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의 THE COACH] 유도훈 감독 “1억짜리 선수, 5억으로 만들고파”

곽현 / 기사승인 : 2016-05-16 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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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곽현 기자] 프로농구 감독이 짊어지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야 하고, 성적으로 팀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선 오직 성적으로 감독의 능력을 평가하곤 한다.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이기면 선수 덕, 지면 감독 탓이라고들 한다.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감독이란 자리는 그만큼 고독하고 쓸쓸하다. 이번 코너에서는 프로농구를 이끌고 있는 감독들을 만나 그들의 애환, 지도자로서의 신념에 대해 들어보려 한다. 첫 번째 김진 감독에 이어 2번째 주인공은 인천 전자랜드의 유도훈(49)감독이다.


▲끈끈한 조직력의 팀 전자랜드
프로농구 ‘전자랜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떠한가? 화려하진 않지만 끈끈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의 팀’이란 인식이 강하다. 화려한 슈퍼스타는 없지만,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조직력이 상당하다.


전자랜드는 최근 몇 년간 늘 저평가를 받아왔다. 플레이오프 진출 후보에서 늘 제외됐다. 하지만 2010-2011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이러한 평가를 무색케 했다. 비록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친 점은 아쉽지만 말이다.


그런 전자랜드를 이끄는 유도훈 감독은 코트 위에서 늘 강인한 모습으로 선수들을 이끈다. 농구계에서는 전자랜드의 훈련양이 상당하다고들 한다. 그만큼 강한 훈련으로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도훈 감독은 아쉬움이 있다. 아직까지 감독으로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 했다며 말이다.


“전자랜드에 온지 7년이 됐지만, 아직 우승을 못 해본 게 아쉽다. 하지만 지금까지 선발한 선수들이 한 단계 발전하고 자기계발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반대로 감독 생활을 하면서 기회를 많이 못 줘서 미안한 선수들도 있다. 프로는 팬들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우승을 해서 팬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늘 가지고 있다.”


유 감독이 언급했듯 전자랜드는 팬들과의 관계를 끔찍이 중시하는 구단이다. 비시즌 팬과 만나는 행사를 가장 많이 하는 구단이다. 선수들은 학교를 찾아 클리닉을 갖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보통 이러한 행사의 경우 선수단만 가는 경우가 많은데, 유 감독은 직접 현장을 찾아 팬들과 소통한다.


“당연히 하는 거다. 팬이 없으면 프로가 없다. 찾아다니면서 인사를 하고, 내외부 적으로 농구단을 자꾸 알려야 한다. 전자랜드 임직원이 노력을 해서 우리 농구단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 그런 것도 알아야 농구를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프로선수라면 자신이 왜 농구를 해야 하는지,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 목적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유 감독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선수들에게 프로선수로서의 마인드를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이다.



▲포웰과 아이들, 기적을 이루다
최근 전자랜드가 가장 많이 언급됐던 시기는 바로 2014-2015시즌이 아닐까 싶다. 정규리그 6위로 어렵게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전자랜드는 6강에서 SK를 상대로 3-0 스윕을 이루고 4강에서 동부와 만나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펼쳤다. 비록 챔프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당시 전자랜드가 보여준 투혼은 감동으로 남아 있다.


“감독 하면서 그 때 시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동부를 이겼으면 챔프전에 가는 건데…. 아쉽고 기억에 남는다. (정)영삼이는 부상을 참고 했고, (이)현호, (차)바위, (정)효근이 등 선수들이 부딪히면서 많이 배우고 늘었다. 선수들이 한계를 뛰어넘고 성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당시 전자랜드의 리더는 외국선수 리카르도 포웰이었다. 전자랜드에서만 4번째 시즌을 뛴 포웰은 국내선수 못지않은 리더십과 친화력으로 팀을 잘 이끌어줬다. 포웰과 국내선수들의 끈끈한 팀워크는 이전에는 없던 색다른 매력으로 팬들에게 어필했다.


“사실 포웰 컨트롤 하느라 애를 많이 먹기도 했다(웃음). 근데 갠 진짜 프로다. 몸 관리를 정말 철저히 한다. 경기 전 훈련하는 것도 포웰이 국내선수들에게 전파했다. 국내 빅맨이 없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잘 해줬다. 아쉽게도 한계는 좀 있었다. 선수들과의 조화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그러한 조화에 초점을 맞춰 팀을 꾸릴 생각이다.”


▲“단테 존스 집에 가!”
유 감독은 선수 시절 현대(現KCC) 한 팀에서만 뛰었다. 유 감독의 신장은 173cm. 당시 국내 최단신 가드였고, 체격도 호리호리했다. 하지만 그는 독종이었다. 때문에 당당히 팀의 주전가드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키는 작지만 악바리 같은 수비와 안정적인 경기운영, 정확한 외곽슛이 돋보였다.


“키는 작았는데, 뛰는 건 잘 했다. 뛰는 훈련을 하면 늘 1등으로 들어왔다. 예전엔 키가 작거나 핸디캡이 있어도 열심히 하면 먹고 살만 했다. 근데 지금은 열심히만 해선 못 산다. 잘 해야 한다. 나 또한 감독으로서 노력을 해야 한다. 뭔가를 만들어내서 보여주고 잘 해야 한다. 지금은 농구가 힘과 높이가 있어야 기술발휘를 하기 좋다. 선수들도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그가 처음 지도자 데뷔를 했던 시기는 2006-2007시즌 안양 KT&G(現KGC인삼공사)시절이었다. 그는 감독 초년병 시절을 어떻게 기억할까?


“김동광 감독님이 물러나시고 시즌 중간에 들어갔다. 주희정, 양희승 등이 있을 때인데, 첫 시즌은 정신없이 했다. 가까스로 6강은 갔던 것 같다.”



당시 KT&G는 외국선수 단테 존스로 대변되던 팀이었다. 2004-2005시즌 15연승을 이끌며 안양명예시민 자격까지 얻은 존스였지만, 당시는 무리한 플레이로 팀워크를 해치는 경우가 많았다.


“플레이오프 1차전 때 존스가 경기 중에 잘 안 풀린다고 공을 발로 뻥 찼다. 화가 나서 집에 가라고 했더니 다음 날 새벽까지 쫓아와서 사정을 하더라. 한 번만 기회를 달라며 말이다. 내가 아는 단테는 턴어라운드슛이랑 블록슛을 잘 하는 선수인데, 넌 지금 3점만 던지려고 한다고 했다. 예전 플레이가 안 나온다는 것이다. 존스가 반성을 했는지 2차전 땐 기가 막히게 잘 했다. 비록 지긴 했지만, 달라진 모습을 봐서 기뻤다. 작별하면서 넌 대단한 선수다라고 말을 해줬다.”



단테 존스는 마지막 2차전에서 31점 9리바운드로 활약했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유도훈 감독의 주문을 따라준 것이다.


▲선수 영입과 자기 계발
유 감독이 인터뷰 때면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가 있다. 바로 ‘자기 계발’이다. 그는 선수들에게 자기 계발을 강조한다. 프로에서 자신의 기량을 업그레이드시켜 가치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팀 전력이 강해지기 위해선 선수들의 기량을 키우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의 방법은 바로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데 있다. 전자랜드는 그 동안 선수 영입에 있어 재미를 보지 못 했다.


드래프트에서는 비교적 운이 좋지 못 했다. 황금드래프트라고 불리던 때에는 늘 순번이 낮았다. 1~4순위 1장, 5~8순위 1장을 가지고 있던 2007년 드래프트에선 4, 8순위가 나오는 극악의 운빨(?)이 나오기도 했다.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도 전자랜드는 드래프트 운이 없다는 말이 많다. FA 영입에서도 그 동안 재미를 보지 못 했다.


전자랜드도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오세근이 나오던 해에는 팔공산에 올라 108배를 하기도 했고, 드래프트 날 테이블보를 가장 먼저 깔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드래프트장을 찾기도 했다.


“재작년에 3순위(정효근)를 뽑고, 작년에 2순위(한희원)를 뽑았다. 그랬으니까 이번엔 1순위가 나오지 않을까?(웃음). 사실 어떤 선수를 뽑든 팀에 잘 녹아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시즌에 외국선수 선발은 내 실수가 있었다. 국내선수든 외국선수든 서로 호흡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올 해 신인드래프트는 이종현, 최준용, 강상재 등 국가대표 3인방이 나온다. 전자랜드로선 이번 신인드래프트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전력상승의 가장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선수층이 좋지 않으면 결국 기존 선수를 발전시켜야 하는 방법밖에 없다. 유 감독이 선수들에게 전하는 자기 계발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어느 조직이든 색깔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좋은 선수가 되겠다는 인생관이 있어야 한다. 전자랜드라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목표를 높게 잡았으면 한다. KBL에서 자기 능력이 몇 위 정도 되는지 생각하고, 좀 더 랭킹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5억짜리 선수를 데려오는 것보다 1억짜리 선수를 5억짜리로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관리도 해주고, 해외훈련도 보내줬는데, 지금까지는 내가 부족해서 성과가 안 나왔던 것 같다. 이제는 성과가 나올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올 해는 어떻게든 변화를 주려고 한다.”


그는 선수와 지도자 시절을 보내면서 노력으로 한계를 극복한 선수들을 많이 봤다고 전했다. “선수 시절 때는 추승균 감독이 기억에 남는다. 추 감독이 처음 프로에 왔을 땐 수비수였다. 그러다 3점슛을 장착하고 투맨 게임도 점점 좋아졌다. 처음에 SK (로데릭)하니발이랑 붙었는데, 추 감독이 비쩍 말라서 상대가 안 됐다. 그걸 반 개월 만에 몸을 불려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더라. 주희정은 연습량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내가 일부러 개인미팅 하면서 연습량을 줄여줄 정도였다.”


전자랜드는 비시즌 훈련을 가장 일찍 하는 구단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노력 없는 결과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말로 전자랜드의 훈련은 강할까?


“우리 훈련양이 많다고 소문이 난 것 같은데, 사실 내가 선수들을 만나는 건 2~3시간 정도다. 나머지는 코치들과 훈련하고, 본인들이 개인훈련을 하는 시간이다. 개인적으로 자기계발 할 시간을 많이 준다고 생각한다. 결국 본인이 느껴서 해야 한다. 그냥 시킨다고 되는 건 아니다.”


코트 위에서 유 감독은 선수들을 강하게 이끌고 때론 따끔하게 질책하기도 한다. 심판에 대한 항의도 많은 감독 중 하나다. 열정도 선수들 못지 않다. 감독인 본인이 먼저 삭발을 하고 경기에 나설 때도 있다. 그러다보니 늘 카리스마 있는 감독이라는 인상을 준다.


“우리 팀 색깔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농구다. 사실 슛이 안 들어가거나 패스미스 같은 건 질책하지 않는다. 경기에 집중하지 않거나 기본적인 플레이를 하지 않을 때 뭐라고 하는 편이다. 지도나는 카멜레온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트 안팎이 달라야 한다. 팬들에게 최고, 최선의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서 끝까지 집중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도 줘야 한다. 밖에서 볼 땐 좀 강해보일 수 있는데, 선수들 사기도 올려주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로 전자랜드를 ‘근성 있는 팀’으로 각인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유 감독은 이제 좀 더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들을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우승하고 싶다. 성적도 중요하고 팬들에게 사랑받는 것도 중요하다. 열심히 선수를 키우고 만들면서 과정을 잘 가져가면 자연스레 결과도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사진 - 유용우, 한명석 기자,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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