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강현지 기자] “인터뷰 잘 해주세요.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평소 공식적인 자리에서 칭찬을 잘 하지 않는 안양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이 웬일인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럴 만도 하다. 올 시즌 데이비드 사이먼(34, 203cm)은 매 경기 풀타임에 가까운 시간을 소화하며 팀의 홍삼 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 기록은 12월 21일 기준)
※ 본 기사는 농구전문잡지 점프볼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다시 찾은 안양
사이먼은 2010년 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KGC인삼공사의 지명을 받으며 KBL에 첫 발을 디뎠다. 당시 KGC인삼공사는 국내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 박찬희(현 인천 전자랜드), 2순위 이정현을 동시에 품으며 리빌딩에 돌입하던 시기였다. 고참급으로는 김성철(전 경희대 코치)과 은희석(현 연세대 감독)이 있었고, 박찬희와 이정현도 주축으로 나섰다. 사이먼은 첫 시즌에도 30분이 넘는 출전시간을 소화하며 20.19득점 9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즌 마지막까지 함께하진 못했다. 2011년 2월 19일 원주 동부와의 경기에서 무릎 반월판이 손상되는 부상을 입으며 시즌 아웃됐기 때문. 당시 팀 성적도 16승 38패, 9위에 그쳤다. 그렇게 KBL을 떠났던 그가 돌아온 건 2014년, 원주 동부의 지명을 받으면서다. 이후 사이먼은 서울 SK를 거쳐 5시즌 만에 KGC인삼공사를 다시 찾았다.
Q. 오랜만에 KGC인삼공사에 합류했다. 당시는 리빌딩에 돌입하던 팀이었는데, 지금은 KBL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팀이 되었다. 안양을 다시 찾은 소감은 어떤가?
당시 캡틴 양희종은 군 복무를 위해 상무에 있었고, 이정현은 신인이었다. 오세근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발탁됐었는데, 당시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선수들이 성장해 함께 뛸 수 있어서 좋다. (* 오세근은 2011년 1월 31일, 1라운드 1순위로 KGC인삼공사에 입단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신인들은 차기 시즌이 개막할 때까지 선수 등록이 불가능했다.)
Q. 그때와 지금의 KGC인삼공사는 어떤 차이가 있나?
그때 이정현은 신인이었다. 지금은 영향력 있고, 득점력을 가진 선수로 성장했다. 양희종은 당시 함께 뛰지 못했다. 그가 군 복무를 마쳤을 당시에 나는 부상으로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상대팀으로 만났을 땐 팀이 완성되기 위해 작은 부분들을 메워주는 선수였다. 오세근 역시 함께 뛰지 못했다. 상대 선수로만 만나다 같이 뛰게 됐는데, 한 팀에 빅 맨 한 명이 더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발휘한다.
Q. KBL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었나?
안양에서 뛴 후 유럽(세르비아, 카자흐스탄)에서 2년 정도 뛰었다. 이후 행선지를 고민을 하다 KBL을 택했다. 한국은 농구뿐 아니라 다른 부분도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그때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
Q. 팀에서 친한 선수는 누군가?
두루두루 다 친하다. 친한 이유가 다양하다. 이정현은 신인 때 팀에서 같이 있었기 때문에 친하고, 문성곤이나 한희원, 전성현과는 장난을 많이 친다. 오세근 같은 경우는 최근 쌍둥이 아빠가 됐다. 나 역시도 아이가 3명이 있어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경기에 많이 뛰지 않는 김경수, 김철욱, 박재한까지도 친하다.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며 좋은 팀 메이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KBL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만큼 타 팀에도 친한 선수들이 많을 것 같다. 시즌 중에 키퍼 사익스와 서울 삼성의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가장 오랫동안 알고 지낸 선수는 애런 헤인즈(고양 오리온)다. 내가 안양에서 뛸 때 삼성에서 뛰던 선수였다. 오랫동안 알았고, 친하기도 하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경우 2년 전 내가 동부에 있었을 때 모비스와 맞대결을 치른 상대였다. 자주 매치업을 하다 보니 친해졌다. 작년에 필리핀에서도 같이 뛰면서 더 친해졌고, 여름에도 종종 연락하고 지냈다.
#입사동기 이정현, 찰떡호흡 오세근, 고향후배 사익스
시즌을 앞둔 어느 날 이정현과 인터뷰 중 사이먼과의 재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외국선수 선발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전 김승기 감독은 선수단에게 “누가 왔으면 좋겠냐”라고 넌지시 물었다. 이정현의 답변은 단연 사이먼이었다. 이정현이 신인 시절 함께 호흡을 맞춰왔던 선수가 바로 사이먼이었기 때문. 이정현은 당시 “오세근과 사이먼의 호흡이 기대 된다”고 말했다. “둘 다 영리한 선수들이니 호흡이 잘 맞을 것 같다. 세근이가 패스가 좋기 때문에 ‘찰스 로드+오세근’보다 더 막기 힘든 조합이 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3라운드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현재, 이정현의 당시 전망은 정확히 적중했다.
오세근과 사이먼의 트윈타워는 그 어느 팀보다 막강하다. 12월 21일 기준으로 평균 득점 1위(89.3점), 어시스트 1위(22.4개) 스틸 1위(9.2개), 블록 2위(3.6개)를 기록 중이다. 벌써 6연승만 두 번째다. 개인 성적도 출중하다. 국내선수 득점 1,2위는 이정현(18.1점)과 오세근(15.0점)이다. 사이먼도 득점 전체 3위(23.9점)다. 리바운드 2위는 오세근(7.8개), 블록 1위는 사이먼(1.95개)이다. 팀 성적도 당연히 1위다.
Q. 4시즌 째 KBL에서 뛰고 있다. KBL에 최적화된 빅맨이라는 평가다.
리그마다 차이가 있다. 내가 KBL에 처음 왔을 땐 장·단신 구분이 없었고, 빅맨들만 있었다. 그땐 빅맨으로서 리바운드, 블록 등에서 잘했기 때문에 그런 평이 있었던 것 같다. 하하. KBL의 경우 빠른 농구가 특징이다. 점차 팀에 적응하며 백코트나 속공 면에서 노력해 잘 맞춰왔다.
Q. KBL에서 뛰기 위해 신경을 쓴 점이 있나?
뛰다 보니 적응이 됐다. 스피디한 농구를 위해 몸을 만들었다. 특별히 운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1년 내내 달릴 수 있는 몸을 유지하려고 했다.
Q.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선수는?
오세근이다. 빅맨 두 명이 있으면 동선이 겹칠 수도 있는데, 오세근과는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
Q. 고향 후배인 사익스와의 스토리도 화제였다. 사익스는 어떤 선수였나?
대학 때는 보지 못했지만, 고등학교 때 정말 잘하던 선수였다. 동생이 농구를 하는데, 상대 팀에 사익스가 있었다. 당시 사익스는 팀내 베스트 플레이어였다. 이후 NBA 서머리그에서 봤는데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Q. 평균 30분 이상 뛰고 있다.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평소에 휴식을 충분히 취한다. 그리고 감독님이 항상 몸 상태가 어떤지 체크해 주신다. 훈련과 휴식을 잘 관리해주신다.
Q. 이번 시즌 팀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지만, 혹시 보완하고 싶은 것이 있나?
연습 때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 지난 경기에서 나온 아쉬운 부분을 보완하려고 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주변에서 자유투를 잘 넣으라고 하길래, 자유투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사이먼의 자유투 성공률은 65%다.)
#라이벌 리카르도 라틀리프
쾌조의 분위기를 달리고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 바로 전 구단 승리다. 서울 삼성을 이기지 못해 이 기록을 못 세우고 있다. 이번 시즌 두 번의 만남에서 KGC인삼공사는 각각 91-114, 88-98로 패했다. 12월 23일 양 팀의 3라운드 맞대결에서 만약 KGC인삼공사가 승리를 거둔다면 삼성, 오리온, 동부에 이어 네 번째로 전 구단 승리를 기록하는 팀이 된다. 게다가 삼성은 현재 2위로 KGC인삼공사와의 승차는 ‘1’이다.
Q. 이번 시즌 삼성에게 두 번 다 졌다. 무엇이 부족했나?
1차전은 우리가 너무 못해서 할 말이 없다. 2차전에서는 리바운드가 부족했다. 삼성 라인업을 보면 키 큰 선수들이 많다. 문태영, 김준일, 마이클 크레익이 있어 골밑이 탄탄하다. 리바운드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Q. KBL에서 라이벌이 있다면?
라틀리프다. 내가 동부에 있을 당시 챔프전에서 모비스를 만났다. 모비스 소속이었던 라틀리프는 당시 챔피언을 차지했다. 친한 친구긴 하지만, 지는 건 싫다. 하하. 그런데 맞대결하면 라틀리프가 많이 이기는 것 같다.
Q. 팀이 우승하기 위해 ‘이것만 보완하면 되겠다’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팀이 연승 중인데 자칫 방심할 수도 있다. 우리가 이긴 경기일지라도 돌이켜보면 실수한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한번 되돌아보고 보완해야 할 것 같다.
# 사진_점프볼 자료사진(문복주, 신승규, 한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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