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이현중, 궁귀검신(弓鬼劍神)

김종수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1-12-24 00: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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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남자농구는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계속된 인기하락과 스타부재로 인해 하향세를 걷고있다가 최근들어 현재와 미래의 스타들이 속속 등장하며 희망을 주고 있는 분위기다. 어느 종목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전체적 인기 상승에 스타 파워가 끼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던 종목이라도 이른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 스타라도 등장하게 되면 많은 시선이 쏠리게 되고 그런 가운데 후속 스타들이 등장할 수 있는 기반까지 만들어지게 된다. 메이저리그 박찬호, LPGA 박세리,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프리미어리그 박지성 등이 선구자로 불리는 이유다. 여자 컬링 역시 김은정, 김영미 등이 국제대회에서 선전하며 많은 면에서 위상이 올라간 상태다.


한국 남자 농구의 현재와 미래로 기대받고 있는 대표적 스타로는 KBL 흥행메이커로 자리 잡은 원주 DB 허웅(29·186㎝), 수원 kt 허훈(26·180㎝) 형제, 고려대학교 진학 예정인 고교생 스타 여준석(19·203cm), 국내 2번째 NBA리거에 도전중인 데이비슨대 이현중(21·201cm) 등을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농구 팬들에게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선수는 단연 이현중이다. 

국내 스포츠 수준도 많이 올라가면서 메이저리그, 유럽축구 4대리그 등은 어렵기는 하지만 더 이상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게 됐다. 현재도 소수의 선수들이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반면 NBA는 다르다. 2004년 NBA 신인드래프트에서 46순위로 포틀랜드 트레이블레이저스에 지명됐던 하승진(36·221cm)이 한차례 밟아본 적은 있지만 아주 잠깐이었고 활약도 미미했다.


하지만 그 자체로도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로 NBA는 국내는 물론 동양권 자체에서도 여전히 거대한 벽같이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이현중은 그렇게 어려운 가시밭길을 스스로 선택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박수와 응원을 받고 있다. 현재 기량으로 KBL에서 뛰어도 당장 한팀의 에이스급으로 보장된 길을 갈 수 있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어렵고 힘든 상황을 이겨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만약 이현중이 NBA 무대에 입성하게 되고 더 나아가 준수한 활약까지 펼칠 수 있다면 이는 이현중 개인의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  NBA에 대한 인기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 분명하고 더 나아가 KBL 흥행, 국가대표팀 전력보강에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어떤 길이든지 먼저 걸어가는 이가 가장 힘들다. 일단 벽을 뚫고 나아가 노하우가 쌓이게되면 후발주자들까지 따라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현중의 행보가 국내 남자농구의 미래와도 연관되어 있는 이유다.


이현중의 NBA 입성은 현실적으로 점차 다가오는 모습이다. 그간 소수의 국내 스타들도 야심차게 도전했지만 제대로 주목도 못받은 상황에서 꾸준하고 차분한 준비를 통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학년을 거듭할수록 팀내 위상도 높아지고 있으며 현지 언론 역시 연일 긍정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NBA 무대의 문턱이 워낙 높은지라 여전히 입성을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이제껏 빅리그를 꿈꿨던 어떤 선수보다도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데이비슨 대학은 NCAA 디비전1 애틀랜틱(A-10) 콘퍼런스 소속으로 50위권에 자리한 팀이다. 올시즌 3학년 이현중은 현재 9연승 중인 팀과 더불어 함께 잘나가고 있다. 데이비슨 대학은 지난 22일 있었던 미국 대학스포츠협회(NCAA) 정규리그 경기에서 전미 랭킹 톱10팀으로 꼽히는 앨라배마 대학을 꺾었다. 이는 데이비슨 대학이 낳은 레전드 스테판 커리가 뛰었던 2008년 이후 13년만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국내 팬들 입장에서 더욱 기분좋은 것은 팀내 핵심 선수로 자리잡은 이현중이 17득점(3점슛 4개), 4리바운드, 3어시스트의 좋은 기록으로 승리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현지에서도 꾸준한 활약을 높이사고 있는 분위기다.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공식 SNS에 커리와 이현중의 사진을 나란히 올리며 데이비슨 대학의 승리를 전했다. 아직은 갈길이 멀지만 NBA 최고 스타와 함께 언급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인지도 상승이 기대된다.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 포지션을 오가며 뛸 수 있는 이현중은 정확한 슛을 앞세워 플레이하는 슈터형 스윙맨이다. 슈터로서 202cm의 신장을 갖췄다는 점은 현지 기준으로봐도 상당한 강점으로 꼽힌다. 정통슈터답게 야투율, 3점 성공률, 자유투 성공률 등에서 꾸준하게 안정된 수치를 유지해가고 있다. 오프 더 볼 무브가 좋고 이를 바탕으로한 캐치 앤 슛이나 컷인 플레이를 통해 주로 득점을 올린다.


준수한 BQ와 부지런한 움직임을 통해 받아먹는 득점에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영리하고 성실한 장신 슈터, 이현중이 NBA 입성을 위해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부분이다. 무협소설에 비유한다면 원거리에서 활을 주무기로 쓰는 궁수라고 할 수 있다. 이현중이 롤모델로 삼고있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클레이 탐슨이 바로 이러한 스타일이다.


하지만 진짜로 탐슨을 롤모델로 한다면 거기서 그치면 안된다. 탐슨이 단순히 받아먹는데만 특화된 유형이었다면 NBA에서 알아주는 최고의 3&D 플레이어로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강력한 수비력을 갖춘 것을 비롯 상황에 따라서는 무빙슛, 돌파 등 직접 득점을 만들어내는 능력까지 빼어나다. 이현중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는지라 수비보강 및 패싱능력, 리바운드 등 다른 부분에서의 발전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특히 패싱플레이 등은 흑인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체조건,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이현중 입장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옵션 중 하나다. 미들, 골밑 등에서도 통할만한 무기가 계속 만들어져야 장기인 3점슛도 더욱 위력을 떨칠 수 있다. 2000년대초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무협소설 ‘궁귀검신(弓鬼劍神)’을 보면 주인공은 처음에는 궁술을 주로 익히며 활의 달인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이후 검술까지 더해져 거리를 가리지 않고 적을 물리칠 수 있는 진정한 고수로 거듭나게 된다.


이현중이 딱 그런 시점이다. 그의 외곽슛은 현지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다. 여기에 더해 골대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위력을 떨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이 추가된다면 모두가 탐내는 슈터 유망주로 주목받을 것이 분명하다. 과연 이현중은 궁귀를 넘어 검신으로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거침없이 성장중인 행보에 팬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데이비슨 대학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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