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스포츠동아 정지욱 기자]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 중 하나는 바로 ‘정신력’이다. 2000년대 들어 훈련 기법이 보다 과학적으로 발전하면서 정신력을 강요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최근 들어 좀 더 세련된 표현이 쓰이고 있다. 바로 ‘멘탈’이다. 이 단어는 정신력은 물론이고, 심리 상태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프로농구에서 ‘멘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바로 창원 LG의 외국선수 트로이 길렌워터(28)일 것이다. 유독 심판 판정에 예민한 그는 프로농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유리 멘탈(멘탈이 약하다는 은어)’로 통한다. 그는 왜 이토록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길렌워터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LG의 외국선수 트로이 길렌워터는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기량이 가장 돋보이는 선수 중 하나다. 그는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평균 26.2점을 기록하면서 득점왕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도 그는 오리온에서 53경기를 소화하면서 평균 19.7점을 올렸다. 득점력만큼은 검증을 끝냈다. 길렌워터의 최대 장점은 내·외곽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이다. 골밑에서는 위력적인 파워를 뽐내면서 상대 장신 센터를 압도하는 한편 슛 거리도 길어 상대 팀으로서는 막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KGC인삼공사의 김승기 감독은 “길렌워터가 가장 막기 어려운 선수다. 찰스 로드가 골밑에서는 힘이 밀린다. 거기다 길렌워터가 외곽 플레이까지 하니까 막을 도리가 없다. 그 때문에 LG를 상대로는 늘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고 털어놨다.
길렌워터의 득점력이 워낙 강하다보니 상대 팀의 견제는 자연스럽게 심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길렌워터에 대한 심판들의 콜이 너무 관대하다는 점이다. 통계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타 팀 외국인선수들에 비해 파울이 덜 불리는 것은 사실이다. A구단 전력분석원은 “다른 팀 선수라고 하지만, 길렌워터가 상대적으로 판정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 접전에서 길렌워터에 대한 휘슬이 몇 개만 불렸어도 LG가 몇 승은 더 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길렌워터는 듬직한 체격에 표정 변화도 많지 않지만, 심판 콜에 관해서는 매우 예민한 편이다. 이에 대한 불만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는 올 시즌 KBL 재정위원회의 단골손님이었다. 심판을 향해 돈 세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으며, 지난 3월 22일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는 작전타임 도중 중계 카메라에 수건을 던지기도 했다. 그가 던진 수건은 카메라 앞을 가려 ‘블랙아웃’ 상황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그는 KBL로부터 2경기 출전정지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올 시즌에만 그가 KBL에 낸 제재금만해도 무려 1430만원이다.
게다가 그는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LG는 1~3라운드를 소화하는 동안 단신 외국인선수(193cm이하)가 계속 바뀌었다. LG는 4라운드 들어 샤크 맥키식이 합류하기 이전까지 드래프트에서 선발했던 맷 볼딘을 시작으로 브랜든 필즈, 대이비온 베리, 조쉬 달라드 등 무려 4명의 선수가 들락거렸다. 길렌워터의 어깨는 무거워져만 갔다.
길렌워터는 “시즌 초반에는 출전 시간 많아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게다가 계속되는 패배에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선수가 너무 자주 바뀌는 점에서도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체력적으로 힘든 가운데에 매 경기 20점 이상을 올려도 팀 승리는 따라오지 않고, 여기에 ‘심판 판정까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짜증이 안날 수 없었다. 길렌워터는 “매 순간 항의를 하고 판정 하나 하나에 신경 쓰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고 시간 낭비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경기 때 몰입을 하다보니 판정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을 했다. 시즌 막바지에는 최대한 나 자신을 컨트롤 하려고 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또한 1430만원에 제재금에 대해서도 “내가 잘못된 행동을 했기 때문에 내는 것이 당연하다. 나 때문에 팀 분위기가 떨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내 자신에게 실망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코트 위에서 길렌워터는 좀처럼 통제가 되지 않았다. 심판과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치면서 물의를 일으키는 행동을 일삼아 ‘안하무인’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심판판정에 따른 불만을 나타낸 모습만 본다면 문제아가 따로 없다. 그러나 길렌워터는 ‘문제아’ 또는 ‘악동’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선수는 아니다. 심판판정에 대한 불만만 아니라면 조용하고 성실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LG의 김진 감독은 “훈련 때나 평소 생활만 보면 ‘이렇게 성실한 선수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팀 스케줄에 불평한 번 한 적 없고 판정에 대한 항의만 빼면 팀에 해가되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 승부욕이 너무 강해서 그런지 경기할 때는 스스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길렌워터에 대해 설명했다.
길렌워터는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면서도 KBL 심판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터키나 러시아 등 해외리그에서도 뛰어봤지만, 선수들은 심판의 판정에 대해 늘 불만이 있기 마련이다. 유럽 선진리그도 판정 기준이 바뀔 때도 있다. 어쩔 수 없다. 판정은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해야 한다. 세계최고리그인 NBA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하지만, 판정에 대한 설명은 해줬으면 한다. 판정에 대해 납득이 가도록 설명을 해준다면 선수들도 심판들을 좀 더 존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LG는 올 시즌 비록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두 외국선수의 활약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특히 길렌워터는 팀에 필요했던 득점과 공격의 다양성을 가져다주었다. 그와의 재계약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진 감독은 “길렌워터가 좋은 활약을 펼친 것은 분명하다. 아직 재계약을 확정하기 이전까지는 여유가 있기 때문에 다각도로 검토를 해볼 생각이다. 다음 시즌 구상을 하는 데에 길렌워터와 맥키식이 도움이 되는 선수라고 한다면 재계약도 고려해보겠다”고 답했다.
길렌워터는 앞으로도 KBL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또한 LG와의 재계약을 희망하고 있다. 그는 “나는 LG가 좋다. 구단에서 재계약을 해준다면 기꺼이 응할 생각이다. 올 시즌 LG에서 뛰면서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창원 팬들의 응원은 정말 환상적이다. 성적이 좋지 않은 가운데에서도 경기 후에도 체육관 밖에서 선수들을 기다려 응원을 해주는 팬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우리 팀이 우승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다음 시즌에도 창원 팬들의 성원 속에서 경기를 뛰었으면 좋겠다. 설사 LG에서 재계약을 해주지 않더라도 트라이아웃에 참가할 생각이다. 앞으로도 KBL 무대에서 계속 뛰고 싶다”며 바람을 이야기 했다.
BONUS ONE SHOT | 길렌워터의 못 다한 이야기
Q. 지난 시즌에 비해 체중이 많이 빠진 것 같은데?
비 시즌 동안 몸 관리 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 체중 조절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몸을 혹사해서 운동하는 것보다는 먹는 것을 조절하면서 체중을 관리하는 편이다.
Q_시즌 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는데,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었나?
성격상 스트레스를 쌓아놓은 편은 아니다. 순간적으로 표출되긴 하지만, 그게 전부다. 쉴 때는 그냥 잔다.
Q_동부의 웬델 맥키네스와 친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교(뉴멕시코주립대) 생활을 같이했다. 대학교 동기로 3년 동안(길렌워터는 대학 3학년 중퇴 후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같이 생활했다. 에이전트도 같다. 각자 팀 일정이 있어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이틀의 한번 꼴로 연락을 한다. 타지에서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있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Q_농구화는 줄곧 코비 시리즈를 신던데, 이유가 있는가? 코비의 팬인가?
나는 골밑 플레이만 하는 빅맨은 아니다. 외곽 공격도 하는 편이라 가벼운 신발을 선호한다. 코비 시리즈가 가볍고 편하다.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지난 시즌에는 오리온이 아디다스 협찬을 받았는데, 잘 신었다. 후원해 주는 브랜드가 있다면 기꺼이 신겠다. 하하. 아, 코비의 팬은 아니다. 그의 플레이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Q_그럼 좋아하는 NBA선수는 있는가?
카멜로 앤써니다. 대학시절부터 앤써니의 경기를 보면서 영감을 받고는 했다. 요즘도 그의 경기를 즐겨보는 편이다.
Q_LG선수 이외에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한국선수가 있다면?
울산 모비스 6번(양동근). 2시즌 동안 모비스와의 경기를 할 때마다 그가 얼마나 영리한 선수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같이 뛰어보고 싶다.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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