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지역 농구협회장 인터뷰 ② ‘평생 농구인’ 이충민 서울시농구협회장

조원규 기자 / 기사승인 : 2025-06-04 14:42:3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급수제도'와 유소년 국제대회 개최 준비
미안하고 고맙고 힘이 되는 분들과 함께
선수, 코치, 행정가로 반백년 농구 인생
선수보다 도와주는 사람이 더 많아야...

“재정 자립과 저변 확대. 방향은 명확합니다. 더 중요한 건 저변 확대고요.”

이충민 서울시농구협회(이하 서울협회) 회장은 도봉초등학교 5학년 때 농구팀에 들었다. 같이 놀던 친구들이 다 농구팀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들은 몇 달 버티지 못했다. 이 회장은 이후 한 시도 농구계를 떠나지 않았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

▲ 한 시도 농구계를 떠나지 않아...

삼선중 시절에는 서울시를 대표하는 유망주였다. 당시는 소년체전에 단일팀이 아닌 선발팀이 나갔다. 박건연(전 우리은행 감독), 유재학(전 KCC 감독), 전창진(전 KCC 감독) 등 쟁쟁한 이들과 함께 서울시 대표로 뛰었다.

그런데 대학교 3학년 때 선수 생활을 끝냈다. 농구선수로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공부해서 교사 자격증을 따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긴 지도자 생활의 시작이 됐다. 휴학 후 입대 전, 약 1년간 창도초등학교를 지도했다. 입대하면서 짧은 코치 생활을 정리했다. 그러나 복학 후 1년이 조금 지나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도 졸업하기 전에 선일초등학교에서 코치 제안이 왔다. 5년 동안 선수들을 지도하고 배재중으로 옮겼다. 면접 당시 배재중 교장이 하나만 물었다고 한다. 농구 규칙의 어드벤티지(advantage)를 아냐는 것이었다. 이 회장은 “축구와 비교하며 설명하니, 다음날부터 출근하라고 했죠”라며 웃었다. 강산이 무려 세 번이나 변하는 배재중과의 긴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부임한 다음 해에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정식 교사의 자리가 주어졌다. 교사 겸 농구부 감독이 된 것이다.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여전히 홀로 농구팀을 지도하면서 수업을 병행했다. 보조할 코치도 없었다. 수업은 일주일에 21시간이었다. 그 생활을 10년 넘게 했다.

 


이 회장은 농구로 인해 “가정을 지킬 수 있었고, 가정을 잃을 수도 있었다”라고 했다. 안정적인 직업과 수입이 생겼다. 그러나 가족들이 필요로 할 때 같이 있어 주지 못했다. 밤늦게 퇴근해서 아침 일찍 나가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주말에도 집에 있는 날은 적었다. 그에게 농구는 “미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 농구, 미치지 않으면 안 되는 일

2007년, 또 한 번의 변화가 왔다. 서울시농구협회 일을 해보라는 제안이다. “해왔던 게 농구니까, 조금이라도 더 발전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전무이사를 맡았다. 실무를 챙겨야 하는 자리다. 그 자리에 무려 15년을 있었다.

2021년에 서울협회의 수장이 됐다.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중심, 한국 농구의 중심인 서울시 농구 행정을 잘 이끌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서울)협회 재정 상태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재정 상태를 좀 더 원활하게” 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스폰서 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그러나 “아! 이게 진짜 어려운 거구나”를 뼈저리게 느꼈다.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재정 자립이 우선 과제라면 농구 저변 확대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리고 그 둘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저변이 확대될수록, 파이가 커질수록 자립의 기반도 넓혀진다.

그것을 위해 2025년 연임에 도전했다. 도전에 성공한 지금은 계획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그중 하나가 ‘급수제도’다.

“태권도, 유도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요. 단증 심사가 큰데, 농구는 그런 단증이 없잖아요. 2023년부터 부회장과 상의하면서 그것을 만들고 있습니다. 거의 다 됐어요.”

4월 21일부터 여수에서 열린 ‘2025 전국생활체육대축전’ 준비는 서울협회에 큰 의미가 있었다. 급수 테스트를 처음으로 시행했고, 그것을 서울시 유소년 대표팀 선발에 연계한 것이다. 이 회장이 직접 심사했다. 예상보다 클럽 선수들의 기본기가 잘 잡혀 있어 놀랐다고 했다. 테스트에 참가한 이들로부터 심사비를 받아 적지만 수익도 났다.



토드 로즈는 저서 『평균의 종말』에서 그저 하나의 지표에 불과한 성적을 마치 전부인 것처럼 평가하는 현대 교육 시스템을 비판했다. 그리고 더 많은 자격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울협회가 준비하는 ‘급수제도’는 농구 자격증이다. 이를테면 5급은 양손 드리블과 체스트 패스, 바운드 패스, 점프 패스, 레이업 슛만 하면 된다. 4급은 여기에 체인지 오브 디렉션 등 보다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고, 1급은 엘리트 중에서도 상위권에 있는 선수다.

이 제도의 목적은 재정 자립만이 아니다. 선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가늠할 기준이 생긴다. 대회에 참가하는 팀들의 전력을 어느 정도 맞춰서 흥미와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급수제도’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다. 그러나 “미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미친 듯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면 못 할 것이 없다.

▲ 미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미친듯이...

“이용진 수석부회장은 아이디어가 풍부합니다. 생활체육과 엘리트를 연결하는 상근 부회장인데, 보수가 없어요. 이지민 사무국장은 모든 실무를 처리합니다. 밤낮, 주말 없이 근무하죠. 부회장님, 이사님들도 다 역할이 있어요. 소중한 분들입니다. 미안하고, 고맙고, 제게는 참 힘이 되는 분들입니다.”

언급한 모든 이들은 서울협회의 비전을 실행으로 옮기는 힘이다.

김수빈 부회장은 대한농구협회의 디비전 시스템을 담당한다. 이 회장은 그것과는 조금 결이 다른 방법으로 농구의 저변 확대를 꿈꾼다. 물론 큰 방향은 같다.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을 분리하기에는 시장이 작아졌다. 그것을 키우는 게 먼저다.

5월, 통영에서 열린 ‘2025 연맹회장기 전국 남녀 중고농구대회’에 서울시는 22개 팀이 참가했다. 여중부, 남중부, 여고부, 남고부가 있으니 평균 5.5개 팀이다. 가장 큰 서울에서 참가팀 22개는 적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다. 더 많은 대회가 열리고 더 많은 팀이 참가해야 한다.

그런 취지로 서울협회는 유소년 국제농구대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해외 24개, 국내 12개 팀이 참가하는 대회다. 해외 참가팀은 인기가 높은 ‘K-문화’를 만나고 체험할 수 있다. 서울에서 열었을 때의 장점이다. 경기가 없을 때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급수제도’와 해외팀 초청 유소년 농구대회 개최는 이 회장의 공약 사항이다. 그는 공약을 공허한 약속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이 외에도 추진할 약속이 많다. 생활체육 유소년 대회 공모사업을 유치하고 국내 지역간 교류전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전문체육 및 생활체육의 국제경기도 추진한다.

한국초등농구연맹과의 협업을 통한 유소년 발전계획 수립, 서울시 소속 심판부 기량 향상, 은퇴선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모사업 유치, 일반 학생들이 농구를 친숙하게 느끼게 하는 사업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 모든 계획을 설명하는 이 회장의 말투는 차분했다. 그러나 힘이 있었다. 그 힘의 원천은 농구에 미친 사람들이 아닐까? 이들은 각각 별개의 사업처럼 보이는 것들을 농구 저변 확대와 재정 자립이라는 큰 목표로 연결한다.

이 회장은 ‘평생 농구인’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농구공을 만졌을 때부터 농구를 떠난 적이 없었다. 선수에서 지도자로, 행정가로 위치만 변했을 뿐이다.

▲ 선수에서 지도자로, 행정가로

“이상백배 보셨어요? 일본은 선수보다 도와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감독, 코치, 전력분석원, 공 챙기고 수건 챙기는 사람…. 아, 이런 것부터 차이가 나는구나. 승패를 떠나서 저변을 확대해야 해요.”

서울시 대표로 선발된 중학교 때를 제외하면 농구선수 이충민은 시련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그러나 억울해서 그만둘 수 없었다. 선생님들에게 너무 많이 맞았다. 그렇게 맞으면서 지금까지 왔는데 그만두는 것이 억울했다.

홍대부고 이무진 코치는 이 회장의 첫 제자다. 이 코치는 스승 이충민이 선수들을 인간적으로 대해주셨다고 추억한다. 지금도 매년 스승의 날이면 모시고 식사를 한다고 했다.

선수와 지도자를 거친 이 회장은 현장을 잘 안다. 행정가로서 큰 장점이다. 여기에 “미치지 않고서는 (농구 관련한 일을) 하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이 생각이 전염되길 바란다.

많은 어린 선수들이 농구에 미치길 바란다. 그들이 미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이 회장을 비롯한 어른들의 역할이다.

#사진_유용우 기자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JUMPBALL TV

오늘의 이슈

점프볼 연재

더보기

주요기사

더보기

JUMPBALL 매거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