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 감동의 은퇴식…“부러지고 다쳐도 행복했다”

곽현 / 기사승인 : 2016-02-21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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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인천/곽현 기자] ‘궂은일’의 대명사 이현호(36, 192cm)가 현역에서 은퇴한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이현호는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21일 인천에서 열린 전자랜드와 모비스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이날 경기는 모비스의 우승 여부도 관심을 모았지만, 이현호의 은퇴경기로도 주목을 끌었다.


이현호는 프로에서 13시즌을 뛰며 궂은일과 성실함으로 인정받아온 선수다. 화려하진 않지만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늘 전자랜드의 중심에서 뛰어왔다.


이날 경기 하프타임에는 이현호의 은퇴식이 열렸다. 지금까지 뛰어온 이현호의 경기 영상이 상영됐고, 후배들의 인사말도 이어졌다. KT&G 시절 동료였던 주희정(삼성), 지금은 방송인으로 활약 중인 서장훈의 축하 메시지도 이어졌다. 서장훈은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던 선수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든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며 후배의 마지막을 축하했다.


유도훈 감독과 상대팀 양동근도 꽃다발을 건네며 이현호의 은퇴를 축하했다. 팬들에게 은퇴 소감을 전하는 이현호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유도훈 감독은 “우리가 지난 시즌까지 수비에서 3, 4위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현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호는 우리 팀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다. 현호가 제 2의 인생도 잘 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대팀 유재학 감독도 “현호는 늘 열심히 했던 선수다. 수비, 리바운드, 궂은일에서 최선을 다 했다. 모든 감독들이 좋아할만한 선수였다”고 칭찬했다.


이현호는 양쪽 무릎 모두 수술을 하며 운동능력을 많이 잃었다. 때문에 이번 시즌 17경기를 출장하는데 그쳤다. 본인으로선 은퇴 마지막 시즌 제대로 경기를 뚜지 못 한 것이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이현호는 이날 선발로 출전했다. 마지막 은퇴 경기를 잘 장식해주고 싶은 유도훈 감독의 배려였다.


이현호는 자기 스타일 그대로였다. 열심히 움직이며 동료들을 위해 스크린을 해주고 박스아웃을 했다. 이현호는 1쿼터 리바운드 1개를 기록했다. 상대 주득점원인 함지훈 수비도 열심히였다. 1쿼터 2분 8초를 뛰고 교체된 이현호는 모비스로 승리가 기운 종료 1분 31초를 남기고 다시 투입됐다.


이현호는 30초를 남기고 점프슛을 시도했지만, 슛은 링을 빗나갔다. 이현호는 0.6초를 남기고 레이업을 성공시켰다. 그의 농구인생 마지막 슛이었다.


이날 경기는 모비스가 89-70으로 승리하며 준우승을 확정지었다.


경기 후 이현호는 동료 및 모비스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고, 홈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자신의 현역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인천 팬들은 가는 발길을 멈추고 전자랜드의 상징이었던 이현호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경기 전 이현호는 기자회견을 통해 은퇴 심경을 전했다. 다음은 이현호와의 일문일답이다.


Q.은퇴 소감.
A.보잘 것 없는 날 위해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끝까지 날 응원해준 팬 여러분들과 구단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 23년 동안 농구를 했고, 13시즌 농구를 할 수 있었던 건 내 능력보다 기회를 준 감독님들 덕이라고 생각한다. 코트 안에서 부러지고 다쳐도 충분히 즐기고 행복했다. 영광의 상처를 뒤로 하고 은퇴하게 된 것도 내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 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후배들이 날 대신해서 열심히 해주기를 바란다. 한발 물러서서 농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Q.계약기간이 1년 남았는데 은퇴를 하는 이유는.
A.다음 시즌을 뛰려면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을 하면 재활기간이 6개월 걸린다. 그 시간을 투자해서 잘 할 수 있을지 고민됐다. 내 자신에게 졌다고 해야 하나. 포기 아닌 포기를 했다. 선수는 코트에서 뛸 때가 가장 행복하다. 팀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경기를 못 뛰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잘 할 수 있을지 100% 확신을 못 하겠더라. 외국선수 규정이 바뀐 것도 영향이 있다. 만약 몸이 안 다쳤으면, 작은 선수들은 다 내 밥이었을 거다(웃음).


Q. 은퇴하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A. 이번 시즌 성적이 가장 아쉽다. 13년이란 시간이 그 순간은 길었는데, 지금은 너무 짧게 느껴진다. 후배들에게 이 시간이 얼마나 짧고 소중한지 전해주고 싶다.


Q.가장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면.
A.많은 순간이 기억나지만, 전자랜드에서 비시즌 운동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보면 재밌었던 것 같다. 그땐 너무 하기 싫어서 투덜대기도 했다.


Q.2라운드 출신으로 신인상을 받은 게 프로생활에 원동력이 됐는지.
A.2라운드 선수에게 기회가 안 가는 건 당연하다. 지금 말하면 연습생 수준이다. 난 운이 많았던 것 같다. 신인 때 김동광 감독님이 좋아하는 농구를 했다. 무모하지만 외국선수를 달고 공격을 하기도 했다. (서)장훈이형 백업으로, 형이 데리고 다니면서 좋은 얘기도 많이 해줬다. 또 선배들이 다 날 좋아해줬다. 얼굴이 우락부락해서 무서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주)정이형도 찬스가 나면 한골을 넣게 해줬다. 동기들이 부진하면서 신인상도 수상을 했다.


Q.본인에게 유도훈 감독은 어떤 존재인지.
A.그 전까지 농구를 단순무식하게 했다면, 유도훈 감독님을 만나고 생각하면서 농구를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장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감독님이 아니고 유도훈 감독형? 같은 관계다. 감독님은 정말 채찍과 당근을 적절하게 쓰시는 분이다. 또 좋은 형이다.


Q.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솔직히 나도 후배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없다. 프로 2~3년차 때 망나니처럼 하고 다녔다. 장훈이형, (이)규섭이형이 있어서 못 뛴다고 훈련을 등한시하기도 했다. 한 번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고, 그런 부분이 정신적으로 중요했던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이 나처럼 2년을 대충 한다고 했을 때, 그 땐 좋겠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아쉽더라. 연봉을 올릴 수 있고,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신인선수들이 프로에 있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Q.앞으로의 계획은?
A.구단에선 코치직을 제의하셨는데, 내가 거절했다. 주변에서 나한테 미친놈이라고 배가 불렀다고 한다(웃음). 13년 동안 딸과의 시간도 없었고, 아들, 남편 역할을 잘 못 했다. 1년간은 가족들을 위해 힘쓰고 싶다. 코치를 하면서 잘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안 섰다.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지도자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주부 역할을 해보고 싶다. 아직까지 분리수거 한 번 안 해봤다(웃음).


Q.어떤 선수로 평가받고 싶나.
A.솔직히 농구를 잘 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열심히 한 것 같지도 않다. 꾸준하게 했고, 열정적으로 했던 것 같다. 그런 선수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Q.흡연하는 선수들을 훈계해 화제가 됐는데, 후배들에게도 같은 상황이 오면 그렇게 하라고 말해주고 싶은지.
A.그걸로 인해 10년치 인터뷰를 한 번에 했다(웃음). 후배들한테도 그런 기회가 오면 꼭 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사진 – 한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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