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대체, 속근육이 뭡니까? 농구 선수들이 바벨을 든 이유

강현지 / 기사승인 : 2019-08-19 13: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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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강현지 기자] 농구 선수들이 역도 훈련을 한다? 스타일이 너무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가. 농구는 역동적이고, 치열한 몸싸움 속에 진행되는 종목인 반면, 역도는 홀로 매트 위에 서서 3번의 시도 안에 바벨을 들어 올리는 종목이다. 스피드를 즐기는 농구팬들에게 어색할법한 역도. 그런데 최근 농구선수 중에는 여름마다 비시즌 개인 단련을 위해 역도 트레이너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2017년 강상재(인천 전자랜드)에 이어 최근에는 팀 동료 전현우와 민성주가 바통을 넘겨받았고 부산 KT와 상무 농구단도 가세했다. 전혀 안 어울릴 거 같은 역도와 농구, 과연 어떤 연관이 있을까?

※ 본 기사는 점프볼 8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역도 훈련이 이슈가 된 건 전자랜드 덕분이다. 지난 2017년 여름, 강상재가 한국체육대학 원진희 코치를 찾으면서 시작됐다. 바로 ‘하체 힘’을 기르라는 유도훈 감독의 주문 때문. 당시 유도훈 감독은 “포스트업이나 페이드어웨이 슛을 던지는 보면 스킬이 부족한 것 같다. 좀 더 안정적으로 구사하려면 기술적으로는 피벗 능력을 키워야하고, 신체적으로는 골반과 허리힘이 안정되어야 한다. 그런 힘을 기르려면 역도 코치 지도가 필요하다”라며 그에게 역도 훈련을 시켰던 이유를 설명했다.

강상재는 KBL에서 단체 훈련을 금지한 두 달 동안 역도 훈련에 임했다. 그는 “지금까지 해 본 훈련 중 가장 힘들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렇다고 강상재가 처음부터 200kg에 가까운 바벨을 들어 올린 것은 아니다. 훈련을 통해 서서히 무게를 늘려갔고, 동시에 사이클과 코어 훈련 등을 병행했다. 덕분에 그는 100kg에서 140kg까지 무게를 늘렸다.


강상재는 “대부분 내가 역도 선수들과 동일한 훈련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보다는 농구에 쓸 수 있는 근육들을 기를 수 있게 (역도 훈련을) 접목시키며 운동을 했다. 스쿼트와 데드리프트 등 큰 근육을 쓰는 운동들을 했고, (2017-2018)시즌 직전까지 4~5개월간 이어왔다. 팀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는 주 5회씩 했다. 정말 힘들긴 하지만 확실히 몸이 좋아진 것 같다. 점프도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훈련 효과를 설명했다.

강상재의 말처럼, 무거운 바벨을 드는 반복 훈련은 종아리, 허벅지, 배, 허리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된다. 역도 선수들의 서전트 점프가 농구 선수들 못지않게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비시즌 동안 민성주와 전현우의 역도 훈련을 도운 크로스핏 하이브의 안상민 매니저는 “올 시즌 팀 트레이닝에 스킬, 육상과 더불어 역도 훈련을 도입했다. 첫 번째 목적은 움직임과 퍼포먼스를 좋게 하는 것이었다. 역도를 하면 ‘코어 박스’라고 불리는 허벅지부터 복부까지 강하게 단련이 된다. 코어 박스가 가장 좋은 선수들이 역도 선수들이다”라고 훈련 효과를 설명했다.

KT의 팀 훈련에 역도 훈련을 추가한 박성진 트레이너의 의견도 같았다. 그는 “역도는 온몸을 다 써야 하는 훈련이다. 저크 동작(바벨을 어깨에 올린 후 머리 위로 들었다가 다시 어깨를 거쳐 바닥에 내려놓는 동작)을 하면 모든 관절들을 다 쓰게 된다. 서전트 점프를 높게 뛰려면 관절에도 힘이 있어야 하는데, 일반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으로는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역도 같은, 무거운 무게를 순간적으로 드는 코어 훈련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선수들의 반응은 어떨까. 비록 강상재는 “두 번은 하고 싶지 않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확실히 도움 되는 부분이 있다. 점프도 좀 더 좋아졌고, 역도 훈련의 경우 밀면서 하게 되는 운동인데, 농구 역시 패스나 슛 같이 미는 동작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일주일에 3번(월, 수, 금) 역도 훈련을 실시한 전현우는 어떨까. 처음에는 바벨만으로 시작해 스쿼트로 160kg, 파워클린 90kg, 데드리프트 150kg까지 들어 올렸다고. 전현우는 “(강)상재 형이 정말 대단한 거다(웃음). 어떻게 역도 훈련을 했는지 모르겠다. 효과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지난 시즌에 비해 형들이 힘이 좋아졌다고 한다. 감독님이 스스로에게 끌려 다니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비시즌에 역도 훈련을 비롯해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슈팅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주변에서 좋아졌다고는 말씀해 주시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비시즌간 기울인 노력을 언급했다.

같은 훈련이지만 체격이 다르기 때문에 민성주, 전현우의 역도 훈련 방법은 달랐다. 안상민 트레이너는 “민성주의 경우에는 근육이 커서 힘이 좋았다. 처음에는 힘으로 바벨을 들곤 했는데, 차근차근 자세를 교정하며 코어에 힘을 주는 걸 느끼게끔 했다. 자세를 다듬은 다음에 힘을 쓰게 했고, 그러면서 조금씩 무게를 올렸다”고 말했다. 반면 전현우에 대해서는 “유연하다보니 자세가 잘 나왔다. 근육이 민성주에 비해 작다 보니 무게는 덜 들게 됐지만, 그래도 초반 무게를 올리는 속도가 좋았다. 팀 훈련과 병행하면서 떨어지는 구간도 있었지만, 막판 훈련 기간에는 (무게를)잘 올렸다”고 설명했다.

스킬, 육상 훈련을 병행하면서 역도 훈련을 팀 훈련의 일부로 진행한 KT 선수단의 의견은 어떨까. 한 달여간 역도 훈련을 실시한 이정제는 “개인적으로 훈련 효과를 많이 본 것 같다. 뛸 때 차고 나가는 힘이 부족했는데, 역도 훈련에 육상 훈련까지 병행하니 힘이 붙는 게 느껴졌다. 순발력도 좋아진 것 같다”고 만족감 표했다.

프로에서 6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조상열도 “역도 훈련은 처음으로 해본다”며 “몇 가지 역도 동작들은 알고 있었지만, 확실히 전문가에게 배우니 (효과가)달랐다. 농구가 특정 부위에 힘을 쓰는 운동이 아니라 전신 운동인데, 역도도 그렇다. 역도와 육상 훈련 후 본격적인 (농구)훈련에 좀 더 들어가면 힘을 받은 상태에서 농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고려대 졸업생인 최성모, 박준영은 대학 시절 잠시나마 역도 훈련을 해본 적이 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최성모는 원주 DB에 있을 때 쇄골을 다친 바 있어 무게를 가중시키지 못했지만, 박준영의 경우는 자세가 좋다는 칭찬까지도 들었다고.

박준영은 “굉장히 힘들긴 하지만, 순간적으로 힘을 쓰는 방법을 배웠다. 또 순발력이 좋아진 것 같다. 농구를 할 때는 계속 몸에 힘을 주지 않고, 힘을 쓸 때 쓰고, 뺄 때 뺀다. 그런 상황에서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며 “또, 나는 대학 때 역도를 배운 적이 있는데, 무게도 동료들과 비교했을 때 많이 들었고, 자세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역도 훈련에서 돋보인 비결(?)을 설명했다.

어떤 훈련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반복’이다. 특히, 역도 훈련의 경우는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하체 근력이나 코어 근력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꾸준히 훈련을 이어간다면 분명 이들에게 도움이 될 터.

안상민 매니저는 “사실 선수들이 역도 훈련을 한 시간이 길지 않다. 비시즌을 이용해 일주일에 3일, 두 달 가량 했으니 약 28번을 한 셈인데, 이 기간 동안 이들이 역도를 잘 한다면 농구 선수가 아니라 역도 선수를 해야 할 것이다(웃음). 퍼포먼스에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역도 훈련을 병행한 것일 뿐이다. 플레이할 때 어떻게 힘을 쓰고,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선수들이 생각하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농구 코트로 돌아갈 선수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 사진_ 강현지 기자,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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