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민욱 칼럼니스트] 유럽프로농구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는 나이 어린 10대 유망주들의 활약에 있다. 물론 그런 일들이 자주 존재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나이가 어린 선수라도 실력만 있다면, 팀에서도 밀어주고 프로 경기에 계속 출장하여 두각을 나타낼 때가 있다.
최근 유로리그 16강에서는 두 명의 만 16세(아직 생일이 안 지났다) 유망주들이 계속 코트에 나서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1999년 2월 28일생인 루카 돈카치(199cm 가드 겸 포워드)와 1999년 5월 8일생인 자난 무사(204cm, 가드 겸 포워드)다. 돈카치는 슬로베니아 국적으로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며, 무사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국적으로 세데비타 자그레브(크로아티아)에서 뛰고 있다.
이들이 유럽프로무대를 평정한 ‘슈퍼스타’ 는 아니다. 이제 성인무대에서 막 걸음마를 내딛은 단계의 새싹들이다. 현재 소속팀에서는 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출장시간이 길든 짧든 경기에 출장시켜 성인 선수들과 경쟁을 붙이고 있다.
돈치치와 무사는 현재 유럽의 1999년생 농구 유망주들 중에서는 최고의 실력자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과연 어떤 선수들일까?
루카 돈치치
유로리그 명문 CSKA 모스크바도 당황한 유망주
돈치치의 ‘현재’를 보면 떠오르는 단어는 딱 하나, 바로 ‘거침없음’ 이다. 그 어린 나이에 성인무대에서 잔뜩 긴장할 법도 하지만 돈치치는 겁이 없다. 오히려 ‘큰 무대에서의 긴장감을 오히려 즐기고 있다’ 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담력이 보통이 아니다. 돈치치의 아버지인 사샤 돈치치는 1974년생으로 국가대표까지 지낸 자국에서는 알아주는 실력의 농구선수였다. 돈치치의 나이에 걸맞지 않은 뛰어난 농구 재능은 아버지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돈치치는 슬로베니아 프로농구 명문 유니온 올림피아 류블랴나(Union Olimpija Ljubljana)의 유스팀에서 농구를 시작했다. 돈치치는 13살이던 2012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리도 디 로마 토너먼트(Lido di Roma Tournament)’ 13세 이하(U13) 경기에서 MVP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특히 결승전이 돈치치 활약의 백미였다. 그는 라치오와의 경기에서 54점 11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 기록을 세웠다.
▷ 13세 이하 대회 돈치치 H/L
https://www.youtube.com/watch?v=ioH0agl-feA
이후 돈치치는 2012년 9월 레알과 5년 계약을 맺으며 레알 유스 팀에 들어간다. 유럽에서 날고 기는 유망주들이 모여 경쟁하는 레알 유스 팀에서도 돈치치의 활약은 최고였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수치가 있다.
▷ 미니코파 2013에서 MVP에 선정된 루카 돈치치
https://www.youtube.com/watch?v=mIHUirZkjhI
※ 만 13세의 돈치치가 레알 유스 팀에서부터 성인 팀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2년 7개월이었다. 레알 마드리드 농구 유스의 연령대별 시스템 팀은 축구의 유스팀 체계와는 다른 점이 있다.
레알의 농구 유스 팀은 EBA(2군)와 주니어(18세 이하) 카데테 A(16세 이하), B(15세 이하) 그리고 인판틸 A(14세 이하), B(13세 이하)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유럽농구의 특성상 나이의 많고 적음은 실력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 실력이 좋은 유망주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상위 연령대별 팀으로 빨리 올라간다. 즉 ‘실력이 선배’ 인 셈.
이 외 좀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스페인에서는 매년 연령대별 챔피언십 대회가 열리는데 주니어(U-18)와 카데테(U-16) 인판틸(U14) 대회가 존재한다. 이 대회는 스페인리그 내 유스 팀 유망주들의 실력 검증을 판단하기에는 아주 좋은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현재 레알의 인판틸 A 팀에는 중국의 2002년생 유망주 장 지야오(204cm)도 소속되어 있다. 장 지야오(Zhang Zhiyao)는 작년 9월 1일 레알과 계약을 맺으며 현재 레알의 인판틸 A팀에 소속되어 있다. 장 치야오의 부모는 모두 농구 선수 출신이다. 아버지는 현재 베이징 덕스의 어시스턴트 코치로 있는 장징동(Zang Jingdong)으로 1990년대 베이징 덕스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슈팅가드(신장은 196cm)였다(장징동은 한 경기 14개의 3점 슛을 성공시킨 적이 있다). 어머니인 장나이 팡(Zhangnai Fang)은 베이징의 여자농구 팀 선수였다.
중국농구사이트인 샥핀스훕스(Sharkfinshoops) 기사에 의하면 이미 마드리드는 여러 달 동안 장 치야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2015년 2월에 테스트를 받았다.
유스에서 성인 팀으로 가는 동안 돈치치는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 중에서도 돈치치가 기억에 남을 장면을 보여준 대회가 두 개 있다.
첫 번째는 작년 스페인 주니어(U18) 선수권 대회 결승이다. 스페인 주니어 선수권 대회는 돈치치의 나이는 2살(만16세)이 대회 제한연령보다 어렸다. 이 대회 결승에서 레알이 상대했던 팀은 FIATC 호벤투트 주니어 팀. 호벤투트에는 당시 돈치치의 팀 동료였던 산티아고 유스타(201cm, 포워드)의 스페인 청소년 대표팀 동료이자 2013년 유럽 U16 선수권 대회에서 스페인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에 선정된 1997년생 사비 로페즈(201cm, 가드)라는 스페인에서 촉망받는 유망주가 있었다.
하지만 돈치치의 레알 앞에서는 로페즈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레알은 97-57 40점차 대승을 거뒀고 돈치치는 이날 경기에서 트리플 더블(15점-12점-15어시스트)을 기록하며 대회 MVP에 오른다.
▷ 루카 돈치치의 호벤투트 전 트리플 더블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YIGJ71GzIdQ
두 번째는 아디다스 넥스트 제너레이션 토너먼트(adidas Next Generation Tournament)다. 이 대회는 유럽의 날고 기는 18세 이하 유망주들이 참가하는 대회로 ‘유럽 유스 팀들의 유로리그’ 라고 봐도 될 정도로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스페인 주니어 선수권 대회처럼 이 대회 참가연령 제한은 만 18세였는데 당시 이 대회에 참가한 돈치치의 나이는 만 16세였다.
하지만 돈치치의 실력은 그 누구보다 뛰어났다. 돈치치는 유스타와 함께 레알의 우승에 기여했다. 평균 12.3점, 8.0리바운드, 5어시스트, 1.3스틸을 기록하였으며 대회 MVP와 함께 베스트 5에도 선정되었다.
이쯤 되니 레알에서는 돈치치를 유스 팀에만 묵혀둘 수는 없었다. 결국 성인 팀으로 올라간 돈치치의 성인 무대 데뷔 경기는 2015년 4월 30일 우니카하와의 스페인리그 29라운드 경기였다. 이 때 당시 돈치치의 나이가 16세 2개월이었다. 스페인리그 역사상 3번째로 어린 나이였다. 참고로 가장 어린 나이에 스페인리그 무대를 밟은 유망주는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리키 루비오(14세 11개월)였고 그 다음이 안젤 레볼로(15세 3개월)였다.
▷ 돈치치의 스페인리그 데뷔 순간
https://www.youtube.com/watch?v=oQLc1zcTURw
돈치치는 이후 정규시즌 2경기와 플레이오프 2경기까지 합해 총 5경기에 경기에 투입되었다. 하지만 그리 비중이 크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이 시즌은 ‘경험’에 큰 비중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시즌은 조금 사정이 다르다. 2015년 12월, 팀 핵심인 루디 페르난데스(198cm, 가드/포워드)가 등 부상으로 장기 결장이 예상되고 있어 당분간 돈치치의 모습을 더 많이, 오래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유럽의 명장, 레전드들은 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돈치치는 마치 데얀 보디로가(과거 구유고와 세르비아의 전설적인 농구선수)를 연상하게 한다. 경기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고 공간도 잘 활용하며 자신의 영리함을 이용한 수비와 기술적인 공격도 경기에서 사용할 줄 안다. 그는 스폰지 같다. 늘 성장하고 배우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파블로 라소 레알 감독, 2015년 10월 28일 스페인 풀바스켓(Fullbasket)과의 인터뷰 중.
“그는 좋은 몸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리그(NBA)에서 통할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 과거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우승멤버였으며 현재 슬로베니아 농구협회의 사무총장으로 있는 라쇼 네스트로비치의 말.
돈치치는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 그리고 스몰포워드를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다재다능하다.하지만 돈치치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포지션은 포인트가드다. 시야가 넓어 질이 좋은 패스를 팀원에게 잘 제공한다. 슛 능력도 나이에 비해 뛰어난 편이며 스텝도 잘 밟는다.
이 모든 점이 돈치치의 기본기가 잘 잡혀 있다는 점과도 연결이 된다. 덕 노비츠키의 외다리 점프슛을 시도할 정도로 변칙 플레이에도 능하다. 점프력도 경기 중에 드라이브 인을 이용한 원 핸드 덩크를 깨끗하게 성공시킬 정도.
수비에서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공격자 반칙을 유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영리하게 상대 매치 업을 상대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영상에서처럼 몸도 16살 치고는 나름 성인무대 맞춤형으로 경쟁력(?) 있게 만들어져 있는 편.
하지만 약점도 있다. 스크린 수비는 아직 약하다. 돈치치도 아직은 배워가는 과정이다. 유럽농구는 팀플레이와 5-5 농구를 중시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더 성장하고 비중을 키우기 위해서는 스크린에 대한 더 많은 공부와 훈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올 시즌 유럽무대에서 돈치치가 나이에 비해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돈치치는 아직 이제 유럽프로무대에서 풀-타임 시즌을 처음으로 맞이한 16세 루키에 불과하다. 아직 갈 길이 구만리다. 따라서 돈치치의 NBA행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무리가 있다.
※ 하지만 돈치치의 NBA행과 관련해 그의 아버지 사샤는 한 마디하고 싶었나 보다. 사샤는 “돈치치는 아직 16세의 어린 아이다. 나는 그에게 수백만 달러의 돈과 차를 잊어버리라고 말한다. 농구에 재능 있는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백만장자가 될 생각에 농구를 하면 결국은 ‘진짜배기 농구’ 의 초점을 잊어버릴 수 있다” 라며 NBA 행에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렇다고 돈치치가 NBA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사샤는 “돈치치는 NBA 선수들 중 매직 존슨과 마이클 조던의 플레이를 즐겨본다“ 라고 말했다. 현재 돈치치는 레알 마드리드와 2022년까지 장기 계약을 맺은 상태다. 그 계약 조건 안에는 NBA 바이아웃 조항도 존재한다. 일단 돈치치의 아버지인 사샤는 니콜라 미로티치가 레알에서 시카고 불스로 넘어갔을 때의 행보를 참고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미로티치는 NBA 드래프트에서 불스가 우선협상권을 가진 이후 유럽에서 몇 년 더 경험을 쌓으며 기량이 최고조로 올라있을 때 NBA로 진출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스포츠의 기대주
자난 무사
올 해 대한민국 대표팀이 유일하게 나가는 국제대회인 스페인 세계 U17 선수권 대회. 혹시 이 대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국내 농구팬들이 있는가? 그렇다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주목해보자.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대표팀은 건국 이래 새 역사를 썼다. 지난 U16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이들은 28세의 젊은 감독을 앞세워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
당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U16 대표팀의 감독이었던 요십 판자는 1987년생으로 만 28세의 어린 감독이었다. 하지만 나이답지 않은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하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유럽 U16 선수권 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FIBA 주관 대회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우승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루지야에서 열린 유럽 유스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하며 판자는 작년에만 2회의 우승을 안겼다.
그래서 이 유럽 U16 선수권 대회는 미래 유럽농구 명장감이 될 수도 있는 젊은 감독을 한 명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이 대회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농구를 대표할 수도 있을 미래도 얻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1992년 9월 15일에 FIBA에 가입했다.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이들의 우승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약 5만명의 국민들이 U16 대표팀 귀국길 환영회에 참가했다. 수도 사라예보가 농구팬들로 물결을 이루었던 것이다. 당시 이 환영회는 2시간 가까이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U16 대표팀 선수들과 국민들의 영상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vQXFkidNXwE
https://www.youtube.com/watch?v=ptoZhUBxg6o
https://www.youtube.com/watch?v=H7DL5-tJRgk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농구의 확실한 미래가 바로 지금 소개할 무사다. 1999년생인 무사는 사실 재작년 유럽 U16 선수권 대회 때부터 미래 스타가 될 수 있는 끼(?) 가 보였다. 당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성적은 8위(사실 정글 같은 유럽농구에서 8위도 나쁜 성적표가 아니었다.). 당시 나이가 대회 제한 연령에 비해 1살 어렸던 무사는 이미 팀의 모든 것을 장악하면서 에이스로 맹활약을 펼쳤다.
▷ 2014 유럽 U16 선수권 대회 무사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5bAzSOCQdgI
그리고 작년 리투아니아 유럽 U16 선수권 대회. 무사는 이 대회에서 ‘2015 유럽 U16 대회를 접수할 유일한 슈퍼스타는 바로 나’ 임을 제대로 인증했다. 그는 매 경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에이스다운 면모를 선보였는데 실제로 무사가 대표팀의 공수에서 차지하는 팀 비중은 매우 컸다.
사실 돌이켜보면 당시 무사는 비판받아야 되는 점도 있었다. 다소 슛 난사가 있었고 실책(경기당 4.8개)도 많았다. 상대 수비가 무사를 집중 견제하다보니 무리한 플레이도 있었다. 이 점은 무사의 기량이 아직은 설익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이겨내고 자신의 실수를 승리로 팀에 화끈하게 보답하며 결국 무사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스포츠의 새 역사를 쓰는데 일등공신이 된다.
▷ 무사의 유럽 U16 선수권 대회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jytQBpT0zRY
https://www.youtube.com/watch?v=zbdz4oCIC9w
이렇게 엄청난 활약을 보인 무사에게 대회 MVP와 베스트 5 선정은 당연한 결과였다. 무사는 현재 NCAA에서도 크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NCAA를 대표하는 강팀인 듀크대가 무사를 보는 시각이 남다르다.
2015년 8월 24일이었다. 유럽농구 유망주들의 관련 정보를 다룬 유로홉스(Eurohopes) 사이트에 올라온 무사의 인터뷰에 의하면 6월에 열린 아디다스 유로캠프에 참가했을 때 캠프가 끝나고 듀크대가 자신에게 크게 관심을 가졌다고 밝혔다. 덧붙여 무사는 듀크대의 스카우트가 정말 자신의 영입을 원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무사는 “나는 유럽에서 성공하고 그리고 나서 NBA로 갈 것이다” 라며 NCAA 진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프로에서의 무사는?
KK 보스나 XXL(KK Bosna XXL)에서 정식 농구를 처음 배운 무사는 2014년 12월 17일(현지 시각) 크로아티아의 세데비타 자그레브와 계약을 맺으며 본격적으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올 시즌 무사는 다소 제한적인 출장시간이지만 경기에 나와서 팀에 조금씩 도움이 되고 있다.
아드리아틱리그(Adriatic League)와 유로리그 경기에 참가하는 자그레브에서 무사가 현재까지 최고의 활약을 보인 경기 중 하나는 작년 11월 15일에 열린 아드리아틱리그 10라운드 올림피아 전이다. 당시 무사는 19분간 10점(2점 2/4 자유투 6/7) 5리바운드(1 공격리바운드) 1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하며 팀의 82-58 24점차 대승에 힘을 보탰다.
▷ 아드리아틱리그 10라운드 무사 vs 유니온 올림피아 하이라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2MrX269rQQE
자그레브가 치른 유로리그 정규시즌 10경기 중 무사는 고작 3경기만 뛰었고, 출장시간도 길지 않았다. 현재 열리는 유로리그 16강 조별리그에서 그나마 무사는 숨통(?)이 트이고 있다. 출장시간은 여전히 10분 남짓이지만, 경기에는 꾸준히 나서고 있다. 그만큼 자그레브에서 무사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 자그레브가 16강 첫 승을 거둔 다루사파카 도거스 이스탄불(터키)과의 2라운드 경기에서 무사는 8분 10초간 코트에 나와 5점 3리바운드(2점 1/1, 3점 1/1) 3리바운드(1 공격리바운드) 1블록을 기록했다.
무사의 개인 기록은 사실 평범했고 볼품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가 이 날 기록한 득점 중 5점이 매우 순도 높은 기록이었다. 득점이 승부가 결정된 순간에 나온 것이 아닌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접전 상황에서 나왔기 때문.
2쿼터 종료 4분 30초를 남기고 처음으로 경기에 투입된 무사는 2분 50초가 남은 시점에 33-35로 자그레브가 2점차 뒤진 상황에서 루카 바비치(201cm, 포워드)의 패스를 받아 깨끗하게 3점 슛을 성공시키며 자그레브가 1점차 리드(36-35)를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나머지 2점은 2쿼터 종료 1분을 남기고 기록했다. 38-37로 자그레브가 1점차 로 앞선 상황에서 팀 동료인 제임스 화이트(201cm, 포워드)의 3점 슛이 실패한 뒤 무사는 적극적으로 공격리바운드에 참가하여 공을 차지한 뒤 아웃사이드로 빠져 나와 페이스업 상황에서 1-1 돌파에 의한 왼손 레이업을 성공시키며 팀이 3점차(40-37)로 앞서는데 기여했다.
만약 팀을 대표하는 주득점원이나 에이스라면 이 장면은 ‘당연히 그래야지’ 라며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무사 같은 ‘프로 초짜‘ 10대 농구선수가 이런 플레이를 성공시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실 이 나이 대에 유럽농구의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유로리그 경기에 나서는 것도 대단하다. 하물며 중요한 순간에 4득점을 해낸다는 점은 앞으로 그 유망주에 대한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고 더욱 주목하게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능력이 있는 무사는 신장이 좋다. 유로캠프에서 측정된 신발을 신은 상태에서의 그의 신장은 204cm. 다소 아쉬운 건 윙스팬(204cm)이 그의 신장과 똑같아 ‘악어팔’ 이라는 점이다.
무사는 유연한 몸과 좋은 순발력을 가지고 있으며 현란한 드리블 실력과 좋은 패스 능력도 고루 갖췄다. 그리고 상대 수비수의 타이밍을 뺏는 스텝도 있으며 리바운드 참가와 수비에서 블록슛을 잡아내는 타이밍과 빠른 손을 이용한 가로채기 능력 그리고 팀 수비 이해도 그 나이에 비해서는 뛰어나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재 무사를 다른 유망주들과 가장 차별화시킬 수 있는 장점은 ‘양손잡이’ 라는 점이다.
오른손잡이인 무사지만 왼손으로 공격할 때의 플레이를 잘 살펴보면 왼손잡이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 정도로 좋은 왼손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무사를 수비하는 상대팀은 늘 혼란을 겪게 된다. 그래서 무사의 경기를 보면 농구에서 양손을 잘 쓴다는 점이 얼마나 이로운 지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 작년 6월 유로캠프 경기에서의 무사 하이라이트. 특히 왼손을 쓸 때의 무사 플레이를 주목하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vq-En45tAMw
하지만 무사도 약점이 있다. 아직 몸이 여물지 않았다. 냉정하게 봤을 때 아직은 프로 선수의 몸이 아니다. 그 정도로 마른 체형이다. 그래서 아직 힘이 좋은 매치업을 상대로는 공수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 그리고 3점슛도 믿음이 가는 공격옵션은 아니다. 인사이드를 잘 파는 ‘기술자’ 인 무사지만 3점슛 능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프로에서는 한동안 힘든 나날을 보낼 수 있다. 그 외 돈치치처럼 무사도 프로 무대에서 스크린에 대처하는 수비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상대 스크리너가 스크린을 걸면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설사 빠져나오더라도 자신의 마크맨을 쫓아갈 때 시간이 걸려 이 점을 알아챈 상대 팀에게는 어려운 경기를 한다. 그리고 아직 프로무대 적응기라 청소년 대표팀 때와 같은 저돌적이기보다는 자신을 많이 자제하며 조심스럽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프로 무대에 단련된다면 무사는 지금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상대를 공략해야 할 것이다.
작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청소년 농구는 건국 이래 유럽에서 최고의 황금기를 맞이했고 무사는 그 중심에 있다. 무사가 이제 유럽의 성인무대에서 자신을 어떻게 성장시킬지 차분히 지켜보자.
# 사진=유로리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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