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산 중앙고의 감동스토리, 영화 ‘리바운드’로 탄생한다

정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1-09-20 09: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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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 베스트5’ , ‘우승보다 값진 준우승’
2012년 원주에서 펼쳐진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기대회에 참가한 부산 중앙고를 향해 쏟아진 수식어다. 당시 중앙고는 농구부 존폐를 논할 정도로 선수가 부족했다. 강양현 코치(현 조선대 감독)는 중학교 시절 벤치를 지키던 선수, 길거리농구를 하던 학생 등을 모아 6명으로 선수단을 꾸렸다. 그중 1명은 아예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5명만으로 대회를 치른 중앙고는 결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결승에서 용산고에 패해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만화에나 나올 법한 중앙고의 이야기는 지금도 회자 되고 있다. 9년의 세월이 흘러 이 이야기가 ‘리바운드’라는 제목의 영화로 세상 밖에 나올 예정이다. 메가폰은 장항준 감독이 잡았다.

장항준 감독은 강양현 감독과 각별한 인연을 쌓아가며 ‘리바운드’를 자신의 인생 영화로 만들어 내기 위한 구상에 돌입했다.

농구 영화의 탄생 소식에 점프볼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무더위가 한창이었던 8월 어느 날, 서울 용산에서 장항준, 강양현 감독을 만나 영화 ‘리바운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본 인터뷰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Q_ 두 분이 친분을 쌓게 된 시작을 알고 싶다
장항준_2018년 영화 제작자인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를 만났는데, “농구 영화 만들 생각없느냐”고 물어보더라. “농구영화?” 관심이 갔다. 부산 중앙고의 이야기 였다. 얘기를 듣고 자료를 찾았는데, 영화로 풀어갈만한 큰 스토리가 될 수 있겠더라. 흥행한 국내 스포츠 영화는 희망을 주는 스토리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국내에 아직 농구 영화는 없으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장원석 대표의 소개로 강양현 감독을 만났다. 둘이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술 한잔 씩 기울이면서 친분을 이어오게 됐다. 영화를 만들기로 하면서 강양현 감독 소개로 당시 선수들도 다 만나봤다.

Q_강양현 감독은 장원석 대표와 어떤 인연이 있었나?
강양현_ 평소 알고 지내던 형님이었다. 비에이엔터테인먼트가 지금은 큰 회사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꾸준히 연락을 해왔고 2012년 중앙고가 4강에 올랐을 때에도 ‘영화로 만들만한 이야기’라며 가장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신 고마운 분이다. 영화로 만들자는 이야기만 있었을 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장항준 감독님을 만나면서 구체화가 됐다. 학교와 당시 학부모들을 만나서 동의도 다 받았다.

장항준_나와 강양현 감독, 장원석 대표 셋이 만나 영화 제작 이야기를 나눌 때 시나리오 초고가 이미 있었다. 그 당시 시나리오는 실제 이야기를 다루기에 좀 약한 것 같았다. 김은희 작가(장항준 감독의 아내)가 수정을 하면서 시나리오 퀄리티가 좋아졌다.

Q_영화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농구라는 소재가 어떤 부분에서 끌렸는가?
장항준_ 예선 통과도 어려웠던 전력의 팀이 결승에 올라갔다는 사실 자체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중앙고는 전통의 강호도 아니었고 지원도 열악했다고 들었다. 강양현 감독에게 월급주는 것조차 아까워했던 걸로 알고 있다. 당시 그 대회도 선수가 없어서 일반 학생을 끼워 넣어 팀 구색만 겨우 갖춘 채 나선 것이더라. 그간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스포츠 영화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비인기 종목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성공 스토리에 딱 맞는 이야기였다. 침체 된 아마 농구의 현실이 나에게는 기회였다. 과거 국민교육헌장 가장 밑에 내가 좋아하는 문구가 있다. ‘지금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라’. 더 내려갈 곳 없는 아마농구의 현실이 영화 리바운드를 통해 감동의 메시지를 잘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_아내인 김은희 작가도 이번 이야기에 관심을 갖던가?
장항준_ 김은희 작가와 이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본인이 시나리오를 고쳐보고 싶다고 하더라. 김은희 작가가 그동안 드라마는 많이 해왔지만, 영화 시나리오에 참여한 것은 2006년 ‘그해 여름’ 이후 처음이다. 나에게 무조건 영화 제작을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같이 강양현 감독을 만나고 부산 가서 학교 답사도 갔었다. 다만, 투자자를 찾는 데에 난관이 있었다. 영화 투자자 입장에서는 ‘농구영화? 돈이 될 수 있나’라는 시선이 있었으니까. 감사하게도 최근 한 대기업으로부터 전액 투자 제안을 받아 본격적으로 영화를 준비하게 됐다. 김은희 작가는 “이 영화가 오빠(장항준 감독)의 대표작이 될 것 같다”고 말해주더라.


Q_농구 영화를 제작하겠다는 확신이 든 것은 농구의 매력이었나, 아니면 강양현이라는 사람의 매력이었나?
장항준_ 하하. 둘 다다. 실화를 영화화하는 데에 있어 실존 인물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실존 인물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별로면 영화 만들기도 싫어지지 않겠나. 큰돈을 투자받아서 영화를 만드는데 ‘이 별로인 놈을 굳이 영화화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강양현 감독을 처음 만나기로 했을 때 좋은 사람이었으면 했다. 처음 만났는데 기존에 만났었던 스포츠 인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어깨에 힘들어 간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강양현 감독은 그런 점이 전혀 없었다. 처음부터 너무 편했고 그 후로는 정말 가까운 형, 동생 사이가 됐다.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얘기를 나누고 정말 친해졌다. 얼마 전 3X3 대회 관전을 위해 강원도 양구를 가는데, 차 안에서 같이 가는 3시간 동안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선수들도 너무 해맑더라. 천기범(상무), 정강호(안양 KGC), 홍순규(울산 현대모비스) 모두 너무 착해서 더 좋았다. 고교 시절 함께한 은사와 지금도 너무 가깝게 지내고 있다는 것이 보기 좋았다.

Q_장항준 감독은 3X3 홍보대사까지 맡았다. 어떻게 설득을 했는가?
강양현_설득하지 않았다. 하하. 형님과 3분 정도 얘기했나... 감사하게도 흔쾌히 하시겠다 하더라.

장항준_나는 영광이다. 3X3가 올림픽 정식 종목 아닌가. 마침 강양현 감독이 3X3 국가대표팀을 맡았다고 하니까 더 힘이 되고 싶었다. 강양현 감독의 지금 상황 자체도 너무 좋다. 영화 준비를 하고 있는데 주인공인 강양현 감독이 쭈구리가 된 상황이면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나.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양현 감독이 조선대 감독이 되고 3X3 대표팀도 하게 된 것을 보면서 서로 같이 좋은 과정을 함께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 좋았다. 한번은 조선대를 갔었는데 전부 강양현 감독을 너무 좋아하더라. 좋은 인격을 가진 사람이다.

Q_강양현 감독에게도 장항준 감독에 대한 느낌이 좋았던 것 같은데?
강양현_형님은 실제와 방송이 너무 똑같았다. 형님과 알게 된 시간 동안 나도 세상에 대해 더 배우게 된다. 나는 운동을 해왔던 사람이라 아무래도 세상을 보는 시선이 좁지 않은가. 형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인관계에 있어서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그 기준을 잘 잡을 수 있었다. 내가 일이 없어 어려운 시기에 우울증도 겪었었다. 어려울 때 형님을 만났는데 그 마음을 잘 치유할 수 있었다. 내 멘토이고 은인 같은 분이다. 내가 아들 둘이 있는데 한 번은 형님이 ‘딸 하나 더 낳는게 어떻겠느냐’고 하시더라. 그 후로 딸(강다연)을 낳았다. 하하.

장항준_(강)다연이가 강양현 감독에게 행운을 물고 오는 아이다. 실제로 아이를 낳은 뒤에 3X3대표팀 감독이 되지 않았나. 나도 더 애정이 가는 아이다.

Q_영화 제목 ‘리바운드’는 누구의 생각인가?
장항준_ 장원석 대표가 처음부터 영화 제목을 리바운드로 정해놨었다. 딱 맞는 제목이었다. 리바운드가 들어가지 않은 볼을 다시 잡아 기회를 만드는 것 아닌가. 영화 전체 내용과 맞닿은 단어였다. 중앙고는 위닝 팀이 아니다. 화려한 위닝 팀의 이야기라면 ‘버저비터’ 정도가 되지 않았겠나. 영화의 포인트는 극적인 승리가 아니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언더독이 농구에 대한 진심 하나로 기적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리바운드보다 더 어울리는 단어는 없었다.


Q_영화에서 어떤 부분을 담아내려는지 알고 싶다.
장항준_ 강양현으로 시작해서 강양현으로 끝난다. 우리가 친하지 않았어도 그랬을 것이다. 이번 스토리에서 중앙고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사람이고 가장 큰 동력이다. 비루한 강양현이 중앙고 코치로 부임하며 얘기가 시작된다. 자신도 성장하고 선수들도 성장하고, 팀이 꾸려지는 과정 어떻게 선수들이 뭉치게 되는가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그 안에서 진정한 스포츠가 주는 감동을 그려보고자 한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배구대표팀이 국민의 관심을 받은 것은 그들이 승자여서가 아니다.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제대로, 멋있게 졌다. 그게 포인트다.

Q_영화의 실존 인물 입장에서는 어떤 부분이 드러나길 바라는가?
강양현_ 형님이 워낙 능력 있는 분이시기 때문에 의도하신 바가 잘 드러나길 바랄 뿐이다. 그 마음을 믿고 있다. 영화가 제작에 들어가면 나는 형님이 기분 좋으실 수 있게 같이 술 마시면서 기분 좋게 얘기하면 된다. 선수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Q_영화 제작에 있어서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장항준_ 캐스팅이다. 이전에 체육관 하나를 빌려 농구 좀 할 줄 아는 배우 몇 백명을 모아 3일간 오디션을 봤다. 대한농구협회의 도움으로 조상현 국가대표 감독이 참여해 조언도 해줬다. 연기를 잘해야 하는데 농구까지 잘하는 배우를 가려내기가 너무 어렵다. 게다가 선수들이 고교생이기 때문에 나이가 너무 든 배우를 쓸 수도 없다. 강양현 감독 역을 맡을 배우는 현재 섭외 중이다. 외국영화를 보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배우와 실존 인물의 이미지가 비슷하다. 그래야 현실성을 높인다. 영화 엔딩 크레딧에 영화 속 사진과 실제 사진을 똑같이 넣고 지금은 뭐하고 있는지 내용을 넣을 것이다. 강양현 감독에게 살이 너무 쪄서는 안된다고 했다. 영화가 상영되면 실존 인물로 소개가 될텐데, 배우와 너무 다르면 좀 그렇지 않겠나.

강양현_ 그래서 지금 체중 관리 엄청하고 있다. 하하.

장항준_ 현실성에 있어서도 고민이 있다. 스포츠 경기는 관중이 아주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당시 중앙고의 경기는 관중석이 사실상 텅텅 비어 있었다. 그 부분에서는 픽션이 가미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경기장을 꽉 채우는 것은 현실과 너무 거리가 있으니, 경기장을 어느 정도 채워서 표현을 해야 할지 잘 맞춰야 할 것 같다.

Q. 이번 영화 제작에 대해 농구계의 기대도 크다.
장항준_ 그렇다. 책임감이 느껴진다. 협회에서도 상당히 호의적이다. 감동과 유머가 있는 작품으로 잘 만들고 싶다. 영화가 잘 되서 아마 농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 아마 농구가 매력이 있지 않은가. 완성되지 않은 선수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이 스며들어 있다. 90년대에 농구대잔치가 인기 있었지만, 드라마 ‘마지막 승부’가 대중화에 크게 한몫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농구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마지막 승부 음악이 나오지 않는가. 영화 ‘리바운드’도 그렇게 농구 대중화에 기여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농구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감동적인 스포츠 영화를 만들어보겠다.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화되는 일은 전 세계 인구에 0.000001%만이 누릴 수 있는 일 아닐까? 영화가 완성된 후 강양현 감독과 선수들에게 “바로 이거야. 바로 너희들의 이야기야”라면서 보여주고 싶다. 좋은 선물이 되길 바란다.


Q_ 언제쯤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가는가?
장항준_ 내년 초 크랭크 인을 계획하고 있다. 투자는 완료됐고. 배우가 섭외되면 몇 개월간 농구 트레이닝도 필요할 것이다. 농구장을 대관해서 영화에 맞게 미술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 개봉 시기를 언제라고 잡아놓지는 않았다. 코로나19 영향을 받는 시기가 지난 시점에서 완성된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다. 영화관에서 같이 영화를 보고 감동을 함께하는 그 맛이 있지 않은가. 많은 관객들과 호흡하며 농구의 매력을 선사하고자 한다.

▼ 장항준 감독은?
1969년생. 영화 감독이자 방송인. 27세의 나이로 <박봉곤 가출사건> 시나리오로 영화계에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북경반점>, <귀신이 산다>의 각본을 썼고 <라이터를 켜라> 등을 연출했다. 최근에는 <알쓸범잡>,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등의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코믹하면서도 따뜻한 휴머니즘을 담을 줄 아는 섬세한 연출력의 소유자다.

▼ 강양현 감독은?
1982년생. 조선대학교 농구부 감독. 2006년, 24세의 어린 나이에 선수생활을 마무리 짓고 모교인 부산 중앙고 코치로 부임했다. 천기범, 홍순규, 정강호 등을 5명의 선수로 구성된 팀을 2012년 협회장기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이후 김해가야고 코치를 거쳐 현재는 조선대학교 감독, 3X3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하고 있다.

#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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