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윤호 칼럼니스트] 2018-2019 NBA 래리 오브라이언 우승 트로피는 토론토 랩터스에게 돌아갔다. 1995년 창단 이후 24년만의 첫 우승이며, 북미 4대 프로스포츠 통틀어 캐나다 연고팀의 26년만의 우승이다. 다시 오기 힘들 것 같은 영광의 시간을 열어젖힌 토론토 랩터스의 우승은 NBA에 여러 가지 메시지를 남겼다.
※ 본 인터뷰는 점프볼 7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의리 아닌 실리
랩터스는 우승 과정에서 두 명의 프랜차이저를 보냈다. 작년 7월에는 9시즌을 뛰었던 더마 드로잔을 내보냈고, 올 시즌 중에는 랩터스에서 8번째 시즌을 뛰고 있었던 요나스 발렌슈나스를 내보냈다. 둘다 오랜 시간 토론토에서 뛰었기 때문에, 두 사람을 보냈을 때 팬들의 반응은 긍정적일 수 없었다.
물론 발렌슈나스는 공격력에 비해 취약한 수비력 때문에 오랜 시간을 소화할 수 없어서, 팬들 사이에서도 발렌슈나스와 토론토의 동행에 대한 생각이 엇갈렸다. 그를 계속 데리고 가야 한다는 생각만큼이나 그를 트레이드해도 괜찮다는 생각도 많았다. 그의 약한 수비는 중요한 경기에서 매번 상대팀이 물고 늘어지는 약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로잔은 달랐다.
드로잔은 랩터스를 대표하는 올스타였고, 랩터스에서 계속 뛰고 싶다는 생각을 공공연하게 드러낼 정도로 구단에 대한 애착이 깊었다. 토론토 팬들 역시 그런 드로잔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하지만 드로잔의 토론토는 매번 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시는 팀이었고, 마사이 유지리 사장은 드로잔으로는 목표를 높게 잡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드로잔을 트레이드했다. 그 대가로 얻어온 선수가 바로 카와이 레너드였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팀에서 드래프트로 지명한 선수와 끝까지 함께 가는 의리를 보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의리 때문에 결과를 놓치는 경우도 많은데, 토론토도 예외는 아니었다.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게 3년 연속으로 패배하기도 했다. 패배의 심각성을 느낀 유지리 사장은 의리가 아닌 실리를 택했다.
드로잔과 발렌슈나스의 자리에 들어온 카와이 레너드, 마크 가솔은 우승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 레너드는 플레이오프 내내 자신의 매서운 공격력을 과시했고, 가솔은 시리즈 내내 페인트존을 장악하는 수비로 상대 공격의 예봉을 꺾는 데 성공했다. 드로잔에게서 볼 수 없었던 승부사 기질을 레너드가 증명했고, 발렌슈나스에게서 볼 수 없었던 수비를 가솔이 보여줬다.
의리 대신에 얻은 실리는 그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가져왔다. 토론토가 드로잔과의 의리를 포기했다는 팬들의 비난은 잠시였으나, 레너드의 손으로 가져온 NBA 파이널 우승 트로피는 영원하다. 레너드의 원 계약 기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그가 이후에 토론토에 남을 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지리 사장은 그의 능력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레너드는 ‘흔한’ 올스타와 ‘흔치 않은’ 슈퍼스타의 차이를 보여줬다.
의리 앞에서 약해질 이유는 없다. 결국 구단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무형의 명분이 아닌 유형의 실리다. 실리 없는 명분은 아무런 동력이 되지 못한다. 토론토의 유지리 사장은 그 점을 깨닫고 레너드와 가솔을 영입했다. 그리고 그 실리의 가치는 구단의 우승 가능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탱킹은 필요없다
랩터스의 우승을 만들어낸 선수단에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으니, 바로 NBA 드래프트에서 로터리에 지명된 선수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레너드는 2011년 NBA 드래프트 15순위이며, 카일 라우리의 2006년 NBA 드래프트 지명 순위는 1라운드 24순위이다. 심지어 프래드 반블릿은 NBA 드래프트에서 지명조차 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토론토는 높은 드래프트 지명권을 위한 고의적인 탱킹을 한 적도 없다.
하위권 팀들은 어떻게든 높은 순위의 드래프트 지명권을 얻어서, 이를 전력 강화의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 특급 유망주만 데려오면 전력 강화가 빨라진다는 계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드래프트 지명 순위가 높을수록, NBA에서의 생존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구단 코칭스태프의 컨셉과 육성이다. 낮은 성적을 대가로 얻은 상위 지명권이 중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지명권을 여러 번 행사한 하위 팀들의 성적은 나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명만 해놓고, 육성 방향 설정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팀에서 어떻게 선수의 육성 방향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하위권에서 지명된 선수와 상위권에 지명된 선수의 운명이 뒤바뀔 수 있다.
샌디에고 주립 대학 시절의 레너드에게는 수비는 있었으나 정확한 슈팅이 없었다. 그래서 지명 순위도 15위였다. 하지만 샌안토니오 스퍼스 입단 이후 칩 잉글랜드 코치가 그의 슛폼을 완전히 뜯어고치면서, 공격력까지 갖춘 병기로 거듭났다. 반면 당시 드래프트 전체 2순위였던 데릭 윌리엄스는 NBA에서의 생존 방향을 전혀 잡지 못하고 도태됐다.
드래프트를 잘하는 팀들은 지명권을 활용하여 흙 속의 진주를 건져내기도 한다. 레너드가 그런 사례에 해당될 것이다. 또, 포틀랜드는 2013년 드래프트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C.J. 맥칼럼을 지명하여, 팀을 대표하는 스타로 키워냈다. 토론토는 2016년 드래프트 전체 27순위로 파스칼 시아캄을 지명하여, 그를 기동력 있는 포워드로 탄생시켰다. 선수를 어떤 방향으로 키우겠다는 컨셉만 확실하다면, 낮은 순위의 지명권이 상당한 소득을 가져온다.
반면 탱킹을 통한 상위 지명권에만 의존하는 팀들의 결말은 대부분 새드 엔딩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육성의 방향성도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흙 속의 진주를 알아보는 안목이 없다는 점이다. 새크라멘토 킹스는 2011년 드래프트에서 클레이 탐슨을 지나치고 짐머 프레뎃을 택하는가 하면, 2012년 드래프트에서 데미안 릴라드를 못 알아보고 토마스 로빈슨을 지명했다. 이 팀이 13년 동안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이유, 바로 형편없는 안목이다.
토론토가 최근 10년간 1~3순위의 지명권을 얻은 적이 없었다. 심지어 올 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선수 중에도 로터리로 뽑은 선수는 없다. 그러나 그 선수들이 뭉친 토론토는 가장 높은 위치에 오른 강팀이었다. 1순위 지명권을 얻기 위한 처절한 탱킹이 없어도 충분히 강한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 지명권 순위는 거들 뿐이다.
매너가 챔피언을 만든다
이번 파이널에서 토론토가 많은 팬들의 열광을 이끌어낸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매너였다. 우승팀에는 으레 주목을 끄는 악동들이 있기 마련인데, 토론토에 그런 사고뭉치는 없었다. 오히려 모범생 집단에 가까웠다.
선수가 승부에 집착하면 어떻게든 심판의 눈을 피해서 경기 규칙을 위반하거나, 불필요한 말과 행동으로 경기장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든다.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안티의 절반 이상은 드레이먼드 그린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불필요한 동작이나 파울로 인해 분위기를 과열시키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반면 토론토의 선수들은 파이널 내내 자극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 하드 파울은 있었어도 고의적으로 위험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흔한 트래쉬 토킹도 토론토에서는 볼 수 없었다. 되려 케빈 듀란트가 토론토 홈에서 열린 5차전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했을 때, 라우리는 홈 관중들을 진정시켰다. 뿐만 아니라 6차전에서 클레이 탐슨마저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쓰러졌을 때, 좌절한 스테픈 커리를 일으켜 세우고 위로한 것도 라우리였다.
만약 6차전에서 토론토 선수들이 감정을 주체 못하고 열광했다면, 골든 스테이트의 홈 구장 오라클 아레나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야유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우승이 확정된 순간에도 토론토는 끝까지 침착했다.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골든 스테이트의 선수들과 관중들을 배려한 셈이다.
최근 플레이오프에서는 선수들 간의 험악한 신경전으로 경기가 과열되거나, 위험한 파울 때문에 선수들이 부상 위험에 노출되는 일들이 많아졌다. 자극이 도를 넘으면 시비가 된다. 토론토는 파이널뿐만 아니라 올해 플레이오프 내내 승부에 집중해왔고, 자극적인 언행이 아닌 경기의 승리로 스스로를 대변했다. 진짜 승자가 되려면, 결과뿐만 아니라 매너도 필요하다는 점을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이처럼 토론토의 우승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들이 들어올린 우승 트로피에는 많은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었다. 챔피언이 되기 위한 과정, 챔피언이 갖춰야 할 덕목을 함께 들어 올렸기에, 토론토의 우승이 더욱 값지다. 그 메시지를 다음 시즌에는 어떤 팀이 이어받게 될지 궁금하다.
# 사진_NBA 미디어센트럴, 토론토 랩터스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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