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생의 위엄, ‘KBL판 요키치’ 함지훈

김종수 / 기사승인 : 2022-03-08 19: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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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능력이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스포츠 종목에서 나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누가 더 빨리 힘있게 오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따라 승부에 갈리기 때문이다. 이는 농구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노장같은 경우 체력적 문제가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운동능력의 감소는 풍부한 경험과 기술로 어느 정도 커버한다해도 장기레이스에서 오는 체력적 부담과 그에 따른 컨디션 난조까지 감당하기는 쉽지않다. 요즘같이 활동량을 중시하는 농구 트랜드에서는 더욱 그렇다.


최근 NBA에서는 ‘킹’ 르브론 제임스(37‧206cm)와 'CP3' 크리스 폴(36·182.8cm)의 두 베테랑의 활약이 뜨겁다. 단순히 나이 대비 잘하는 것이 아니다. 르브론은 팀 성적은 다소 아쉽지만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 각 부분에서 고르게 노익장을 선보이고 있는데 특히 득점에서의 활약이 놀랍다. 현재 1위와 간발의 차로 2위를 달리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충분히 득점왕도 가능해보인다.


폴 역시 불혹이 멀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소속팀 피닉스를 리그 전체 승률 1위로 이끌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어시스트 1위를 달리며 존재감을 과시중이다. 야전사령관으로서 팀을 선두에서 지휘하는 것은 물론 득점이 필요한 순간에는 해결사로 직접 나서는 등 전천후 플레이어로서의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한국 나이로 르브론은 39세, 폴은 38세임을 감안했을 때 그저 놀랍기만하다.


KBL에도 르브론, 폴과 같은 선수가 있다. 울산 현대모비스 함지훈(37‧197.4cm)이 그 주인공으로 르브론과 같은 1984년생의 노장임에도 나이를 잊은 활약을 통해 소속팀의 상위권 경쟁싸움을 이끌고 있는 모습이다. 늘 변함없는 경기력으로 유명한 함지훈은 올시즌에도 46경기에서 평균 10.41득점, 3.43어시스트, 4.46리바운드로 건재함을 증명하고 있다.


커리어 초창기때만 하더라도 함지훈이 이토록 오랫동안 롱런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2007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당시 함지훈은 1라운드 10순위로 지명된 선수다. 밀리고 밀리다가 직전 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팀 현대모비스 순번까지 선택이 미뤄졌다.


하지만 이는 현대모비스에 큰 행운으로 작용했다. 함지훈은 빠르게 팀에 적응했고 이후 팀 우승과 함께 정규리그 MVP, 챔피언결정전 MVP 등을 수상하며 리그 레전드 빅맨으로 성장한다. 전체 1순위로 뽑아도 손색없는 대어를 1라운드 마지막 픽으로 건진 것이다. 역대 신인드래프트를 통틀어서 최고의 10순위로 손색이 없다.


당시 함지훈이 저평가를 받았던 배경에는 일반적인 빅맨과 여러모로 다른 부분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NBA, KBL을 막론하고 빅맨에게 요구되는 조건은 사이즈와 운동능력이다. 치열하게 골밑에서 몸싸움을 하고 리바운드 경합을 해야되는지라 기본적인 조건에 적합하지 않는 빅맨 기대주는 저평가되기 일쑤다.


함지훈은 힘은 좋은 편이었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포지션 대비 신장도 크지 않은데다 스피드, 탄력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역대 사례를 살펴봐도 이런 유형의 빅맨이 성공한 케이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어찌보면 함지훈이 특별했을 뿐 타팀들은 지극히 상식선에서 판단하고 신인지명권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

 


함지훈은 철저하게 자신의 주무기를 살린 플레이를 통해 KBL을 평정한 케이스다. 강점을 가지고있던 몸싸움, 파워 등에 특유의 센스있는 움직임 등을 더해 포스트의 지배자로 거듭났다. 유연하고 낮은 드리블과 부드러운 피벗동작을 바탕으로 자신의 위치를 잡고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는 능력이 굉장히 빼어났다.


힘은 물론 위치선정과 수읽기에 능한 함지훈은 엉덩이로 상대를 밀고 들어가는 요령이 매우 좋다. 드리블을 몇 번 쳤다 싶은 순간 어느새 상대는 포스트 인근까지 쭉쭉 밀려버린다. 그렇게 되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함지훈은 왼쪽 오른쪽 가리지않고 돌 수 있는 것은 물론 정면에서 곧바로 수비수 머리 위로 훅슛을 던질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짧은 순간 다양한 페이크까지 섞어쓴다. 확실하게 상대의 움직임을 무너뜨려 놓고 여유 있게 슛을 시도하는지라 성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스피드와 높이에 강점이 있는 선수는 바싹 붙어서 이른바 비비면서 공격을 시도하고, 자신과 몸싸움이 가능한 선수를 상대할 때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타이밍을 뺏는 움직임을 주로 가져가는 등 상대별로 다양한 옵션을 구사한다.


거기에 빅맨으로서는 드물게 코트 전체를 내다보는 시야도 좋아 자신에게 수비가 몰린다 싶으면 여지없이 빈 공간의 동료에게 찬스를 열어준다. '가드의 센스를 갖춘 빅맨', ‘곰의 탈을 쓴 여우’ 등의 수식어가 과하지 않은 이유다. 이른바 BQ의 중요성을 제대로 증명한 빅맨이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속넘치고 기복없는 플레이를 통해 한국의 팀 던컨으로 불렸던 그는 최근 들어서는 NBA를 대표하는 빅맨인 니콜라 요키치(27‧211cm)와도 비교되는 분위기다. 요키치 역시 2014년 드래프트 당시 운동능력 등을 단점으로 지적 받으며 2라운드 41순위의 낮은 픽으로 덴버 너게츠에 지명받았다. 하지만 자신의 장점을 잘 활용하는 공격 방식과 어지간한 포인트가드 뺨치는 패싱 플레이를 통해 현재는 현 시대는 물론 역사에 남을 센터로 기대를 받고 있다.


신인드래프트 당시 함지훈보다 앞서 뽑혔던 선수 9명 중 양희종, 김영환을 빼고는 모두 은퇴했다. 남은 둘 역시 많은 나이로 인해 하락세가 뚜렷하다. 그런 상황에서 함지훈은 여전히 은퇴가 낯선 경기력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의 모습이라면 불혹을 넘어선 선수생활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자신의 장점을 잘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윤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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