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곽현 기자] KCC 신명호(33, 184cm)의 수비를 당하는 선수를 보면 ‘참 귀찮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만큼 경기 내내 매치업 상대에 찰싹 달라붙어 끈질기게 쫓아다니기 때문이다.
신명호는 그야말로 수비 하나로 프로에서 살아남은 선수다. 2007년 데뷔해 8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그는 단 한 시즌도 평균 득점이 5점을 넘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수비와 궂은일로 팀에 힘이 됐기 때문이다. 득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신명호. 플레이오프를 준비 중인 그를 만나보았다.(인터뷰는 2월 29일 진행됐습니다)
▲생애 첫 정규리그 우승
신명호는 지금껏 2번의 챔프전 우승을 경험한바 있다. 하지만 정규리그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KCC는 정규리그보다 플레이오프에서 위력이 강한 팀이었다.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그는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Q.어떻게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나요?
A.상대보다 우리 팀이 잘 하는 걸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감독님이 주문하신대로, 상대팀을 생각하면서 적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인삼공사 선수들이 정규리그 때보다는 몸이 좋아진 것 같더라고요. 선수들 플레이에 자신감이 보여요. 인삼공사는 역시 분위기가 무서운 것 같아요.
Q.정규리그 우승이 처음인데요.
A.(하)승진이랑 저희끼리 한 번씩 “우승할 수 있을까?”란 얘기를 많이 해요. 근데 진짜 하니까 감동이 배가 되는 것 같아요. 챔프전 우승이 제일 좋긴 하지만, 정규리그는 한 시즌을 기복 없이 해야 하는 거잖아요. 챔프전 우승을 해봐서 그런지, 정규리그 우승도 뜻 깊은 것 같아요.
Q.정규리그 후반기 상승세가 무서웠어요.
A.위기도 많았는데, 고비를 하나씩 넘는 게 잘 된 것 같아요. 고비를 넘으니까 다음 고비가 와도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저희끼리도 좋게 작용한 것 같아요.
▲수비전문선수 신명호
신명호는 프로농구에서 ‘수비’ 하면 거론되는 선수 중 하나다. 이번 시상식에서도 수비5걸상에 뽑혔고, 식스맨상도 받았다. 수비는 그가 프로농구선수로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다.
Q.시상식에서 식스맨상과 수비5걸에 뽑혔어요.
A.상 받으면 기분이 좋죠. 기분이 좋은 반면 부담스럽기도 해요. 기록적으로 크게 한 게 없는데 주신 거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신명호 선수 하면 수비를 잘 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는데요.
A.잘 한다고 해주시니까 좋긴 한데, 부담이 되는 것 같아요. 감독님도 절 믿고 내보내시는데, 그걸 충실히 이행을 해야 출전시간을 얻을 수 있잖아요. 각 팀에 잘 하는 선수들이 한 명씩은 있어요. (양)동근이형(모비스)이나 (이)정현(KGC인삼공사)이나, 아무리 막아도 할 수 있는 득점은 하니까요.
Q.본인만의 수비 노-하우가 있다면요.
A.특별한 건 없는데, 미리미리 준비를 하는 편이에요. 볼을 못 잡게 한다든지, 반대로 돌면 못 가게 한다든지요.

Q.경기 전 비디오를 보면서 충분히 준비를 할 것 같은데요.
A.개개인의 잘 하는 플레이를 못 하게 하려고 해요. 중계방송 하는 건 다 챙겨보고, 코치님이 편집해주신 패턴플레이도 숙지하려고 노력해요.
Q.최고의 가드 수비수로 양동근과 본인이 거론되는데, 둘 중엔 누가 더 수비를 잘 한다고 생각해요?
A.동근이형이 훨씬 더 잘한다고 생각해요. 공격적인 면도 그렇고, 다방면에 잘 하는 선수잖아요. 수비적인 면에서 봤을 때도 저보다 훨씬 움직임이 좋은 것 같아요.
Q.양동근 선수가 본인을 막을 땐 어떤가요?
A.질식사 할 것 같아요(웃음). 힘도 좋고, 길 차단하는 요령도 좋아요. KBL에서 동근이형의 수비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연차가 쌓이면서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저도 신인 땐 멋모르고 했다면, 많이 하다보니까 상대 성향도 알게 되고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Q.본인이 가장 막기 힘든 선수는 누구인가요?
A.동근이형이 제일 막기 힘들어요. 항상 점수를 많이 주죠. 힘도 좋고, 3점, 중거리슛 등 다 좋아요. 형은 여유가 있어요. 압박을 해도 당황하지 않는 게 참 대단한 것 같아요. 동근이형은 한 해 한 해 발전하는 것 같아요. 예전엔 그렇게까지 공격적인 성향은 아니었던 것 같거든요. 수비도 좋아지고 리딩도 좋아진 것 같아요. 게임으로 치면 아이템이 업그레이드 되는 것 같아요(웃음).

Q.여러 포지션 선수를 막는데, 이 선수까지 막아봤다는 선수가 있다면?
A.(애런)헤인즈도 막아봤어요. 허재 감독님 계실 때인데, 막아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일단 힘에서 안 돼요. 외곽에선 그나마 나은데, 미스매치라고 생각하면 포스트로 들어오려고 하니까요.
Q.본인이 생각하는 포지션별 최고의 수비수는 누구인가요?
A.음…. 1번은 양동근, 2번에 조성민, 3번에 양희종, 4번에 윤호영, 5번은 이승현이요.
Q.사실 인상이 서글서글해서 터프한 수비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데요.
A.제가 원래 수비를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경희대에 입학하면서 그런 마인드가 생겼죠. 경희대하면 ‘수비’였으니까요. 대학 때 악바리 근성도 좀 생긴 것 같아요. 원래 성격도 내성적이었는데, 성격도 좀 외향적으로 바뀌었죠.
▲신명호에게 3점슛이란?
‘수비’와 함께 연관검색어처럼 신명호를 따라다니는 단어가 있다. 바로 ‘3점슛’이다. 유독 3점슛 성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신명호에겐 굉장히 부담스러운 단어이기도 하다. 시즌 중반 신명호의 3점슛이 들어갈 때 승리하는 경우가 나오자, 팬들 사이에서는 “신명호의 3점슛이 들어가면 KCC가 이긴다”라는 공식이 생길 정도였다.(이번 시즌 신명호가 3점슛을 성공시킨 14경기에서 KCC는 10승 4패를 기록했다)
Q.이번 시즌 신명호 선수의 3점슛이 들어가면 KCC가 이긴다는 말이 있었어요. 들어봤나요?
A.네.(웃음). 어떻게 보면 기분 좋은데,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못 넣으면 질 것 같으니까요. 어쨌든 플레이오프에선 하나라도 넣어서 이겼으면 좋겠어요.
Q.3점슛에 대한 부담감이 큰가요?(신명호의 통산 3점슛 성공률은 23.8%다)
A.심리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너무 망설인다고 할까요. 감독님들도 슛 쏘는 것에 대해서 뭐라 말씀은 안 하시는데, 안 들어가면 팀에 폐가 될까봐 부담을 갖는 거죠. 코치님들도 제가 슛 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세요. 소심해지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Q.연습할 때는 잘 들어가나요?
A.잘 들어갈 때도 있고, 안 들어갈 때도 있어요(웃음). 코치님들은 항상 연습 때만큼만 던지라고 하세요.
Q.수비를 너무 열심히 해서 공격 때 지치는 거 아닌가요?
A.글쎄요(웃음). 주위에서 수비를 좀 덜하고 공격도 좀 하라고 하기도 해요. (양)희종(KGC인삼공사)이랑 상무 때 같이 한 번씩 넣자고 얘기를 하기도 했어요.
Q.전태풍 선수가 신명호 선수에게 패스를 하고 머리를 감싸 쥐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A.하하! 그 영상이 저희 선수단 사이에서 한참 유행했었어요. 태풍이형은 오픈 찬스가 나서 (김)효범인줄 알고 패스를 했는데, 저였던 거죠. 태풍이형이 그 다음에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영원한 KCC맨으로 남았으면
신명호는 데뷔 후 이적 없이 KCC에서만 뛰고 있다. 한 팀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는 것은 굉장히 명예로운 일이며,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신명호 역시 다른 팀이 아닌 KCC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프랜차이즈로 감독이 된 추승균 감독처럼 말이다.
Q.팀의 주장으로서 개성 강한 선수들을 끌고 가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A.개성 강한 선수들이 많은 건 맞는데, 그렇다고 팀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는 없어요. 제가 주장이다 보니 제 얘기를 잘 들어줘요. 시즌을 치르다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잘 풀려고 노력하죠. 선수들끼리 모이기도 하는데, 이번 시즌은 몇 번 안 모인 것 같아요. 제가 싫은 소리 하는 걸 싫어하긴 하는데, 그래도 맡겨진 임무가 있으니까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더라고요.
Q.데뷔 후 줄곧 KCC에서만 뛰었는데요.
A.단장님, 사장님들한테 감사드려요. 한 팀에서 오래 뛴 선수가 몇 명 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죠. FA 때도 다른 팀에 간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운이 좋은 케이스 같아요. 늘 경기에 뛸 수 있는 기회를 주셨고, 저도 보답하려고 했어요. 추 감독님처럼 KCC에서만 뛰다가 은퇴를 했으면 좋겠어요.
Q.이번 시즌 2008-2009시즌에 이어 2번째로 정규리그 전 경기를 뛰었더군요. 몸 관리를 잘 한 것 같은데요.
A.제가 몸 관리를 잘 한 것도 있지만, 감독님이 기용을 해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도 뿌듯함도 느끼고 있어요.
Q.반면 지난 3시즌은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 했어요. 힘든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요.
A.진짜 많이 힘들었어요. 확실히 성적이 안 좋아지니까, 지는 게 무서워지더라고요. 패배의식이 짙어지니까 올라서기 힘들어요. 다행히 이번 시즌 (전)태풍이형도 오고, 안드레 에밋이란 좋은 선수가 오면서 나아졌죠. 비시즌 고참들도 운동을 많이 하면서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했어요. 패배 의식에 젖어있던 이미지를 바꾸려고 많이 노력한 것 같아요.
Q.프로에서 수비전문선수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뭐라고 생각해요?
A.비결까지는 잘 모르겠고…. 프로니까 감독님이 원하시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이 주문하신 걸 하려고 했죠. 슛은 약하지만, 수비적인 부분에서 도움이 되려고 노력했어요.
Q.많은 선수들이 매년 은퇴의 길을 걷는데, 위기의식을 느낀 적은 없나요?
A.결혼 전엔 그런 데 무뎠어요. 작년에 결혼을 했는데, 책임져야 할 사람이 생기니까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앞으로 2세가 생기면 압박감이 더 들 것 같아요.
Q.선수생활 동안 허재 감독과 오래 했는데, 허 감독님은 본인에게 어떤 분인가요?
A.저한텐 잊을 수 없는 분이죠. 지금의 절 만들어주신 분이고요. 드래프트에서 절 뽑아주셨고, 제가 잘 할 수 있도록 늘 조언해주셨어요.
Q.추승균 감독은 동료에서, 코치, 그리고 지금은 감독이 됐는데요.
A.아무래도 지금은 감독과 선수의 관계라 어려운 면은 있는데, 그래도 제 의견도 들어주시고, 주장으로서 역할을 잘 주시는 것 같아요. 선수 때나 코치 때도 꼼꼼하셨는데, 더 세밀해지신 것 같아요. 본인이 워낙 농구를 잘 하셨기 때문에 지금은 선수들을 믿어주려고 하세요.
Q.플레이오프를 앞둔 각오를 부탁합니다.
A.집중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경기 텀이 길다 보니 느슨해질 수도 있는데, 분위기를 다잡아야 할 것 같아요. 이번에도 우승하고 싶어요. 기회가 자주 오는 건 아니니까요.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게 승리자라고 생각해요.
Q.플레이오프 때 ‘이것만은 하겠다’ 하는 게 있다면요.
A.한 명은 잡아야죠(웃음). 그리고 3점슛도 하나는 넣어야겠어요. 제가 넣으면 이긴다니까요(웃음).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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