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곽현 기자] 농구 올드팬들이라면 과거 삼성과 현대의 라이벌전을 기억할 것이다. 1978년 나란히 창단한 삼성과 현대 농구단은 당시 은행권 중심이던 실업농구에 양대 산맥으로 군림하며 막강한 라이벌 체재를 형성했다. 두 팀의 라이벌전이 화제가 되면서 한국남자농구의 발전과 흥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추억의 스타들을 많이 배출한 양 팀이 28일 삼성농구단의 숙소가 있는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OB전을 가졌다.
올 해 3회째를 맞은 OB전은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고, 서로간의 우정을 이어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시는 라이벌이었지만, 지금은 농구계를 이끌고 있는 동료로 함께 하고 있다.
삼성은 농구단 초대 감독인 김인건 전 감독을 비롯해 조승연 KBL패밀리 회장, 이인표 전 KBL패밀리 회장, 진효준 전 고려대 감독, 박인규 KBL경기위원장, 안준호 전 KBL전무이사, 신동찬 전 KBL 감독관, 강을준 전 LG 감독, 서동철 전 KB스타즈 감독, 이규섭 삼성 코치 등이 자리했다.
현대는 초대 감독이자 현 대한민국농구협회 회장인 방열 회장을 비롯해 박수교 SBS스포츠 해설위원, 이호근 전 삼성생명 감독,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 김광 전 KCC 코치, 양원준 WKBL 사무총장, 추승균 KCC 감독 등이 참석했다.
현대는 추승균 감독과 트리오였던 이상민, 조성원 감독이 개인사유로 함께하지 못 한 것이 아쉬웠다. 만약 참석했다면 추억의 ‘이·조·추 트리오’를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농구계뿐 아니라 다양한 직종에서 근무하고 있는 옛 동료들도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삼성 소속인 이규식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배게 선물을 일일이 동료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추억의 스타들은 오랜만에 예전 자신들의 색깔이 담긴 유니폼을 입고 선수 시절로 돌아갔다. 삼성은 빨간색, 현대는 초록색이었다.
“어이, 너는 왜 유니폼 안 입어?”, “형님 저 무릎이 아파서 못 뛰어요.” 흘러가는 세월의 흐름 속에 선배보다 몸이 안 좋아 못 뛰는 후배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열심히 몸 관리를 한 듯 보였다. 진효준(61)전 감독은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후배들과 함께 코트를 밟았다.
방열 회장은 경기에 앞서 “여러분들이 선수로 뛸 때가 한국농구의 발전에 큰 도움을 주던 시기다. 그래서 나는 꼭 이 자리에 오고 싶었다. 앞으로 계속해서 이런 좋은 인연을 이어나갔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경기가 시작됐다. 정식경기와 똑같이 10분 4쿼터로 진행됐다. 박인규 위원장이 심판을 맡았고, 삼성 농구단 프런트들이 경기진행을 도왔다.
삼성은 신동찬 전 감독관의 플레이가 눈에 띄었다. 아버지농구대회에 꾸준히 출전중이라는 신 전 감독관은 능숙한 드리블과 정확한 슈팅으로 삼성의 공격을 이끌었다. 평소 농구를 즐기는 유도훈 감독도 스피드를 이용해 현대의 속공을 이끌었다. 비하인드 드리블을 하다 실수도 나왔지만, 현역 시절을 연상케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 막내인 이규섭 코치는 또래가 없다 보니 이날 풀타임 출전을 예약했다. 삼성 선배들은 “규섭아 넌 오늘 풀타임이다”며 이 코치의 분발을 촉구했다.
2쿼터 삼성은 서동철 전 감독의 3점슛이 터졌고, 현대는 이호근 전 감독의 컷인 득점이 눈에 띄었다. 김광 전 코치는 무리한 공격으로 2번 연속 공격자파울을 선언당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추승균 감독은 후반 들어 몸이 풀린 듯 했다. 현역 시절 장기였던 정확한 중거리슛과 3점슛을 연달아 터뜨렸다.

선수들 대부분이 40~50대인만큼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예전 같지 않은 움직임을 보이는 동료의 모습에 벤치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4쿼터 중반 동점이 나오는 등 경기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치열해졌다. 마치 예전의 승부욕이 나오는 것 같았다.
좀 더 전력이 앞섰던 쪽은 삼성이었다. 삼성은 막판 기세를 몰아붙이며 결국 71-60으로 승리를 거뒀다. OB전 1회 승리는 삼성, 2회는 현대, 그리고 3회에서 삼성이 이기며 역대 전적 2승 1패를 거두게 됐다. 즐겁게 경기를 마친 양 팀 선수들은 악수를 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김인건 전 감독은 “오늘 경기를 보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양 팀이 같은 해(1978년) 창단을 했는데, 삼성은 내가, 현대는 방열 씨가 감독을 맡았다. 당시 은행권 팀들이 주를 이뤘는데, 두 팀이 참가를 하면서 라이벌 관계가 형성됐다. 농구인기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양 팀이 스카우트도 경쟁하고, 모든 대회마다 우승을 놓고 다퉜다. 국내에선 잘 쓰지 않는 전술을 가져다 쓰기도 하고, 상대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그러한 부분들이 농구인기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삼성의 진효준 전 감독도 양 팀의 교류에 남다른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각자 모임을 갔다가 현대 쪽과 친선 경기를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예전 동료들과 같이 경기를 뛰게 되어서 감개무량하다. 예전에 비해 몸이 말을 안 듣지만, 같이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예전에 현대 선수들과는 라이벌이었지만, 밖에선 친한 동료들이었다.”
현대 유도훈 감독은 “1년에 한 번씩 이런 자리를 가질 수 있어 좋다. 예전엔 전쟁같이 싸웠는데, 지금은 같이 웃으면서 운동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추승균 감독도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들을 다시 봐서 즐겁다. 이런 모임이 계속해서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규섭 코치 역시 까마득한 선배들과 함께 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평소 그냥 인사 정도만 하는 분들도 계셨는데, 이렇게 같이 땀 흘릴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인생에 있어 좋은 경험과 인연이 될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양 팀 선수들은 경기 후 식사 자리를 가지며 그 동안 나누지 못 했던 회포를 풀었다. 한국농구를 이끌어왔던 주역들이 많은 만큼 앞으로 이들의 OB모임이 꾸준하게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사진 - 곽현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