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곽현 기자] 이번 시즌 프로농구는 단신 외국선수들의 도입이 리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3cm 이하의 단신 외국선수 중에서 언더사이즈 빅맨들의 위력이 크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기술로 승부하는 테크니션들의 플레이는 농구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리온의 조 잭슨, KCC 안드레 에밋이 그렇다. 잭슨은 180cm에 불과한 작은 신장이지만 화려한 드리블 기술과 뛰어난 운동능력을 이용해 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안드레 에밋 역시 191cm로 크지 않은 신장이지만, 압도적인 개인기술로 1:1 수비가 불가능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
신장제한이 없었던 그 동안은 보기 힘든 유형의 선수들이다. 신장제한에 대한 호불호는 여전히 갈리지만, 이들 단신 외국선수들이 프로농구에 가져다준 메시지는 확실했다. 첫 번째는 기술농구가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고, 두 번째는 기술농구의 필요성이다.
팬들이 그들의 플레이에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은 체격조건의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남보다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신기함을 느낀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기술을 갈고 닦은 사람들. 일명 ‘달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숙련된 기술을 보면서 감탄을 하는 경우가 그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탁월한 개인기술로 상대를 압도하는 외국선수들의 플레이는 분명 본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프로농구의 인기 하락을 얘기할 때 늘 나오는 얘기가 바로 경기의 질적 하락이다. 경기력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레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90년대 농구대잔치 시대는 어땠나? NBA처럼 현란한 기술은 아니었지만, 당시엔 선수들의 득점력이 상당했고, 기본기가 탄탄했다. 슈터라면 당연히 오픈찬스에서 슛을 넣어야 했고, 아웃넘버 상황에서 속공은 반드시 성공시켰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었고, 그 속에서 기술자들도 있었다.
물론 현대농구는 당시보다 수비 조직력이 더 좋아진 부분은 있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과거보다 지금이 수비가 더 발전했다”고 말했다.
허재, 강동희, 문경은, 이상민, 서장훈, 현주엽 등이 바로 기술자들이다. 프로농구 초창기까지도 그랬다. 이들은 외국선수들과의 경쟁에서도 나름대로 자리를 확고히 지키며 국내선수의 자존심을 살렸다.
프로 출범 후에는 김승현, 김주성, 양동근이라는 스타플레이어들을 배출했다. 하지만 스타들의 숫자가 농구대잔치 시절에 미치지 못 한다. 오히려 예전보다 선수들의 기술적인 능력이 더 떨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문경은, 조성원 같은 슈터가 나오지 않고, 허재 같은 테크니션이 없다. 강동희, 김승현 같은 창조적인 포인트가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왜일까?
최근 한국농구에는 창의력 있는 플레이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 획일화된 농구를 하고 있다. 부상으로 떠난 SK 외국선수 드워릭 스펜서는 “한국농구는 빠르지만, 창조적인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로농구에서 1:1로 수비수를 제칠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 세트오펜스 상황에서 스크린이 없으면 제대로 된 공격이 이뤄지지 않는다. 속공에서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큰 선수가 있으면 속공을 멈추는 경우도 다반사다. 과감함이 없다. 안전한 농구로 가는 것이다. 물론 공격을 성공시킬 만한 기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김승현처럼 상대 타이밍을 속이고 영리하게 농구하는 선수가 없다. 어떠한 상황이 주어졌을 때 열에 아홉은 같은 동작을 취하는 것을 볼 수 있다.
SK 김선형 같은 경우는 한국농구에서 나오기 힘든 유형의 선수다. 정형화된 시스템에서 그런 자유로운 농구를 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외국선수들의 플레이는 국내선수들에게 볼 수 없었던 다이내믹함을 느낄 수 있다. 조 잭슨은 자신보다 큰 선수 2명을 달고서도 속공을 성공시킨다. 에밋도 아무리 큰 선수가 있어도 타이밍을 뺏는 플로터로 득점을 성공시킨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플로터는 국내에서는 여전히 익숙지 않은 기술이다. 김선형 정도를 제외하면 능숙하게 쓰는 선수가 없다. 이유가 있다.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어린 선수들 중에서도 NBA 영상을 보며 플로터를 구사하는 선수가 있지만, 체계적으로 배우지는 못 한다. 가르쳐줄 지도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 그런 기술은 배우지 못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농구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플로터, 스쿱샷, 더블클러치 등 변칙적인 슛을 쏘는 이유는 상대 수비로부터 보다 편안하게 슛을 쏘기 위함이다. 이러한 세계농구의 기술발전에 한국농구는 뒤처지고 있다. 비하인드 백패스, 더블클러치 등을 함부로 했다가 혼이 나면 선수들은 다시는 그러한 슛을 쏘지 않는다.
이에 프로농구가 팬들에게 매력을 어필할 요소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보여줄 게 없다는 것이다. 노마크에서도 놓치는 슛, 밋밋한 개인기로 팬들을 농구장에 불러올 순 없다.
농구인기가 절정이던 90년대에 비해 지금은 즐길 거리가 많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 가운데 스포츠에선 야구가 독보적인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국제경쟁력을 키웠고, 국내에서는 확실한 야구만의 관전문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농구는 과거의 영광을 발전시키지 못 하고 퇴보하고 있다. 경기력의 질적 하락과 더해져 발전하지 못 하고 있는 것.
이번 시즌 NBA에서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가 화제다.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3점슛 성공률과 플로터, 화려한 드리블로 전 세계 농구팬을 열광시키고 있다.
커리는 운동능력 괴물들이 즐비한 NBA에서도 독보적인 실력을 보이고 있다. 체격조건과 운동능력은 평범한 편이지만, 엄청난 슈팅능력과 개인기를 갖추고 있다. 물론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남들과는 차별화되는 훈련으로 지금의 기량을 만들 수 있었다.

타고난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이 아닌 기술적인 부분들은 분명 한국농구가 지향해가야 하는 부분이다. 대만계인 제레미 린이 NBA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결국 선수를 만드는 건 훈련에 있다. 국내 지도자들의 지도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은 점점 커지고 있다. 획일화된 훈련이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면서 조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한국농구는 지나치게 팀 훈련에 치중하는 경향이 많다. 그 속에서 선수 개개인의 개성은 묻히고 만다. 다들 똑같은 스타일의 농구만 하는 것이다.
한국농구가 한 번에 바뀌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어린 선수들이 롤모델로 삼는 프로농구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아마농구, 엘리트스포츠의 전체적인 틀을 뜯어고쳐야 한다. 능력 있는 지도자들을 발굴해야 하고, 지도자들은 인식을 바꿔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창의력이 없이는 한국농구의 발전은 없다.
#사진 - 유용우, 한명석 기자, KBL, 언더아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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