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편집부]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가 대망의 챔피언결정전만을 남겨놓고 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시리즈를 앞두고, 지난 챔피언결정전의 주역들이 했던 이야기를 돌아봤다. 우승을 이끌었던 그들에게 과연 '우승'의 그 장면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 본 기사는 점프볼 매거진에 연재됐던 '잊을 수 없는 경기'에서 발췌, 요약한 것임을 알립니다.
1999년 겨울리그 챔피언결정전
정선민(현 KEB하나은행 코치)
죽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지금에 와서 하는 얘기지만, 나조차 팀 내에 몰랐던 선수가 더 많을 정도로 전력이 안 좋았다."
- 정선민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은 신세계에게 거둔 첫 우승이었다. 당시 정선민은 SK의 돌연 해체로 하루아침에 팀을 잃은 신세가 됐다. 그러나 WKBL에서 신세계를 창단시키면서 구제될 수 있었다. 당시 신세계는 한국화장품, 태평양 출신 위주로 선수를 구성했는데, 드래프트에서는 2순위로 정선민을 지명했다. 신생팀으로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와 달리, 신세계는 원년부터 파란을 일으켰다. 정규리그 2위에 이어 챔프전까지 진출했고, 한빛은행(현 우리은행)과의 챔프전은 단 2경기만에 마무리 했다. 정선민의 역할이 컸다. 정선민은 신세계가 빠르게 정상을 차지할 수 있던 원동력에 대해 묻자 "'꼴찌후보'라는 평가 때문에 선수들이 독기를 품었다. 다른 팀에 비해 훈련량이 2~3배 많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훈련을 소화했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한동안 부상으로 코트에 서지 못했던 정선민은 2000년 여름리그에 컴백해 팀의 2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이 시즌에 정선민은 트리플더블만 3번 작성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 "몸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다"라고 복귀하기까지의 과정을 회상한 정선민은 "우승을 했다는 기쁨도 컸지만, 무엇보다 코트를 뛰어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했다"라고 덧붙였다.
2002년 여름리그 챔피언결정전
나키아 샌포드(당시 현대)
나의 첫 팀, 잊지 못할 나의 첫 우승
"종료 버저가 울릴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 순간 돌아가신 할머니가 내 곁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 샌포드는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깊이 남는 시간을 바로 2002여름 챔피언 결정전이라고 했다. 당시 동료 전주원(우리은행 코치)과 김영옥(은퇴)과 함께 우승 드라마를 썼다. 상대는 삼성생명이었다. 첫 경기를 73-89로 졌지만 2~4차전을 내리 승리했다. 그 중 3차전은 2차 연장까지 가는 대접전이었다. 4차전에서 샌포드는 19득점 12리바운드 3어시스트 3블록으로 활약하며 마침내 팀에 승전보를 전했다. 샌포드가 한국에서의 첫 우승을 달성하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2002년 우승 뒤에는 샌포드의 아픔도 있었다. 샌포드는 2002 여름리그 챔피언결정전에 나설 때 마냥 경기를 즐길 수 없었다. 할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다. 이를 잊기 위해 샌포드는 더 이를 악물어야 했고, 흐트러지는 마음을 추스르는데 신경 써야 했다. 챔프전 경기가 있던 바로 그 날, 샌포드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들었다. 그녀는 "정말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경기가 있던 당일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알았다. 경기 전 기도를 하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경기에 나설 준비를 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에야 샌포드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2006년 여름리그 챔피언결정전
변연하(KB스타즈)
눈물로 뒤범벅된 우승
"양 팀 선수들이 우는 장면이 찍힌 사진을 보면, 어느 팀이 우승했는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서럽게 울었다."
- 2006년 여름리그 챔피언결정전 5차전을 돌아보며. 당시 국민은행(현 KB스타즈)을 만난 삼성생명은 2차전까지 이겼지만 3~4차전을 내리 지면서 리버스 스윕의 위기에 놓여 있었다. 4차전은 58-61로 졌는데 박정은의 결정적 실책으로 승기를 내줬다. 변연하는 그때 분위기에 대해 승기를 넘겨준 것. 경기종료 후 분위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침울했다. "초상집 분위기였다. 정은 언니는 밥도 못 먹을 정도였다. '오늘 지나면 괜찮을 거야'라며 동료들을 안심시켰지만, 다음날 아침 눈이 퉁퉁 부은 정은 언니를 보고 깜짝 놀랐다. 5차전이 백투백으로 열려 '경기를 제대로 뛸 수나 있을까?'란 걱정이 들 정도였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나 5차전까지 내주진 않았다. 총력전 끝에 60-52로 이기며 우승했다. 그간 수많은 우승을 경험한 삼성생명이었지만, 어느 때보다 극적인 우승이었던 만큼 선수들은 경기종료 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게다가 시즌을 앞두고 이미선이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아웃 되는 등 악재도 있었다.) 변연하는 이 경기에서 18득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로 맹활약, 데뷔 첫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품에 안았다.
이종애(당시 삼성생명)
욕심낸 선택, 그리고 우승
"마음고생이 심했던 상황에서 우승한 것이라 더 기뻤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승했다. 그 시간을 이겨낸 나 자신이 대견했다. 삼성도 오랜만의 우승이라 의미가 컸다."
- 변연하와 마찬가지로 이종애도 삼성생명의 2006년 여름리그 우승을 잊지 못했다. 이종애에게 이 시즌은 특별했다. 1998년부터 줄곧 몸담았던 우리은행을 떠나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거쳐, 그해 5월 삼성생명으로 이적한 것. 덕분에 삼성생명은 이전에 약점으로 지적됐던 파워포워드 자리를 보강할 수 있었다. 박정은, 변연하, 이미선 등 스타트리오를 보유했던 삼성생명은 2003 여름리그 최우수 외국선수인 안 바우터스까지 영입하면서 우승후보 0순위로 도약했다. 당시 이종애는 "선수 생활을 하며 처음으로 욕심을 부려봤다"라고 말하며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러나 변연하의 기억처럼, 우승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정선민이 버티던 KB 공세에 막혀 최종전까지 가서야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4차전이 끝나고 박정은과 이종애 모두 많은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 이종애는 "정은이와 내가 최고참인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KB에 역전패 당했다. 그래서 속상했다"라고 돌아봤다.)
2010년 플레이오프
박정은(삼성생명 코치)
득점도 재밌었다
"정말 속을 내놓고 하는 경기였다. 어설프게 하면 심리적으로 위축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슛 기회를 내기 위해 한 발 더 뛰려고 했다."
- 많은 우승을 거둔 박정은이지만, 점프볼 인터뷰 당시 기억에 남는 경기로 꼽았던 것은 2010년 플레이오프 KB국민은행과의 3차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박정은은 36득점을 기록하며 68-63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36점은 본인의 커리어하이 기록이었다. 하지만 이 경기는 기록을 떠나 의미가 많았던 경기였다. 한솥밥을 먹던 변연하와 '적'으로 만났고, 또 옛 은사 정덕화 감독도 적으로 대해야 했던 경기였다. 게다가 종아리 부상을 극복하면서 챔피언결정전에 다시 올랐기에 그 보람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박정은 코치는 이런 여건에 의해 위축되지 않기 위해 더 집중했다고 고백했다. "슛을 던질 때는 '무조건 들어간다'라 생각하고 던진다. 이날은 첫 슛부터 느낌이 좋다고 생각했다. 림이 커 보이는 느낌이었다." 박정은 코치 말대로 전반에만 8개의 3점슛이 터지면서 그들은 5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지었다.
# 사진=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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