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묻다] '별을 기다리는 남자' LG 손종오 팀장

김선아 / 기사승인 : 2016-04-15 13: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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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선아 기자] 창원실내체육관. 체육관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에 압도됐다. 분명 일을 하러 갔는데, 당장 노트북 가방을 버리고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보고 싶었다. 경기장 분위기가 그랬다. 이 분위기는 LG가 창단한 1997-1998시즌부터 한결 같았다고 한다. LG 구단 마케팅 팀의 손종오(41) 팀장은 오랜 시간 그 분위기 속에서 우승을 꿈꿔왔다.

농구팬들에게 창원 LG 창단 멤버인 손종오 팀장을 어떻게 소개하는 게 좋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두 농구인을 떠올렸다. 먼저 농구계 전설이자 현재는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서장훈. 두 사람은 휘문중, 휘문고등학교, 연세대학교까지 동기다. 그렇다. 손종오 팀장은 농구 선수 출신이다. 여기에 두 사람은 생일까지도 같은 특별한(?) 사이다. 손종오 팀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라고 말했다. 연세대로 진학한 뒤에는 손종오 팀장에게서 인천 전자랜드 김성헌 국장의 이름을 떼어놓을 수 없다. 손종오 팀장은 당시 연세대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던 선배 김성헌(전자랜드)과 신분을 바꾸며, 선수들 지원을 처음 맡았다.


손종오 팀장의 LG행 또한 ‘LG가 팀을 창단한다’는 김성헌 국장의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당시 연세대 졸업생들은 진로로 사회 진출을 선택한 뒤였지만, 결국 손종오 팀장은 갑작스레 다른 길을 택한다. “같이 생활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최희암 감독님께 ‘LG로 보내 달라’라고 부탁드렸다”라고 기억했다. LG는 고려대 선수들을 받아 전력을 꾸리던 팀. 당시만 해도 연세대 출신의 이런 행보는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손 팀장의 도전의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LG에서의 첫 역할은 ‘선수’가 아닌 매니저였다.

경험을 살리다
사실 손종오 팀장은 2007년 영업팀으로 발령이 나서 농구 현장을 잠시 떠난 적이 있었다. 그래도 어디로 가든 결국 집으로 돌아오게 되지 않는가. 손종오 팀장도 그랬다. 꾸준히 농구단 문을 두드렸고, 2009년 7월 농구단으로 돌아와 경기운영팀에 합류했다. 선수단 업무를 지원하게 된 것이다. 선수, 매니저 생활도 한 그에게 이 분야의 장점을 엿볼 수 있었지만, 손 팀장 입장에서는 너무 오랫동안 손을 뗀 일을 접하는 때였다. 다시 돌아온 농구장에서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 답도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았다. 자신이 걸어온 경험을 살리고 살렸다. “새로운 것을 접목하려고 했다. 관리 규정이 미흡한 부분을 재정립하고 선수들 연봉을 위한 평가도 다른 쪽으로 가는 게 맞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경기에 많이 뛰지 않는 선수들에게 어떻게 동기 부여를 해야 할까도 생각했다. 선수들의 희생도 뭔가 평가할 것이 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선수 시설 및 농구 밖 영업 경험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바탕이 됐다.


“운동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나는 운동을 열심히 했다.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후배들이 더 열심히 운동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주고 싶었다.” 손종오 팀장의 말이다.


손 팀장의 구단에 대한 애정도는 현재 LG의 마케팅과 경기운영, 홍보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다. 10개 구단 중 유일무이한 노란색 짝짝이, 기부 문화 장착, 최다 스폰서 보유 등을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구단 홍보를 위해 동료들과 선거 유세에 쓰이던 차량을 갖고 창원 시내를 돌기도 했다. 발로 뛰지 않는 이상 나올 수 없는 결과물들이다.


이런 노력은 시즌을 시작할 때만 하는 것도 아니다. 2015-2016시즌 막바지에 이르던 2016년 1월 1일부터는 관중과 함께하는 새 이벤트도 마련했다. 선수 소개를 관중과 함께 하는 것이다. 손종오 팀장은 “뭐든 해봐야 알 수 있지 않은가?”라고 이야기한다. (그 ‘뭐든’은 선수들로 하여금 더 사명감을 갖게 하고, 팬들에게는 더 애착을 갖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팬들과 함께 하는 선수 소개는 장차 LG의 새 문화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손 팀장은 같이 일해 온 LG 프런트에 대해 말했다. “우리는 멀티 기능을 갖춰야 한다. 두루 섭렵해야 한다. 우리 조직이 작지만,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 창원 사택에서 5명이 같이 생활한다. 보이지 않는 팀워크가 생기는 것 같다.”


또한 “우리는 오래 근무할 수 있는 구단이다. 사람의 변화가 거의 없다. 타구단과 비교해도 롱런하는 사람이 많다. LG 농구에 충성도를 가진 직원이다”라고 자신했다.


15년 연속 10만 관중
2016-2017시즌은 LG 창단 20주년이다. 지나온 19년 동안 LG는 1998년 연고지가 경남에서 창원으로 바뀌었지만, 그 색깔은 줄곧 같았다. 팬들을 향하는 LG.


이런 문화 때문일까. LG는 1997-1998시즌 정규리그 홈경기 관중입장 1위의 성적을 냈다. 2003-2004시즌까지 7년 연속 관중입장 1위를 유지했다. 이후에도 홈관중 유치에서 한발 앞서 나갔고 2013-2014시즌에는 KBL 최초 정규리그 통산 홈경기 200만 관중을 돌파했다. 구단 역대 홈경기 최다관중인 8,374명도 이 시즌에 기록됐다.


하지만 2016년 1월 말, 손종오 팀장을 만났을 때 그는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시즌 초반 부진 탓에 관중동원이 여의치 않았던 것. 2001-2002시즌부터 이어진 14시즌 연속 10만 관중 돌파 기록도 중단될 것 같았다. 손종오 팀장은 “연패 중에는 당연히 관중이 줄어든다. 창피한 일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매진된 경기도 없다. 고민스럽다. 정말 ‘경기력이 다일까’ 우리도 많이 논의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아니, 대반전이라 표현해야 할 것 같다. 2월 9일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 LG는 시즌 첫 매진(5,300명)에 도달했고, 이어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월 14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6,539명 시즌 최다 관중이 자리했다. 이날 LG 김영환이 짜릿한 3점 버저비터로 승리를 확정. 팬들을 열광시켰다. 또한 2월 20일 마지막 홈경기에서 5,730명이 입장하며 10만 관중을 넘어섰다. 구단 못지않게 선수들도 ‘유종의 미’를 위해 애썼다고.


손종오 팀장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구단이 이벤트를 기획해도 선수들이 ‘나 피곤해요’라는 반응을 보이면 잘 진행될 수 없다. 그런데 우리 LG선수들은 ‘해야 한다’라는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라고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한 선수의 이름을 꺼냈다. 손 팀장은 “김영환이 리더십이 있다. 꾀부리는 선수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선수들이 따르게 한다. 만약 이 생활이 경기장에서만 보여 지는 모습이었다면 선수들도 알 것이다”라고 말했다.


별을 기다리다
LG는 2013-2014시즌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가슴에 별이 없다. 손종오 팀장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 그는 2000-2001시즌의 기억을 떠올렸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치고 챔피언결정전에 갔다. 2000-2001시즌 정규리그 홈 승률이 16승 2패였다. 10점을 지다가도 역전해서 이기는 경기가 많았다. 선수들의 폭발적인 공격력을 가지고 있었다. 외곽슛이 좋은 선수가 많았고, 재미있는 농구를 했다“라고 기억했다.


그러나 LG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최종전(5차전)까지 치르고 챔프전에 올라간 탓에 정작 승부를 걸어야 할 챔프전 무대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반면 상대팀 삼성은 4강 플레이오프를 3승 1패로 여유롭게 끝낸 상태였다. LG는 신장이 작고, 상대적으로 더 많이 달리는 농구를 했기에 자연히 누적된 피로도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결국 LG는 1승 4패로 패배, 가슴에 별을 달지 못했다. 만약 우승했다면 우리는 LG가 준비한 특별한 광경도 볼 수 있었을 터. 손종오 팀장이 지난 이야기를 꺼냈다. “우승 모자를 해군사관학교의 빵모자 형태로 만들었다. 여기에 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연고에 기반을 두고 싶어 ‘빵모’를 제작했다. 하얀색에 챔피언 로고가 적혔다. 잔칫날인 만큼, 우리 지역과의 유착관계가 만들어지기를 바랐다”라며 “외부로 반출이 안 되지만, 하나라도 갖고 있었으면…(웃음).”


그러나 손종오 팀장은 2015-2016시즌의 부진으로 모든 게 끝나는 것은 아니라 강조했다. 2016년 1월 1일 이후 승률만 본다면 LG는 분명 6강에 오를 수 있는 분위기였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프런트 모두 최선을 다했고, 팬들은 이에 뜨거운 함성으로 화답했다. 곧 그들은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할 것이다. 아직 창원실내체육관 천장에 매달지 못한 ‘별’을 위해서….


“우승 반지를 껴보고 싶다. 사장님, 국장님 모두 같다. LG에서 챔피언반지를 가진 사람은 축구단에서 일했던 김광환 차장뿐이다. 챔피언 반지가 있으면 결혼반지라도 빼고 다니겠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사진_이청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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