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곽현 기자]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의 가드 박찬희(29, 190cm)가 전자랜드로 트레이드 됐다. 전자랜드 한희원과의 1:1트레이드다.
박찬희의 트레이드는 최근 프로농구의 가장 큰 이슈였다. 양 팀 간의 트레이드가 합의된 지는 꽤나 시간이 지났고, 공식발표를 한 건 1일이었다.
박찬희는 지난해 국가대표에 선발된 리그 정상급 가드다. 포인트가드로서 큰 신장, 뛰어난 속공전개능력을 가지고 있다. 2010년 전체 1순위로 인삼공사에 지명됐고, 2011-2012시즌 인삼공사의 창단 첫 우승에 공을 세운 팀의 프랜차이즈스타다.
그런 박찬희를 트레이드한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박찬희는 국가대표에 뽑힐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가드였지만, 지난 시즌 팀 내 기여도는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평균 21분 43초를 뛰었고, 경기당 5점 1.8리바운드 3어시스트 1.4스틸을 기록했다. 분명 만족할만한 수치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플레이오프에서는 경기당 겨우 11분 48초를 뛰는데 그쳤다. 대신 김기윤이 19분 21초를 뛰며 사실상 주전가드 역할을 해냈다.
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은 박찬희보다 김기윤에게 더 신뢰를 보냈다. 정규리그를 기점으로 플레이오프에선 명확하게 김기윤에게 메인 가드로서의 역할을 부여하는 모습이었다. 김 감독의 주문을 더 잘 소화하는 쪽은 박찬희가 아닌 김기윤이라는 것이었다.
이렇듯 박찬희의 달라진 팀 내 입지가 도화선이 됐다. 휴가에서 소집된 후 김승기 감독은 박찬희와의 면담을 통해 이번 시즌 다시 한 번 잘 해보자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지난 시즌 박찬희가 국가대표팀 선발로 빠지면서 김 감독 체제로 재편된 팀 훈련에 녹아들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비시즌을 함께 보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김 감독으로선 박찬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함께 할 것을 권유한 것이다.
하지만 박찬희는 김 감독에게 이적을 요청했다.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였음을 직감한 것이다.
“감독님과 2번째 미팅 때 말씀을 드렸다. 다른 팀에서 농구를 하고 싶다고. 도와달라고 했다. 지난 시즌 팀에서는 2, 3번(슈팅가드, 스몰포워드)을 살려주는 농구를 했다. 그러다 보니 내 농구를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시즌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내 감정을 내색할 순 없었다. 그렇게 되면 팀이 와해될 수 있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내 색깔을 잃어버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유도훈 감독님께서 날 원한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박찬희는 김승기 감독이 원하는 팀 스타일과 본인이 하고 싶은 농구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김승기 감독은 전창진 감독을 보좌하던 케이티 시절부터 고수해온 모션오펜스를 인삼공사에서도 시행했다. 선수 전원이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찬스를 만들고 슛을 던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2, 3번의 슈터들에게 많은 찬스를 만들어주는 농구를 구사했다. 지난 시즌 이정현,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전성현을 중용하는 등 슈터들을 적극 활용했다. 자연스레 포인트가드로서 공격을 만드는 역할을 원하는 박찬희의 바람과는 다른 농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개성, 스타일을 잃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크게 보면 출전시간과도 연관이 있는 문제다.
박찬희는 이적 요청을 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도 컸다고 했다. “FA(자유계약)가 1년이 남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적을 요청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컸다. 다른 데서도 마음에 안 들면 요청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어디에 말도 못 했다. 프런트 분들한테도 한 마디 상의도 못 드려서 정말 죄송하다.”
선수로서 최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나이. 또 FA를 1년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고민이다. 선수로서 FA가 되는 전 해에 좋은 모습을 보여야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박찬희는 오랜 고민 끝에 정들었던 인삼공사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인삼공사에서 뛰었던 시간이 매우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프로선수로서 첫 팀이었고, 나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팀이었다. 좋은 동료들이 있었고, 팀 분위기도 좋았다. 솔직히 동료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 하고 나왔다. 결정이 되고나서야 얘기를 했다.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또 고맙다.”
이전 소속팀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 그리고 새로운 팀에서의 적응, 설렘을 안고 박찬희는 이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새 보금자리에서 그가 보여주고 싶은 농구는 어떤 모습일까?
“유도훈 감독님이 추구하는 런&건 농구를 잘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전자랜드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 선수들과 함께 좋은 모습, 좋은 성적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진 - 신승규,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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