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규빈 기자] 오클라호마시티가 복수를 노리고 있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시애틀 슈퍼소닉스의 뒤를 이은 팀이다. 2008년에 오클라호마시티로 연고지를 이전하며 본격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시작했다. 기존 시애틀도 최하위 성적을 기록한 약팀이었고, 이를 이은 오클라호마시티도 당연히 최약체로 꼽혔다.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팀을 정비한다.
바로 샘 프레스티 단장 때문이었다. 프레스티는 선수 육성과 유망주를 알아보는 안목이 탁월했고, 오클라호마시티는 2008 드래프트 4순위 러셀 웨스트브룩, 2009 드래프트 3순위 제임스 하든, 2008 드래프트 24순위 서지 이바카 등을 지명하며 곧바로 리빌딩 초석을 마련했다. 여기에 2007 드래프트 2순위로 지명한 케빈 듀란트까지 그야말로 엄청난 유망주 군단이 됐다.
내로라하는 유망주들이 성장하며 2009-2010시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고, 2011-2012시즌에는 NBA 파이널까지 진출했다. 비록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마이애미 히트에 패배하며 준우승에 그쳤으나, 이후에는 오클라호마시티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역시 NBA는 한치 앞을 알 수 없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스테픈 커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강팀으로 떠올랐고, 오클라호마시티의 앞길을 막았다. 결국 에이스 듀란트가 FA로 골든스테이트 합류를 결정하며 오클라호마시티 1기가 끝났다. 듀란트 이적 후에도 폴 조지, 카멜로 앤서니 등을 영입하며 우승에 도전했으나, 전력의 한계가 명확했고 조지와 웨스트브룩마저 떠나며 기약 없는 리빌딩에 나섰다.
놀랍게도 프레스티가 또 마법을 부린다. 조지 트레이드 대가였던 샤이 길저스-알렉산더가 무섭게 성장했고, 드래프트로 제일런 윌리엄스, 쳇 홈그렌을 지명하며 또 리빌딩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여기에 케이슨 월러스, 루겐츠 돌트 등 롤 플레이어까지 추가되며 다시 강팀으로 거듭났다.
2023-2024시즌에 오랜만에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고, 2024-2025시즌에는 마침내 그토록 염원하던 구단 역사상 첫 NBA 파이널 우승을 차지한다. 듀란트, 웨스트브룩 시대에도 이루지 못한 대업이었다. 심지어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20대 중반이고, 보유한 드래프트 지명권도 제일 많아 미래가 제일 밝은 팀으로 꼽혔다.

성적: 64승 18패 서부 컨퍼런스 1위
오프시즌에 전력 보강도, 이탈도 없었다. 그것만으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검증된 주전 라인업에 벤치는 단연 NBA 압도적 1위였다. 오히려 경험까지 쌓인 젊은 선수들을 막을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정규 시즌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오클라호마시티가 자랑하는 강력한 수비력에 상대하는 팀은 좀처럼 쉽게 대응하지 못했다. 공격은 에이스 길저스-알렉산더가 이끌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오클라호마시티의 무난한 백투백 우승을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시즌 중반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흘렀다. 바로 새로운 천적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등장 때문이다. 샌안토니오는 오클라호마시티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는 팀이었다. 골밑과 미드레인지 슛에 강하지만, 3점이 약한 오클라호마시티에 빅터 웸반야마의 존재는 그야말로 카운터펀치였다. 샌안토니오를 만날 때마다 무기력하게 패배하며 상성 관계가 성립됐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여기에 2옵션 윌리엄스마저 1월 12일 마이애미와의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장기 이탈했다. 여러모로 좋지 않은 흐름이었고, 트레이드 시장에서 보강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런데도 오클라호마시티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대형 영입은 없다는 방침이다.
그래도 마냥 조용히 보내지는 않았다. VJ 엣지컴의 등장으로 자리가 없어진 자레드 맥케인을 1라운드 지명권 1장을 내주며 영입했다. 맥케인은 오클라호마시티의 약점인 3점슛을 강화할 좋은 영입으로 보였다.
위기는 있었으나, 이것도 오클라호마시티 기준에서 위기였지 냉정히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정규 시즌 내내 1위를 유지했고, 길저스-알렉산더는 백투백 MVP가 기정사실이었다. 시즌 막판에는 12연승 이후 7연승으로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 상대는 피닉스 선즈였다. 체급 차이가 느껴진 시리즈였고, 4경기 내내 위기가 하나도 없이 4승 0패로 스윕하며 2라운드에 진출한다. 2라운드에서 만난 LA 레이커스도 마찬가지였다. 루카 돈치치의 공백으로 싱거운 승부가 예상됐고, 역시 이번에도 4승 0패로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했다.
대망의 컨퍼런스 파이널, 마침내 라이벌 샌안토니오를 만났다. 정규 시즌의 스토리, 웸반야마와 길저스-알렉산더의 MVP 후보 맞대결 등 역대급으로 기대를 모은 시리즈였다.
그런 기대를 완벽히 충족했다. 그야말로 최근 몇 년간 플레이오프 시리즈 중 가장 수준이 높고 재밌었다. 1차전 웸반야마의 초장거리 3점슛이나, 길저스-알렉산더의 7차전 활약은 오랜 기간 회자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클라호마시티는 지우고 싶은 시리즈였다. 정규 시즌과 마찬가지로 웸반야마를 극복하지 못하며 무너졌다. 특히 홈그렌의 부진은 충격적이었다. 또 이제는 유리몸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윌리엄스가 또 햄스트링을 다치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시즌 전 기대치를 생각하면 너무나 아쉬운 결말이었다.

IN: 아이재아 하텐슈타인(재계약), 켄리치 윌리엄스(재계약), 아다이 마라(드래프트), 베넷 스터츠(드래프트)
OUT: 루겐츠 돌트(트레이드), 아이재아 조(트레이드), 애런 위긴스(트레이드)
오클라호마시티치고 활발한 오프 시즌을 보냈다. 일단 무시무시한 사치세를 절감하는 데 집중했다. 아직 쓸만하지만, 연봉이 비싼 선수들을 대거 정리했다. 돌트, 조, 위긴스가 그 대상이다. 세 선수는 여전히 벤치 멤버로는 충분한 기량이지만, 연봉이 비싸고, 팀 내에 이미 대체자가 있었다. 사실상 공짜 수준으로 모두 내보내며 로스터를 정리했다.
대신 대체 불가한 하텐슈타인과 재계약을 맺었고, 저렴한 금액에 윌리엄스도 잡았다.
그리고 드래프트로 로스터를 보강했다. 마라는 스페인 국적의 빅맨으로 미시건 대학의 NCAA 토너먼트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218cm의 장신 센터로 골밑 수비에 매우 강점이 있다. 웸반야마를 상대하기 위한 영입으로 보인다.
스터츠는 백인 가드로, 공격에 매우 뛰어나다. 공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모두 활약할 수 있는 선수로 훌륭한 BQ를 지녔고, 이타적이다. 오클라호마시티가 추구하는 공격 시스템에 곧바로 녹아들 것으로 보인다.
모처럼 활발한 이적 시장을 보냈고, 역시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시즌 기록: 평균 17.1점 4.6리바운드 5.5어시스트
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주목받는 유망주가 아니었던 윌리엄스는 농구 쪽에서 비주류 대학인 산타클라라 대학교에 입학한다. 거기서도 돋보이지 않았다. 1학년 시즌에는 벤치 멤버였고, 2학년에 주전으로 올라와 평균 두 자릿수 이상 득점을 기록했고, 3학년 시즌에 마침내 평균 18점 4.4리바운드로 만개하며 NBA 드래프트에 참여했다.
당연히 나이도 많고, 비주류 대학에서 활약한 윌리엄스를 높게 평가하는 매체는 적었다. 그런데 선수 발굴 장인 프레스티 단장은 달랐다. 윌리엄스를 오클라호마시티로 불러 직접 테스트했고, 곧바로 잠재력을 알아봐 무려 전체 12순위로 지명한다. 당시 윌리엄스의 예상 순위보다 훨씬 빨리 지명된 것이다.
그리고 신인 시즌부터 적극적으로 밀어준다. 주전 자리는 물론이고, 주도적으로 공격에 나서게 했다. 윌리엄스는 이에 화답한다. 평균 14.1점 4.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신인상 투표 2위로 스틸픽이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2년차 시즌에 또 발전했다. 평균 19.1점 4.5어시스트로 길저스-알렉산더에 이은 2옵션이 된 것이다. 내외곽이 모두 능하고, 볼 핸들링 기술과 패스 센스까지 갖춰 미래의 슈퍼스타로 평가하는 사람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도 정규 시즌 활약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3년차인 2024-2025시즌에 제대로 폭발했다. 정규 시즌 평균 21.6점 5.3리바운드 5.1어시스트로 생애 첫 올스타와 올-NBA팀에 선정됐다. 이제 누가 뭐래도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 것이다.
여기에 플레이오프 활약은 더 대단했다. 길저스-알렉산더가 부진할 때마다 에이스 역할을 자처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오클라호마시티도 이런 윌리엄스의 활약으로 NBA 파이널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 시즌이 끝나고 무려 5년 2억 8700만 달러 규모의 맥시멈 계약을 체결했다. 비싸다는 얘기도 있었으나, 윌리엄스의 기량과 잠재력을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망의 4년차 시즌, 윌리엄스는 최악의 부진에 빠진다. 경기에 나왔을 때 경기력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부상이었다. 한 시즌에 햄스트링 부상을 3번이나 당하며 중요할 때마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샌안토니오와의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도 3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만약 윌리엄스가 건강했다면, 오클라호마시티의 성적은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다음 시즌에 모든 것이 달렸다. 실망스러운 활약과 부상으로, 윌리엄스를 처분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오클라호마시티 수뇌부는 윌리엄스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으나, 다음 시즌도 망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윌리엄스의 활약과 건강에 다음 시즌 오클라호마시티의 성적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길저스-알렉산더-월러스-윌리엄스-홈그렌-하텐슈타인
벤치 멤버의 이탈은 있었으나, 주전은 그대로다. 여전히 가장 강력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백투백 MVP를 넘어 3연속 MVP를 노리는 에이스 길저스-알렉산더와 리그 정상급 3&D인 월러스의 백코트는 단연 압도적이다. 심지어 벤치에는 맥케인, 알렉스 카루소, 에이제이 미첼 등 수준급 자원이 버티고 있다. 신인 스터츠도 주목할 선수다.
그나마 포워드 라인이 불안하다. 윌리엄스는 기량은 훌륭하나, 지난 시즌 기점으로 유리몸 반열에 접어든 선수다. 또 윌리엄스를 제외하면 주전급 포워드라고 부를 선수가 없다. 따라서 이전처럼 가드 3명을 활용하는 스몰라인업을 많이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빅맨진은 매우 탄탄해졌다. 하텐슈타인을 잡았고, 홈그렌이라는 등등한 기둥에 드래프트로 마라까지 영입했다. 하텐슈타인의 몸 상태에 초점을 기울이던 이전과 달리 마라라는 보험의 존재로 한결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됐다.
비록 지난 시즌 우승에 실패했으나, 다음 시즌 우승 후보 1순위로 보인다. 과연 길저스-알렉산더와 오클라호마시티가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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