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AG] 로숙영을 '로세근'으로 부를 만큼 단일팀 '코리아'는 돈독

김지용 / 기사승인 : 2018-08-31 1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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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지용 기자] "로숙영을 로세근으로 부를 만큼 남, 북한 선수들은 돈독했다."


여자 농구 단일팀 코리아는 30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이스토라 체육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대만과의 4강전에서 89-66으로 승리했다.


임영희(17득점 7리바운드 4어시스트)와 박혜진(17득점 6리바운드 10어시스트)의 활약 속에 박지수(10득점 11리바운드 3블록)의 압도적인 높이를 앞세운 코리아는 예선에서 패배를 안겼던 대만에게 복수전에 성공하며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WNBA에 진출한 박지수와 로숙영은 처음으로 함께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절묘한 호흡을 자랑하며 코리아의 아시아 정상 도전에 큰 힘을 보탰다.


단일팀 코리아는 벌써 3주 가까이 자카르타 현지에서 체류 중이다. 긴 시간 현지에 머물다 보니 음식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선수촌 식당에서 김치를 제공하는 등 한식을 마련했지만 우리 선수들 입맛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웠다.


이런 코리아의 고충을 전해들은 자카르타 현지 한국인 사업가 윤종윤 씨는 지난 21일(화) 본인이 근무하는 아야나 미드플라자(AYANA Midplaza)로 단일팀 선수단과 관계자들을 초청했다. 순전히 농구를 사랑하는 개인적인 팬심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아야나 미드플라자 한국지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윤종윤 씨는 “예정에 없던 스케줄이었다. 단일팀이 음식 때문에 고생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맛있는 저녁 한 끼 대접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의도는 좋다고 하나 단일팀이 갖는 특수성 때문에 윤 지사장 역시 저녁식사 자리의 성사 여부를 확신할 수 없었다고 한다. 윤 지사장은 “북측에선 정부관계자가 나와서 선수단 동향을 리포팅하고 있다고 들었다. 예정된 스케줄도 아니고, 선수촌 외부에서 식사하는 거라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선수단이 오더라도 남측 선수단만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북측 선수단과 코치님, 관계자 분들도 흔쾌히 오신다고 해서 현지 경찰에 에스코트를 요청해서 선수들을 모셨다”고 단일팀의 저녁식사 준비 과정을 이야기 했다.



누구에게는 간단한 저녁 한 끼였을 테지만 타지에서 20일 넘게 고생하고 있는 선수단에게는 큰 힘이 아닐 수 없었다. 윤 지사장의 초청에 19명의 단일팀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모인 식사 자리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고 한다.


윤 지사장은 “아무래도 북측 선수들이 있어 준비하는 우리로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혹시 몰라 남측과 북측의 테이블을 나눠놨다. 그런데 이문규 감독님께서 ‘모두 다 섞어 앉아라’고 말씀하셔서 준비했던 입장에선 얼굴이 빨개졌다(웃음). 그리고 태극기와 인공기를 함께 준비하려다 그건 ‘단일팀 코리아’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것 같아 테이블에 선수들 이름을 영문으로 표기했다. 다만 혹시 북측 선수단이 본인의 영어 이름을 빨리 캐치하지 못할 것에 대비해 이름 옆에 백넘버를 적어놓았다”고 말했다.


당초 이 날 예정된 식사 시간은 40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워낙 분위기가 좋아 식사 시간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고. 식사 전까지도 긴장하며 분위기를 살폈다는 윤 지사장은 “아무래도 선수들이 한식을 좋아할 것 같아 평소보다 한식을 더 많이 준비했었다. 그런데 선수들이 의외로 수제버거를 굉장히 좋아했다. 김한별 선수는 맛있다며 본인의 SNS에 올리기도 했고, 다들 기본 2개씩은 드신 것 같다. 입맛에 맞았던 선수들은 포장해가는 선수도 있었다. 준비한 입장에선 너무 기분 좋은 일이었다(웃음)”며 선수단과의 일화를 이야기 했다.


워낙 베일에 가려진 북측 선수단과의 자리였기에 궁금한 것도 많았다. 북측 선수단과 관계자들의 분위기는 어땠냐고 묻자 “예상과 달리 남, 북 가릴 것 없이 다들 친해 보였다. 지금도 생각나는 건 처음에 제가 ‘북한’이라고 이야기 하자 박하나 선수가 ‘북측’이라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수정해준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선수단이 친분이 깊은 로숙영 선수에게 ‘로세근’이라고 불렀다. 로숙영 선수가 오세근 선수와 플레이도 비슷하고, 생김새도 비슷하다고 그렇게 별명 겸 애칭으로 부르고 있었다. 잘 모르는 나만 혼자 북측을 불편해 했던 거다. 이문규 감독님도 북측 선수들을 스스럼없이 대하시며 하나가 된 모습을 보였다. 굉장히 신기한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윤 지사장 눈에 비친 남, 북 선수들의 분위기는 최고였다고 한다. 스스럼없이 장난도 치고, 별명을 부르며 돈독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특히, 예상보다 북측 선수들이 현재 미국의 농구 트렌드나 미국 브랜드 농구화의 장, 단점을 훤히 꿰고 있어 놀랐다고. 그리고 로숙영과 함께 단일팀에 합류한 장미경은 10대 소녀처럼 아이스크림과 녹차빙수를 엄청 좋아해 그 흡입력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준비에, 단일팀의 특수성까지 고려하다 보니 평소보다 더 긴장되는 자리였지만 한국 농구를 사랑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꼈다는 윤 지사장은 “저희 회사나 제 개인적으로는 이번 식사를 준비하며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자카르타 본사에도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요구하지 말아라’고 이야기 해뒀다. 그런데 식사가 끝난 후 북측 선수단과 관계자들께서 먼저 사진을 찍어주셨고, 동영상 촬영도 흔쾌히 응해주셨다. 더 놀라운 건 로숙영 선수 유니폼에 단일팀 선수단 전체의 사인을 받았다는 것이다. 북측 관계자의 이야기로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씀해주셨다”며 기분 좋은 사건이 벌어졌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북측 관계자 분께서도 ‘든든합니다. 해볼 만 합네다’라며 감사를 표해주셨고, 북측 선수들 역시 ‘너무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이야기 해주셔서 눈물이 핑 돌 뻔 했다. 한국 농구를 사랑하는 팬의 입장에서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기분 좋은 식사 자리 이후 연전연승을 거듭하고 있는 단일팀 ‘코리아’는 예선에서 패했던 대만을 4강전에서 23점 차로 대파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제 금메달 도전에 마지막 관문을 남겨둔 코리아는 아시아 최강 중국과 오는 9월1일(한국시간) 오후 6시30분 결승전을 펼친다.


#사진 설명_上 단일팀 단체 사진, 中 선수단 배려한 이름표, 下 좌, 김한별, 중 윤종윤 지사장, 우 로숙영


#사진_아야나 미드플라자 윤종현 한국지사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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