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BA 역사상 최고의 명문은? 여기에 대한 답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기본인 성적을 기준으로 둘수도 있고 혹은 팀 역사나 내외부 자산가치를 중심으로 언급하기도 할 것이다. 정확한 답은 어렵겠지만 우승횟수 역시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전통의 라이벌 LA 레이커스와 보스턴 셀틱스가 명문팀 언급시 선두에 서는 이유 역시 역대 최다우승(17회) 공동 1위라는 타이틀이 크다.
많은 우승횟수는 팀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해당팀 팬들의 자부심을 올려주어 이른바 인기구단으로서 흥행 파워를 이끌게하는 시너지로까지 이어진다. 신흥 명문으로 입지를 굳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대표적이다. 구단의 가치는 상승하고, 선수 커리어는 높아지고, 팬들은 최고의 대리만족을 느낀다. 우승만큼 모두에게 윈윈인 것은 없다.
명문팀을 언급할때 빠지지않고 언급되는 팀이 있으니 다름아닌 시카고 불스다. 통산 우승 횟수는 골든스테이트와 더불어 공동 2위(6회)에 마지막 우승(1998년)을 달성한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팬들은 불스의 위상을 잊지않고 있다. 미국이 아닌 전세계로 인지도를 겨뤄본다면 레이커스, 셀틱스 등을 넘어서 여전히 1위를 차지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마이클 조던 때문이다. 은퇴한지 오랜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조던은 ‘농구 황제’로 불린다. 2번의 3연패를 통해 리그를 완벽하게 지배하며 드라마틱하게 농구인생을 보냈던 그는 성적과 화려함을 모두 잡으며 현재까지도 농구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이후 어떤 스타가 등장해도 그의 위상은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최고 괴물로 불리는 르브론 제임스에게 마저도 '최대치는 조던 다음 넘버2'라는 수식어가 당연스레 붙고있을 정도다. 그만큼 조던의 영향력은 전세계에 걸쳐 여전히 절대적이며 잊혀지지않는 그의 명성만큼 소속팀이었던 시카고 불스의 붉은 유니폼과 황소 마크 역시 현재 성적과 무관하게 더불어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조던의 신화와 함께 꺼지지 않고 빛나고 있는 중이다.
조던 이후로 스타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캡틴, 선장 등으로 불렸던 백인 가드 커크 하인릭은 시카고의 암흑기를 이끌었던 대표적 선수다. 듀얼가드 성향으로 화려함보다는 이타적이고 성실한 플레이를 통해 팀 시카고를 지휘했다. 무엇보다 ‘백인은 수비를 못한다’는 통념을 깨트리는 수비가 일품이었다. 한창 때는 빠른 손놀림과 부지런한 활동량 등을 앞세워 운동능력 좋은 흑인 가드는 물론 스윙맨까지 수비했다.
무엇보다 팀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이 강하다는 점에서 시카고 골수 팬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명가 시카고의 전설을 이어갈 만큼의 기량은 아니었던지라 끝까지 팀과 함께 가지못하는 불운에 울어야 했다. 슈퍼스타는 아니었지만 시카고 구단 역사에서는 충분히 가치있는 선수다.
조던 이후 시카고 최고의 스타는 역시 흑장미 데릭 로즈다. 2008년 NBA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된 그는 신인상, 정규시즌 MVP 등을 수상하며 잠깐이지만 시카고 팬들에게 제2의 조던 탄생과 새로운 왕조에 대한 꿈을 꾸게 했다. 로즈는 장신은 아니지만 기동성과 파워에 다양한 테크닉을 겸비한 전천후 공격형 1번이었다. 무엇보다 리그 최상급의 운동능력은 블랙켓 시절 조던을 연상케하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빠르고 탄력좋은 수준이 아닌 수시로 서커스 샷을 성공시킬 정도로 체공능력, 가속플레이 등이 엄청났다.
보고도 믿기 힘들만큼 엄청나게 빠르게 진행되는 순간적인 방향 전환은 '눈앞에서 사라져버린다'는 평가까지 받았을 정도다. 운동능력으로 유명한 선수들 조차 로즈의 플레이에 연신 감탄을 남발하기 일쑤였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로즈는 화려한 플레이의 이면에 부상 위험이 높은 움직임, 자세 등을 지적받아왔다. 아니라 다를까 짧은 전성기 이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시카고의 별이 되는데 실패하고 만다. 뒤늦은 몸관리로 여전히 리그에서 뛰고 있는 등 예상보다 롱런하고 있지만 그의 한창때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사이에는 여전히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하인릭, 로즈 이후 시카고 팬들을 열광케하는 선수가 좀처럼 나오지 않고있던 가운데 올시즌 드디어 조던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플레이어가 유나이티드 센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드레인지 장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더마 드로잔(32‧198cm)이 그 주인공이다.
하인릭이 조던의 팀 부심, 로즈가 조던의 운동능력을 연상시켰다면 드로잔은 완숙기 시절의 플레이 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다. 포지션 또한 1번이었던 하인릭, 로즈와 달리 2번 슈팅가드로 동일하다.
사실 드로잔은 아직까지는 시카고 색이 강하지 않은 선수다. 2009년 NBA 드래프트 1라운드 9순위로 리그에 입성한 이래 2017~18시즌까지 토론토 프랜차이즈 스타로 뛰었으며 이후 샌안토니오에서 활약했다. 시카고에서는 이제 갓 커리어를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로잔은 누구보다도 주목받고있는 황소군단의 멤버다.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을 모두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트랜드와는 살짝 다른 클래식한 스타일로 조던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올드스쿨(old school) 농구를 선호한다’고 밝히고 있는 드로잔은 플레이에서도 그런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다. 3점슛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최근 흐름과 달리 미드레인지를 주무기로 구사하고 있는데 점점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장인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는 모습이다. 현란한 풋워크를 앞세운 드라이브인도 일품이며 등으로 서서히 밀고 들어가면서 골밑 근처에서 승부를 보는 포스트업 역시 갈수록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그간 드로잔은 기량은 좋지만 큰 경기에서 종종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중요한 순간에 약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올시즌은 확실히 다르다.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흐름을 바꾸거나 경기를 마무리짓는 득점이 부쩍 많아졌다. 상대 밀집 수비 속에서도 턴 어라운드 점퍼를 성공시키는 모습은 흡사 조던의 한창 때가 오버랩된다. 팀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시카고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현재 시카고는 39승 23패(승률 0.629)를 기록하며 동부 컨퍼런스 우승을 다투고 있다. 에이스 드로잔 또한 평균 28.2득점(전체 4위), 5어시스트, 5.3리바운드로 맹위를 떨치는 중이다. 팀성적에 따라 충분히 정규시즌 MVP까지 다툴 수 있는 상황이다. 비록 10경기에 그치며 조던이 세웠던 11경기 연속 30득점(구단 최고 기록) 기록은 놓치고 말았지만 오랜만에 나온 핫 이슈에 팬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올스타 5회 출전에 빛나는 드로잔은 잘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팀 우승이 없고 개인수상 또한 다른 슈퍼스타급 선수들에 비해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시카고를 우승까지 끌고 갈 수 있다면 그에 대한 향후 평가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올드스쿨 플레이를 앞세운 드로잔이 올시즌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NBA를 즐기는 또다른 재미가 될 전망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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