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988년생 베테랑 홍보람, 그의 보이지 않는 헌신

민준구 기자 / 기사승인 : 2021-02-15 16: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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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누군가가 빛나기 위해선 그 아래에서 묵묵히 받쳐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스스로 빛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어쩌면 우리은행 포워드 홍보람이 그런 존재가 아닐까. 선수생활 내내 홍보람은 주연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있기에 우리은행은 매 순간 강팀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베테랑으로서, 그리고 궂은일을 담당하는 허슬 플레이어로서 홍보람의 가치는 높다.

※ 본 인터뷰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2월호에 게재된 글이며, 1월 중에 진행되었음을 알립니다.

주전 멤버 뒤를 받치는 역할
우리은행은 김정은, 박혜진, 김소니아, 박지현 등 굵직한 스타들의 존재감이 매우 큰 팀이다. 특히 신구 조화가 좋다. 베테랑부터 신예들이 고루 활약하며 매 시즌 상위권에 올라왔다. 그러나 그들의 뒤를 묵묵히 받쳐주는 선수도 존재한다. 바로 1988년생 홍보람이다. 개인 기록은 특출나지 않지만 공격과 수비의 중심에서 주전급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홍보람은 “내가 하고 있는 지금의 역할이 베테랑으로서 또는 리더로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김)정은 언니가 있고 (박)혜진이가 있다. 그들을 따라가면서 밑에 아이들을 도와주려 한다. 그런 게 좋은 것 같다. 무언가 겉으로 드러내려 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스스로를 돌아봤다.

위성우 감독이 홍보람에게 보내는 신뢰는 매우 크다. 단순히 출전시간이나 기회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혜진이와 (최)은실이가 돌아오면서 출전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러나 항상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꾸준한 운동을 통해 몸을 유지해야만 필요한 순간 투입될 수 있다고 말이다. (위성우)감독님께서 기회를 줄 때 나도 보답을 해야 하니 열심히 준비했다. 위축된 부분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초반에 혜진이가 다치면서 더 적극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시즌 초반 위태로웠던 우리은행에 홍보람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적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 박지현의 성장, 김진희의 발견은 우리은행이 상위권을 유지하는 동력이 됐지만 무엇보다 홍보람의 존재가 경기 밸런스를 잡는 데 큰 힘이 됐다. 2020-2021시즌,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그의 기록은 19경기 출전 평균 20분 28초 동안 2.5득점 2.1리바운드였다. 크게 두드러진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기록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무언가 존재한다. 홍보람은 “내게 주어진 건 수비적인 역할이었다.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상대 선수를 최대한 괴롭히는 게 중요했다. 주축 선수들이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닌 만큼 도와줘야 할 부분도 많았다. 특히 정은 언니가 빠진 후에는 공격적인 부분도 신경 쓰려 노력했다.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있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며 바람을 전했다. 그래서일까.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인해 이탈과 복귀를 반복하는 과정에도 우리은행은 KB스타즈에 0.5게임차 뒤진 2위를 달리고 있었다.

김천시청에서 1년 뛰고 우리은행 복귀
사실 홍보람은 2017-2018시즌 통합 6연패를 이룬 후 잠시 코트를 떠났다. 농구가 싫어서 떠난 건 아니었다. 발가락 부상이 심해 수술이 필요했다. 홍보람은 “병원에 갔더니 한국에서는 나 같은 경우가 잘 없다고 하더라. 수술을 해도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힘들었다. 처음에는 재활을 했는데 점점 지치더라. 결국 수술을 결심했고 구단에는 쉬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아프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라며 그때의 심경을 전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인생의 전부와 같던 농구를 손에서 놓는다는 건 쉽지 않았다. 결국 홍보람은 실업팀인 김천시청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1년간 뛰었다. 그리고 우리은행에 돌아와 2019-2020시즌부터 다시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김천시청에서 1년 정도 뛰면서 결국 복귀를 결심했다. 한때 은퇴도 결심했지만 이렇게 농구를 그만두면 후회할 것 같더라. 나이를 더 먹기 전에 다시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돌아올 수 있었다. 또 감독님께서 ‘넌 언제든지 돌아와도 되니 연락하라’고 말씀 하셨다. 프로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선수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내게는 큰 기회였고 복이었다. 그렇게 돌아왔고 지금은 후회가 없다.”

이제 그에게 농구는 인생 그 자체다. 지금까지 뛰었던 날보다 앞으로 뛸 날이 더 적은 것은 사실이나 홍보람에게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는 없다. 그는 “앞으로 농구를 얼마나 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부상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뛰고 싶다. 정은 언니가 다치면서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내가 정은 언니의 100%를 채울 수는 없지만 돌아왔을 때 부담 없이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온힘을 다해 메꾸겠다”라고 다짐했다.

# 사진_ WKBL 제공

점프볼 / 민준구 기자 minjungu@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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