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의 THE COACH] 문경은 감독 “‘서울’ 하면 ‘SK 문경은’ 떠올렸으면”

곽현 / 기사승인 : 2016-06-06 2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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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곽현 기자]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의 문경은(45) 감독은 현역 시절 국내 최고의 슈터로 불렸다. 당시로서는 190cm의 큰 신장임에도 정확하고 폭발적인 3점슛 능력을 겸비하고 있었다.

프로 통산 3점슛 성공개수가 1,669개로 역대 1위다. 2위인 주희정(1,136개)과도 500개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당분간 문 감독의 3점슛 기록은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만큼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슈터였다.

슛뿐만이 아니다. 멋진 리버스 덩크를 터뜨릴 만큼 그는 운동능력도 수준급이었다. 선수 말년에 39분여를 벤치에 앉아 있다 3점슛 한 방이 필요할 때 나가자마자 3점슛을 터뜨리는 그의 슈팅능력은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슛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현역 은퇴 후 그는 감독대행을 거쳐 2012-2013시즌 SK의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다. 부임 후 그는 부진에 빠져 있던 SK를 일으켜 세웠다. 그 동안 SK는 화려한 선수구성에 비해 매년 플레이오프에 탈락하며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비판을 들어 왔다. 그런 SK를 바꿔놓은 것이다.

부임 첫 시즌 그는 SK를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에 올려놓았다. 김선형이라는 새로운 스타를 발굴했고, ‘1가드 4포워드’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SK만의 색깔을 만들었다. 팬들을 즐겁게 하는 화려한 스포테인먼트와 화끈한 농구스타일이 맞물리며 SK는 일약 KBL 최고의 인기구단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염원했던 우승에는 2% 부족했다. 감독 첫 해 모비스에게 4:0으로 완패를 당했고, 2013-2014시즌 다시 한 번 4강 플레이오프에서 모비스에 무릎을 꿇었다. 2014-2015시즌에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전자랜드에 3:0으로 덜미를 잡히며 허무하게 시즌을 마치고 만다.

외국선수제도가 바뀌면서 애런 헤인즈, 코트니 심스와 함께할 수 없게 된 SK는 대대적인 개혁에 돌입했다. 주전포워드 박상오를 케이티로 트레이드하고, 이승준, 이동준, 이정석, 오용준 등 베테랑들을 대거 영입했다. 외국선수는 정통센터 데이비드 사이먼을 영입하며 기존과는 다른 팀 색깔을 예고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 했다. SK는 달라진 팀 색깔을 활용하지 못 하며 9위(20승 34패)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문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 한 것이다.

예상 못한 악재도 있었다. 팀의 중심 김선형이 불법스포츠도박 관련 제재로 초반 경기에 결장하면서 SK만의 농구를 할 수 없었던 것. 주축선수들의 연이은 부상도 발목을 잡았다.

문경은 감독은 지난 시즌을 어떻게 평가할까?

“많은 반성을 한 시즌이죠. 3년간 정규리그 우승도 하고, 플레이오프를 꾸준히 갔습니다. 3년 동안 외국선수 둘 모두를 재계약을 했고, 국내선수들의 특별한 이동도 없었죠. 지난 시즌은 자신감보다는 제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한 시즌이 아니었나 싶어요. 시즌을 좀 안일하게 시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막이 한 달 앞당겨졌고, 외국선수가 모두 바뀌었죠. 최부경도 입대를 했고요. 외국선수를 장/단신으로 가면서 제 자신도 대비가 부족했던 시즌이었던 것 같아요. 3년 동안 포워드 위주의 농구를 하다가 정통센터를 데려왔는데, 공수에 대한 전략, 전술이 부족했던 시즌인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애런 헤인즈를 위주로 한 포워드 농구를 했던 SK는 정통센터인 데이비드 사이먼을 데려오면서 빠른 속공보다는 지공을 활용한 포스트 농구를 했다. 기존 멤버인 최부경, 박상오가 빠진 공백을 다른 선수들이 메우지 못 한 탓도 있었다. 이러한 여러 부분이 맞물리면서 부진한 경기력을 보인 것.

“김선형이 대표팀으로 빠지면서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적었고, 돌아올 만 할 때 사이먼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7~8경기를 뛰지 못 하는 상황이었죠. 사이먼이 복귀할 땐 또 김민수가 부상을 당했고요. 그런 부분에 대한 대비책까지도 마련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 한 제 잘못이 크죠. 오용준, 이정석, 이승준, 이동준 등 경험 있는 선수들을 잘 녹아들게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 해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더 과감하게 했어야 하지 않나 싶죠.

문 감독은 새 시즌 팀 컬러를 잡는 중요한 결정인 외국선수 재계약에서도 사이먼을 잡지 않았다. 많은 팀들이 SK는 재계약을 하지 않겠냐는 예상을 했지만, 문 감독은 새로운 구상을 하기로 결정했다.

“고심 끝에 사이먼과 재계약을 하지 않게 됐는데, 정통 빅맨보다는 빠른 트랜지션이 가능한 선수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시즌 5라운드부터 이번 시즌 구상을 조금씩 했습니다. 그래서 잡은 것이 바로 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기본으로 하는 것입니다.”

▲모비스는 되고 왜 우린 안 되는가

SK는 비시즌을 맞아 선수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승준을 비롯해 김경언, 한상웅이 은퇴를 했다. 이승준은 지난 시즌 야심차게 영입을 했지만, 부상 여파로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 했다. 이번 시즌 FA를 맞은 이승준에게 다시 한 번 함께할 것을 제안했지만, 그는 끝내 코트를 떠났다. 박승리는 계약만료와 함께 국적취득이 이뤄지지 않으며 다음 시즌 함께하지 못 하게 됐다.

대신 보강도 있었다. 전자랜드와 트레이드를 통해 이대헌을 내주고 함준후를 얻어왔다. 오리온으로부터는 김민섭을 무상으로 트레이드했다. 둘 모두 스몰포워드다. SK는 박승리의 이탈로 3번 포지션이 약해졌다. 이러한 약점을 메우기 위한 선수 영입이다.

“3번 포지션에 대한 공백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어떻게 메울까 고민하다가 FA를 생각했는데, 샐러리캡 등 여건이 안 되더라고요. 최선의 선택이라고 봅니다. 함준후는 수비는 좋은 선수입니다. 부상만 없다면 좋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김민섭도 슈팅이 좋은 선수인데, 이번 비시즌 제 목표가 두 선수를 키우는 겁니다.”

문 감독은 예전부터 김선형, 변기훈, 최부경 등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데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SK를 지탱하는 선수들로 성장한 만큼 새로 가세한 함준후와 김민섭이 어느 정도의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박승리는 문 감독이 3년간 공들여 키운 선수이기도 하다. 문 감독은 박승리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전했다. “승리는 귀화시험을 봐야 합니다. 현재는 네덜란드 리그에서 뛰는 걸로 아는데, 승리도 애착을 가지고 키웠던 선수죠. 시간이 지나면 3번 포지션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가 될 자질이 있는데, 아쉽죠. 가장 큰 강점은 승부욕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시즌 감독 5년차에 접어든 문경은 감독. 그가 지도자로서 느끼는 고충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 전까지는 앞만 보고 갔던 것 같아요. 선배 감독들은 어떻게 하셨는지 조언도 많이 구했죠. 가장 큰 고민을 하는 건 순간순간마다의 선택이죠. 어떤 선택이든 감독으로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사이먼 선택도 그래요. 집사람이 그러더군요. 어려운 길을 가는 거 아니냐고요. 이 선택이 이번 시즌에 좋은 선택이었다고 평가되길 바래야죠. 만약 이승준, 이동준도 잘 했으면 평가가 달라졌을 겁니다. 박상오를 데려올 때 안 좋은 여론도 있었지만, 잘 해줬을 때 감독으로서 보람을 느끼기도 했죠.”

문경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SK는 모비스와 줄곧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왔다. 첫 해에 챔프전에서 만났고, 두 번째 해에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붙었다. 그 사이 정규리그 맞대결마다 SK와 모비스는 양보 없는 접전을 펼쳤다. 물론 최후의 승자는 모비스였을 만큼 문 감독과 SK에게 모비스와 유재학 감독은 넘어야 할 산이었다. 문 감독은 모비스와의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고 한다.

“유재학 감독님은 상대의 조그만 약점도 놓치지 않으시죠. 모비스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자신감을 심어주시는 것 같아요. 저도 연습할 때 모비스를 자주 예로 듭니다. 양동근, 함지훈이 외국선수와 2대2를 하면 다른 선수들은 자기가 찬스인지를 알고 있어요. 반면 우리는 김선형이 2대2를 하면 자리 비켜주는 생각만 하고 있죠. 그 생각 차이가 움직임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이해가 안 됐던 게 왜 우리는 문태종, 문태영을 막을 선수가 없을까 하는 거였죠. 모비스 선수들은 하거든요. 천대현 같은 선수들은 물고 뜯어가면서 막아내잖아요. 모비스가 함지훈, (커스버트)빅터 같은 크지 않은 선수들로 동부 같은 큰 팀과 높이 싸움을 대등하게 하는 것 등 선수들의 투지와 자신감이 대단한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은 저희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승의 날’에 초대받는 감독

문경은 감독이 처음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이슈가 됐던 것이 바로 ‘형님 리더십’이었다. 기존에 딱딱한 감독과 선수 관계가 아니라 형과 동생처럼 친근한 분위기를 형성해 팀을 이끈 것이다.

“제가 주희정, 김민수 같은 선수들이랑 함께 운동을 했는데, 엊그제 형이었다가 갑자기 감독처럼 굴면 거부감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선수들이 주말에 쉬고 월요일이 되면 빨리 체육관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감독, 코치 얼굴을 보고 싶게 하는 게 목표였죠. 단 지켜야 될 건 있었죠. 헤이해지지 않아야 하는 점이에요. 운동 시간 외에는 자유롭게 해주려고 했죠.”

그랬던 그가 올 해는 팀 운영에 있어 변화를 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부터는 좀 바꿔보려고 합니다. 주어진 틀과 약속 안에서는 자유를 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연습 때는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해요. 경기에서 단순히 김선형, 외국선수가 일대일로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하는 농구를 해보려고 합니다.”

문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팀의 모습을 문구로 만들어 숙소 이곳저곳에 붙여 놨다. 그 문구는 이랬다. “기본기를 바탕으로,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전원 공격/수비가 활발한 팀.” 이번 시즌 문 감독이 원하는 SK의 색깔이다.

SK는 젊고 혁신적인 팀 이미지에 맞게 발전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프런트들은 직접 NBA 경기를 관람하고 그들의 경기운영방식을 벤치마킹한다. SK는 10개 구단 중 가장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구단으로 꼽힌다. 문 감독 역시 NBA경기를 직접 보며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고 한다. 매년 비시즌이면 SK가 미국으로 기술훈련을 가는 것도 이러한 시도 중 하나다.

“미국연수를 가서 저 팀처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팀이 바로 오클라호마시티입니다. 그 때(2011-2012시즌)가 서부 우승했을 때인데, 오클라호마시티 경기를 보는 데 참 재밌더라고요. 정통빅맨 없이 빠른 농구를 펼치는 점이요. 제가 하고 싶은 농구가 미국대학농구 같은 스타일이거든요. 특정선수에 치우치지 않고 12명 전원이 다 참여하는 농구요.”

팀 체질 개선을 위해 문 감독은 간판스타인 김선형에게 이번 시즌 주장을 맡겼다고 한다. 위에 오용준, 이동준, 김민수, 이정석 등 고참들이 많음에도 김선형에게 주장을 맡긴 것은 그만큼 책임감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팬들이 좋아하는 농구도 좋지만, 이기는 방법을 아는 김선형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주장을 맡겼습니다. 선형이도 한 단계 더 도약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고요. 양동근처럼 중요할 때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선수, 이기는 농구를 할 줄 아는 선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선배 6명을 따로 불러서 이러한 저의 생각을 설명시키기도 했습니다.” 문 감독의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김선형. 이번 시즌 한 층 더 책임감을 짊어진 그의 모습이 기대된다.

이렇듯 야심차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문경은 감독. 그에게 지도자로서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선수 시절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지도자로서 그의 포부도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

“어느 감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가장 큰 목표는 플레이오프에서 우승을 해보는 거죠.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장수하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랙 포포비치 감독처럼요. 샌안토니오를 가봤는데, 거기선 정말 최고의 지지를 받고 있더군요. 우리 팀은 지방색이 진하진 않은데, 서울에 가면 ‘SK 문경은 감독’이라고 떠오르게 하고 싶어요. SK 하면 ‘플레이오프 단골팀’이라는 이미지도 심어주고 싶죠. 임근배 감독님 인터뷰를 보고 저도 공감이 된 부분이 많았는데, 단순히 감독이 아닌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스승의 날에 초대를 받을 수 있는 그런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웃음).”

#사진 - 유용우 기자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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