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선수의 스타일리스트" KEB하나 이훈재 신임감독을 만나다

김용호 / 기사승인 : 2019-06-07 0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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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용호 기자] 최근 3시즌 동안 봄 농구 무대를 밟지 못했던 부천 KEB하나은행은 결국 변화를 택했다. 지난 2019년 3월 25일, 국군체육부대를 이끌던 이훈재 감독을 신임감독으로 임명한 것. KBL D-리그에서 158연승이란 대기록을 세우는 등 안정적인 길을 걸어왔던 그가 여자프로농구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모두가 놀라움과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과연 이훈재 감독이 KEB하나은행 지휘봉을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헤드코치(head coach)’가 아닌 스타일리스트(stylist)가 되겠다는 그의 출사표를 들어보자.


※ 점프볼 5월호에 게재된 인터뷰이며, 인터뷰는 4월 23일에 진행됐습니다.


Q. 15일에 선수단 상견례를 하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도전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이 팀에 온 만큼,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하니 기분이 좋아요.


Q. 상무 시절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프로팀 감독의 생활은 많이 다를 것 같은데.
상무에 있을 때는 아침에 점호를 했죠(웃음). 지금은 특별한 걸 느낀다기보다는 아직 낯선 환경이라 더 파악을 하려는 중이에요. 훈련을 위해 할애하는 시간도 많은데, 확실히 프로 감독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더라고요. 일주일이 정말 금방 갔어요. 그래서 힘든 부분도 있는데, 이건 즐거운 힘듦이라고 생각해요.



Q. 선수들 개인 미팅도 마쳤다고 들었습니다.
모두 한 명, 한 명 만나봤는데, 가장 중요한 건 열정이라 일러줬고, 또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자고 했어요. 저 역시도 이제는 상무에서 우승했던 감독이 아니라, 직전 시즌 5위팀 감독인거죠. 내 위치를 명확하게 알아야 그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선수들과는 열정을 계속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것과 위치를 제대로 알자는 것, 두 가지를 강조했어요.


Q. 김완수, 이시준 코치와 손을 잡게 된 이유도 들을 수 있을까요.
주위에서는 아예 새로운 판을 짜라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남자 선수들과 오래 있었다보니 여자 팀에 와서 시행착오가 분명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시간이 짧았으면 했어요. 김완수 코치는 예전부터 워낙 좋은 친구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충분히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친구라 생각했는데, 선택이 틀리지 않았어요. 이시준 코치는 선수시절 상무에서 만났었는데 워낙 성실했어요. 아마추어 무대에서 A코치를 할 시절에도 착실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요. 그래서 선수들이 개인 훈련을 할 때 디테일한 부분에서 충분히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본인도 능력을 인정받아 선택받은 거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더라고요. 잘 선택한 것 같아요.


Q. 상무에서의 영광을 뒤로하고 도전을 선택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2~3년 전 쯤부터 스스로를 돌아보니 지도자로서 너무 게을러져 있더라고요. 선수 구성은 좋은데 경기가 많지 않다보니 목표 의식이 떨어졌던 것 같아요. 건방진 생각이지만 상무에서는 지도자로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거죠. 제 능력을 평가받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요. 어쨌든 지도자에게 프로는 꿈의 무대잖아요. 그래서 결심을 했죠. 단장님도 직접 찾아오셔서 제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셨는데, 고민의 시간이 길지 않았어요. 와이프는 말리기도 했지만, 결국 제가 이긴 거죠(웃음). 이제는 와이프도 제 뜻을 인정해주고 잘 하라고 응원해줘요.


Q. 그렇다면 KEB하나은행으로 오면서 처음으로 세운 목표는 뭐였나요.
어찌됐든 프로는 결과로 증명해야 하잖아요. 그게 막연하게 성적일 수도 있는데, 일단 지금보다는 높은 위치로 가야죠. 그럴 능력을 만들어야하고요. 결국 최종적으로는 제일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죠. 지금 KEB하나은행에 와서는 선수들을 보며 꽃이라는 표현을 자주 써요. 코치들과 힘을 합쳐서 꽃이 빨리 피고, 또 오래 펴있을 수 있게 해야죠. 선수들은 프로까지 왔으면 다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전까지 결과가 좋지는 못했지만, 하루 빨리 경험을 쌓아서 예쁜 꽃을 피웠으면 해요.


Q. 꽃을 피우기 위해 비시즌 훈련 방향도 빠르게 정하셨겠네요.
일단 기본부터죠. 지난 시즌 우리 팀의 경기를 보니 레이업이나 골밑슛을 잘 못 넣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이건 외곽슛과는 다릅니다. 넣는 게 당연한 슛이에요. 그 당연함이 없다보니 경기력이 떨어졌던 거죠. 그래서 기본을 단단히 다진다면 그 다음 단계부터는 속도가 훨씬 빠를 거에요. 기본에 충실해서 승리하는 팀이 되도록 이끌어볼 생각입니다.


Q. 전력 구상에 있어서도 밑그림이 그려지셨을 것 같은데요.
일단 기본적인 틀은 잡았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4번(파워포워드)이 최약점이에요. 구단과 상의해서 트레이드를 시도할지, 기존 선수들을 더 강화시킬지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또, 그동안은 주연은 없고 조연만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감독이 미션을 주더라도 주연, 조연 자리에 맞게 줘서 각 선수들도 그에 대한 만족도와 성취감을 느껴야하죠. 그래서 주연을 찾기 위한 내부 경쟁도 필요해요.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지도자가 온 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새롭게 시작하는 거니 내부 경쟁을 독하게 하라고 했어요. 코트에서 만큼은 언니를 이기려고, 동생에게 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라고요. 그러면 당장은 아니지만 시즌이 가까워질 때쯤 팀이 잘 정리될 거라고 믿어요.


Q. 다시 감독님 얘기로 돌아가서, 주변에 조언도 많이 구하셨나요?
정말 많은 사람에게 물어보고, 좋은 말도 들었어요. 근데 결국 그런 말들이 다 맞지도, 틀리지도 않은 것 같아요. 너무 들은 대로만 나아가면 그건 또 제 농구가 아니잖아요. 좋은 건 참고하고 받아들이면서 제 방향을 확립해야죠. 타인에게 들어서 선수들을 아는 것보다는, 직접 보고 느끼려고 해요. 주변의 조언과 제가 직접 느낀 것들을 접목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Q. 감독으로서 추구하는 스타일도 있으신가요?
남녀를 떠나서 프로 선수들을 보면 개인 훈련을 하는 방법을 잘 모르더라고요. 보통 슛 연습이 주를 이뤄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선수들에게 궁금한 게 있으면 꼭 물어보고 얘기를 나누자고 했어요. 또, 제 얘기가 틀리다면 본인 얘기를 하고, 저를 이해시키라고 했죠. 의견이 부딪히면 순간적으로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서로 이해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단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이 자기 생각이 분명해야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생각에 대해 소통이 원활한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Q. 비슷한 맥락에서 감독님이 이끌 팀에 특별한 문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으신가요.
우리만의 문화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기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2주에 한 번씩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까 해요. 미팅이나 발표의 느낌은 아니고, 진솔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인거죠. 처음에는 ‘나’에 대한 고민을 하려해요. 말 표현이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내 주제를 아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다음엔 ‘우리’에 대해 생각을 나눠보려 합니다. 이건 선수들이 정말 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생각하게 됐어요. 어떤 선수에게 ‘네 장점이 뭐냐’라고 물으면 ‘슛이요’라고 해요. 그런데 자신의 야투성공률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면 제대로 인정을 받을 수 없거든요. 그래서 자기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해요.


Q. 마지막으로 새로운 KEB하나은행을 지켜볼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KEB하나은행은 팬들이 많은 팀이더군요. 근데 그 사랑이 5위 팀이 받기엔 과분하다고 생각해요. 그 사랑에 걸맞게 선수들이 더 노력하고, 저 또한 선수들이 빛날 수 있게 노력할겁니다. 해외 리그를 보다보면 감독을 헤드 코치라 하지 않고, 매니저(manager)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저는 스타일리스트처럼 우리 선수들에게는 어떤 옷이 어울릴까를 고민할 거예요. 그러면 선수들이 빛나지 않을까요? 다가오는 시즌에는 과분한 사랑에 보답할 수 있게 성적을 잘 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지금 보내주시는 응원보다 조금 더 힘내주시고, 저도 선수들과 노력해서 꼭 부응하겠습니다.



▶ 이훈재 감독은…
1967년생인 이훈재 감독(192cm)은 양정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했으며, 부산 기아와 대구 동양 등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여자프로농구 금호생명 코치를 거쳐 2004년부터 상무 감독을 맡아 15년간 프로출신 군인선수들을 지도했다. 농구대잔치 우승 10회를 비롯해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 사진_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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