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발랄한데 영어까지 잘하는 아나운서는 없지 않나요?” KBS N 스포츠 이지수 아나운서

맹봉주 / 기사승인 : 2017-02-02 07: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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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맹봉주 기자] 여자프로농구를 보면 익숙한 얼굴이 하나 있다. 바로 귀여운 외모에 항상 밝은 미소를 지으며 인터뷰를 하는 이지수 아나운서다.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선수들과 편하게 얘기를 할 때면 이웃집 여동생 같다가도, 뛰어난 영어실력으로 외국선수와 직접 인터뷰하는 모습을 볼 때면 미모에 영어까지 다 갖춘 엄친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말하는 게 좋아 아나운서를 꿈꾸게 됐다는 이지수 아나운서. 그녀를 경기장이 아닌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나 함께 폭풍 수다를 떨어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잡지 점프볼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쿵.”



경기를 보며 열심히 기사를 쓰던 순간. 옆에서 누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저 괜찮아요!”라며 씩씩하게 경기장을 향해 가던 그 사람. 필자가 기억하는 이지수 아나운서와의 첫 만남이다.


Q. 저와의 첫 만남 기억나요? 사실 그때 민망해 할까봐 괜찮냐는 얘기도 제대로 못했어요.
네, 기억나요. 저 넘어진 날이잖아요(웃음). 핸드폰으로 바뀐 인터뷰 수훈선수를 보다가 계단에서 뒤로 미끄러졌어요. 너무 창피했어요. 진짜 아팠지만 상황이 급박해서 아픈 줄도 모르고 내려갔죠. 인터뷰하러 간 건데 고아라 선수의 3점슛으로 경기가 연장전으로 갔어요. 민망하게 다시 올라갔죠.


Q. 그 날이 11월 11일 빼빼로 데이였어요. 삼성생명과 KDB생명의 경기였는데 고아라 선수가 극적인 3점슛을 넣으며 삼성생명이 연장 접전 끝에 이겼죠.
맞아요. 원래 인터뷰 수훈선수가 나타샤 하워드였는데 경기 막판 고아라 선수가 동점 3점슛을 넣으면서 고아라 선수로 바뀌었어요. 그런데 연장전에 가서 최희진 선수로 바뀌더니 결국엔 배혜윤 선수로 최종 결정됐죠.


Q. 수훈선수가 그렇게 갑자기 바뀌면 준비해놨던 질문도 다 바꿔야 해서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경우의 수를 여러 개 설정해놔요. 나름 연차가 쌓이면서 인터뷰 할 것 같은 선수들 위주로 준비하기도 하고요. 저희가 시즌 전에 선수별로 자료 정리한 노트가 따로 있어요. 만약 전혀 예상치 못한 선수가 수훈선수가 됐을 땐 그 노트를 꺼내 쓰죠.


Q. 수훈선수 선정은 어떻게 하는 거에요?
제가 수훈선수를 직접 인터뷰를 하니까 어떤 시청자분들은 ‘왜 저 선수와 인터뷰 하냐, 개인적으로 친한 것 아니냐’고 오해를 하기도 해요. 하지만 수훈선수 선정은 제가 아니라 중계석에서 해줘요. 전반이 끝나면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잖아요. 보통 2쿼터 종료 5분이 남았을 때 중계석에서 인터뷰 할 선수를 각 팀당 1명씩 정해줘요. 중계차에서 이를 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꾸고 문제가 없으면 그대로 가죠.


Q. 질문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요.
정해져 있는 건 없어요. 그냥 개인 수첩에 선발 선수들을 다 적고 쿼터별로 누가 무슨 활약을 했는지 간단하게 적어놓는 거죠. 예를 들어 ‘A선수 2쿼터까지 공격에서 부진했음’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인터뷰 선수가 정해지면 기록까지 참고하면서 질문거리를 생각해요. 농구를 계속 봐야 할 수 있어요. 쉽지 않은 일이죠.


Q. 경기 전 이지수 아나운서를 보면 핸드폰에서 잠시도 시선을 떼지 않더라고요.
저희 농구 중계팀 단체 채팅방이 있어요. 중계차에 있는 분들은 현장에 있는 저희와 바로 소통이 안 되니까 채팅방으로 얘기를 하죠. 그날의 선발출전명단이나 수훈선수 인터뷰 등이 이 채팅방을 통해 공지돼요. 그래서 경기 중에도 항상 핸드폰을 보는거죠.


Q. 이지수 아나운서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영어실력이에요. 때문에 여자프로농구 팀 통역들에게 인기가 제일 좋더라고요. 이지수 아나운서가 중계하는 날에는 인터뷰하러 갈 필요가 없다고요.
하하, 정말요? 하지만 아마 방송욕심 있으신 분들도 있을 거에요. 제가 그분들 자리를 뺏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웃음).


Q. 미국에 잠시 살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미국 인디애나에 1년 정도 있었어요. 제가 KEB하나은행의 나탈리 어천와와 친한 척을 하는 이유가 어천와가 노틀담 대학교를 나왔기 때문이에요. 노틀담 대학교가 제가 있는 고등학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였거든요.


Q. 언제부터 영어를 잘하게 된 거에요?
조기교육 덕분이죠(웃음). 어릴 때부터 말하는 거나 언어 배우는 거를 워낙에 좋아했어요. 7살부터 11살 때까지 화교학교를 다녔어요. 초등학교에서 9시부터 12시까지 수업을 듣고 1시부터 4시까지는 화교학교에서 중국어수업을 들었죠. 아, 참고로 저 화교 아니에요. 그 당시 아버지가 조만간 중국이 뜰 테니 중국어를 배워보라고 하셔서 가게 됐어요. 반면 엄마는 중국어보단 영어를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셨죠. 그래서 어렸을 때는 언어적으로 혼란이 오기도 했어요. 화교학교에서 ‘시(네)’라고 해야 하는데 ‘예스’라고 하고, 초등학교 영어수업 때는 중국어를 했죠. 지금은 중국어를 많이 까먹어서 간단한 회화정도만 가능해요.


Q. 저처럼 영어울렁증이 있는 사람도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비법이 있을까요?
전화영어는 모든 분들께 추천해드려요. 영어는 말하는 게 어렵거든요. 저는 7, 8살부터 외국어선생님과 계속 1대1로 영어 수업을 했어요. 5학년부터 중학생 때 까진 다른 공부도 해야 하니 아침 학교가기 전, 7시 반부터 8시까지 전화영어를 했어요. 이게 진짜 큰 도움이 됐어요. 또 제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나 미국 드라마를 보거나 스포츠 중계를 영어로 들으면서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Q. 주위에서 저처럼 영어 가르쳐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아기가 있는 선배님들이 애 영어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기도 해요. 그럼 제가 어렸을 때 배운 과정을 설명해드리죠. 자녀들 영어교육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저한테 물어보세요(웃음).


Q. 외국선수와 인터뷰 할 때 보면, 먼저 시청자들에게 한국어로 질문을 말하고 외국선수에게 영어로 물어본 다음에 다시 한국어로 통역해서 말하잖아요. 이 작업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어렵죠. 예전에 한 외국선수와 인터뷰를 하는데 이야기에 너무 빠져서 한국어로 질문을 하는 걸 까먹고 바로 영어로 물어본 적이 있어요. 또 외국선수가 영어로 얘기한 걸 한국어로 풀지 않고 말한 적도 있어요. 예를 들어 ‘디펜스가 좋았다’보단 ‘수비가 좋았다’로 바꿔 말해야 하는데 말이죠. 농구 용어는 비슷하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통용되는 단어와 영어권 친구들이 쓰는 단어가 다른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돼요.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가며 얘기하는 순간은 제가 최고로 집중하는 시간이에요.


Q. 이지수 아나운서에게 영어란?
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스포츠방송국 3사 아나운서 중 영어는 제가 제일 잘하지 않을까요? 제가 영어부심이 있어요. 영어 하나만큼은 정말 자신 있거든요. 가진 게 그것밖에 없어서요, 하하.


Q. 인터뷰하면서 제일 싫은 유형의 인터뷰이가 있다면요? 참고로 전 선수가 “인터뷰해야 돼요?”라며 싫은 내색을 할 때 가장 당황스러웠어요.
단답형으로 말하는 선수가 제일 힘들어요. 저는 차라리 싫은 티를 내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싫은 티를 내면 제가 장난을 치고 웃으면서 분위기를 바꾸겠는데 생방송 중 소감을 묻는 질문에 ‘기분 좋아요’나 ‘잘 된 것 같아요’처럼 짧게 대답하면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인터뷰 할 때 종종 ‘길게 말씀해주셔도 돼요. 많은 분들이 목소리를 궁금해 하실 것 같아요’라며 웃으면서 분위기를 풀기도 해요.


Q. 최근 1순위 신인 박지수의 프로 데뷔전 인터뷰를 했어요. 박지수의 눈물로 많은 화제가 됐는데요.
사실 그 때 저도 울 뻔 했어요. 박지수 선수가 인터뷰 전에 엉엉 운 티가 났어요. 우린 어쩔 수 없이 왜 울었냐고 물어볼 수밖에 없잖아요. 울다 온 친구한테 왜 우냐고 하니 더 눈물을 흘리는 거에요. 마음이 너무 아파 인터뷰 끝나고 따로 연락했어요. 울고 있는데 왜 울었냐 얘기해서 미안하다고요. 이때가 제일 힘들어요.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게 밝게 인터뷰를 하면 선수가 울었는데 왜 안 물어보는지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실 거에요. 질문하는 사람으로서의 딜레마죠.


Q. 방송에서는 밝고 장난기 많은 개구쟁이같은 이미지에요. 실제 성격은 어때요?
정말 낙천적이에요. 장난도 많고 덜렁대는 편이에요.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세운 목표들은 꼭 이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에요. 주어진 일은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죠. 잘해서 칭찬을 받게 되면 새로운 자극제가 돼서 더 열심히 하게 되고요. 또 사교성이 좋아요. 선수들과도 잘 놀고요. 경기장에 선수 가족이나 친구가 온 것 같으면 선배들이 저보고 직접 가서 물어보라고 할 정도에요.


Q. 아나운서로서는 최고의 성격 아닌가요? 아나운서는 언제부터 꿈꾸게 됐어요?
말하는 것과 나서는 것을 좋아해요(웃음). 초등학교 4학년 때 한 방송출연 영향도 있었죠. 캐나다에 두 달간 놀러간 적이 있어요. 대서양이 보이는 캐나다 맨 끝에 있는 뉴펀들랜드라는 작은 섬이었죠. 외국인은 처음 방문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온통 절 쳐다봤어요. 어느 날은 지역방송국에서 하는 유명한 저녁 토크쇼에 게스트로 나가기까지 했죠. 그 이후 학교를 갔는데 완전 스타가 됐더라고요. 그때 출연한 토크쇼가 정말 재밌었어요. ‘아, 방송이 이런 재미가 있구나’라고 느꼈죠. 지금도 세트장의 소파 배치까지 기억이 날 정도로 생생해요.


Q. 기자들은 취재 경기에 가기 전 미리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오는 편이에요. 스포츠 아나운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네, 저는 무조건 기사 위주로 많이 봐요. 그래서 기자님들 기사가 굉장히 도움이 많이 돼요. 전날 주요 기사는 다 보고 기록지도 챙겨 봐요. 경기 당일 현장에서도 선수들이나 선배들과 얘기하며 정보도 얻고요.


Q. 혹시 NBA도 즐겨 보시나요?
조금 봐요. 저는 인터뷰 영상을 많이 봐요. 왜냐면 제가 직접 영어 인터뷰를 하잖아요. ESPN 영상을 보며 ‘이럴 때 이렇게 물어보면 되는구나’라고 느끼면서 메모하고 나중에 실제 인터뷰 때 써먹기도 해요.


Q. 여자농구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사람으로서 여자농구를 좀 더 재밌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해 준다면 뭐가 있을 까요?
여자농구는 일단 무조건 경기장에 와서 한 번은 봐야 할 것 같아요.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보다 경기장에서 직접 보는 게 볼거리가 더 많거든요! 특히 여자농구는 선수와 팬들 사이에 거리가 굉장히 가까워요. 팬들이 ‘언니’이러면, 듣는 선수가 ‘어 왔어?’라고 할 정도죠. 다른 스포츠는 이 정도까진 아니거든요. 그러다보니 여자농구는 남녀불문하고 고정 팬들이 많아요. 경기장에서 한 선수에게 애정을 갖고 응원하게 되면 여자농구를 더 재밌게 볼 것 같아요.


Q.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과 제가 현장에서 직접 보는 스포츠 아나운서의 느낌은 많이 달랐어요.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굉장히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맞아요. 처음에는 모든 게 다 설렜어요. 메이크업을 받고 경기장에 가는 게 좋았죠. 하지만 오랫동안 준비한 결과물이 방송에 나오는 건 2분 30초. 길어야 3분이에요. 3분이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저희는 잘했다, 못했다 평가를 받죠. 솔직히 어렵고 부담스러워요. 그 짧은 시간에 멘트로 뭘 보여줘야 하잖아요. 특히 입사 초기에 고민이 많았어요. 초창기에 실수 없이 잘하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었거든요. 정말 죽기 살기로 공부해서 멘트를 썼어요. 운 좋게도 회사에서 예쁘게 봐주는 것 같아요.


Q. 스포츠 아나운서는 대중에 많이 노출이 되는 직업이잖아요. 혹시 주위에 대한 평가나 댓글 같은 거에 상처 받지는 않나요?
주위 평가는 신경 잘 안 써요. 저 멘탈이 약간 강한 거 같아요(웃음). 하하, 생각이 없어서 그래요. 가끔 기록원 오빠가 저에게 악플만 골라서 보내주기도 해요. 그럼 ‘아 이렇게도 말할 수 있구나. 역시 우리나라 네티즌의 표현력은 최고다. 재밌다’이러죠. 무관심보다는 악플이 낫잖아요. 얼마 전엔 눈에 다래끼가 나서 안경을 끼고 갔는데 애니메이션 닥터슬럼프의 아라레를 닮았다는 댓글이 있더라고요(웃음).


Q. 끝으로 이지수 아나운서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어떤 얘기든 좋습니다.
농구팬들과 스포츠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에게 좀 괜찮은 아나운서로 기억되고 싶어요. 너무 욕심내거나 성급해하지 않고, 그렇다고 현재 위치에 안주하지 않으면서 실력을 쌓아간다면 팬들도 알아주시겠죠?


사진_유용우 기자, 이지수 아나운서 제공
장소협찬_La's kitchen(라스 키친, 강남구 삼성동 153-21번지 2층, 02-558-6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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