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태현(KBL 운영팀 사원), 감수 손대범]# 사례 1. 2015년 12월 12일, 안양 KGC와 서울 SK의 경기. 4쿼터 51초 남은 상황. 93-93로 양 팀이 동점을 이룬 가운데, 이정현이 프리드로우 라인에 섰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이정현이 시도한 자유투 2개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이정현에게 파울을 범했던 SK 박형철은 승부에 쐐기를 박는 자유투 2개를 성공시키며 경기를 매듭지었다.
# 사례 2. 2015년 6월 17일.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가 40년 만에 우승을 확정 지은 날. 세계 최고의 슈터 스테판 커리와 ‘농구계의 펠레’ 찰스 바클리의 명성을 다시 확인한 날이기도 했다. (바클리는 골든스테이트의 우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점프슛 팀은 우승할 수 없다”고 호언장담 했다.) 그렇다면 꼭 40년 전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우승을 이끌었던 인물은? ABA와 NBA를 풍미하며 ‘NBA 위대한 50인’에 선정된 전설 릭 베리였다.
위 사례에 등장하는 이정현, 스테판 커리, 릭 베리의 공통점은 모두 뛰어난 슈터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통점 사이에 큰 차이점이 있는데, 세 선수 모두 자유투를 던지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커리는 일반적인 자유투, 이른바 ‘통슛’을 사용하는 선수이고, 이정현은 다소 생소한 백보드 자유투, 릭 베리는 더 특이한 언더핸드 자유투를 사용했다. 물론 슈터는 폼이 아닌 성공률로 본인의 족적을 남기는 법이다. 하지만 이정현은 위 사례를 포함해 총 7개의 자유투를 놓치면서 본인의 ‘시그니처’ 였던 ‘백보드 자유투’를 포기하게 됐다. 반면 릭 베리는 ‘언더핸드 자유투’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자세의 자유투를 꾸준히 유지하며 NBA 우승, 명예의 전당 가입에 이르게 되었다. 사실, 자유투는 잘 들어가기만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 방법이 얼마나 해괴하든 말이다. 마이클 조던은 실제 경기에서 눈을 감고 자유투를 던진 적도 있다(물론 들어갔다). 이런 바를 프로선수들이 모를 리가 없다.
자유투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관계자들의 논의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화두가 된 안건은 ‘백보드를 이용하는 자유투가 성공률 향상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가’이다.
2016년 올스타 자유투성공률
시니어 올스타 주니어 올스타 소속 성명 자유투성공률 소속 성명 자유투성공률
모비스 양동근 83.9% 동부 허웅 88.5%
SK 김선형 82.8% 케이티 이재도 79.3%
KCC 안드레 에밋 79.8% 오리온 조 잭슨 68.2%
KCC 전태풍 88.3% 동부 두경민 74.3%
케이티 조성민 86.1% 오리온 이승현 79.5%
모비스 함지훈 75.4% 동부 웬델 맥키네스 74.6%
오리온 문태종 85.6% 삼성 임동섭 75.8%
삼성 문태영 74.7% 전자랜드 정효근 59.5%
KGC 이정현 76.8% 모비스 전준범 79.6%
KGC 오세근 69.3% LG 김종규 75.4%
KCC 하승진 53.3%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 74.4%
케이티 코트니 심스 72.1% 삼성 김준일 72.5%
※ 정규시즌 종료 기준
올 시즌 올스타로 선발된 선수 중 5명이 백보드 자유투를 사용한다. 아직까지 확률적으로 최상위권에 위치한 선수들은 백보드 자유투를 사용하고 있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이정현 10위, 이재도 11위). 하지만 점차 사용하는 선수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현재 백보드 자유투를 이용하는 선수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률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면, 그 수가 늘어날 가능성 역시 적지 않다. 그렇다면 선수들이 백보드 자유투를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심리 효과
백보드 자유투를 사용하는 케이티 이재도에 따르면, 백보드 자유투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심리적인 안정감’이었다. 선수 본인 역시 일반적인 자유투, 이른바 ‘통슛’의 확률이 더 좋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심리적 압박감이 심한 승부처 등의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기댈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백보드는 압박감을 심하게 느끼는 선수들에게 생각을 ‘단순화’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 실제 메커니즘의 복잡성과는 상관없이, 백보드 중앙만 맞추면 된다는 식의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정현의 경우 중학교 시절부터 이어진 연습을 통해 백보드 자유투가 더욱 정확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새로 바뀐 공인구에 대한 적응문제, 주변의 조언 등으로 자유투 방식을 수정했지만, 여전히 백보드 자유투가 더 안정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2. 뛰어난 선구자
백보드 자유투로 뛰어난 성공률을 보여줬던 선례 역시 선수들이 백보드 자유투를 선택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국내 농구에서 본격적으로 백보드 자유투를 시도했던 선수는 故 김현준 코치였다. 당대 최고의 슈터이자 ‘뱅크슛의 교과서’로 불렸던 김현준 코치는 백보드 자유투를 즐겨던졌다. 김동광 전 국가대표 감독(현 MBC스포츠+ 해설위원)의 증언에 따르면 연습 때 90개 이상의 자유투를 연속으로 성공시키기도 했다고. 통산 자유투성공률 84.1%를 기록한 문경은 SK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2009년 52개 연속 자유투 성공으로 이 부문 최고 기록을 보유했던 그는, 광신상고-연세대-삼성전자 선배인 김현준의 대를 잇는 백보드 자유투 슈터였다. 이정현 역시 중학생 시절 문 감독의 백보드 자유투에 감명받아 자유투 방식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문경은 감독이 보유하던 연속 자유투 성공 기록은 2014년 조성민이 56개로 기록을 새로 썼다.)
그러나 백보드 자유투를 곱게 보지 않는 시선 역시 존재한다. 전통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근본적인 거부감, 선진 농구를 하고 있는 미국에서 조차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이유 등 그 관념적 근거는 전통적 슈팅 이론에서부터 과학적인 이론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1. ‘미학적’이지 못하다
우습게 들릴 지도 모르는 이 이유가, 백보드 자유투를 시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로부터 학습되어온 일반적인 관점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급적 림도 스치지 않는 ‘클린슛’을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왕이면 깨끗하게 림을 가르는 청량감이 농구가 제공하는 큰 볼거리라는 관념이 사람들 사이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것이다. 때문에 백보드를 이용한 슛에 대한 일반적인 감정은 ‘멋지지 않다’에 가까울 수 있다. 마치 슛의 효용성과는 별개로 더 멋진 슛 폼의 선수를 가리는 팬들의 논쟁이 존재하는 것도, 이러한 ‘멋’과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백보드 자유투가 ‘미학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에서 이러한 시도를 좋지 않게 바라보는 것이다.
2. 일반적인 슛은 ‘통슛’이다
위에 언급한 이유보다 보다 과학적인 이유 역시 존재한다. 선수들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시도하는 슛은 대부분 림을 직접 겨냥하는 슛이다. 골밑 슛과 레이업슛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황에서 선수들은 뱅크슛보다는 일반슛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대부분의 연습은 백보드를 이용하지 않다가 자유투 상황에서만 백보드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루틴(routine)을 통해 체화(muscle memory)시켜야 하는 운동선수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이는 논문을 통해 백보드 자유투 사용을 주장하고 있는 미국의 래리 실버버그 박사(Dr. Larry Silverberg) 조차 인정하고 있는 백보드 자유투의 문제점이다. (실버버그 박사는 본인 스터디를 통해 특정 케이스에 한하여 백보드 자유투가 성공률을 2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기술했다.)
김현준 코치는 경기 또는 연습상황에서도 뱅크슛을 주로 이용하는 아주 특수한 케이스의 선수였다. 이러한 점이 현재 일반슛과 백보드 자유투를 병행하고 있는 선수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3. 타깃이 멀어진다.
자유투는 슛을 정면에서 시도한다. 이때 백보드를 겨냥할 경우 일반적인 슈팅을 시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먼 지점을 타깃팅 해야 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림의 중앙을 겨냥 할 경우의 거리는 선수의 눈높이를 180cm로 가정했을 때, 눈과 타깃의 거리는 440cm가 된다. 하지만 백보드의 중심부분을 타깃으로 설정했을 때의 거리는 502cm로 약 52cm 더 멀어지게 된다. 즉 슈팅의 거리가 최소 0.5m정도 길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바운드를 고려하여 조금 더 높은 포물선을 그리게 할 경우, 더 먼 거리를 던지기 위한 악력과 스냅이 동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정신적인 압박이 심화되는 접전 상황에서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이정현이 2015년 12월 12일 경기 이후 백보드 자유투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날 이후 팀 코치인 손규완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여 일반 자유투를 연습 중이다.)

위와 같은 사례와 이론, 가정에도 불구하고 자유투, 더 나아가 슈팅은 더 좋은 성공률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면 그 형태와 방식은 구애 받을 필요가 없다. 위에 언급한 릭 베리의 경우도 본인만의 언더핸드 자유투로 역대 최고의 자유투 슈터 반열에 올랐으니 말이다. 실제로 릭 베리의 다섯 아들 중 세 아들은 모두 NBA 선수가 되었음에도, 실력과 자유투 모두 아버지에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아버지의 권유대로 언더핸드 자유투를 선택했다면, 자유투에서만큼은 그 간극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다. 릭 베리의 통산 자유투 성공률은 90.0%(ABA제외)로 자신의 세 아들 존, 브렌트, 드류의 통산기록 보다 월등히 좋다(각 순서대로 84.8%, 82.3%, 77.4%) 흥미롭게도 릭 베리의 막내아들인 캐니언 베리는 아버지의 조언을 받아들여 언더핸드 자유투를 사용하고 있다. 올 시즌 그의 성공률은 84.5%다.
농구를 향한 다양한 접근은 농구의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백보드 자유투 역시 더 좋은 플레이를 위한 하나의 시도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하지만 꾸준한 기본기 연습을 통한 개선의 여지를 외면한 채, 맹목적인 트랜드에 편승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돌아보며 체크해볼 만한 시기에 도달한 것만은 틀림없다. 백보드 자유투가 성공률 낮은 선수의 전유물이 될지, 리그 평균을 넘어 엘리트 슈터의 상징이 될지 모두의 귀추가 주목되어야 할 때다.
*발문_김현준 코치는 경기 또는 연습상황에서도 뱅크슛을 주로 이용하는 아주 특수한 케이스의 선수였다. 이러한 점이 현재 일반슛과 백보드 자유투를 병행하고 있는 선수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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