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맹봉주 기자] “원래 인터뷰 울렁증이 있어서요. 방금 제가 무슨 말을 했죠?”
대학리그 최고의 클러치 슈터이자 건국대를 이끌고 있는 ‘에이스’ 김진유(22, 190cm). 매서운 눈빛과 적은 말수로 필자를 긴장시키게 한 첫인상과는 달리, 그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인터뷰 울렁증’에 대한 고백이었다.
김진유는 지난 시즌 평균 40분에 육박한(39분 13초) 출전시간을 가지며 경기당 19득점 8.2리바운드 2.9어시스트를 기록해 건국대 에이스로 입지를 굳혔다. 올해 4학년에 올라가는 만큼 큰 기대를 모았지만 연습경기 도중 오른쪽 무릎내측인대를 다치며 잠시 코트를 떠나있었다.
약 8주간의 재활기간을 거쳐 복귀한 김진유는 “아직은 좋지 않아요. 한 60%정도? 열심히 끌어올리는 중이에요”라며 현재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했다. 이어 4학년에 당한 부상으로 처음엔 정신적으로 크게 흔들렸다고 고백했다.
“올해 초 MBC배 단국대전을 앞두고 팀 내 연습경기를 하다가 부상을 당했어요. 처음에 다쳤을 땐 멘붕 상태였죠. 힘들었어요. ‘내가 복귀할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고요. 또 복귀하더라도 예전처럼 뛰어다닐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었죠.”
건국대는 대학리그 첫 경기부터 김진유의 공백을 절감해야했다. 지난해 대학리그 전패에 그쳤던 성균관대에게 덜미를 잡히며 시작부터 꼬여버린 것. 이후 세 번째 경기인 단국대전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불안한 경기력을 노출했다.
경기 직후 건국대 황준삼 감독은 “김진유의 부상으로 시즌 전 구상했던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다. 김진유가 돌아올 때까지 최대한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김진유의 복귀를 애타게 기다렸다. 코트 밖에서 이를 지켜보던 김진유의 마음도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뛰고 싶은 생각뿐이었어요. 무리를 해서라도 빨리 복귀하고 싶었죠. 하지만 몸 상태가 안 된 상태에서 마음만 급해 돌아올 경우 더 큰 부상을 당할 것 같았어요. 건국대 선배 중(이)대혁(27, 202cm)이 형이 무리하게 복귀하다 계속 다치는 걸 옆에서 지켜봤거든요. 또 계속해서 팀이 지다보니 모든 관심이 저의 복귀시점에 쏠려있더라고요. 부담도 됐어요. 하지만 경기에 뛰지 않더라도 후배들에게 여러 이야기들을 해주며 팀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어요. 얘들이 아직 저학년이다 보니 경기력에서 미숙한 점이 있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조언을 건넸죠.”
착실한 재활운동 덕분에 그의 복귀는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앞당겨졌다. 김진유의 올 시즌 대학리그 첫 경기였던 4월 26일 단국대 원정경기. 오래간만에 실전 경기임에도 그는 17득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올리며 팀의 75-73 역전승을 이끌었다. 에이스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코트위에 복귀하기 위해 재활에만 신경 썼어요. 이런저런 힘든 점들도 많았지만 주위사람들의 격려 덕분에 최대한 빨리 코트위로 돌아온 것 같아요.”
김진유는 현재 조금씩 출전시간을 늘리며 경기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 시즌 평균기록 역시 14.4득점 5.6리바운드로, 완전치 않은 몸 상태를 감안하면 충분히 제몫을 해주고 있다는 평가다. 건국대 역시 김진유의 복귀와 동시에 상승세를 타며 5승 5패, 단독 6위에 올라있다. 김진유의 공백 기간 동안 부담감이 심했다는 장문호(23, 196cm) 역시 에이스의 귀환을 반겼다.
“(김)진유는 같이 뛰기 엄청 편한 스타일이에요. 우리 팀 에이스잖아요. 제가 상대팀 감독이라도 진유부터 막으려고 할 거에요. 상대팀 수비는 대부분 진유에게 도움수비를 가요. 진유에게 수비가 쏠리면 자연스레 다른 곳에서 찬스가 파생되죠. 이렇게 생긴 기회를 최대한 살리려 노력해요. 진유는 드리블과 돌파에 재능이 있는 선수에요. 친구지만 같이 뛰다보면 ‘쟤가 저런 것까지 하는구나’하고 신기해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저도 진유를 보며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 정도죠. 실제로 진유가 많이 가르쳐주기도 하고요.”
팀 동료 장문호의 에이스 발언에 김진유는 얼굴을 붉혔다. 대학 2학년 때부터 많은 득점을 올리며 건국대의 에이스로 올라선 그에게 ‘에이스’는 어떤 의미일까?
“솔직히 기분은 좋죠. 하지만 제가 잘해서 에이스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은 안 해요. 팀원들이 없었다면 에이스가 될 수 없었을 거 에요. 팀원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도와줬기에 지금의 제가 에이스라는 소리를 듣게 된 거죠. 클러치 상황에서의 긴장이요? 특별히 떨리는 건 없어요. 경기를 뛰면서 긴장감이 풀리는 스타일이거든요.”
김진유가 건국대 에이스로서 확실히 인정받은 경기는 지난 대학리그 고려대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김진유는 경기종료 0.9초를 남기고 백보드를 맞히는 중거리 슛을 성공시키며 63-61, 팀의 극적인 역전승을 이끈다.
그 당시 고려대는 14승 무패로 대학리그 전승을 달리고 있었다. 그 직전 시즌 16전 전승을 거둔 고려대는 이날 건국대를 이기면 31연승과 함께 대학리그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김진유가 고려대 홈에서 고려대의 31연승과 대학리그 우승확정을 동시에 저지하며 제대로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양강 체제가 굳어진 대학리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업셋이었다.
경기 직후 김진유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내 농구 인생 10여 년 동안 처음 겪는 일이라 아직도 기분이 묘하고 얼떨떨하다. 숙소에 가서 다시 확인해봐야겠지만 정말 짜릿한 순간이었고, 내 농구인생을 통틀어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 싶다”라며 이날 극적인 순간에 대해 설명했다.
“농구를 십 몇 년 했는데 역전슛이란 걸 그때 처음 해봤어요. 제 농구인생에 고려대 같은 대어를 잡은 건 처음이었어요. 제가 나온 초, 중, 고 모두 전력이 약해서 경기를 이겨본 적 자체가 별로 없었거든요. 잘하는 팀에겐 매번 졌고 예선전을 통과한 적도 드물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고려대를 이겼을 때의 그 기분을 잊을 수 없는 거죠. 그전까지 고려대는 대학리그에서 한 번도 진적 없는 대학 최고의 팀이었으니까요.”
그의 말대로 그가 나온 상산초, 상산중, 상산전자고는 모두 전국대회에서 약체로 평가받는 팀이었다. 초등학교 육상부에서 뛰다가 4학년 때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농구공을 잡게 된 김진유는 중고교 시절부터 약팀의 에이스로 일찍이 이름을 날렸지만 계속되는 팀의 패배는 그를 지치게 했다.
“솔직히 고등학교 때는 농구하는 게 재미없었어요. 매 번지니까요. 당연히 팀 분위기도 안 좋고 경기에 나갈 때마다 ‘이번에도 지나보다’라는 생각을 했죠. 우리 팀엔 득점해줄 선수도 없고 키도 다 작고 농구를 늦게 시작한 얘들뿐이었어요. 그나마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농구를 계속해서 득점이든 궂은일이든 혼자 다했죠. 정말 죽어라 했어요. 농구하는 재미요? 재미는 대학에 와서 봤죠. 득점도 득점이지만 이겨야 재밌죠. 대학 와서 이기는 맛을 보니 농구가 재밌던데요(웃음)?”
이제 그의 시선은 오는 10월 열리는 KBL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로 향해있다. 이번 드래프트는 이종현, 최준용, 강상재의 빅3외에도 박지훈, 최성모, 천기범 등 재능 있는 가드들이 대거 나온다. 김진유 역시 프로팀 입장에서는 그냥 놓치기 아까운 선수. 큰 키(190cm)와 정상급 돌파능력을 바탕으로 한 득점력은 현 대학리그 가드들 중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한 농구관계자는 “시즌 전에는 1라운드 후순위를 내다봤다. 하지만 부상과 동 포지션 선수들의 활약으로 정확한 순위를 예상하기 힘들어졌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이에 대해 김진유는 “1라운드 5, 6순위 정도에 뽑히고 싶다”며 신인드래프트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부상 없이 최대한 저의 능력을 끌어올려서 보여주는 게 중요하죠. 팀 승리도 놓칠 수 없고요. 건국대가 상위권에 진입해서 좋은 순위로 대학리그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싶어요. 농구는 제게 인생이자 목숨이에요. 농구 아니면 없어요. 농구 없는 생활은 옛날부터 안 해봤어요. 팀원들에게는 끝까지 저와 (장)문호를 믿고 따라와 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감독님과 코치님께도 저희를 믿어주시면 그 믿음에 결과로 보여드리겠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많이 예뻐해 주세요.”
사진_유용우 기자
영상 촬영 및 편집_김남승 기자, 박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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