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피지컬 트레이너 김익겸 "한계에 굴하지 말고 큰 꿈을 품길"

민준구 / 기사승인 : 2018-08-07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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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김익겸 트레이너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피지컬 트레이너다. 국가대표팀은 물론, 여자프로농구, 대학교 등 다양한 레벨에서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했고 태권도, 빙상, 리듬체조, 수영 등 다양한 종목에서 이름을 날렸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삼성생명 여자농구단의 시즌 맞이를 돕고 있었다. 부상 방지와 몸 만들기를 위해 구단이 특별히 그를 초빙했던 것. 선수들의 만족도도 대단히 높았다. 단순한 트레이닝을 넘어 현실적인 방향성까지 제시하고 있는 그는 선수들의 아버지이자, 동반자 같은 존재였다.

스포츠 체육학의 대가, 마티비에프 교수를 만나다
김익겸 트레이너는 경희대 체육학과 출신으로 석사학위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러시아 국립 체육대학에서 심리학과 엘리트 선수 트레이닝 방법론을 전공하며 박사과정을 마쳤고 다시 국내로 돌아와 경희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이론 강의를 펼쳤다. 그러나 이론 강의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공허함을 느낀 그의 선택은 현장이었다. “교수가 꿈이었지만, 이론 강의만으로 제가 가진 지식을 모두 전달하는 건 무리가 있었어요. 그래서 현장으로 뛰어 들게 됐죠. 제가 가진 이론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는 걸 지켜보고 싶었어요. 지금은 현장에서 적용된 이론을 가르쳐주기 때문에 확신이 생겼죠. 제 강의를 듣는 선수들도 좋아해줘서 기쁘고요.”

평소 농구 관계자들과 친분이 있었던 그는 2000년 경희대 농구부의 트레이너로 활동하며 농구계에 첫 발을 디뎠다. 2004년부터는 남자농구 국가대표팀과 금호생명 트레이너를 역임했다. 이후 KDB생명,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삼성생명 등 여자농구단에서 주로 활동한 김익겸 트레이너는 많은 프로 팀이 선호하는 국내 최고의 트레이너로 올라섰다.

김익겸 트레이너가 국내 최고로 올라설 수 있었던 건 ‘체육학의 대가’ 마티비에프 러시아 국립 체육대학 교수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예전부터 러시아의 체육학은 세계 최고였어요. 대부분의 트레이닝 방법론은 모두 러시아의 것이죠. 당시 지도교수였던 마티비에프 교수님은 러시아에서도 최고의 권위자에요. 세계적인 대가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죠. 체육학을 전공하는 모든 학생들은 마티비에프 교수님의 지도를 받고 싶어 해요. 단 한 번이라도 강의를 듣는 것이 꿈일 정도니까요. 전 운이 따랐는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어요. 아직도 그 분의 목소리가 생생합니다.” 김익겸 트레이너의 말이다.

마티비에프 교수는 김익겸 트레이너의 열정을 한 눈에 알아봤고, 자신의 집에서 같이 지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는 단순한 체육학 교수가 아니었다. 스포츠의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하며 전 세계의 프로 스포츠가 활성화 될 것이며 이에 따라 트레이너의 역할도 커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익겸 트레이너는 “교수님은 20세기가 지나고 21세기가 도래하면서 스포츠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셨어요. 먼저 프로가 활성화되면서 트레이너들이 중요해질 거라고 하셨죠. 그 분의 말처럼 21세기부터 스포츠는 많은 변화가 나타났어요. 대표적인 예로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건 파워 트레이닝 덕분이에요. 이제까지 국내 지도자들이 알지 못했던 걸 거스 히딩크 감독이 들여오면서 선수들의 클래스를 세계 정상급으로 올려놓은 거죠”라며 “프로 스포츠가 뿌리를 내리면서 체력 코치는 물론, 컨디셔닝 트레이너까지 등장하게 됐어요. 지금은 팀마다 최소 1명씩은 있잖아요.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흘러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트레이너의 삶, 그리고 즐거움
마티비에프 교수의 가르침 속에 성장한 김익겸 트레이너는 2000년, 경희대 농구부에서 트레이너의 삶을 시작했다. 이후 국가대표, 여자프로농구 팀들을 맡으며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한 곳에 머물며 안정적인 삶을 살수도 있었지만, 그는 도전을 원했다. “시즌 내내 함께 하자는 팀도 있었어요. 하지만 프리랜서의 길이 제게 맞는 것 같아요. 또 중,고등학교 어린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즐거움도 느끼고 싶거든요. 프로 선수들은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데 2~3년이 걸려요. 그러나 어린 선수들은 오전, 오후에도 차이가 있어요. 우리나라 스포츠의 미래는 어린 선수들에게 있잖아요. 빠르게 성장시키는 재미를 놓칠 수가 없죠.” 또 김익겸 트레이너에겐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사명감이 있었다. 바로 어린 선수들을 진정한 프로 선수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김익겸 트레이너는 “어린 선수를 키운다고 해도 프로 선수가 되는 경우는 희박해요. 특히 우리나라는 운동선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가능성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죠. 이웃나라인 일본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요. 운동이란 건 재미를 붙이면 그만 둘 수가 없어요. 하지만 재미를 알기 전까지의 과정이 정말 힘들거든요. 어떻게 해야 운동을 재밌게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트레이닝 방법을 생각하고 있어요. 어린 선수들의 트레이닝 활성화에 대해 관심이 정말 많아요”라고 말했다.

프로 선수들과의 운동 역시 김익겸 트레이너에겐 즐거움이다. 특히 유망주들의 빠른 성장은 엄청난 만족감을 주고 있다. 특히 금호생명과 함께 배고프고 힘든 시절을 보냈던 때는 쉽게 잊지 못했다. 1승에 목숨 걸던 금호생명을 떠올린 김익겸 트레이너는 “정말 많은 곳을 다녔지만, 가장 재밌었던 건 금호생명 시절이었어요. 독수리 5형제(신정자, 김보미, 이경은, 조은주, 한채진) 시절은 절대 잊지 못해요. 한 경기, 한 경기에 목숨을 걸고 뛰던 때였기 때문에 같이 고생하면서 지냈던 게 기억나요”라며 “최근에 맡았던 KEB하나은행과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삼성생명 역시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젊고 능력 있는 선수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볼 때 대견하면서도 기대가 되거든요. 하나를 알려주면 받아들이는 속도가 정말 빨라요”라고 즐거워했다.

반복성, 과부화의 원리
김익겸 트레이너는 이론과 현장 경험을 접목시켜 자신만의 트레이닝 방법을 만들어냈다. 세계에 퍼져 있는 트레이닝 방법론을 국내 실정에 맞게 수정하기도 했다. “20세기를 지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트레이닝 방법은 종목, 성별 구별 없이 같은 프로그램으로 진행돼요. 대신 운동을 수행할 수 있는 근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강도 조절은 필수죠. 예를 들어,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를 생각하면서 운동 강도를 낮추거나 높일 수 있어요. 사실 트레이닝 방법론을 비롯해 모든 체계는 같아요. 다만, 선천적인 면에서 차이가 날 수 있으니 조금씩 조절해줘야 합니다. 또 엘리트 선수와 일반인이 운동을 할 때도 강도와 관련이 있어요. 엘리트 선수는 최대치로 끌어 올려야 하지만, 일반인은 삶의 질을 높이는 정도로 맞춰야 하죠.” 김익겸 트레이너의 말이다.



김익겸 트레이너가 강조한 두 가지는 바로 반복성 및 과부화의 원리다. 두 원리를 이용한다면 정상급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체력과 기술을 향상시키려면 반복성 및 과부화의 원리를 몰라선 안 돼요. 스킬트레이닝이나 피지컬 트레이닝 모두 힘들다고 그만두거나 자신의 한계치에 못 미칠 정도로 한다면 성장할 수 없어요. 100%의 몸이라면 120%까지 끌어올려야 성장이 가능한 거죠. 끊임없이 반복하고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야만 성공할 수 있어요. 말은 쉽지만, 정말 힘든 일이에요. 다만,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이야기죠”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김익겸 트레이너의 트레이닝은 어떻게 진행될까? “제가 가진 모든 트레이닝 방법은 모두 이론에 있어요. 대신 우리나라 선수들의 실정에 맞춰야 하죠. 과거 선수들은 대부분 좋은 기량을 갖추고 있었지만, 지금 어린 선수들은 기본기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먼저 운동할 수 있는 몸을 만들고 힘을 길러야 해요. 또 신체 밸런스를 잡고 농구에 필요한 동작들을 반복하게 되죠. 근력과 순발력, 민첩성, 지구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비로소 정식경기에서 뛸 수 있는 몸을 갖추게 돼요. 항상 기본적인 태도는 반복성 및 과부화의 원리를 따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힘들게 해온 훈련이 무용지물이 되겠죠?”

대체 불가능한 선수가 되어라
김익겸 트레이너는 올해로 19년차를 맞이했다. 그동안 그와 함께 했던 선수들만 해도 수천 명이 될 터. 큰 꿈을 품고 러시아를 떠나 한국에 온 김익겸 트레이너는 어느새 선수들의 아버지 혹은 스승이 됐다. 오랜 시간, 자신만의 트레이닝 방법을 전수해 온 그는 프로 진출을 꿈꾸는 어린 선수들, 그리고 현역 프로 선수들에게 애정 어린 메시지를 남겼다.

“선수들에게 묻고 싶어요. ‘넌 왜 태어났니? 왜 선수가 됐지?’라고 말이죠. 삶은 영원하지 않아요. 살아 있을 때 뭔가를 이루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로무대에 가고 싶은 어린 선수들과 지금 프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모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농구라는 스포츠 속에서 지내다보니 선수들의 꿈이 대체로 작더라고요. NBA, WNBA 진출은 꿈도 못 꾸고 KBL이나 WKBL에 가겠다는 확신도 없어요. 축구와 야구를 보세요. 너도나도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어요. 정말 실력이 안 되는 선수들도 그 정도 목표는 세워 놓고 시작을 해요. 다른 아시아 선수들은 더 큰 무대를 가기 위해 뛰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어린 선수들은 국내 리그에만 시선을 두고 있어 안타까워요. 꿈은 커야 합니다. 정말 그 목표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높게 잡아야 하고자 하는 의지도 생기는 법이거든요. 대신 목표를 세워놓고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라고 말한 김익겸 트레이너는 “한 번은 선수들에게 이력서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일반인들은 이력서에 한 줄을 더 쓰기 위해 스펙을 쌓고 잠을 줄여가며 공부한다. 너희에게 스펙은 한 발 더 뛰는 게 아닐까? 이 세상에 완벽한 선수는 없어. 다만, 최고의 선수는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노력해. 김주성이 왜 인천아시안게임에 나갈 수 있었을까? 그 포지션에서 대체할 수 없는 선수이기 때문이야. 너희 역시 21세기에 대체 불가능한 선수가 되어야 해. 뒤에서 쫓아가려고 하지마. 앞에서 주도할 수 있는 선수가 돼’라고 말이죠. 전 선수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아꼈으면 좋겠어요. 남들보다 조금만 더 뛰면 가치가 달라지거든요”라고 말했다.

다만, 농구는 선수들만의 스포츠가 아니다. 좋은 선수를 배출해낼 수 있는 환경 역시 필수요소다. 김익겸 트레이너 역시 이 부분을 강조하며 “사실 스포츠는 천재를 발굴하거나, 천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과학자, 장비, 최고의 선수 이 세 가지가 필요해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키워드라고 할 수 있죠. 아쉽게도 한국은 천재를 발굴하거나 만드는 시스템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주어진 부담이 클 수밖에 없죠. 어쩌면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가혹할 수 있어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엘리트 선수로 올라서려면 모두가 겪어야 하는 것이니 이겨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라고 전했다.



김익겸 트레이너의 아쉬움, 그리고 바람
김익겸 트레이너는 인터뷰 도중, “허재 감독이 NBA에 진출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라고 물었다. 또 “(하)승진이가 NBA에서 잘했어야 하는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갑작스런 말이었지만, 금세 이해가 됐다. 선수들이 큰 꿈을 꾸기 위해선 목표로 삼을 대상이 필요하다는 것. 김익겸 트레이너는 “허재 감독이 NBA에 갔었다면 후배들이 같은 꿈을 꾸지 않았을까요? 사실 승진이가 NBA에 간다고 했을 때도 많은 기대를 했었어요. 당시 승진이에게 ‘너처럼 큰 선수는 NBA에서도 많지 않아. 대신 경기체력에 대해선 많이 신경 써야 해’라고 말했어요. 아쉽게도 그 부분이 해결되지 않아 금방 돌아왔잖아요. 승진이가 NBA에서 오래 남아 있었다면 한국농구에 큰 도움이 됐을 거예요. 또 해외농구에 대한 관심도 많이 생겼겠죠. 단순한 상상이 아니에요. 배구를 보세요. 김연경이 성공하면서 배구에 대한 인기가 확 올라갔잖아요. 전 김연경 같은 선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해요. KBL과 WKBL에만 머무르려 하는 건 아쉬움이 남아요”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박지수가 WNBA에 진출하면서 세계무대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김익겸 트레이너는 꿈을 꾸는 선수들에게 마지막 바람을 전했다. “박지수가 WNBA에 가면서 어린 선수들의 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국내 프로무대에 안주하지 않고 더 경쟁적이고 강한 상대와 붙기 위해 나갔으면 좋겠네요. 저와 같은 트레이너들은 선수들이 더 높은 곳에 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 농구는 높이의 스포츠라고만 생각하잖아요. 높이보다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해요. 그런 부분은 우리 트레이너들이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의 성장은 트레이너의 존재 이유니까요.”

# 본 기사는 농구전문잡지 점프볼 7월호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 사진_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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