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맹봉주 기자] “또 스킬 트레이닝이야?” 지난여름, 현장 취재를 가는 곳마다 스킬 트레이닝이 진행됐다. 남·녀프로농구, 대학교, 유소년 캠프, 일반인 캠프 등 스킬 트레이닝 열풍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았다. 이제 한국농구에 스킬 트레이닝은 유행을 넘어 필수가 됐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스킬 트레이닝이 주목받는 이유
바야흐로 스킬 트레이닝 시대다. 남·녀프로농구와 중·고 아마추어 농구는 물론 농구를 좋아하는 일반인들까지 기술 배우기에 한창이다. 4년 전, 고양 오리온의 정재홍이 사비를 들여 미국으로 스킬 트레이닝을 받으러 갔을 때와는 정반대다. 그때는 프로선수가 스킬 트레이닝을 받는 것 자체가 큰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한국농구는 조직력을 강조하는 팀 훈련에 익숙했다. 체력과 수비 훈련, 다양한 패턴 플레이를 익히며 시즌을 준비 했다. 엘리트 선수가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비시즌 개인 훈련을 받는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프로선수가 사비를 들여 스킬 트레이닝을 받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이제는 정재홍 외에도 김선형(SK), 이관희(삼성), 장재석, 최진수(이상 오리온), 허웅(동부) 등 수많은 프로선수들이 비시즌 스킬 트레이닝을 받는다. 서울 삼성, 인천 전자랜드, 용인 삼성생명, 상명대 등은 지난여름 전문 스킬 트레이너를 초빙해 단체로 스킬 트레이닝을 받기도 했다. 조성민도 부상 복귀를 앞두고 스킬 트레이너와 함께 몸을 만들었다.
이러한 스킬 트레이닝 붐은 기량 발전을 위한 선수들의 욕구에서부터 시작됐다. 미국에서 연수를 마치고 전문 스킬 트레이너로 변신한 김현중 트레이너는 “선수들이 국제대회를 통해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걸 몸으로 직접 느꼈다. 반면 외국은 오래전부터 스킬 트레이닝이 활성화 되어 있어 선수들의 기술 습득이 빨랐다”며 “기량 발전에 목마른 국내선수들이 외국처럼 스킬 트레이닝을 찾기 시작하면서 붐이 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선형도 이에 동의했다. “단신 외국선수들만 봐도 국내선수들과는 기술차이가 엄청 난다. 이 때문에 국내선수들 사이에서 스킬 트레이닝을 받고 싶다는 욕구가 더 커지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프로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스킬 트레이닝을 받자 이들을 보며 프로 진출을 꿈꾸는 아마추어 선수들 역시 스킬을 배우기 시작했다. ‘스킬 팩토리’의 박대남 트레이너는 “프로에서부터 스킬 트레이닝을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레 아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강혁, 황성인 코치 등 프로에서 은퇴한지 얼마 안 된 젊은 지도자들이 아마추어 농구에 많이 투입되면서 스킬 트레이닝에 대한 지도자들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현황을 전했다.
현장에서 말하는 스킬 트레이닝
선수들 못지않게 지도자들도 스킬 트레이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은 “스킬 트레이닝은 정말 필요하다.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시작해 프로를 거쳐 은퇴할 때까지 꾸준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지도자도 선수들의 기술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자들이 하나 둘씩 스킬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요즘엔 외국에서 전문 스킬 트레이너를 초빙해 단체로 스킬 트레이닝을 받는 프로 구단들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 삼성은 지난해 7월 29일 선수들의 개인 기술 향상을 위해 크로아티아 출신의 대니얼 러츠 코치를 초빙했다.
NBA 선수들의 개인 훈련을 지도한 경험이 있는 러츠 코치는 약 한 달간 슈팅 부분에 중점을 두고 삼성 선수들을 지도했다. 삼성의 김태형은 스킬 트레이닝에 대해 “일단 재밌다. 한국농구는 비시즌 체력훈련에 대부분의 힘을 쏟는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운 훈련을 하며 운동을 재밌게 했다. 볼 컨트롤이나 스텝 등 개인 기술을 익히는데도 도움이 됐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외국에 가서 직접 스킬 트레이닝을 받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상민 감독은 스킬 트레이닝을 받는 선수들의 이같은 반응이 당연하다고 했다. “만약 내가 365일 가르친다면 선수들이 지겨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종종 새로운 사람에게 배우다보면 선수들도 모르는 사이 훈련 집중력이 올라간다. 아마 선수들에게 스킬 트레이닝은 학창시절 소풍 가는 것처럼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 왔을 것이다”고 했다.
하지만 스킬 트레이닝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있다. 국내와 미국을 오가며 스킬 트레이닝을 받았던 김선형은 “외국에 가보면 어느 코치는 스텝만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어떤 코치는 드리블 또는 픽앤롤만 가르치는 등 지도방법이 세분화 되어 있다. 농구는 1, 2가지 기술이 아닌 드리블, 슛, 포스트업, 스텝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 운동이니만큼 스킬 트레이너들도 각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명대 이상윤 감독도 “스킬 트레이닝을 하면 확실히 볼 핸들링이 좋아진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은 많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스킬 트레이닝이 나아가야 할 길
시간이 갈수록 스킬 트레이닝에 대한 지도자들의 인식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화려한 것만 쫓고 팀플레이에 도움이 안 된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박대남 트레이너는 “지도자들 사이에서 스킬 트레이닝은 드리블만 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드리블 뿐 아니라 더블클러치, 플로터, 훼이크 등 농구에 사용 되는 모든 것들이 스킬 트레이닝에 들어간다”며 “가르치는 학생들의 80%가 스킬 트레이닝을 받는 사실을 학교에 알리지 않는다.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을까봐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중 트레이너도 “팀들이 너무 성적만을 고집하다 보니 개인기보단 팀에 초점을 맞춘다. 팀플레이만 하다보면 개인기량이 느는데 한계가 있고 배운 것을 제대로 못 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빠른 속도로 스킬 트레이닝이 확산되고 있지만 합숙과 팀 훈련을 우선시 하는 한국농구 특성상 한계도 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대남 트레이너는 “전문 트레이너지만 일주일에 고작 하루, 이틀 일한다. 학생들이 평일엔 학교 수업과 팀 훈련을 병행해야하기 때문이다”라며 “외국의 경우는 학교수업과 팀 훈련이 오후 5시면 끝난다. 이후부턴 개인훈련이다. 기량발전에 욕심이 있는 선수들은 이 시간을 이용해 스킬 트레이닝을 받는다. 일주일 내내 운동할 수 있고 수요가 보장되니 금액도 우리보다 싸다. 반면에 우리는 일주일에 딱 두 번 밖에 일을 못하니 비쌀 수밖에 없다”고 현장에서 겪는 고충을 말했다.
언젠가부터 현장에 가면 선수들의 기본기 부족을 지적하는 관계자들의 얘기가 자주 들린다. 이기기 위한 농구를 하다 보니 정작 개인 기술 발전은 더뎠다는 것이다. 요즘엔 수비수 1명을 제칠 수 있는 선수조차 찾기 힘들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김현중 트레이너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지금은 선수들의 기술을 끌어올려줄 전문적인 트레이너가 많이 부족하다. 앞으로는 선수들의 기본기와 기술을 향상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적인 트레이너가 많이 나와야 한다. 외국에서는 트레이너들끼리 모여 아이들을 같이 가르치거나 기술에 대한 연구, 상의도 하는데 아직 한국의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또 스킬 트레이닝이 특별한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되어 많은 선수들에게 거리감 없이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스킬 트레이닝이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사진_점프볼 DB(신승규 기자),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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