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권부원 편집인] 한국에 프로농구가 출범한 지 어느덧 20년. 김영기 KBL 총재는 1997년 KBL을 출범시킨 산파역할을 했다. KBL 출범 준비위원과 KBL 전무에 이어, 2002년 제3대 KBL 총재를 지낸 이력이 말해준다. 2014년부터 다시 KBL을 이끌고 있는 김 총재 앞에 놓인 과제는 프로농구 중흥이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잡지 점프볼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Q. KBL 역사가 20년이 됐다. 김 총재께선 더욱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지난 20년간의 KBL 변화상, 발전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준비기간 1년 포함해서 8년, 6년은 윤세영 초대총재를 모시고 전무로 지냈고, 그 다음 총재 이어받아 2년 했다, 그리고 12년 전 KBL을 떠났는데, 그때까지는 절반의 성공을 했다고 본다. 분명히 농구대잔치를 거치면서 농구붐이 일어났고, 프로라는 간판을 달고 외국선수를 들여와 시작해서 절반의 성공을 했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우승 기틀이 마련됐다. 그때부터 현상유지 또는 침체로 들어간 게 안타깝다. 고사하다가 2년 전에 다시 불려 들어왔지만, 구단주 입장에서 보면 초창기 8년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고, KBL위상이 떨어져 그때 영광을 재건하기위해 설립에 종사하던 나를 다시 불렀다. 와서 보니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 특히 농구품질에 관한 것이 큰 문제가 되어있었다. 1960, 70, 80년대에는 모든 면에서 애국적 소비자가 많았다. 자국산을 좋아하고, 예를 들어 가전제품, 자동차 같은 것은 국산을 사랑했고, 스포츠에도 그런 분위기 있었다. 지금은 국산이라도 품질이 나쁘면 소비자가 외면하는 시대다. 또 한 가지, 20년 전에는 한국인이 여가선용하는 방법이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다. 한번 흐름이 꺾이니까 다시 일으킨다는 게, 처음 시작할 때보다 힘들었다. 타성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면에서 다시 시작하기에 힘들었다.
Q. KBL 총재로 복귀하면서 외국선수 제도에 변화가 왔다. 프로원년에 도입했던 단신선수제를 부활시켰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지론은 여전한가. 팬들은 호불호가 엇갈리는 것 같다.
프로는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 빼면 생명이 없다. 대중성, 그것을 되찾아와야 한다. 스포츠매니아 입장에서 보면 농구는 야구, 배구와 경쟁이라기보다는 NBA와 경쟁이다. 모바일로 NBA나 KBL보는 팬이 엄청나게 많다. NBA와 비교하고, 그것 쫓아가려니 힘이 든다. 그 방법으로 단신선수 들여오는 것을 생각했다. 193cm이하 선수는 미국에서 1년에 1,000명씩 나온다. NBA로 60~70명 소화되고, 나머지 큰 선수 중심으로 세계로 퍼져나간다. 단신선수는 갈데없는데, 기술만은 NBA급 선수여서 거기에 초점을 두었다. 그들을 한국농구와 접목시키면 우리특유의 농구가 NBA와 다르게 나올 것이다. 더 나은 기술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두고 했더니 어느 정도 호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우리선수도 배울 것이 너무 많다. 우리선수 기량이 달라지고 있다. 그들 쫒아 가면서 상품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기대해도 좋지 않는가.
Q. 농구는 프로스포츠 시장을 놓고 축구, 야구, 배구, 골프와 경쟁하는 입장이다. 다른 프로스포츠의 성장 속도와 비교하면 농구가 정체됐거나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는가.
과거에는 스타가 많았다. 허재, 이상민, 강동희 등은 기술이 뛰어났고 팬들을 즐겁게 했다. 양동근, 김선형 같은 선수가 있긴 하지만 지금은 드물다. 장신 외국선수 둘만 데려오니까 농구가 너무 단순화됐다. 3점슛 아니면 장신한테 주고 그런다. 기술 갖고 플레이할 영역을 장신 둘한데 뺏겼다. 지금은 단신 선수들과 경쟁하니까 기술이 늘어난다. 그들과 비슷하게 쫓아가는 선수가 나온다. 팬들이 그것을 원한다. 단신이 장신의 슛을 블록하면 쾌감을 준다. 덩크슛도 장신이 하면 식상하다. 단신이 인유어페이스하면 매료되는 것이다. 적어도 레이업 슛도 열 가지 정도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하며, 패스도 모험이 따르더라도 엄청난 기술, 놀랄만한 기술이 나와야한다. 스포츠는 다른 산업처럼 주문생산시대다. 농구소비자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보고 거기에 맞춰야한다. 조직적인 농구패턴도 중요하지만, 고도의 개인기술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KBL센터에 스킬스쿨을 만들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Q. 국제대회에 나가서 성적도 내야 소비자가 호응하지 않을까. 남자농구는 20년째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건 어려운 문제다.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서 풀어야 한다. 외국선수를 데려와 귀화를 안 시키는 나라는 우리와 중국뿐이다. 귀화선수 없이는 국제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농구하는 나라가 축구보다 더 많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좋은 신체조건 가지고 덤벼들고, 오세아니아가 아시아로 들어왔다. 올림픽 출전권은 제한되어 있다. 거기에 중동세도 엄청 늘어났다. 우리가 스킬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귀화정책을 함께 써야 국제대회 경쟁력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건 다른 나라에서 답이 나왔다, 중동농구가 강해진 게 수입선수 들여와서 된 것이다. 이건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참 답답하다.
Q. 물론 우리만의 자원만 갖고 한계가 있을 것이다, KBL이 대한민국농구협회와 함께 고민해야할 숙제가 되겠다.
중국이 등록선수가 1억 명이다. 우리는 고작 몇 천 명이다. 그러나 중국도 당연히 외국선수 귀화시킬 것이라고 본다. 그건 것을 병행하지 않으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제도적으로 16세 이전에 데려와 소질 있는 선수, 한국국적으로 귀화시켜서 대표급 선수가 되면 그 팀 선수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귀화선수 올림픽 출전권은 16세 넘으면 1명만 된다. 앞으로 그렇게 하며 병행해야 한다.
Q. 시즌 3분의 1이 지나갔다. 재미있는 농구를 강조한 만큼 흥행이 좋아지고 있나. 자체 평가 어떻게 하고 있나.
관중수는 지난 시즌보다 약간 줄어든 대신 1인당 객 단가가 50% 가까이 늘었다. 공짜관중이 없어졌다는 의미다. 계수상에만 있는 관중, 허수가 없어졌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Q. 프로농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나. KBL이 여러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안다.
기술향상과 스타 발굴, 단신용병은 경기내적인 문제다. 농구단이 사실 프로답게 선진경영을 해야한다. 그것도 저항이 많지만, 이겨내야 구단선진화를 이뤄낼 수 있다.
Q. 구단선진화를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프로의 생명은 구단 가치에 있다. 과거에는 200억원에 농구단이 팔린 적 있다. 구단에는 무형의 자산이 있다. 선수하고 미래가치다. NBA는 구단가치가 2조원에 달한다. 거긴 매년 평균 20%이상, 구단가치가 지난 10년간 올라갔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20%씩 하락했다. 어디서 연유하느냐, 먼저 품질문제, 구단운영의 적자다. 축구 야구의 경우 몇 백억씩 적자난다. 농구가 제일 적긴 해도 30억원에서 60억원선이다. 적자가 나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마인드가 문제다. 개선하지 않으면 공멸한다. 이제 프로스포츠도 선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Q. 그래서 숙소폐지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가,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경기외적인 문제다. 외국모델이 있지 않느냐. 그대로 하면 된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현대, 삼성선수 월급이 직원과 같아서 복지측면에서 먹여주고 그랬다. 지금은 프로다. 숙소폐지가 선진화의 일환이다. 합숙소가 없으면 합숙할 일이 없다. 공짜관중 없애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부의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된다. 그게 프로다.
Q. 외국선수는 다시 자유계약제로 돌아갈 계획을 갖고 있는지?
트라이아웃을 실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가 외국선수가 다치면, 트라이아웃 참가한 선수 가운데서만 바꿔야한다. 이런 게 어디 있나. 이제 선수 자유롭게 데려와야 한다. 작은 선수는 많기 때문에 몸값 비싸지 않다. 그리고 트라이아웃 하는데 비용이 너무 들어간다. 내 지론은, 185cm이하 한 명, 195cm이하 한 명, 그렇게 뽑는 것이다. 둘을 두고 하면 NBA보다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우리 선수도 신장으로 맞붙을 수 있다. 그런데 변화를 싫어하는 것이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외국선수가 국내선수보다 연봉 적게 받는 나라는 KBL밖에 없다. 중국에선 2백만 달러씩 받는다, 우린 2억 원, 3억 원이다. 그런데도 좋은 선수가 한국에 오는 것은 우리한테는 다행이다.
Q. 농구단은 여전히 적자여서 프로농구의 미래가 걱정이다. 돌파구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자립기반을 다질 수 있는 종목을 따져보면 축구, 야구도 아니고 농구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농구단을 운영하는데 1년에 80억이 든다고 하면 적자가 20억 정도가 난다. 20억 들여 서 모기업 선전하고, 구단가치가 100억, 200억원으로 올라가고, 이렇게 구단가치를 높이는 것이 제일 먼저 가능한 종목이 우리 농구라고 본다. 야구단 구단주 얘기 들어보면 한 두 선수가 1년 입장수입을 가져가기 때문에 자기들은 희망이 없다고 한다. 독립법인이면 자본잠식에다 파산하고 남는다고. 외국투자자들은 농구를 두고 극동아시아지역에 언젠가 한국, 중국, 일본을 묶는 단일리그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 미국과 똑같은. 그보다 더 큰 시장이 생긴다. 나는 그것을 스포츠 FTA(자유무역협정)라고 부르고 싶다.
Q. 아시아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규모가 성장 중에 있으니까 동아시아 단일리그 만들면 폭발력이 엄청날 것 같다.
한,중,일이 같이하면 극동지역의 스포츠산업은 폭발한다. 그게 농구가 제일 적합하다는 것이다. 지금 다른 종목은 어렵다. 축구는 아직 중국이 주춤하고, 야구는 중국 수준이 안 되고, 농구는 3국이 어느 정도 균형이 맞다. 그렇게 스포츠 FTA를 체결하면 선수가 자유롭게 오고가게 된다.
Q. 그렇게 된다면 한국스포츠에 큰 성장 기회가 되겠다.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극동지역 단일리그, 그게 있어야 하나의 희망이 생기고, 투자자가 생기고 한다. 우리끼리만 논의해서는 안 되고, 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 나 같은 사람이 주창해놓고 그만둬야지. 중국쪽 관계자도 만나봐야 한다. 일본은 언제든지 좋다면서 오라고 한다.
김 총재는 자신은 언제든 떠날 준비와 마음이 되어있다고 했다. 다만 프로농구 중흥을 위해 농구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크게 멀리 보며 마음을 열고 의식과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2017년 새해를 맞아 농구인들에게 “승부에 집착하고 변화를 싫어하면 발전이 없는 법이다. 생계형이 되지 말고 거시적으로 바라보며 큰 그림을 그리며 나가자”고 화두를 던졌다.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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