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지용 기자] 기적같은 8강 진출로 한국 3x3의 이름을 아시아 무대에 알린 FIBA 3x3 아시아컵 2018이 5일간의 열전을 성공리에 마쳤다.
26일 중국으로 출국해 5일간 8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마친 대표팀은 우승을 차지한 호주에게 8강에서 패했지만 아시아컵 첫 출전에 8강 진출이란 쾌거를 이뤄냈다. 바누아투, 스리랑카, 태국,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 중국, 이란, 호주 등 아시아 강호들과 연전을 펼친 대표팀은 FIBA 3x3 아시아컵 2018에서 8위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부족한 지원과 통역이 없어 감독이 직접 대회 관계자들과 어렵사리 의사소통을 이어갈 정도로 상황은 열악했지만 김민섭, 박민수, 방덕원, 임채훈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끈끈한 유대감 속에 한국 3x3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근거없는 비아냥과 악플, 부족한 지원. 그래도 똘똘 뭉친 대표팀
FIBA 3x3 아시아컵 2018에 나선 대표팀은 KBA 3x3 코리아투어를 통해 아시아컵 선발전에서 우승을 거두고 국가대표가 됐다. 선수단 면면의 이력은 화려했다. 김민섭은 지난 시즌까지 KBL에서 뛰었고, 박민수는 FIBA 3x3 한국 랭킹 1위인 선수다. 방덕원 역시 KBL을 경험한 바 있고, 막내 임채훈은 유일한 비선출이었지만 동회회 농구 최강 팀인 LP서포트 팀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 중이었다.
각자의 무대에선 나름 활약 중이었지만 국제무대에서 이들의 기량이 통할지는 의문이었다. 준비 과정부터 아쉬움이 있었다. 진천선수촌 입촌이 결정됐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1주일이었다. 그나마도 회사에 다니고 있는 임채훈은 단 5일만 합숙훈련에 참여할 수 있었다. 대표팀을 이끌 정한신 감독 선임 역시 입촌 하루 전인 17일 결정됐다.
국가대항전 경험이라곤 2017년 FIBA 3x3 월드컵 출전이 고작이었던 한국이었기에 첫 도전에 나서는 아시아컵에서 망신만 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출국 전 선수촌에서 만난 선수들 역시 "선수촌 내 시설은 최고다. 연습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효과도 좋다. 다만, 합숙 시간이 너무 짧은 것이 아쉽다. 아무래도 다들 각자의 일이 있다 보니 현실적으로 긴 시간 연습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라며 아쉬움을 표했었다. 여기에 상대 팀들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맞춤형 훈련을 할 수 없었던 부분도 아시아컵에 나서는 대표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게 했다. 기대치를 낮췄다기 보단 기대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불안감과 막연한 기대감 속에 중국에 입성한 대표팀은 경기력으로 우려와 불식을 날려버렸다. 아시아에서 10위 안에 들지 못해 중국 창핑에서 열린 퀄리파잉 드로우(별도 예선)부터 치러야 했던 대표팀. 그런데 외국 팀과의 경기 경험이 부족한 대표팀에게 퀄리파잉 드로우부터 경기를 치르게 된 것은 호재였다. 한 경기만 져도 메인 드로우(본선) 진출을 확신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과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 이어졌지만 대표팀은 퀄리파잉 드로우를 치르며 한 단계 성장했다. 한국에선 경험할 수 없었던 최고의 스파링 파트너들과 시합을 치른 대표팀은 대회 첫 날 보단 둘째 날, 둘째 날보단, 셋째 날 기량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였고, 기어코 8강 진출이란 쾌거를 이뤄냈다.
8강전이 끝나고 아시아컵에 임했던 소감을 묻는 질문에 선수들 역시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는데 중국에 와서 퀄리파잉 드로우부터 치렀던 게 우리에겐 좋은 영향을 끼쳤다. 외국 팀들과 5경기를 치르며 조직력을 맞춰볼 수 있는 시간이 늘었던 것이 8강 진출의 원동력이 됐다. 만약, 메인 드로우에 직행해 바로 경기를 치렀다면 8강 진출은 확신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한신 감독이 선임 후 밝혔던 것처럼 이번 대표팀 선수들은 선수 시절 아픔이 있던 선수들이었다. 아시아컵 출전 전에는 곱지 않은 시선들도 많았다. 특히, '선수하던 놈들이 동네 농구에서 왕 노릇 한다', '선수로서 실패한 실패자들의 마지막 발악' 등 가시 돋친 비아냥은 열심히 하고자 하는 대표팀 선수들의 기운을 빼놨다. 적어도 한국에서까진 그랬다.
그런데 중국 현지에 입성한 대표팀은 주장 김민섭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사람들의 시선보단 자신들의 노력을 믿고 있었고, 정한신 감독과 주장 김민섭은 선수단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기 위해 실없는 농담과 가벼운 스킨십으로 선수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특히, 한국 3x3 초대 국가대표 감독인 정한신 감독은 권위는 내려놓고, 젊은 선수들과 교감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권위를 내세울 수도 있는 위치였지만 정 감독은 권위보단 선수들에게 최대한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도 대화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선수들에게 '투 머치 토커'란 별칭을 얻었지만, 정 감독의 노력 덕분인지 대회 첫 날만 해도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던 대표팀 선수들은 정한신 감독과 주장 김민섭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어가자 조금씩 편안함을 찾아갔다.
선수들끼리의 단합도 좋았다. 대회 첫 날 두 번째 상대였던 스리랑카를 상대로 고전 끝에 승리하며 연승 가도를 달린 대표팀은 27일 생일을 맞았던 주장 김민섭을 위한 조촐한 생일파티를 열었다. 정한신 감독의 배려였다. 퀄리파잉 드로우가 펼쳐졌던 창핑은 심천보단 작은 도시였고, 숙소의 위치도 창핑 시내에서 다소 떨어진 외진 곳이었다. 주변에 있는 것이라곤 작은 편의점 몇 개와 중국 현지인들만 찾는 식당 1개가 전부였다. 하지만 대회 첫 날 생일을 맞은 김민섭을 위해 정 감독은 동행한 협회 마케팅 협력사 직원(협회 직원 아님)에게 김민섭의 생일 케이크를 부탁했고, 동행 스텝은 왕복 40여분을 걸어 나가 조그만 케이크 3개를 사오는데 성공했다. 숙소 식당에서 열린 조촐한 생일 파티에 다른 나라 선수들도 축하를 보냈고, 첫 날 2연승을 거둔 대표팀은 기분 좋게 주장의 생일을 축하했다.
별 것 아닌 조촐한 생일 파티였지만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을 챙기기 위한 정한신 감독의 배려와 팀 동료들을 생각하는 대표팀의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에피소드였다.
끈끈함이 생긴 대표팀은 코트 안에서도 날이 갈수록 분위기가 바뀌어 갔다. 초반만 해도 시합 흐름을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였던 대표팀은 연승 행진을 시작하며 코트에서 서로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전에는 없던 모습이었다. 발이 느린 방덕원이 돌파를 허용하더라도 ‘괜찮다’며 독려했고, 이란과의 경기에서 박민수의 외곽포가 터지자 주장 김민섭은 ‘더 하자’라며 큰 목소리로 선수들을 이끌었다. 대회 초반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였던 막내 임채훈 역시 메인 드로우 진출 후에는 한국에서 보였던 경기력을 회복하며 상대에게 추격을 허용하는 선배들에게 ‘경기에 집중해’라며 혼을 내기도 했다.
아시아컵이 끝난 후 취재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던 대표팀 선수들은 “한국에서 우리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했다. 우리가 여기서 좋은 성적을 낸다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린 간절했고, 절실했다. 어떤 팬의 말처럼 실패한 선수들이지만 3x3를 통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감독님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절실함’이 우리의 가장 큰 무기였다. 목표했던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8번의 경기를 통해 한국에 계신 팬들에게 우리의 진심이 어느 정도 전달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 이 기회를 발판 삼아 한국 3x3가 계속 발전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던 FIBA 3x3 아시아컵 2018을 통해 농구팬들에게 3x3의 매력을 알린 아시아컵 대표팀의 일정은 끝났다. 하지만 한국 3x3는 계속된다. 6월이면 2018 KBA 3x3 코리아투어를 통해 아시안게임 3x3에 나설 국가대표가 결성된다. 어떤 선수들이 선발될지 모르지만 아시아컵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열정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도 전달되길 바라본다.
#사진 설명_上 아시아컵 첫 날과 마지막 날 180도 달라진 모습의 선수들, 下 27일 열린 김민섭 생일파티 모습
#사진_김지용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