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민준구 기자] 지난 2월에 열린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중국농구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에서 뉴질랜드는 중국과 한국을 꺾고 일찌감치 2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개인 기량에서도 앞서는 그들이 들고 나온 전술에 아시아 농구강국이라 불리는 두 나라는 백기를 들었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이 수비 전술, 과연 무엇일까.
풀 코트 프레스(FULL COURT PRESS)
풀 코트 프레스는 공격 팀의 인바운드 패스로부터 지역수비로 압박을 가하는 수비형이며, 볼 맨을 사이드로 가게 해서 더블 팀을 시도하며 나쁜 패스를 시켜서 인터셉트를 시도해야 한다. 만약 실패할 때는 전원 원위치로 돌아와서 2차 수비를 한다. 되도록 많은 움직임을 하게끔 만들어 공격 제한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 뉴질랜드가 선보인 풀 코트 프레스
2월 23일 뉴질랜드는 중국의 궈 아이룬을 철저히 압박하며 82-73 승리를 가져왔다. 이날 궈 아이룬은 4득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 5턴오버로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뉴질랜드의 폴 헤나래 감독은 높이가 좋은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그동안 잘 쓰지 않았던 풀 코트 프레스를 들고 왔다. 25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폴 헤나래 감독은 “중국은 큰 팀이기에 세트 플레이에서 우리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전방에서 압박해 승부하는 것이 옳다고 봤다”며 풀 코트 프레스를 시도한 이유를 설명했다.

빠른 두 선수와 힘이 좋은 선수를 투입해 상대 코트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한 뉴질랜드는 중국의 24초 공격 제한시간을 최대한 쓰도록 유도했다. 간신히 넘어온 중국은 단발성 공격으로 대처할 뿐 다른 플랜은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서 풀 코트 프레스의 장점이 나온다. 전방 압박이 실패했다 하더라도 상대는 공격 제한시간이 줄어 촉박해 진다. 준비했던 패턴 플레이는 물론, 2대2 플레이를 할 시간조차 모자란 셈. 결국 개인 공격에 의존하게 되면서 성공률이 떨어지게 된다.
한국 전 역시 뉴질랜드의 풀 코트 프레스가 빛을 보인 경기였다. 1쿼터를 근소하게 뒤진 뉴질랜드는 두경민을 집중 공략하며 풀 코트 프레스를 연거푸 성공했다. 2쿼터 중반까지 주도권을 쥐고 있던 한국은 뉴질랜드의 변칙 수비에 당하며 분위기를 내주고 말았던 것이다.
허재 감독은 탈 압박에 능한 박찬희 대신 허훈을 투입하며 자충수를 뒀다. 허훈이 전방 압박을 풀어내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온 힘을 다해 코트를 넘어왔지만, 그 다음 공격을 펼칠 여유가 없었다.
뉴질랜드는 한국 전에서 풀 코트 프레스를 경기 내내 펼치지 않았다. 한국 전에선 타이 웹스터가 이른 퇴장으로 남은 선수들의 체력안배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분위기는 넘어갔고 뒤집을 수 있는 역량이 한국에겐 부족했다.

‣ 풀 코트 프레스의 그림자
2011-2012 시즌 ‘동부산성’으로 불린 원주 동부를 챔피언결정전에서 꺾은 이상범 감독 역시 풀 코트 프레스를 즐겼다. 당시 김태술, 박찬희, 이정현, 양희종, 오세근 등 이상범 감독의 전술을 능히 이어갈 수 있는 선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2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에서도 이상범 감독의 풀 코트 프레스는 NBA리거가 다수 포함된 도미니카 공화국을 당황케 했다. 4쿼터 중반까지 승리를 바라볼 정도로 한국의 풀 코트 프레스는 정상급 선수들조차 공략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문제도 분명했다. 바로 선수들의 체력이 금방 떨어진다는 것. 올림픽 최종예선 당시 전지훈련에서 양동근이 부상을 입으며 가드 진의 공백이 컸던 한국은 김태술이 빠졌을 때 메꿔줄 선수가 없었다. 40분 내내 강한 압박을 주면 그만큼 수비하는 선수들의 체력소모가 평소보다 많아진다. 이상범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이야기 했다.
“최종예선 때 도미니카를 잡을 수 있었다. 우리의 풀 코트 프레스를 상대가 전혀 공략하지 못했었기 때문. 근데 (양)동근이가 부상으로 떠나니 (김)태술이가 없을 때 받쳐줄 선수가 없더라. 얼마나 힘들면 교체해 달라고 이야기 했다. 그 때 부족함을 느끼고 유재학 감독님 밑에서 코치로 있겠다고 한 거다.”
또 풀 코트 프레스는 장기 레이스인 프로농구에 어울리지 않다. 정확히 말하자면 필요한 순간에 사용하는 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경기 내내 가져가기엔 무리가 따른다. 54경기를 모두 치르기 위해선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그러나 풀 코트 프레스를 경기 내내 가져갔다간 악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를 보여준 대표적인 예가 김상준 감독의 2011-2012 시즌 삼성이다.

당시 김상준 감독은 2010 대학농구리그에서 풀 코트 프레스로 전승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그 때 공로를 인정받아 프로무대로 뛰어 들었지만, 13승 41패로 삼성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꼴찌의 수모를 겪게 된다(이후 2014-2015 시즌 삼성은 11승 43패로 다시 최하위로 가라앉았다).
부임 직후, 김상준 감독은 “중앙대 시절과 같이 40분 내내 풀 코트 프레스를 가동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곧바로 첫 시즌에 곧바로 풀 코트 프레스를 펼친다는 건 무리수라고 판단하며 “점점 늘려갈 것”이라고 수정했다.
당시 삼성은 김승현, 이시준, 김동욱, 피터 존 라모스(이후 아이라 클라크)를 주축으로 구성돼 풀 코트 프레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팀이었다. 이미 전성기가 지난 김승현은 예전의 스피드 넘치는 모습이 아니었고 이시준과 김동욱은 물론, 222cm의 피터 존 라모스로 풀 코트 프레스를 한다는 게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결국 김상준 감독의 첫 프로무대는 실패로 돌아갔고 다시 대학농구로 돌아가 성균관대 감독을 맡으며 자신의 농구를 펼치고 있다.
‣ 단기전은 OK, 장기전은 글쎄
풀 코트 프레스는 대게 단기전에 많이 나온다. 농구 최강 미국도 올림픽이나 농구월드컵에선 깜짝 풀 코트 프레스를 펼치기도 한다. 단 한 경기에 모든 걸 쏟아야 하는 단기전에선 풀 코트 프레스만큼 매력적인 수비 전술이 없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듯이 한국도 풀 코트 프레스를 즐겨 사용하며 국제대회에서 많은 재미를 봤다. 금방 공략돼 대량 실점을 허용한 적도 있었지만, 이란과 중국 등 신체조건이 좋은 팀들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바로 풀 코트 프레스였다. 반대로 2008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캐나다의 풀 코트 프레스에 당해 통한의 역전패를 당한 적도 있다.
굉장히 매력적인 수비전술인 풀 코트 프레스. 그러나 40분의 경기 시간 동안 이 전술을 사용하게 되면 12명의 선수가 모두 정예 멤버인 미국이 아닌 이상, 어떤 팀도 후반 승부처를 버텨내지 못한다. 장기간의 일정을 치러야 하는 프로농구에선 풀 코트 프레스를 오래 볼 기회가 없다. 아예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대부분 체력안배를 위해 세트 수비에 집중한다.
장점과 단점이 극명한 수비 전술인 풀 코트 프레스. 승리와 패배를 가리는 풀 코트 프레스를 기자는 ‘악마의 수비전술’이라고 부르고 싶다.
# 사진_점프볼 DB(홍기웅 기자), KBL, 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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