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체육관의 전광판, 김시래가 트리플더블에 리바운드 1개가 모자랐는지 알 길이 없다(사진/정지욱).
[점프볼=정지욱 편집장] 농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한국농구는 과거부터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지만, 농구에서 기록은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또한 팬들에게 있어서 농구 보는 재미를 높이는 요소이기도 하다.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록슛 중 세 부문에 걸쳐 두 자리 수를 기록하는 트리플더블은 ‘기록의 꽃’이다.
2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삼성과 고양 오리온의 경기는 승패와 더불어 트리플더블 성사 여부도 (기자들 만의)관심이 쏠렸다. 삼성의 가드 김시래는 21점 9리바운드 1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에 83-77의 승리를 안겼다. 프로 데뷔 이후 개인 첫 트리플더블에 리바운드 1개가 모자란 기록이었다.
김시래는 4쿼터 초반 이미 득점, 어시스트는 두자리를 넘어섰다. 리바운드 1개만 잡으면 데뷔 첫 트리플더블이 가능했다. 문제는 트리플더블 달성 여부에 관심을 가진 것이 삼성 구단 관계자와 기록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기자들 뿐이었다는 점이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김시래가 트리플더블 직전까지 갔다는 사실조차 인지할 수 없었다. 전광판에 선수들의 기록이 표기되지 않기 때문이다. KBL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일일이 기록을 확인하거나 이어폰을 꽂고 중계를 봐가면서 경기 관전을 하지 않고서는 알길이 없다.
김시래가 트리플더블을 달성했다고 해도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경기 후 기사를 보고서야 이를 인지했을 것이다. 홈팀 선수는 트리플더블 달성과 동시에 장내아나운서가 “000선수 트리플더블을 달성했습니다”라고 안내 멘트를 하지만 원정팀 선수가 트리플더블을 할 경우, 그나마도 없다.
지난 2019년 1월29일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 KT의 경기에서 KT 양홍석은 13점 12리바운드 12어시스트로 KBL 역대 최연소(만21세6개월27일) 트리플더블이라는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현장을 찾은 팬들은 대기록이 달성되는 순간을 모른 채 지나갔다. 기록원과 기자들만 알았다. 양홍석이 원정팀 선수였기 때문에 트리플더블 달성을 알리는 멘트가 없었다.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 기사를 통해서 비로소 ‘양홍석이 최연소 트리플더블을 했었구나’라고 알 수 있었다. 현장에서 대기록이 달성되는 묘미를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기록의 스포츠인 프로농구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기본적인 서비스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프로야구로 치면 등판한 투수의 투구 이닝, 실점, 탈삼진, 공의 구속이 얼마나 빨랐는지, 타석에 선 타자가 몇 타수 몇 안타 몇 타점을 올렸는지 표기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프로야구 10개 팀 전광판 중 세부 기록이 표기되지 않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혹시라도 있었다면 대차게 팬들의 비난받았을 일이다.
KBL은 출범 25년을 맞았지만 10개 구단이 사용 중인 체육관 중 전광판에 득점·리바운드·어시스트가 모두 표기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그나마 최신 경기장인 고양체육관, 원주종합체육관, 수원칠보체육관은 득점과 파울만 표기된다.
이는 돈과 직결된 문제다. 전광판에 리바운드, 어시스트까지 표기하기 위해서는 보수 비용이 발생한다. 전광판 보수는 해당 시 시설관리부서의 몫이다. 농구단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연고지도 있는 마당에 전광판 보수에 돈을 쓰려는 곳은 없다.
금전적인 문제를 떠나 전광판 기록 표기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구단도 딱히 없다. 심지어 "선수들이 기록에 신경을 써서 안된다"고 하는 프로답지 않은 생각을 하는 구단도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기록은 농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제공되어야 할 기본적인 서비스이자 정보다.
그나마 인천 전자랜드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2년여에 걸친 설득 끝에 삼산월드체육관 전광판을 보수, 2021-2022시즌부터 KBL 출범이래 최초로 득점-리바운드-어시스트가 표기되는 전광판을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없던 일이 됐다. 2020-2021시즌을 끝으로 농구단 운영을 접었기 때문이다. 전자랜드를 인수한 한국가스공사의 홈구장 대구체육관은 ‘당연히’ 선수 개인기록이 표기되지 않는다.
KBL 팬들은 25년간 알 수 없었던 트리플더블 달성 순간의 묘미, 출범 25년을 맞는 이제라도 팬들에게 선사해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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