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민욱 칼럼니스트] 한때 국제농구 무대를 호령하던 아르헨티나 남자농구대표팀은 요즘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의 포효와 달리, 2014년 월드컵에서는 11위에 그쳤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제 아르헨티나의 시대도 저물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마누 지노빌리, 파블로 프리지오니 등 아르헨티나 남자농구 황금세대를 주도했던 인재들이 빠지고, 루이스 스콜라와 안드레스 노시오니 등도 30대 중반에 접어든 만큼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세르히오 에르난데스 감독은 실망하지 않았다. 과감히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난국을 돌파하고자 했다. 1990년생이 7명이나 포함된 최종 로스터를 구성, 아메리카 챔피언십에 출전한 것이다. 그 중 7명 중에는 아르헨티나에서 뛰는 선수도 4명 있었지만, 미국 유학파 1명과 유럽 진출 선수 2명도 있었다. 이들의 과제는 단 하나. ‘빛나는 것’이 아니라, ‘형님들’이 잘 버틸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과제는 성공적이었다. 스콜라와 노시오니는 생각보다 편히 대회를 치를 수 있었고, 아르헨티나도 명성 과시에 성공했다. ‘저물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
스티브 내쉬가 단장으로 나서면서 NBA선수들을 대거 출전시킨 캐나다 대표팀도, 구스타보 아욘(208cm, 포워드)과 J.J 바레아(180cm, 가드)가 버틴 푸에르토리코 대표팀도 아르헨티나에게 무릎을 꿇었다. 비록 아르헨티나는 베네수엘라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애초 결승은 기대도 못했던 터라 대회 내내 보인 이들의 행보는 대단히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르헨티나는 그렇게 2016 리우올림픽 무대에도 서게 됐다. 4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달성한 것이다. (2004년 금메달, 2008년 동메달, 2012년 4위)
아르헨티나 팬들은 형들을 도와 큰 성과를 낸 1990년대생 ‘신 황금세대’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점프볼에서는 제2의 지노빌리, 제2의 스콜라를 꿈꾸는 아르헨티나 새싹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보았다.
스페인 리거
파쿤도 캄파쪼(180cm, 가드)
니콜라스 라프로비톨라(188cm, 가드)
1991년생인 파쿤도 캄파쪼(180cm, 가드)와 1990년생인 니콜라스 라프로비톨라(188cm, 가드)는 현재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1990년생들 중에서는 그래도 국제경험이 많은 축에 속한다. 캄파쪼는 2012년 런던올림픽부터 2015 FIBA 아메리카 챔피언십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성인 국가대표팀에 뽑히고 있다. 라프로비톨라는 2012년 남아메리카 챔피언십에 처음으로 대표팀에 선발된 이후 2014 월드컵과 피바 아메리카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 캄파쪼의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J69yAI2bfgU
‣ 라프로비톨라의 캐나다전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UUYj2XoJDU
만 17세였던 2008년부터 마르델플라타를 연고로 하고 있는 페냐롤(Peñarol)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캄파쪼는 아르헨티나 리그의 대표 유망주였다. 그가 뛸 당시 페냐롤은 아르헨티나 리그 최강팀이었다. 3연패와 함께 자국리그 우승만 4번 차지했고,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중요한 컵 대회인 토네오 슈퍼 8 토너먼트(Torneo Súper 8)에서도 3번(2009, 2011, 2013)우승을 했다. 캄파쪼는 기량발전상(2012년)과 파이널 MVP(2012, 2014년)에 올랐다.
‣ 캄파쪼의 아르헨티나 리그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szK8imcK_1c
캄파쪼는 이후 유럽리그 진출을 모색했고, 결국 스페인 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그 팀이 바로 레알 마드리드였다. 캄파쪼는 2014년 8월 30일, 레알과 3년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2014-2015시즌 레알은 트리플 크라운(스페인리그, 코파 델 레이, 유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유럽프로농구 최강팀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캄파쪼는 유럽리그에서의 첫 시즌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간간이 번뜩이는 플레이를 경기에서 보여주기는 했으나,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레알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출장시간(스페인리그 평균 12.2분, 유로리그 평균 8.6분)도 길지 않았다. 그리고 2014-2015시즌 스페인리그 플레이오 최종 로스터에서 제외되는 아픔까지 겪는다.
2015년 8월 20일에는 결국 레알에서 우캄 무르시아(Ucam Murcia)로 임대되기에 이른다. 무르시아는 2014-2015시즌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하울 네토(188cm, 가드)가 NBA 유타 재즈로 가면서 포인트가드 전력 보강이 필요한 상태였다.
현재까지 무르시아 임대 행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캄파쪼는 정규시즌 27경기 기준으로 평균 26.0분을 뛰면서 12.0점 4.9어시스트를 기록, 팀의 중심으로 올라선 모습이다.
최근에는 캄파쪼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브라질 출신의 핵심멤버, 어거스토 리마(208cm, 포워드/센터)가 레알로 이적했기 때문. 참고로 현재 무르시아는 정규시즌 22라운드까지 7위(11승 11패)에 올라있기 때문에 스페인리그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려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벤치에서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이 잘 어울리는 캄파쪼는 시야가 무척 넓다. 패스에 있어서는 안정감과 화려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슛을 남발하는 경향도 있지만 슛 능력이 없지는 않다. 경기 성향은 화끈하다. 캄파쪼는 ‘신나는 빠른 농구’의 판이 깔리면 더 잘한다.
캄파쪼는 매사에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다. 어떤 상대를 만나든 주저함이 없으며 담력도 좋아 강팀과의 경기에서도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다. 픽 플레이와 세트 오펜스를 풀어내는 능력도 아주 못 봐줄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약점도 확실하다. 작은 신장(180cm) 때문에 수비에서 단점이 많이 드러난다. 그리고 무리한 플레이도 자주 펼치면서 팀의 흐름을 끊어먹는 약점도 존재한다. 그래서 중심을 잡아주지 않으면 양날의 검으로 전락한다. 또한 자신을 중심으로 경기가 돌아갈 때 위력을 발휘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중요한 대표팀 경기에서는 자제의 인내심이 요구된다.
라프로비톨라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연고로 하고 있는 아틀레티코 라누스(Atlético Lanús)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이때가 2007년, 그의 나이 만 17세 때였다. 라프로비톨라에게는 2012-2013시즌이 절정기였다. 라누스를 파이널에 진출시켰다. 4강에서는 캄파쪼가 이끄는 페냐롤과 만났는데, 평균 16.8득점을 올리면서 시리즈 승리(3승 2패)를 주도했다.
하지만 라누스는 파이널에서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한 채 코리엔테스에게 0승 4패로 진다. 이후 라프로비톨라는 브라질리그(NBB)의 플라멩고에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플라멩고는 2014-2015시즌까지 브라질리그에서 총 4번의 우승을 차지한 강팀이다. 최근 그들은 NBA와의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4년과 2015년에 플라멩고는 멤피스 그리즐리스, 올랜도 매직, 피닉스 선즈와 시범경기를 가졌다.)
플라멩고에서 라프로비톨라는 팀의 핵심 선수로 2연패(2013-2014, 2014-2015)에 크게 공헌하며 2015년 여름 유럽으로 행선지를 옮긴다. 그의 첫 유럽리그 팀은 바로 리투아니아를 대표하는 강팀인 례트보스 리타스(Lietuvos Rytas)였다.
2015-2016시즌, 리타스에서 출전한 유로컵과 리투아니아리그(LKL)에서 그는 모두 두 자리 수 평균 득점을 기록했다. 리타스가 유로컵에서 탈락한 이후 라프로비톨라는 2015년의 마지막 날(12월 31일) 스페인리그의 모비스타 에스뚜디엔떼스(Movistar Estudiantes)로 이적했다(계약기간은 2017년 6월까지이다.).
‣ 리타스에서의 라프로비톨라의 활약상.
https://www.youtube.com/watch?v=XhNkm-PzhXU
캄파쪼와는 달리 라프로비톨라가 경기를 풀어나가는 성향은 차분하고 냉정하다. 게임운영 능력이 좋아 리딩 가드로서의 역량은 확실히 캄파쪼보다는 낫다. 그리고 경기에서 언제든지 고득점이 가능할 정도로 공격 루트도 다양하다. 문제는 수비력이다. 수비 센스는 좋은 편이나 전체적인 수비력은 좋다고 보기는 힘들다. 운동능력이 좋은 가드에게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어 이와 같은 유형의 가드들을 상대할 때 라프로비톨라를 코트에 오래 세워두기에는 껄끄럽다.
아르헨티나 4강 신화의 주인공
파트리시오 가리노(198cm, 가드 겸 포워드)
2011년 FIBA 세계 U19 선수권 대회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는 다리오 사리치(208cm, 포워드)와 마리오 헤조냐(203cm, 포워드)가 있던 크로아티아를 81-76으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아르헨티나가 세계 U19 선수권 대회에서 4강안에 든 것은 1999년 포르투갈에서 열린 세계 U19 선수권 대회 이후 12년만이었다. 4강전 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도 패배(71-76)했지만 잘 싸웠다(아르헨티나는 이후 3-4위전에서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72-77로 패배하며 4위로 대회를 끝마쳤다.).
그리고 당시 경기에서 크로아티아의 사리치(24점 9리바운드)에 맞서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21점 8리바운드)을 한 유망주가 바로 1993년생 파트리시오 가리노(198cm, 가드/포워드)였다.
※ 1999년 세계 U19 선수권 대회가 파우 가솔(216cm, 센터)과 후안 까를로스 나바로(193cm, 가드)가 이끄는 스페인 U19 대표팀이 결승에서 미국을 꺾고 ‘골든보이즈의 존재감’을 보인 대회였다. 당시 스페인 대표팀의 에이스는 파우가 아니라 나바로였다. 라울 로페즈(185cm, 가드)와 펠리페 레이예스(205cm, 포워드)도 당시 골든보이즈의 한 축이었다. 대회 MVP에는 러시아의 농구천재였던 안드레이 키릴렌코(205cm, 포워드)가 선정되었다.
‘축구의 나라’ 아르헨티나에서 가리노는 도대체 어떻게 농구를 배우게 되었을까? 2015년 12월 22일 슬램 온라인닷컴(http://www.slamonline.com/)에 올라온 기사는 그와 관련된 (?) 정답을 말해줬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4시간 거리에 있는 마르델플라타에서 자란 가리노는 동네 친구들과 ‘국민스포츠’ 축구를 즐겨했다. 키가 컸던 가리노는 골키퍼를 맡았다. 하지만 2번째 축구 경기를 경험했을 때 가리노는 다른 아이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나서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 그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농구 선수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고(?)가 가리노라는 농구선수를 만들어준 것 같다. 가리노가 처음 아르헨티나 청소년 대표팀에 발탁된 시기는 2009년 아메리카 U16 선수권 대회였다.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세계 U17 선수권 대회에서는 미국과의 조별리그(A조) 첫 경기에서 14점(필드골 5/12 3점 2/5) 6리바운드 3어시스트 3스틸 2블록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의 선전을 이끌었다.
아르헨티나는 이 날 브레들리 빌(196cm, 가드) 안드레 드루먼드(211cm, 센터) 마이클 키드 길크리스트(201cm, 포워드)가 있는 미국에게 70-82로 졌지만 점수차에서 보여진 것처럼 미국을 막판까지 고생시켰다. 그 정도로 가리노의 미국전 활약은 대단했다. 가리노는 대한민국과도 당시 인연이 있었다. 9-12위 결정전에서 16점(필드골 6/12 3점 2/4 자유투 2/5) 7리바운드 5어시스트 6스틸 3블록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가 대한민국에게 90-77로 이기는 데 크게 공헌했다.
U17 대회가 끝나고 가리노는 미국으로의 농구 유학을 결정한다. 그가 입학한 학교는 몬트버디 아카데미(Montverde Academy)였다. 가리노가 활약할 당시 몬트버디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강팀이었다. 다만 팀 내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는 가리노가 아니었다. 바로 현재 플로리다 대학에서 뛰고 있는 3학년 케이시 힐(185cm, 가드)이 더 대단한 실력자였고 팀의 중심이었다. 힐은 후에 맥도널드 올 어메리칸에도 선발된, 당시 전미 최고의 가드였다. 그리고 힐보다 한 해 먼저 플로리다 대학에 입학한 가리노의 동기인 마이클 프래지어(193cm, 가드)도 잘했다.
이들이 있던 몬트버디는 2012년 ESPN에서 주최하는 전미고교초청 챔피언십 게임(ESPN RISE National High School Invitational Championship Game)에 초청을 받아 결승에 진출했다. 몬트버디의 상대는 바로 앤서니 베넷(203cm, 포워드)과 이탈리아 출신의 장신가드 아마데오 델라 발레(196cm, 가드) 그리고 브랜던 애슐리(206cm, 포워드)가 이끌던 핀들레이 프렙 스쿨(Findlay Prep school). 가리노는 이날 20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하며 힐(23점) 다음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지만, 연장 끝에 진 팀의 패배(83-86)를 막을 수 없었다.
이후 가리노는 A-10 컨퍼런스에 진출했다. 1부 대학인 조지워싱턴에 입학한 것이다. 1학년 때부터 이미 가리노는 주전 자리를 꿰차며 올 시즌까지 4시즌동안 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루키 시즌만 빼고 올 시즌까지 꾸준히 두 자리 평균 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에도 재능이 있음을 증명해냈다. 조지워싱턴 대학은 이번 시즌 NIT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렇게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리노지만 역시 그의 생애를 통틀어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2015년 아메리카 챔피언십이 아닐까 싶다.
가리노의 아메리카 챔피언십 첫 경기는 2015년 8월 31일 푸에르토리코 전이었다. 긴장했을 법도 하지만 가리노는 이 날 경기에서 대형 사고를 친다. 주전으로 33분간 출장하며 19점(필드골 6/7, 3점 2/2, 자유투 5/5), 3리바운드, 1어시스트, 3스틸, 2블록을 기록하며 공수에서 활약하며 팀 승리에 큰 도움을 준 것이다.
‣ 푸에르토리코와의 경기에서 19점을 기록한 가리노
https://www.youtube.com/watch?v=v0rUWzisGB4
‣ 캄파쪼의 패스를 받은 가리노의 화끈한 덩크슛
https://www.youtube.com/watch?v=jEDOPvEPok8
가리노는 기복이 매우 심했지만, 아메리카 챔피언십이 처음인 선수치고는 괜찮은 활약을 보여줬다. 헤르난데스 감독도 가리노의 가능성을 크게 생각하며 현재 대표팀에서 가리노를 많이 밀어주고 있다.
가리노는 운동능력이 좋고 3점슛 능력도 가지고 있다. 1-1 돌파 능력도 생각보다 준수한 편. 수비력은 3번의 A-10 컨퍼런스 올 디펜시브 팀 선발 경력이 잘 말해주고 있다. 최소한 A-10 컨퍼런스 안에 있는 웬만한 매치업들을 상대로는 스위치가 되더라도 수비 대응이 가능했다.
하지만 상대 수비에게 간파당하기 쉬운 정직한(?) 공격 옵션이 많다. 그리고 자유투 집중력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 앞으로 가리노가 큰 선수가 되려면 이 약점들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아르헨티나리그(LNB)의 토종들
1992년생 마르코스 딜리아(209cm, 센터)
1993년생 니콜라스 브루시노(201cm, 가드 겸 포워드)
지금 소개할 마르코스 딜리아(209cm, 센터)와 니콜라스 브루시노(201cm, 가드 겸 포워드)는 스페인리그에 있는 캄파쪼나 라프로비톨라 그리고 NCAA에 있는 가리노에 비해서 덜 알려져 있는 면이 있다. 상대적으로 농구 미디어가 발달한 유럽이나 NCAA보다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리그(LNB)에서 활약하기 때문.
그렇다고 이들이 실력 없는 듣보잡(?)들은 아니다. 이들이 만약 대표팀에 다시 발탁된다면 헤르난데스 감독이 중요한 경기에서도 크게 중용할 가능성이 큰 자원들이다.
1992년생인 딜리아는 파브리시오 오베르토 이후 오랜만에 나온 장신(?) 센터다. 2011년 세계 U19 선수권 대회에 출전했고, 당시 팀의 에이스였던 가리노와 함께 4강 진출에 큰 공을 세웠다. 공수에서 U19 대표팀의 골밑을 든든하게 지켰던 딜리아는 평균 10.8점(필드골 성공률 44.9% 자유투 45%) 7.8리바운드를 기록했고, 보그단 보그다노비치(198cm, 가드/포워드)가 있던 세르비아와의 4강전에서는 37분간 출전하여 19점(필드골 9/15) 10리바운드(2 공격리바운드) 2블록을 기록하며 대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딜리아는 이때의 활약을 발판으로 2012년 미국과 세계 유망주들이 후프서밋(Hoopsummit)의 ‘월드팀’ 선수로도 나섰다. 당시 월드팀서 함께 손발을 맞춘 선수들로는 앤드류 위긴스(203cm, 포워드), 왕 저린(213cm, 센터), 앤써니 베넷(203cm, 포워드), 다리오 사리치(208cm, 포워드) 등이 있었는데, 딜리아는 12분 28초간 코트를 밟으며 4점(필드골 2/5) 7리바운드(4 공격 리바운드) 1스틸 1블록을 기록했다. 월드팀에 맞서는 미국팀에는 카일 앤더슨(203cm, 포워드)과 너렌스 노엘(211cm, 센터), 게리 해리스(193cm, 가드), 샤바즈 무하메드(198cm, 포워드), 미치 맥게리(208cm, 포워드)등이 있었다. 경기는 84-75로 월드 팀이 이겼다.
이렇게 국제대회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는 딜리아를 아르헨티나 성인 대표팀에서도 가만 둘리 없었다. 2013년 아메리카 챔피언십부터 딜리아는 본격적으로 팀에서 중용받기 시작한다. 평균 12.4분을 뛰며 6.2점 2.3리바운드 0.7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이 대회에서 아르헨티나는 3위에 오르며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다. 2015년 아메리카 챔피언십에서도 그 활약은 볼 만 했다. 기록은 고작 평균 3.9점 2.4리바운드 0.7어시스트로 언뜻 보기에는 초라했지만, 멕시코와의 4강을 비롯해 중요한 경기에서는 딜리아가 중용되었다. 딜리아는 멕시코와의 2경기와 베네주엘라와의 결승전에서는 경기당 출장시간이 16.6분으로 평균 출장시간(12분)보다 길었으며 평균 득점은 6.6점을 기록했다.
딜리아는 튀지는 않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 골밑에는 꼭 필요한 빅맨이다. 특히 스콜라의 공수 부담을 덜어주기에는 (최소한 현재까지는) 이만한 자원을 자국 내에서 찾기가 힘들다. 기동력이 괜찮아 속공 가담도 적극적이다. 어떤 방향을 돌든 피벗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양손 훅-슛 능력이 있고 몸도 유연하다.
뿐만 아니라 활동 영역도 넓다. 하이 포스트까지 올라와서 다른 팀원들에게 질 좋은 패스를 찔러주는 능력이 좋다. 리바운드 시 박스아웃에도 충실하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수비력에 있다. 이 점이 앞으로도 대표팀에서 계속 좋아질 경우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 스콜라의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줄 가능성이 크다.
딜리아는 좋은 사이드 스텝을 바탕으로 상대 매치업의 움직임을 쫓아가는 데 능하며 센스도 좋다. 스틸과 블록슛 같이 ‘반칙 위험이 있는 수비’ 보다는 좋은 위치 선정을 이용하여 상대팀 공격을 막아내고 상대 슛도 제대로 컨테스트 할 줄 아는 ‘지능형 수비’ 에 더 강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자유투 성공률을 높일 필요가 있으며, 힘이 좋은 빅맨 수비에는 약간 취약하다. 그래서 수비에서는 힘 있는 5번(센터)이 있는 팀과 맞붙을 경우 4번(파워포워드) 수비 쪽에 딜리아를 활용하는 게 좋은 작전일 수 있다.
2010-2011시즌 보카 주니어스(Boca Juniors)에서 본격적으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딜리아는 2014년 오프시즌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를 연고로 하고 있는 오브라스 바스켓(Obras Basket)으로 이적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 보카 주니어스 시절 딜리아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yg60aEegI-c
오브라스에서 딜리아는 팀의 핵심 센터로 2년 연속 두 자리 평균 득점을 기록 중이며 경기당 평균 출장시간도 10분대에서 20분대로 늘어났을 정도로 팀에서 중요 선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중이다.
페냐롤 소속의 1993년생 니콜라스 브루시노(201cm, 가드 겸 포워드)는 분명 10대 시절 자국에서 유망주이기는 했으나 가리노나 델리아처럼 초특급 엘리트(?)로 인정받던 인물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2014-2015시즌 아르헨티나 1부 리그(LNB) 레가타스 코리엔테스에서 진면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는 평균 9.4점을 기록하며 괜찮은 활약을 보여주었고 덕분에 2015년에는 아르헨티나 성인 대표팀에 생애 처음으로 승선했다.
브루시노가 본격적으로 눈도장을 찍은 것은 2015년 7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팬 아메리카 게임(Pan American Games)부터였다.
조별리그( B조)경기였던 도미니카 전에서 그는 23분간 21점(3점슛 6/11 자유투 3/6)을 기록하며 팀의 80-70, 10점차 승리에 도움을 주기 시작하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실질적인 대표팀의 ‘본 경기’ 인 아메리카 챔피언십에서 브루시노는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자원은 아니었다. 전 경기에 출장한 것도 아니었고(4경기 출장) 평균 출장시간이 8분일 정도로 대표팀의 중요 선수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리우올림픽 본선에서는 대표팀 내의 그의 위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 페냐롤로 이적한 뒤 2015-2016시즌, 아르헨티나 1부 리그에 소속된 토종 선수들 중에서는 단연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NBA 팀이 그의 농구 재능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그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NBA 팀은 필라델피아 76ers다. 2015년 12월 15일 아르헨티나 언론 ‘푼토노티아스’에는 브루시노의 소속팀인 페나롤과 보카 주니어스 전에 직접 필라델피아 스카우트가 찾아와서 경기를 관전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아무리 최근 NBA의 스카우팅 수준이 발달했다고 해도 유럽에 비해서 시장성과 접근성 그리고 전체적인 수준에서 차이가 있는 아르헨티나 1부 리그 경기를 NBA 스카우트가 보러 오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브루시노는 슛 릴리즈가 매우 빠르다. 슛 거리도 길어 3점슛 라인 몇 발짝 뒤에서도 3점 슛을 성공시키는 장면도 종종 보여준다. 하지만 3점슛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 가치 있는 자원이라 볼 수 있다. 좋은 운동능력과 긴 팔, 다리를 이용한 1-1 돌파와 속공 가담과 볼 없을 때 시기적절한 움직임 등이 눈에 띈다. 자유투를 얻어내는 솜씨와 열린 시야로 팀원들에게 찔러주는 패스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단점도 있다. 포스트-업을 시도할 때 힘으로 밀고 들어가질 못하면 무너진 자세에서 턴어라운드 페이드 어웨이 슛을 자주 쏘는데, 이 페이드 어웨이 슛이 안 들어가는 날이 문제다. 수비에서도 블록슛과 스틸에 의존하는 플레이가 많아 순간적으로 반칙이 늘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힘도 더 키워야 한다.
그래도 브루시노는 잠재력이 풍부한 ‘아르헨티나 농구의 밝은 미래’ 임에는 틀림없다. 성장세에 있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 따라서 만약 이번 대표팀의 일원으로 최종적으로 살아남아서 경기에 출장한다면 우리가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농구 경기를 올림픽 본선에서 시청할 때 집중해서 지켜봐야 될 자원이다.
‣ 브루시노의 아르헨티나 리그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J9--YOnRJ6Y
# 사진=FIBA 제공, 리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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