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2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는 1월 12일에 진행됐습니다.
형제가 함께 표지 촬영해보니 어떤지?
유현 형이 프로선수가 되더니 비즈니스적인 말을 잘한다. 나는 아직 형한테 많이 배워야 한다. 형 덕분에 점프볼 표지 모델이 됐다고 생각한다. 나도 열심히 해서 내 덕분에 형이 표지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정현 프로 오면 인터뷰 많이 하니까 익숙해져야 돼. 동생과 함께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둘 다 더 노력해서 다음에 또 표지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정현 잘 모르겠다. 나는 동생을 잘 챙긴다고 생각하는데 말을 안 듣는다. 그게 문제다.
유현 다른 형제들 보면 형이 동생 갖고 싶다는 거 사주고 용돈도 자주 준다. 형 말로는 용돈 많이 준다고 하는데 한두 달에 20만 원 정도 주는 게 전부다. 서운하다. 1순위라 연봉도 많이 받는데 작년과 다를 게 없다.
정현 그럼 내가 너 월급을 줘야 돼? 이래서 잘해줘 봐야 의미 없다니까.

유현 장난을 정말 많이 쳤다. 한 가지 일화가 있다. 초등학교 시절 중요한 대회를 2주 정도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형이랑 침대에서 레슬링을 하며 장난을 쳤는데 내 발가락이 골절됐다. 그래서 감독님께 많이 혼났다.
정현 둘 다 WWE 기술 따라하는 걸 좋아했다. 침대에서 위험한 기술을 해보고 그랬다. 그러다가 갑자기 동생이 발가락이 아프다고 하더라. 병원에 가보니 골절이었다. 엄마한테 죽도록 혼났던 기억이 난다.
싸우진 않았는지?
정현 어릴 땐 많이 싸웠다. 치고박고 싸운 적도 많다.
유현 좋아서 싸운 거지 싫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서로가 보는 성격은 어떤지?
유현 형이 되게 정이 많아 보이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쁘다. 이타적인 것 같으면서 이기적인 면이 많아서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래도 주변 사람은 잘 챙기더라. 부모님께 갈수록 소홀해지는데 잘 좀 했으면 좋겠다.
정현 워낙 배울 점이 많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 모든 면에서 형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근데 자세히 보면 하라는 거 제 때 안 하고 귀찮아한다. 혼밥을 좋아하더라. 왕따 같다. 성북구 가면 만날 혼밥하는 유현이를 볼 수 있다. 형으로서 마음이 안타깝다.
유현 혼자 있는 시간에 배우는 게 많다고.
유현 둘 다 자세히 보면 코가 밑으로 휘었다. 피노키오 같다. 이 부분이 가장 닮은 것 같다.
정현 문 형제 외모가 좋은 편은 아닌데 동생보다 내가 낫지 않나 싶다.
유현 형은 키가 커서 그렇다. 만약 키가 나랑 똑같이 180cm이었다면 못 봐줬을 것 같다.
형이 동생 밥을 뺏어 먹어서 키가 안 컸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현 내가 남들보다 먹는 속도가 빠르다. 그 시절에 한창 살이 쪘고, 식탐도 많았다. 뺏어 먹은 건 인정하지만 키가 안 클 정로도 뺏어 먹진 않았다. 키가 크지 않은 건 운명이다.
유현 형이라면 자기가 못 먹더라도 동생한테 더 줘야 하지 않나. 우리 형은 그런 게 전혀 없다. 동생이 못 크더라도 본인이 크겠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정현 예전에 동생이 키가 하도 안 커서 부모님이 거금을 들여 키 크는 영양제를 샀다. 그걸 몇 달 동안 먹었는데도 키가 그대로더라. 엄마가 나를 보고 씨익 웃으면서 “유현이는 덜 크나보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자”라고 이야기 하셨다. 엄마, 아빠, 나 셋이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
유현 형은 지금 시즌 중이라 경기를 자주 본다. 내가 그럴 위치는 아니지만 간단하게 조언 정도 해준다. 이거 말고는 가끔 만나서 밥 먹는 정도다.
정현 서로 할 말만 한다. 귀찮으면 연락을 안 한다. 딱 필요한 말만 하는 것 같다.
동생은 사회인이 된 형을 보면 어떤지?
유현 나도 빨리 사회에 나가서 부딪치고 깨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형 멘탈이 강하다고 하는데 내 멘탈이 더 강하다. 사회 나가도 빨리 적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크다.
정현 고려대에 있을 때 선배들이 많이 즐기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지 못한 게 아쉽다. 술도 많이 먹어보고,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대학 시절로 돌아가고 싶긴 하다.
요즘 자주 나누는 대화가 있다면?
유현 형이 여자친구 사귀어라, 미팅 나가라, 술도 많이 먹어라라는 이야기를 한다. 프로에 오면 못 하니까 대학생 때 많이 즐기라고 하더라. 근데 내 적성에 안 맞는다. 별명이 애늙은이다. 그래서 혼자 하는 취미 생활을 많이 즐긴다.
정현 사람이 재미가 없다. 만날 도서관에서 책 읽는다고 전화해서 보여준다. 안암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으니까 일부러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 같다. 그냥 읽으면 되는데 왜 굳이 전화해서 보여주는지 모르겠다.
유현 형이 농구 외적으로 도움 되는 건 많지 않다. 경제관념이나 이런 걸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정현 그건 형이 미안해. 앞으로 알려줄게.
고려대 시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문정현은 프로 입성 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며 국가대표로 발돋움했다. 문유현은 지난해 11월 열린 2025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 예선 윈도우-2에서 성인 국가대표 데뷔를 했다. 당시 형제가 함께 국가대표에 승선할 수 있었지만 문정현이 부상으로 낙마했다. 이들은 프로에서 맞대결을 펼칠 날을, 또 국가대표에서 함께 호흡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농구를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정현 고향 울산에 친한 친구 무리 5명이 있다. 우연히 5명이서 우르르 농구교실에 갔다. 내가 또래보다 키가 컸고, 득점을 했는데 그물이 철썩하는 소리가 너무 좋더라. 재밌어서 매주 다녔다. 이후 본격적으로 농구를 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엄마가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시더라. 계속 부모님을 꼬셨고, 공부 열심히 하고 성적 유지하겠다는 조건으로 농구를 시작하게 됐다.
유현 나는 형이 농구를 하고 있으니까 엄마가 자연스럽게 체육관에 데리고 다니셨다. 보니까 재밌더라. 초등학교 감독님이 입단 테스트 차원에서 경기를 뛰게 해주셨는데 3점슛 2개를 연속으로 넣었다. 감독님도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한번 해보라고 권유하셨다. 부모님이 형 농구할 때는 말렸는데 나에게는 자유를 주셨다.
유현 초등학생 때 그랬다. 인정한다. 그때는 철이 없었다.
형제가 둘 다 농구하니까 어떤지?
유현 형은 어릴 때부터 유명했다. 다른 또래들과 비교해서 네임밸류가 높았다. 중학교 시절 경기하는데 한번은 고등학교 형들이 보러왔다. 몸 푸는데 주변에서 문정현 동생 아니냐는 말이 들리더라. 부담감이 컸는지 경기를 망쳤다. 문정현 동생이니까 잘해야 된다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형이 조언을 많이 해주고, 적응도 빨리할 수 있게 도와줘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현 사실 동생을 잘 챙겨주고 싶어도 티를 낼 수 없었다. 고려대에 1년 같이 있었는데 잘해주기보다 오히려 더 뭐라고 했다. 형제라서 이런 건 안 좋은 것 같다. 잘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래도 가족이 옆에 있다는 게 좋다.
유현 형 신인 때 경기를 거의 다 챙겨봤다. 형이 못하면 나도 마음이 좋지 않더라. 주변에서 형이 부진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기분이 좋지 않았고, 다음날 컨디션에도 영향이 있었다. 지금은 형을 신경 쓰지 않는다. 형이 못해도 나만 잘하면 된다는 욕심이 가득하다.
정현 매년 너무 많이 늘어서 딱히 할 말이 없다. 동생은 운동 중독이다. 쉴 때 잘 쉬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것 같다. 운동선수는 몸이 재산인데 조금은 아꼈으면 좋겠다.
서로가 보는 플레이는?
유현 형은 한 팀의 메인 옵션이 절대 안 된다. 한 조각일 뿐이다. 2옵션? 3옵션? 딱 그 정도라고 생각한다. 공간이나 슛 찬스를 만드는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 윙에서 공을 잡아도 골밑에 있는 동료들 찾기 바쁘다. 앞을 보면서 주도적으로 플레이한다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거라 생각한다.
유현 형과 매치업 되면 내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절대 미스매치가 아니다. 나중에 프로에서 적으로 만나게 된다면 보여드리겠다.
정현 12인 엔트리에 들 수 있어? 마주칠 일 없을 것 같은데.
서로 뺏고 싶은 능력이 있다면?
유현 형은 굉장히 영리하다. 상대 흐름을 읽고 파울로 잘 끊는다. 수비할 때 첫 스텝 막는 걸 잘한다. 해야 할 때와 안 해야 할 때 구분을 잘하는 것 같다. 이것 말고는 없다.
정현 일대일 능력이 워낙 출중하다. 기술이 좋아서 수비수 한 명은 어렵지 않게 제칠 수 있다. 신장은 작지만 힘이 있고, 드리블을 잘 친다. 배포도 좋아서 클러치 상황에서 자신 있게 슛을 던질 수 있는 것 같다.

유현 형이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 같다. 형 생각 안 나도록 다른 형들이 잘해주셨다. 다음이 언제 될지 모르지만 같이 대표팀에 간다면 시너지가 날 거다. 그날만 기다리고 있다. 형이 대표팀에 뽑히지 못하더라도 나는 갔으면 좋겠다.
정현 부상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어떻게 하면 빨리 복귀할지 생각을 많이 했다. 트레이너 형들이 잘 도와주셔서 빨리 나았다. 다음에 잘해서 뽑히면 된다. 동생과 같이 가면 재밌을 것 같다.
2022년 형이 대학리그 챔피언결정전 MVP를 받았는데 지난해 동생도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했다.
정현 동생이 받아서 자랑스럽고 기특했다. 결승전에서 득점을 많이 했다. 혼자 공을 갖고 하는 걸 보며 MVP 욕심이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만 해주면 좋은 평가를 받을거라 생각한다.
유현 형제가 MVP를 받는 게 흔하지 않다. 형이 MVP를 수상했을 때 우리 형이라 자랑스러웠다. 나도 언젠가 꼭 받고 싶었다. 이루기 위해 열심히 연습한 게 결과로 이어져서 좋았다. 형은 나의 자부심이자 자랑이다.
정현 냉정히 말해서 힘들지 않을까 싶다. KBL에 워낙 가드가 많고, 아시아쿼터선수들도 있다. 1순위는 아니더라도 2, 3순위 안에 뽑힐 거라 생각한다. 아직 1순위감은 아니다.
유현 1순위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나와 잘 맞는 팀, 내가 잘할 수 있는 팀에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형이 냉정하게 1순위 감은 아니라고 하는데 평소 틀을 깨는 걸 좋아한다. 한번 틀을 깨고 형제 1순위 역사를 써보겠다.
프로에서 적으로 만나면 어떨 것 같은지?
유현 형에 대한 분석은 이미 끝났다. 만나면 어떻게 해야 될지 다 구상하고 있다. 팬들 입장에서는 재밌는 볼거리가 될 것 같다. 부모님도 보시면 자랑스러워하시지 않을까 싶다. 그날만 기다리고 있다.
정현 동생을 앞에 두고 득점 하면 투 스몰 세리머니를 제대로 보여드리겠다. 이럴 때 하는 거라는 걸 확실하게 각인시키겠다. 아마 동생 멘탈이 나가서 3경기 정도 못하지 않을까 싶다. 프로의 맛을 보여주겠다. 근데 워낙 똘끼가 많아서 잘할 것 같다.
유현 아까 말씀드렸듯이 형은 조각이고 서브이기 때문에 나에게 공을 많이 줘야 한다. 형한테 어떻게 움직이라고 이야기 해주면서 살길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정현 동생은 1번(포인트가드)이니까 당연히 공이 많이 갈 거다. 그걸 저지하는 게 팀원의 역할이다. 잘할 때는 밀어주겠지만 못한다면 따끔하게 혼내겠다. 동생이 득점력뿐만 아니라 패스 능력도 좋아서 같이 뛰면 시너지 효과가 날 거다.
KBL 스타 형제 계보를 잇는다는 생각도 해봤을 것 같다.
정현 지금 (허)웅, (허)훈이 형 인기가 워낙 많다. 아직 안 되겠지만 계속 노력한다면 팬들이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싶다. 문 형제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유현 훌륭한 업적을 남기선 선배들처럼 되면 좋을 것 같다. 실력이 조금 뒤쳐지더라도 농구 외적으로 많은 매력을 발산하면 인기는 따라올 거라 생각한다. 형과 나는 다른 스타일이다. 서로의 스타일대로 개성 있게 나가면 좋아해주실 것 같다.
정현 농구 못하면 팬들이 안 좋아하셔.
서로에게 응원의 한 마디 해준다면?
정현 이제 팀에서 고참이 됐으니 감독님, 코치님들 말 잘 듣고, 후배들 잘 이끌었으면 좋겠다. MVP 받았다고 거만해지지 말고 겸손하게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현 형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최근 몇 경기 부진해서 멘탈이 좀 무너진 것 같은데 단단한 문정현이 됐으면 한다. 부모님께 연락도 잘 드리는 효자가 됐으면 좋겠다.

정현 부모님이 우리 형제 모자란 거 하나 없이 키워주셨다. 아낌없이 지원해주셔서 감사하다. 다음 생에는 유하게 태어나셨으면 좋겠다. 다른 선수였다면 우리 엄마 밑에서 못 컸을 것 같다. 그만큼 엄격하시다. 나중에 내 아들이 농구한다면 엄마처럼 엄하게 대하진 않을 것 같다. 한 경기 못한다고 죽는 건 아니지 않나. 요즘 2, 3경기 못했는데 엄마가 제일 뭐라고 한다. 잘할 테니 아들 믿어주셨으면 좋겠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유현 부모님이 밤낮 가리지 않고 형제를 잘 챙겨주셨다. 나도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한 경기 못 한다고 다그치는 게 아니라 믿고 기다려주셨으면 한다. 잘할 테니 자유를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휴가 때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꼭 한번 가보고 싶다. 휴양지 가서 맛있는 거 먹고 힐링하고 돌아오는 게 버킷 리스트다.
#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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