연세대는 그동안 문유현으로부터 파생되는 공격을 제대로 봉쇄하지 못해 번번이 패했다.

이에 윤호진 감독은 4명의 선수가 지역방어를 서고 나머지 한 명이 문유현을 전담마크하는 ‘박스&원 수비’를 펼쳤다. 그만큼 에이스 문유현을 묶어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 특히 문유현의 마크맨으로 힘과 체격이 좋은 최형찬(189cm,G)과 안성우(184cm,G)를 붙여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박스 원은 4명의 수비수가 페인트존 부근에서 지역 방어를 서되, 나머지 1명의 선수는 상대의 에이스 1명을 전담마크하는 형태의 수비 전술이다. 4명의 수비수가 페인트존 부근에 자리잡는 게 박스(box)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박스 원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사실 요즘 성인농구에서는 자주 활용하는 전술은 아니다. 단, 한 번씩 경기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박스 앤드 원을 쓰곤 한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문유현은 이들의 수비에 버거워했다. 문유현을 번갈아가며 마크한 최형찬과 안성우는 한쪽만 내줘 문유현의 돌파나 점프슛을 유도했다. 이 때 동료들이 도움수비를 들어와 문유현에게 어려운 슛을 강요했다. 이날 경기 문유현은 14점을 올렸지만 상대 수비에 고전해 평소보다 야투 감각이 부진했다. 몸 상태도 다소 무거운 가운데, 볼 전개도 매끄럽지 못했다.

윤호진 감독은 “사실 요즘 추세에 맞는 수비전술은 아니다. 아날로그틱하다(웃음). 거꾸로 생각했다. 그동안 아무리 열심히 준비하고 분석해봐도 문유현을 100% 제어하기란 쉽지 않았다”면서 “문유현의 기량이 올라온 이후부터 고려대 공격 패턴을 보면 문유현으로부터 시작되는 공격 비중이 많다. 주희정 감독 스타일대로 공격의 틀을 잘 만들어놨다. 그러면 문유현에게 줄 점수는 주되, 공격의 시작을 최대한 방해해보자고 했다. 문유현으로부터 시작되는 공격 흐름만 뻑뻑하게 만들어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판단했다. 최형찬, 안성우에게 ‘박스&원’을 시켰고 두 선수가 볼 흐름을 둔화시키며 주문한 바를 잘 수행해줬다”고 박스 앤 원 수비 전략을 꺼내든 이유를 설명했다.

연세대는 3-2지역 방어와 박스원을 능수능란하게 변용해 고려대의 공격 흐름에 혼란을 야기했다. 그러자 고려대는 이를 외곽슛으로 대응하려고 했다. 하지만 슛 성공률이 말썽이었다. 윤호진 감독은 “박스 원 수비와 3-2지역방어 수비를 적절히 잘 섞어 사용했던 게 주효했다. 공격 흐름이 뻑뻑해지다 보니 고려대 선수들도 본연의 슛 템포를 가져가지 못했다. 물론 슛 성공률이 저조해 저희 쪽으로 운이 따른 것도 컸다”고 말했다.


윤호진 감독은 부임 이후 약 3년 간 고려대란 벽을 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다 해봤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늘 똑같았다. 그로 인해 받았던 심적 스트레스와 주위의 비난 섞인 시선도 만만치 않았다. 그럴 때마다 윤 감독은 선배 농구인들을 직접 찾아가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고.

윤호진 감독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연세대 감독직을 맡았고 3년 간 고려대에게 철저히 열세에 놓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는 핑계가 먹히지 않는 자리가 아닌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자리”라며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다 보니 옆에서 힘을 불어넣어주시는 선배님들이 많았다. 저 또한 어려움 속에서도 선배님들께 자문을 구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베테랑 지도자 선배님들께서 배움에는 끝이 없다며 왜 계속 배움을 강조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약 3년 여간 이어져온 고려대 상대로 이어온 10연패를 끊어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연세대다. 그동안 고려대를 상대로 머릿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던 패배의식을 지우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이제 막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아직 리그 일정과 플레이오프가 남아 있는 만큼 연세대로선 시즌 끝까지 기세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시작이다. 연세대의 다가올 일정은 10월 4일 중앙대와의 홈경기다. 정규리그 1위 등극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서 연세대의 초점은 플레이오프에 맞춰져 있다.

 

윤호진 감독은 “팀에 1~2학년 저학년 선수들이 많은데 몇년 만에 고려대를 이기면서 이 선수들이 큰 자신감을 얻게됐다. 분명 고무적인 부분이다. 다만, 그 자신감이 너무 오버되지 않게 잘 다듬어야 할 것 같다”며 “정기전을 이겼다고 해서 리그를 대충 마무리 하는 건 아니다. 오늘(29일)부터 다시 훈련을 시작한다. 농구는 분위기 싸움이다.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나가는게 중요하다. 정규리그 1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플레이오프에 포커스를 맞춰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게 잘 준비해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사진_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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