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현호 “살아남기 위해 파이터 돼야 했다”

곽현 / 기사승인 : 2016-02-19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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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곽현 기자] 전자랜드의 골밑을 든든히 지켰던 이현호(36, 192cm)가 코트를 떠난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이현호는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 은퇴를 하기로 결정했다. 21일 인천에서 열리는 모비스와의 경기가 이현호의 고별전이 될 예정이다.


이현호는 파이터였다. 득점을 많이 하고 화려한 기술을 갖고 있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플레이와 수비, 리바운드로 도움을 주는 선수였다. 그런 이현호가 있었기에 동료들은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이번 시즌 전자랜드가 어려운 시즌을 보내게 된 데에는 정신적 지주인 이현호의 부재도 한 몫 했다. 이현호는 무릎 부상으로 인해 이번 시즌 16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다.


은퇴를 앞둔 이현호는 심경에 대해 “어차피 모든 선수는 은퇴를 해야 하잖아요.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른쪽 무릎 인대가 3번이 끊어졌어요. 지난 해 9월 끊어졌는데 확실히 탄력이 줄어드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왼쪽 무릎도 연골수술을 받아서 양쪽 무릎이 다 좋지 않아요. 재활을 해봤는데, 안 되겠더라고요. 은퇴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이현호는 몸을 끌어올리기 위해 D리그에 출전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지만, 세월과 부상은 이길 수 없었다.


전자랜드는 이번 시즌 17승 35패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무엇보다 좋지 못 한 팀 성적을 바라만 봐야했던 것이 이현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제가 못 뛴 것도 아쉽고, 성적도 최하위라 더 아쉬웠죠. 구단주님한테 전자랜드에 있는 동안 우승 한 번 해보겠다고 약속드렸는데, 죄송해요. 선배들이 그러더라고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은퇴할 때는 다 아쉽다고요. 몇 년 갈 거라고 하더라고요.”


이현호는 192cm의 신장으로 주 활동무대는 골밑이었다. 2m 이상의 장신선수부터 힘 좋은 외국선수들까지 수비를 도맡았다. 자신의 작은 신장을 힘과 운동능력, 투지로 커버했고, 13년 동안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키도 작고 기술은 좀 떨어지지만, 타고난 힘이 있고, 운동능력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기회를 잘 잡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부상에 장사 없더라고요. 다치니까 운동능력 떨어지지, 키도 작지, 파이터 능력을 발휘 못 하겠더라고요.”


늘 궂은일을 하는 선수로 평가받아온 이현호. 자신의 역할에 불만은 없었을까?


“누구나 득점을 많이 하고 화려한 게 좋을 거에요. 하지만 저보다 농구를 잘 하는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아쉬움은 덜해요. 제가 그 선수들을 이길 수 있는 길을 파이터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남들한테 지는 걸 싫어했기 때문에 이가 안 되면 잇몸으로 맞섰던 것 같아요.”



이현호는 2003년 프로에 데뷔해 2라운드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신인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삼성과 KT&G, 전자랜드를 거치면서 13년간 프로에서 뛰면서 그는 기억나는 일도 많다고 했다.


“신인 때 플레이오프에서 제 득점으로 연장에 가서 영웅이 됐다가 패스미스로 져서 역적이 된 적이 있어요. 그 때도 기억나고, 지난 시즌도 참 재밌었던 것 같아요. 케이티와 플레이오프 때 찰스 로드한테 0.7초 남기고 동점골 줬던 것도 있고, 여러 기억들이 참 많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13년이 참 짧구나 라는 생각도 들어요. 전자랜드 구단주님께서 농구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세요. 저보다 잘 하는 동료들이 많았는데, 늘 선수들 앞에서 제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구단주님이신 것 같아요.”


이현호는 늘 성실하고 열심히 뛰는 선수로 평가돼 왔다. 그런 그가 농구팬뿐 아니라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일도 있었다. 2013년 흡연을 하는 청소년들을 훈계한 것이 알려져 청소년 선도 홍보대사에 위촉된 것.


“그것도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 때 부상으로 많이 못 뛰었을 때인데, 그 사건으로 이슈가 됐어요. 여러 행사도 다니고 새로운 경험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KBL에 좋지 않은 일들이 많았는데, 선배, 원로분들이 잘 했다고 칭찬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현호는 아직 은퇴 후 진로를 결정하지 못 한 상태다. 구단에서는 코치직도 제의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 했다. 어쨌든 23년이나 농구를 해온 만큼 농구와 관련된 일을 언젠가 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1년간은 다른 나라 리그 구경도 한 번 가보고 싶어요. 다른 리그는 어떤 분위기로 경기를 진행하는지 궁금하거든요. 4월에 둘째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어서 어딜 가도 길게 다녀오지는 못 해요. 지금까지 제가 보고 배운 게 농구에요. 23년 동안 농구로 도움을 받았으니, 저도 농구로 보답을 하고 싶어요.”


이현호는 21일 인천에서 모비스를 상대로 선수인생 마지막 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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