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는 안 돼" KBL 편견에 도전하는 조 잭슨

곽현 / 기사승인 : 2016-03-22 02:26: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점프볼=곽현 기자] 프로농구 초창기 리그에는 언더사이즈빅맨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선두주자는 대전 현대 소속의 조니 맥도웰이었다. 맥도웰은 190.5cm라는 크지 않은 신장이었지만,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골밑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장단신으로 외국선수를 나눴던 당시 맥도웰은 단신선수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상위 라운드에 뽑힌 장신 외국선수보다 더 큰 활약을 보이며 현대를 2시즌 연속 우승에 올려놨다.


이후 각 팀들은 너도나도 맥도웰 같이 키는 작지만 힘 좋은 언더사이즈 빅맨을 선발했다. 당시는 작은 선수도 골밑에서 플레이 할 수 있는 선수가 팀 전력을 올리는데 보탬이 된다고 믿었다. 결국 농구는 높이싸움이기 때문이라며 말이다.


언더사이즈 빅맨들이 판을 치면서 기술이 좋고 주로 외곽에서 플레이하는 테크니션형 선수들은 점점 설자리를 잃었다. 제럴드 워커, 토니 매디슨, 래리 데이비스, 아도니스 조던, 알렉스 스케일, 앤트완 홀 등 이들은 화려한 플레이가 장점이었지만, 실속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을 들었다. 이후 가드 외국선수는 KBL에서 멸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 KBL에서 가드 외국선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혔다.


이번 시즌 16시즌 만에 외국선수를 장/단신으로 뽑도록 외국선수 제도가 변경됐다. KBL은 신장이 작은 테크니션형 선수들이 와서 볼거리를 제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컸지만, 과거처럼 또 언더사이즈 빅맨이 주를 이루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컸다.


그런 가운데 오리온은 10개 팀 중 유일하게 정통포인트가드인 조 잭슨을 선발해 화제가 됐다.


180cm에 불과한 잭슨은 1999년 SK에서 뛰었던 토니 러틀랜드 이후 16년 만에 등장한 포인트가드 외국선수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과연 잭슨이 KBL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부호가 달리는 것은 당연했다. 그 동안 가드 외국선수가 성공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잭슨은 예상대로(?) KBL 스타일에 고전했다. 팀플레이를 중시하고, 도움수비가 많은 KBL은 적응하기 어려운 리그다. 동부, 모비스 등 언더사이즈 빅맨을 선발한 팀들이 강세를 보이자 오리온의 선택이 잘못 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추일승 감독은 꾸준히 잭슨의 선전을 기다렸다. 선수 교체에 대한 고심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잭슨을 믿었다.


잭슨은 정규리그 중반부터 조금씩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유의 기술과 운동능력을 이용해 코트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기복은 있었지만, 긍정적인 변화였다.


애런 헤인즈와의 공존에 있어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잭슨은 완전체로 거듭났다.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모비스와의 경기에서도 제 몫을 해냈고, 양동근과의 대결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자신의 득점 뿐 아니라 동료까지 살리는 등 팀플레이까지 하게 된 것이다.


챔프전 상대는 정규리그 1위팀 KCC. 1차전을 진 오리온은 21일 달라진 각오로 2차전을 맞았다.


그리고 잭슨은 2차전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잭슨은 3쿼터 3점슛 3방을 연달아 꽂아 넣는 폭발력을 보였다. 점수차는 24점차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4쿼터 5분 김태홍 위로 엄청난 인유어페이스덩크를 터뜨리며 보는 이들을 열광시켰다. 승리를 확인하는 듯한 덩크였다.


이날 2쿼터 전태풍과 트래시토킹을 벌이며 평정심이 흔들린 잭슨이지만, 3쿼터 보기 좋게 플레이로 되갚는 모습이었다. 잭슨의 위력에 KCC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날 잭슨의 기록은 18점 9어시스트다.


챔프전이라는 큰 경기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잭슨이다. 이날 잭슨은 KCC의 수비를 어렵지 않게 공략했다.


안 될 거라고 했던 가드 외국선수의 활약. 잭슨은 멸종됐던 가드 외국선수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챔프전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잭슨이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면 외국선수 선발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 – 유용우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곽현 곽현

기자의 인기기사

JUMPBALL TV

오늘의 이슈

점프볼 연재

더보기

주요기사

더보기

JUMPBALL 매거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