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강현지 기자] 농구인들에게 ‘인생경기’를 꼽아 달라 하면 적게는 1경기, 많게는 1~2경기를 말하곤 한다. 그런데 이번 주인공인 김진 감독은 조금 남달랐다. 지도자로서 그는 ‘인생 경기’가 아닌 ‘인생의 순간’을 꼽았다. 2001-2002시즌, 꿈에 그리던 우승의 발판이 되어줬던 그 순간이었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짜릿했던 위닝샷…커리어 마지막 챕터를 장식하다
김진 감독은 고려대 졸업 후 1984년부터 1995년까지 삼성전자 선수로 뛰었다. 선수로서 인생경기를 꼽아 달라 부탁하자 김 감독은 1993-1994시즌 농구대잔치 삼성전자와 고려대의 4강 3차전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삼성전자는 리빌딩에 돌입하던 시기였다. ‘전자슈터’ 김현준이 건재했지만, 김현준 시대 이후도 걱정해야 하는 시점이었던 것이다.
당시 팀의 핵심으로는 강을준(前 LG 감독), 서동철(前 KB감독), 김진 등이 포진해있었다. 이들의 상대는 전희철(現 SK 코치)과 김병철(現, 오리온 코치), 신기성(現 신한은행 감독), 양희승 등으로 이어지는 대학최강 고려대였다. 3전2선승제로 진행되던 당시 4강에서는 삼성전자가 1차전을 졌지만 2~3차전을 내리 이기면서 결승에 올랐다.
김 감독은 삼성전자가 결승에 오르던 그때를 잊지 못했다. 22득점(3점슛 6개)으로 활약하며 팀 승리를 도왔기 때문이다. 고려대 추격세가 만만치 않아 쉽지만은 않은 경기였다. 하지만 김 감독의 전반전 3점슛 4개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57-49로 앞서며 전반을 마칠 수 있었다. 후반에도 고려대 추격이 거세게 이어졌다. 종료 4분 53초를 남기고는 74-74로 승부는 원점이 됐다. 이어 고려대는 김병철과 양희승의 추가 득점에 힘입어 역전에도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4쿼터 1분 50초를 남기고 2점을 만회하며 1점차(77-78)로 쫓아갔다. 김현준이 전희철로부터 자유투를 얻어냈지만, 동점(78-78)을 만드는데 그쳤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양 팀은 추가 득점 없이 마지막 15초를 맞았다. 공격권은 삼성전자가 쥐고 있는 상황. 이때 김현준의 패스가 김진 감독에게 연결됐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3점슛을 던졌고, 이 슛이 거짓말처럼 그물에 빨려들 어가며 삼성전자는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81-78. 말 그대로 ‘실업의 자존심’을 지킨 경기였다.
“슛감이 상당히 좋았다. 다른 것보다 ‘실업팀으로서 자존심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뒤에서 받쳐주는 후배 선수들이 굉장히 잘해준 것 같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김진 감독의 말이다. 그는 위닝샷에 대해 “굉장히 편안한 마음으로 던졌다. ‘안 들어가면 어쩌지’라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라고 기억했다. 이후 결승에서 삼성전자는 연세대를 만났지만, 서장훈과 문경은 등 ‘젊음’과 ‘높이’를 내세운 저력을 넘지 못한 채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김진 감독은 시리즈가 끝난 뒤 은퇴를 택했다.

고생 끝에 찾아온 우승
김 감독은 1995년 상무 농구단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대구 동양(現 고양 오리온)과의 인연은 1996년부터였다. 코치로 시작해 감독대행을 거친 그는 2001-2002시즌에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그 시즌에 통합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루었다. “농구팬들도 그 당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전국적으로 팬이 많았다. 나 역시 재밌게 경기를 했고, 기대도 많이 했던 시즌이었다.” 김진 감독의 말이다.
사실, 통합우승에 이르기까지 오리온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2시즌 전 역사에 남을 32연패를 당했고, 2000-2001시즌에도 9승 36패로 최하위였다. 김진 감독이 지휘봉을 물려받은 건 2000-2001시즌을 22경기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감독대행으로 6승 16패로 시즌을 마친 그는 국내·외국선수 드래프트에서 각각 김승현과 마르커스 힉스를 선발하며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당시 김승현을 뽑는 과정이 드라마틱했다. 그 당시 1순위는 송영진(現 kt 코치)이였다. 독보적인 1순위였다. 그런데 나는 가드 욕심이 있었다. 동국대 성적이 좋진 않았지만, 김승현이 사용하는 스텝이나 코트 비전을 보면서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드래프트 현장에서 김 감독은 크게 낙담했다. 전 시즌 순위가 나빴기에 ‘그래도 2순위는 걸리겠지’ 싶었는데, 3순위로 떨어졌던 것. 1순위는 LG, 2순위는 골드뱅크(現 kt)가 차례로 가져갔다. 예상대로 1순위는 송영진이 됐다. 그리고 2순위 발표를 위해 진효준 감독이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을 때, 김진 감독은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골드뱅크가 김승현이 아닌 전형수(現 신한은행 코치)를 선발했기 때문.
“(김승현과)인연이 되려고 한 건지 1, 2순위 결과를 보고 쾌재를 불렀다. 3순위로 김승현을 뽑았고, 거기에 맞는 마르커스 힉스, 라이언 페리맨을 선발할 수 있었다. 선수 구성이 잘 됐고, 덕분에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통합우승을 거둘 수 있었다.” 결국 그에게 ‘감독’으로서 ‘그 순간’은 2001-2002시즌을 있게 해준 드래프트였던 셈이다.
(사진설명_삼성전자 선수시절 당시. 등번호 12번이 김진 감독이다.)
# 사진_점프볼 자료사진, KBL 제공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