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현승섭 인터넷기자] 적막한 경기장을 뒤흔드는 응원 소리. 빠↘바→밤↗, 전자랜드! 빠↘바↗밤→, 전자랜드!
지난 11일 인천 전자랜드와 전주 KCC의 D리그(2차 리그) 맞대결. 40명 남짓한 관중이 경기를 지켜보는 한적한 고양실내체육관 보조경기장. 공 튕기는 소리, 호루라기 소리, 코치들의 호령, 선수들의 거친 호흡. 그런데 별안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응원, ‘전자랜드 파이팅!’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전자랜드 주황색 저지를 입은 어른 넷, 아이 넷. 그런데 응원이 꽤나 조직적이다. 수비 시엔 ‘디펜(디펜스, defense)’을 목 놓아 외치고, KCC 선수가 자유투를 시도할 때는 응원도구 ‘짝짝이’를 흔들며 한껏 야유를 보낸다.
어린이 팬들의 춤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흥에 겨워 몸을 흔드는 수준을 넘어섰다. 어린이 팬들은 음악도 없이 성인 치어리더들도 울고 갈 ‘칼군무’를 선보였다.
고양을 인천으로 바꾼 열정적인 응원이 이어지자 전자랜드 선수들도 이에 보답했다. 전자랜드는 35-33, 재역전에 성공하며 2쿼터를 마쳤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꼭 들어야한다. 하프타임, 주어진 시간은 12분. 관중석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가 머쓱한 표정으로 한 마디를 건넨다. “인터뷰에 응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좌측부터 홍정미, 권혜린, 박영선, 김지민, 현영화, 장윤영, 오승연, 이수현
Q. 안녕하세요? 어디서 오셨나요?
홍정미 : 저희는 인천에서 전자랜드를 응원하러 왔어요.
Q. 평소에도 농구장을 찾으시나요?
홍정미 : 홈경기는 거의 다 보고, D리그는 이번이 네 번째?
이수현 : 저는 처음 왔어요. 연차까지 쓰면서 왔죠.
Q. 오시기 불편하진 않으셨나요?
홍정미 : 길이 막히지 않아서, 얘들 학교 끝나고 바로 왔어요. 약 50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Q. 아이들도 저지를 다 차려입고 왔네요?
홍정미 : 얘들은 전자랜드 어린이 치어리더들이에요. 전자랜드 어린이 치어리더 38명 중에 오늘 경기를 보러 오겠다고 한 애들이 얘네 넷이에요. (아하, 그래서 춤을 잘 췄군요.) 5년 된 전자랜드 어린이 팬도 있어요.

Q. 와, 저렇게 어릴 때부터 농구장에 오다니 대단하네요.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오승연 : 이정제요! (왜요?) 키 크고, 잘 생기고, 농구 잘 해서 좋아요, 헤헤.
권혜린 : 정효근 선수요! (왜요?) 잘 생겼고, 웃는 게 (홍정미 : 빙구 웃음!), 웃는 게 좋아요!
김지민 : 송수인 선수요! (왜요?) 모자도 줬고, 잘 생겼어요.
Q. 모자를 받았다는 건?
홍정미 : 예전 팬 미팅 때 얘가 모자를 받았어요. 그게 인연이 된 거죠.
김지민 : 그리고~, 송수인 선수가 프리허그 타임 때 다른 사람들은 그냥 꼭 안아주기만 했는데~, 나는~ 번쩍 들어서 안아줬어요. (아, 특별대우를 해줬다?) 네, 헤헤헤.
Q. 다른 분들은 어떤 선수를 좋아하시나요?
현영화 : (장윤영 어린이를 가리키며) 얘는 주태수 선수를 좋아해요.
장윤영 : (당황하며) 아, 말 하지마~
현영화 : 주태수 선수, 올해 결혼하는데.
장윤영 :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도 알아….
홍정미 : 저는 이현승 선수를 좋아해요. 꼭 잘생겨서만은 아니에요. 이현승 선수가 중간에 농구를 그만뒀다가 일반인 신분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했잖아요. 농구를 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크고, 열심히 농구를 해서 많이 응원하고 있습니다. (인간승리라고 보시는 건가요?) 네.
Q. 혹시 관람하시면서 D리그와 정규리그의 차이를 느끼셨나요? 혹은 개선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점이 있으신가요?
홍정미 : 네. 관중 수도 적고, 홍보도 잘 되지 않더라고요. SNS를 통해 경기 관련 내용이 간간이 올라오고…. 주변 사람들 중에 D리그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장소도 매일 똑같아서 오히려 불편하고….
이수현 : 지금도 경기를 가까운 좌석에서 볼 수 있긴 하지만, 코트 옆 공간에 좌석을 설치하면 좋을 것 같아요.
Q. 아쉽게도 이번 시즌 전자랜드의 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이구동성으로) 그래도 전자랜드.
(그래도 전자랜드요?) 홍정미 : 네, 이번 시즌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니까 항상 응원하고, 다음 시즌에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박영선 :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어요.) 남은 경기에서 이기면 더 좋지만, 못 이겨도 저희는 언제나 전자랜드를 응원할래요.
Q. 전자랜드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홍정미 : 가족 같은 끈끈함?
박영선 : 그리고 조직력.
Q. 알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혹시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어떡해. 우리 말 안했던 선수들 이름까지 다 대야해. (박진수요) (이현호요) (이진욱 선수요) 그냥 다 넣어주면 안 돼요? 다 넣어주세요. (정병국) (차재영이요, 차재영) (임준수 선수요) 누구도 뺄 수 없어요.
이날 경기에서 전자랜드가 64-52로 KCC를 제압했다. ‘전자랜드 파이팅’은 더 크게 울려 퍼졌고, 선수들은 손을 흔들며 여유롭게 화답했다. 이날의 수훈 선수는 동갑내기 듀오 박진수(29, 192cm)와 송수인(29, 193cm). 전자랜드 응원단은 인터뷰에 응하기 위해 코트로 다시 들어선 둘의 이름을 연호했다.
송수인 또한 인터뷰를 통해 “저 팬 분들은 인천 홈경기도 자주 찾아주시는 분들이다. D리그인데도 와주셔서 감사하다. 응원을 열심히 해주시다 보니 우리도 힘을 얻는다”며 열성적인 응원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번 시즌 성적이 좋지 않음에도 평균 관중 순위에서 2위(4,385명, 2월 15일 기준)에 올라 있는 전자랜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처럼 선수들을 아끼는 팬들이 있기에 가능한 기록이다. 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다음 시즌에 날아오를 전자랜드를 기대해본다.
#사진 – 현승섭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