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인터뷰] 장문호, 건국대의 숨은 에이스

맹봉주 / 기사승인 : 2016-06-07 1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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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맹봉주 기자] “대학 입학 전부터 위치는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그래도 운동하기에는 정말 좋아요.”


건국대 4학년 장문호(23, 196cm)를 만나러 가는 길. 보통 대학 운동부 숙소가 캠퍼스 체육관 근처에 있는 것과 달리, 건국대 농구부는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건국대스포츠과학타운에 자리해 있다.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엔 농구장뿐 아니라 야구장, 축구장, 테니스 장 등이 밀집해 있어 국가대표 합숙 훈련장인 태릉선수촌을 연상케 한다. 뿐만 아니라 필자와 동행한 사진기자가 “제대로 온 것 맞냐”고 물어볼 정도로 외진 곳에 있었다.


오후 훈련을 앞두고 장문호를 숙소 앞 체육관에서 만났다. 그는 가장 가까운 편의점을 가려 해도 걸어서 15분, 시내로 가려면 택시를 타고 한참을 가야한다며 숙소 위치에 대해 푸념하다가도 운동에만 집중하기엔 여기만한 곳이 없다며 웃어 보였다.


김진유와 함께 건국대 원 투 펀치 중 하나인 장문호는 4학년인 올해 평균 14.73득점(팀 내 2위) 9.45리바운드(팀 내 1위, 전체 5위)를 올리며 팀을 이끌고 있다. 시즌 초반 에이스 김진유의 공백으로 하위권이 예상됐던 건국대지만, 숨겨진 에이스 장문호의 활약으로 팀은 어느덧 대학리그 4위(6승 5패)에 위치해있다.





대학리그 개막 전 부상을 당했는데 현재 컨디션은 어때요?


“현재는 70-80%정도 올라온 것 같아요. 고려대와의 MBC배 경기를 앞두고 오전에 훈련을 하다 팀 동료 발을 밟으면서 왼쪽 발목을 다쳤어요. 인대 부분파열이라고 하더라고요. 생각보다 심했어요. 감독님이 계속 관리를 해주셔서 점점 올라오고 있는 중이에요.”




건국대는 리그 초반, 김진유 선수와 장문호 선수의 부상으로 2연패를 당하며 부진한 출발을 보였잖아요.


“그 때는 제 몸 상태도 말이 아니었고 (김)진유도 없는 상태여서 팀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다운됐었어요. 이기려는 의지보다는 불안한 마음이 더 컸죠. 하지만 3번째 경기인 단국대전부터는 달랐어요. 우리 홈에서 하기에 꼭 이겨야겠다든 승부욕이 선수단 전체에 있었어요. 이제는 우리도 진유가 없어도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단국대전은 허일영 선수를 비롯해 건국대 출신 프로선수들이 모처럼 후배들의 경기를 보러 온 날이기도 했어요.


“그런 부담이 좋은 작용으로 다가 온 것 같아요. 만약 그 때 졌다면 형들이 축하도 못해주고, 우리도 형들 볼 면목이 없었을 거 에요. 경기 끝나고 좋은 분위기 속에 형들을 보기 위해서라도 꼭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였죠.”




허일영 선수와는 동아고-건국대 선후배 사이잖아요. 고교시절 빅맨이었고 대학무대를 거치며 점차 외곽비중을 높여갔다는 점에서 허일영 선수와 장문호 선수는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은데요?


“네, 맞아요. (허)일영이 형은 예전부터 저에게 3점슛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해줬어요. 프로에 진출하기 위해선 슛 연습을 더 하라고요. 자신 있게 던졌으면 좋겠다는 말도 함께요.”




그래서 그런지 올해 들어 외곽슛 비중이 크게 늘어난 느낌이에요.


“슛은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현재는 팀 사정상 4번을 보지만 프로에 가서는 어떤 포지션을 볼지 몰라요. 외곽슛을 장착하는 게 프로에 가서 큰 무기가 될 거라고 봐요. 학교 선배인 (허)일영이 형과 (최)부경이 형만 봐도 외곽슛 능력의 중요성을 알 수 있죠. 저도 선배들처럼 슛을 갖춘 포워드가 되고 싶어요.”




그동안 장문호 하면 공격보다는 수비와 궂은일에 능한 선수라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요즘은 공격에서도 욕심을 내는 것 같던데요?


“네, 특히 요즘 그래요. 프로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커지니까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득점을 하고 돋보여야 기사에도 나오고 저를 알릴 수 있지 않을까하고 잠시나마 생각했죠. 특히 시즌 초반 (김)진유가 없으면서 더 그랬어요. 진유 역할까지 하려고 오버하는 경우도 있었죠. 그런데 이상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경기를 할 때는 더 부진하더라고요. ‘내가 꼭 해야 돼’라는 강박관념 때문에 너무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김진유 선수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김진유 선수를 건국대의 에이스라 부르잖아요. 팀이 승리할 때 대부분의 스포트라이트는 김진유 선수에게 돌아가서 조금 서운한 감정이 들 수 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해봤어요. 한 팀에 두 개의 해가 있을 순 없어요. 나머지는 그 해를 받쳐주어야 하죠. 에이스가 다섯 명 있다고 경기에 이기는 게 아니에요. 우리 팀의 에이스는 (김)진유에요. 저 뿐 아니라 아래 학년 모두 그렇게 생각하죠. 그렇기에 언론이나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질투 같은 건 없어요. 오히려 인정하는 편이죠.”




김진유 선수를 인정함과 동시에 존중하는 느낌이 드네요.


“네. 4년째 합을 맞추다보니 서로 존중하게 되더라고요. (김)진유를 보고 ‘왜 나한테 패스를 안 하고 혼자 할까?’하는 생각보다는 팀의 에이스고 원래 하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죠. 밖에서는 저보고 매일 2인자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팀에서의 역할이 다를 뿐이죠.”


*장문호와 김진유는 고교시절부터 학교는 달랐지만 친한 사이였다. 전지훈련 때나 전국대회에서 만날 때면 김진유가 장문호를 졸졸 따라다녔다고. 나이는 장문호가 한 살 더 많지만 동기인 탓에 지금은 편한 친구 사이가 됐다. 김진유는 건국대에서 장문호와 한 팀에서 뛴 데 대해 “좋았죠. 저는 가드고 (장)문호는 포워드라 동선이 겹칠 일도 없잖아요. 문호는 궂은일도 잘해주고 투지 있게 경기를 하니까 같이 뛰기 편했어요. 저도 스타일이 (장)문호랑 비슷한 점이 많아서 잘 맞았죠”라고 말했다.




얼마 전 끝난 이상백배는 어땠어요? 2년 연속 이상백배 대표팀에 뽑혔잖아요.


“작년과 올해 운이 좋아서 간 것 같아요. 대표팀에서 보고 배운 게 많아요. 이제 4학년이다 보니 실력들이 다 보이더라고요. ‘내가 이런 얘들 틈에 끼어있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농구에 대한 동기부여가 더 강해진 느낌이에요.”




대표팀 멤버들 중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나요?


“빅3 친구들은 얘길 안 해도 잘한다는 건 다들 알잖아요. (천)기범이가 인상적이었어요. 노는 것 같은데 농구 할 때면 집중력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드래프트 얘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제 다섯 달 남았나요? 빅3 얘들이야 워낙 강하고 그 아래로도 안개 속이라는 이야기가 많잖아요. 그 속에서 확 뛰어나야 하는 거니까 부담이 돼요. 사실 3학년 때부터 드래프트를 준비했어요. 올해 보단 작년 신인이 약한 편이니까 기회가 되면 1년 빨리 드래프트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3학년 때는 마음이 편했어요. 설사 안 뽑히더라도 한 번 더 도전 할 기회가 있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마지막이니까 부담이 크죠. 황금 드래프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올해 잘하는 4학년들이 많지만 그래도 1라운드 안에는 꼭 들어가고 싶어요.”




장문호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기록지에 보이는 것 이상의 활약을 할 때가 많아요. 가드들을 위한 스크린이나 터프한 수비, 동료들에게 파이팅을 불어 넣는 것 등은 기록지에 나타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 점에서 올해 대학리그 중계가 안 되는 것이 많이 아쉬워요. 기록지나 기사를 통해 보는 것과 실제 경기를 보는 것은 엄청 다르잖아요. 난 잘했다고 생각하는데도 남들은 그 걸 모르더라고요. 기록으로는 안 나타는 게 있으니까요. 이미 이름이 많이 알려진 선수들은 중계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을지 몰라도 저처럼 인지도가 어중간한 선수들은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은데 말이죠. 대학리그 중계가 안되는 게 두고두고 아쉽네요.”




드래프트를 앞둔 만큼 요즘 프로팀 관계자들이 경기장을 많이 방문하던데, 솔직히 신경 쓰이죠?


“그럼요. 서로 말은 안 해도 눈치로 보게 되죠. 옛날엔 전혀 안 그랬는데 확실히 드래프트를 앞두고는 관중석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속으로 ‘오늘은 어느 팀이 왔네’이러는 거죠. 4학년들이라면 다들 공감할 거 에요. 그러다보면 어깨에 힘도 들어가고 의도치 않게 무리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얘기를 듣다보니 장문호 선수를 모르는 농구 팬들이나 구단 관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요.


“남은 기간 절대 부상을 안 당하면서 제가 보여줄 건 다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어떤 선수인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대부분 장문호가 어떤 선수인지 모르더라고요. 농구 관계자분들도 어릴 때의 모습을 기억하지 지금의 저에 대해서는 많이 모르는 것 같아요. 장문호라는 사람이 농구 팬들에게 기억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거 에요.”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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