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윤호 칼럼니스트] 2019년 NBA 이적 시장은 또 다른 트렌드를 가리켰다. 시즌을 준비하는 중대한 갈림길에서 주요 팀들은 ‘3종 신기’ 대신 ‘두 개의 탑’을 택했다. 팀을 지탱할 두 개의 기둥을 찾기 위한 처절한 영입 경쟁은 향후 또 다른 폭풍의 씨앗을 남겼다.
앤써니 데이비스의 신호탄, 카와이 레너드의 비즈니스
이적 시장의 신호탄은 FA 시장이 열리기 전에 앤써니 데이비스가 먼저 울렸다. 지난 1월말에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와의 연장 계약을 거절하고 트레이드를 요청했던 데이비스는 결국 5개월만에 트레이드되어, LA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LA 레이커스는 브랜든 잉그램, 론조 볼, 조쉬 하트를 내주고,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 할 슈퍼스타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데이비스의 이적은 시작에 불과했다. 올해 이적 시장에서 단언컨대 가장 많은 뒷말을 남긴 사람은 다름 아닌 카와이 레너드였다. 레너드가 사실상 이적 시장을 좌지우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여름이었다. 레너드 한 명 때문에 여러 팀의 운명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레너드를 영입하기 위해 달려든 팀은 원소속팀인 토론토 랩터스와 LA 레이커스, LA 클리퍼스였다. 레너드가 요구한 것은 자신이 마음에 드는 슈퍼스타의 영입이었다. 랩터스 측에는 파스칼 시아캄과 프레드 밴블릿을 트레이드하고 슈퍼스타를 영입하는 조건으로 잔류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고, 레이커스에는 자신과의 계약을 위해 데이비스 트레이드를 미룰 것을 요청했다. 레이커스와 랩터스에게는 다소 무리한 요건이었다.
결국 레너드는 처음부터 본인 위주의 클리퍼스로 이적할 의도였던 셈이다. 레이커스와 랩터스는 레너드의 비즈니스를 위한 밑반찬이었으며, 클리퍼스에서 자신과 같이 뛸 스타를 붙잡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다. 지난 시즌 중에 케빈 듀란트에게 LA 클리퍼스에서 같이 뛰자는 제안을 했으나 듀란트가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올 여름에 은밀히 폴 조지와 LA에서 만나, 클리퍼스로 이적할 것을 제안했다.

조지는 레너드의 제안을 받기가 무섭게 소속팀인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이적 시장을 조용히 지켜보던 썬더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조지는 작년 여름에 썬더와 재계약했기 때문에, 구단 측에서는 조지가 올해 여름에 트레이드를 먼저 요청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조지가 클리퍼스 이적으로 마음을 굳히면서, 썬더는 어쩔 수 없이 조지를 보내야 했다. 그렇게 클리퍼스는 레너드와 조지의 팀으로 변모했다.
삽시간에 썬더가 조지를 잃자, 다른 팀들은 러셀 웨스트브룩 트레이드를 노리기 시작했다. 2018-2019시즌 팀 연봉 지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고비용 상태였던 썬더가 전력까지 약화되었으니, 웨스트브룩을 계속 잡아둘 명분이 약해졌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썬더의 샘 프레스티 GM도 이러한 상황이 일어날 확률을 고려하고 있었는지, 조지가 팀을 떠나기가 무섭게 웨스트브룩 트레이드를 단행했고 결국 웨스트브룩은 휴스턴 로케츠로 떠났다. 제임스 하든과 7년 만에 다시 같은 팀에서 뛴다.
레너드의 비즈니스로 LA 레이커스와 토론토 랩터스가 물을 먹었고,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는 팀의 간판 스타 2명을 잃었으며, 휴스턴 로케츠는 뜻밖의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그나마 레이커스는 레너드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예상했는지, 대니 그린을 포함한 롤 플레이어들을 순차적으로 영입하면서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하지만 랩터스와 썬더는 다음 시즌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레너드의 비즈니스는 한바탕 혼란 끝에 클리퍼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한편 LA 클리퍼스는 우승 후보로 도약했지만, 다음 시즌에 여러 팬들의 야유를 받을 악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클리퍼스가 상대팀 팬들의 야유를 받는 빌런이 된 적은 없었다. 조지는 이미 인디애나 페이서스에서 비호감으로 낙인이 찍힌 상황에서, 이번 트레이드로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까지 적으로 돌리게 됐다. 이 트레이드를 배후에서 성사시킨 레너드 역시 썬더 팬들의 야유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데이비스의 LA 레이커스 이적, 레너드의 LA 클리퍼스 이적으로 LA의 두 팀이 이적 시장을 한시도 조용할 틈 없게 만든 점은 분명하다. 자연히 한 지붕 아래서 펼쳐지는 두 팀의 맞대결이 지대한 관심을 끌 것이다.
동/서부의 경쟁력 차이
혼돈의 이적 시장 움직임 끝에 결성된 각 팀의 중심축을 뜯어보면 이번 시즌 각 팀의 경쟁력, 나아가 동부 컨퍼런스와 서부 컨퍼런스의 경쟁력 차이도 가늠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극적인 보강을 이뤄낸 쪽은 서부 컨퍼런스의 팀들이었다. 서부 컨퍼런스의 주요 강팀들은 강력한 원투 펀치를 보유하게 됐다. 골든 스테이트의 ‘햄튼 5’와 같은 올스타 군단을 보유한 팀은 없지만, 2명의 원투 펀치로도 플레이오프 경쟁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이는 전력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다. 빅3 체제의 경우, 세 명의 연봉 합계만으로 샐러리캡에 육박한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롤 플레이어들을 보강할 수 있는 선택지가 좁아진다. 최저 연봉 외에는 선수 보강의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롤 플레이어들의 연봉이 오르는 추세이기 때문에, 적은 샐러리캡 여분으로는 전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러한 판단을 근거로 한 추세 속에서, 주목할 만한 듀오들이 대거 탄생했다. LA 레이커스와 LA 클리퍼스 외에도 다수의 팀들이 원투 펀치 군단을 결성했다. 아래는 2019-2020 시즌에 보게 될 새로운 주요 원투 펀치이다. 팀과 선수 면면을 보면, 서부 컨퍼런스의 팀들의 경쟁력이 더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2019-2020시즌 원투 펀치
보스턴 셀틱스_켐바 워커, 고든 헤이워드
브루클린 네츠_카이리 어빙, 카리스 르버트
댈러스 매버릭스_루카 돈치치,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_스테픈 커리, 디안젤로 러셀
휴스턴 로케츠_제임스 하든, 러셀 웨스트브룩
인디애나 페이서스_빅터 올라디포, 말콤 브록던
LA 레이커스_르브론 제임스, 앤써니 데이비스
LA 클리퍼스_카와이 레너드, 폴 조지
유타 재즈_도노반 미첼, 마이크 콘리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는 클레이 탐슨의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다음 시즌 전반기 결장이 불가피하지만, 디안젤로 러셀을 영입하면서 화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탐슨의 결장 기간동안 스테픈 커리와 디안젤로 러셀의 화력도 주목할 부분이며, 두 사람의 고득점 경기가 여러 차례 나올 것이다. 늘 적은 관심을 받지만, 유타 재즈의 보강도 성공적이었다. 멤피스 그리즐리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마이크 콘리를 영입한 데 이어, FA 시장에서 보얀 보그다노비치와 에드 데이비스, 제프 그린 등을 영입하여 라인업을 대폭 보강했다. 도노반 미첼과 마이크 콘리로 이뤄진 백코트 듀오는 다음 시즌에 재즈를 서부 컨퍼런스 상위 시드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 댈러스 매버릭스 팬들은 지난 시즌을 통째로 결장한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팀의 미래로 거듭난 루카 돈치치에게 필요한 파트너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돈치치와 포르징기스의 콤비가 올 시즌뿐만 아니라, 향후 팀 전체의 청사진을 결정한다. 두 명의 동유럽 출신 엘리트에게 많은 책임이 지워져 있다.
물론 동부 컨퍼런스도 주목할 부분은 있다. 브루클린 네츠 역시, FA로 영입한 케빈 듀란트가 올 시즌에는 사실상 뛸 수 없다. 하지만 카이리 어빙의 영입만으로 넷츠의 화력은 배가된다. 또한 어빙과 함께 주전 백코트를 구성할 카리스 르버트의 득점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적어도 듀란트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어빙과 르버트의 화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모든 영입이 다 납득이 가는 건 아니다. 토바이어스 해리스 재계약, 알 호포드 영입으로 주전 라인업을 채운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는 지미 버틀러와 J.J. 레딕을 잃었다. 버틀러와 레딕이 지난 시즌에 팀의 승부처를 책임졌다는 부분을 감안하면, 두 사람의 공백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벤 시몬스가 이번 시즌에도 점프슛의 개선이 없다면, 세븐티식서스가 수 년에 걸쳐 시행했던 탱킹 정책은 수포로 돌아간다. 이 팀의 탱킹은 우승이 아니면 실패이기 때문이다. 피닉스 선즈는 데빈 부커의 백코트 파트너로 리키 루비오를 낙점했다. 하지만 1,700만 달러에 이르는 고연봉이 발목을 잡을 수 있는데다가, 커리어 내내 지적받았던 외곽슛 부재 때문에 얼마나 상승 효과가 있을 지는 의문이다. 부커의 파트너가 전혀 없었던 지난 시즌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피닉스 선즈가 원하는 성과를 만들어내기에는 여전히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다.
2021년의 복선?
올해의 이적 시장이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은 지금의 돌풍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여름에 성사된 대형 계약이나 기존의 대형 계약 중에 2021년에 종료되는 계약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2021년 FA 시장이 다시 한 번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일종의 복선인 셈이다.
2021년 FA 시장의 최대어는 바로 야니스 안테토쿤보이다. 안테토쿤보는 2021년에도 27세로 정점에 달해 있을 시점이기 때문에 영입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카와이 레너드와 폴 조지 모두 2021년에 선수 옵션을 발동하여 FA 시장에 나올 수 있다. LA 클리퍼스에서의 우승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다시 이적 시장에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르브론 제임스 역시 2021년에 FA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옵션이 있다. 이 외에 브래들리 빌, C.J. 맥칼럼, 블레이크 그리핀, 빅터 올라디포 등이 2021년 이적 시장에 나오게 된다.
올해 FA 계약 중에서도 2년 계약이 유독 많았다. 2021년 FA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는 증거가 된다. 일례로 뉴욕 닉스의 경우 타즈 깁슨, 레지 불록, 엘프리드 페이튼, 웨인 엘링턴 등의 롤 플레이어들을 모두 2년 계약으로 영입했다. 슈퍼스타를 단 한 명도 데려오지 못했기 때문에, 2년 뒤를 다시 노리겠다는 심산이다. 한번 크게 휘몰아쳤던 바람은 또 다른 바람의 씨앗을 남기고 사라졌다. 2년 뒤에 재차 휘몰아칠 바람은 2024년까지 유효한 현행 노사 계약(CBA) 체제 하에서 불게 될 마지막 바람일 가능성이 높다. 올해 이적 시장의 바람을 읽어낸 LA 클리퍼스가 승자가 되었듯, 휘몰아치기를 기다리는 폭풍을 읽어내는 팀이 2년 뒤의 승자가 될 것이다.
# 사진_나이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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