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계의 실과 바늘 ①로맨틱 코미디 농구중계, KBS N SPORTS 정은순&김기웅

김선아 / 기사승인 : 2016-04-04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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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선아 기자] KBS N Sports의 여자프로농구 중계에는 다양한 색깔이 있다. 김기웅, 강성철 아나운서와 정은순, 차양숙, 조성원, 손대범 해설위원의 조합에 따라 다른 빛이 나는 것. 이중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조합. 이른바 농구판 ’로맨틱 코미디’ 중계의 주인공을 만났다. 선수들을 향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정은순 해설위원과 유쾌한 언변이 장기인 김기웅 아나운서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잡지 점프볼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애정 듬뿍 재미도 듬뿍
농구판 로맨틱 코미디 중계다. 선수 하나하나에 애정을 담아 중계하는 정은순 해설위원과 코미디 코드를 입히는 김기웅 아나운서의 만남에 어울리는 장르다.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감동적인 이들의 중계 이야기가 궁금했다.


Q. 두 분의 중계가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걸 아는가?
정은순_ 나는 내 생각을 그대로 옮기는 편이다. 좋은 말, 나쁜 말도 한다. 좋아해 주는 사람이 많아 힘이 되는 것 같다.

김기웅_ 예상하고 있었다(웃음). 여자 농구는 나밖에 없다. 여자농구를 중계한지 3시즌 째인데 조금 더 빨리 자리를 잡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시청자들을 앞으로 더 유쾌하게 해드리고 싶다.


Q. 두 분의 중계를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 것 같은가?
김기웅_ 정은순 해설위원님은 순수 자체다. 아침에 먹는 요거트로 비유하면 좋을 것 같다. 사과 맛이 아닌 플레인이다. 그냥 오리지널이라는 말이다. 순수한 마음 때문에 선수들을 질책하기도, 칭찬하기도 한다. 본인 생각을 바로 이야기하는 게 쉽지 않은데 말이다. 위원님의 말은 의도된 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나온다. 호불호도 있지만, 팬들이 진짜 마음은 알 것이다.

정은순_ 말을 하다가도 ‘알아 들으셨어요’라고 가끔 이야기한다. 시청자들에게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해주고 싶다. 선수의 드리블이 많을 때는 이 순간보다 ‘결과를 보세요’라고 말한다. 당장이 아니라 슛을 안 던졌을 때 나오는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보라고 하는 것이다. 그 선수한테는 실수 한 번으로 끝나지만, 결과가 좋을 리 없다. 슛이 안 들어갔을 때와 안 던졌을 때의 결과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다.


Q. 중계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설명하는지 궁금하다.
정은순_ 경기에 관해서는 내가 선수 시절에 경험한 느낌을 그대로 전하려고 한다. 경험이 반 이상이다. 프로가 됐을 때 외국선수와도 뛰어 봤고, 아무리 좋은 외국선수와 뛰어도 성적을 낼 수 없다는 것도 경험했다. 기록되지 않은 실수가 팀 농구를 얼마나 좌지우지했는지 알려주려고 한다. 지금 눈에 보인 순간이 시작이 아니라 이 결과의 진짜 시작이 어딘지 말이다. 또 득점과 어시스트만이 아니라 누가 없어서 움직임이 안됐고, 패스가 어디서 시작되어서 어시스트, 득점하게 되는지 같은 것이다. 다섯 명이 경기하는 데 노는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운 경기를 할 확률이 높다. 보는 것만이 아니라 느끼게 하고 싶다.

김기웅_ 나는 공을 따라가면서 부분적인 것을 상황에 맞게 설명한다. 재미와 전문성을 동시에 가져가기는 어렵다. 나는 심각한 사람이 아니다. 시청자들은 농구를 볼 때 치맥을 사 와서 편안하게 보고 싶어 할 것이다. 시청자의 눈높이와 성향이 내 눈높이와 잘 맞아떨어져서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사실 너무 재미로 가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선수들에게 코트 안은 근무지다. 너무 희화화하지는 말아야 한다.

정은순_ 내가 농구하는 스타일을 본 사람들은 내 해설을 좋아한다. 그때(내가 뛰던 때) 감정을 느낀다. 못 본 사람들은 ‘저 아줌마는 뭔데 지적질이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전문가 입장에서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운동할 때가 그대로 묻어난다.


Q. 현장에서 중계에 관한 반응도 직접 들을 것 같다.
정은순_ 코치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비디오 분석을 하다가 나 때문에 많이 웃는다고 한다. 작전타임 중을 불러 감독이 엔드라인에서 공을 받는 상황에서 ‘네가 여기로 가고 네가 여기로 가고’라는 말은 10번 이상했다. 내가 이 장면을 보고 ‘저게 뭐가 어려운 것이라고 다른 작전을 하나도 지시 안하고 저것만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라고 말했는데, 이 장면에서 빵 터졌다고 하더라.


Q. 시청자들은 정은순 위원이 KEB하나은행 서수빈 선수를 아끼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정은순_ 나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선수가 (서)수빈이 엄마다. 수빈이가 아기 때부터 농구를 그만둘 때까지를 옆에서 다 봤다. 또 나는 평소 우리은행의 존프레스에 상대 선수들이 밀리는 것에 ‘여자농구 수준을 저절로 낮아지게 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수빈이가 우리은행전에 나와서 패스로 한 번에 그 부분을 해결해줬다. 그때 이 두 가지 감정이 해소되어서 흥분했다. 다른 사람이 했어도 흥분했을 것이다.


중계는 극한직업인가요?
2015-2016시즌 여자프로농구는 경기 질적으로 많은 지적을 받는다. 세대교체와 주축 선수들의 부상 등을 이유로 경기력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2007-2008시즌부터 단일리그가 운영된 이래 가장 많은 실책(13.3개, 2월 14일 기준)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전하는 정은순 해설위원과 김기웅 아나운서도 고충이 있을 수밖에 없다.


Q. 해설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을 것 같다. 어떤 게 가장 힘든가?
김기웅_ 초반에 득점이 안 나오는 것이다. 쉬운 이지샷을 놓치고 어수선하게 경기 할 때가 있다. 어떤 선수든 정리를 해주면 좋은데 양 팀이 계속 그렇게 경기를 운영하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하는지 고민한다.

정은순_ 매번 지적만 할 수 없다. 그때는 선수 편에서도 이야기한다. ‘체력이’ ‘찬스가 안 맞아서’, 그런데 계속 그러면 나도 모르게 ‘체력이고 뭐고 림이라도 맞추길 바란다’라는 말이 나온다. 한계가 있다. 듣는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기에 미안한 때도 있다. 모르는 것도 아닌데….


Q. 이번 시즌 실책을 득점처럼 주고받는 경우도 많고, 경기력이 많이 떨어진다.
김기웅_ 나는 탄식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위원님은 보면서 실망해서인지, 조금 쉬고 다시 해설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정은순_ 연패 좀 안했으면 좋겠다. 연승도 싫고, 연패도 싫다. 일등하고 꼴등하고 큰 실력 차가 없어야 한다. 연패와 연승이 지속되어서 어떤 때는 우리은행이 미울 때도 있다(웃음). 선수들이 안 올라와주면 내려와 주든가 하는 생각도 하는 것이다. 순위가 계속 변경되고 시소 게임을 하고 그러면 오히려 질이 낮은 경기가 안 나올 것 같다.


Q. 연장전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연장전이 참 많지 않은가?
김기웅_ 고득점, 박빙으로 진행되다 연장에 가는 게 아니다. 루즈하게 경기가 진행되다가 연장으로 간다.

정은순_ 해설하면서 ‘20점 차는 따라간다’라고 말하는데 이게 욕인가 칭찬인가?

김기웅_ 18점차였는데 어느새 동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좀 재미있어야 하는데.

정은순_ 4쿼터 90-90동점과 50-50동점은 중계할 때 데시벨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선수들이 잘하면 전부 다 좋다. 경기하는 사람도 좋고 해설하는 사람도 좋다. 선수들이 못하는 게 좋아서 지적하는 게 아니다. 더 잘해야 좋은데 발전이 안 되고 있어서 안타깝다.

김기웅_ 주전선수들의 파울도 많아서 정작 중요한 때 경기력이 떨어진다.


큰누나와 막내 동생
카메라 프레임 밖에서 두 사람의 사이는 어떨까. 옆에서 관찰한 바로는 큰누나와 막내 동생 같다. 누나는 싫은 척하면서도 동생을 챙기고, 동생은 누나가 무서운지 모르고 덤벼 혼나기도 하는 모습이다.


Q. 김기웅 아나운서에게 정은순 해설위원은 어떤 분인가?
김기웅_ 큐가 들어가면 잘 맞는다. 위원님이 정하이샤를 두 발, 스텝으로 잡은 느낌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 굉장히 스마트하게 농구하신 분이다. 앞선 농구를 하신 분이라 동경도 있었다. 바로 옆에서 해설위원으로 만날 때는 큰 누나 같다. 그런데 그 큰 누나가 약간 철이 없다(웃음).

정은순_ 농구를 떠나서 나는 철들면 죽는다고 한다(웃음).


Q. 두 분이 농구하면 누가 이기는가. 해설위원님이 점수를 주고 경기하는 것은 아닌가?
정은순_ 아니다. (김기웅 아나운서가)농구를 잘한다. 1대1로 하면 김기웅 캐스터가 이기고 3대3, 5대5 농구를 하면 내가 유리하다.

김기웅_ 나는 길거리 농구 출신이라 수비 움직임이 전혀 없다. 즐겁게 농구하는 사람이다. 공만 가지고 경기하려고 하지, 공을 갖지 않고는 움직임이 전혀 없다. 스크린 걸고 피하고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너 왜 거기가 있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3명이 같이 뛰면 내가 구멍이다. 이충희 위원님도 내가 농구하는 것보고 ‘너는 농구하지 말아야 한다. 화려한 것만 하려고 한다’라고 하셨다. 드리블하고 하다보면 정말 슛 쏠 힘이 없다.

Q. 정은순 해설위원에게 김기웅 아나운서가 많이 맞는다고도 들었다.
김기웅_ 얼마 전에 네이버 라디오에서 <여농시대>가 런칭 됐다. 나는 여자농구를 띄우고 싶었다. 그래서 약간의 각오를 하고 방송에 들어갔고, 위원님과 있었던 일을 성대모사로 했다. 위원님 성대모사 특징 중에 하나는 위원님의 높은 톤을 현혹 시키는 것이다. 방송을 2주 간격으로 하는데 3~4일 지나고 나서 말씀드려야 했는데 말을 못해 죄송하더라. 그리고 인천에서 만났는데 위원님께서 나를 1대1로 마크해서 등짝 스매싱을 4대 때리셨다. ‘정말 안 할게요’라고 했다. 그러다가 2회 때 (방송을)잘하고 싶어서 또 성대모사를 했다. 그때 인터뷰가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쫓겼다. 나도 모르게 했다. 손대범 해설위원도 ‘괜찮겠냐?’라고 묻더라.

정은순_ 그리고서 내가 용인에 갔었다. 2회는 못 들었는데, (김기웅 아나운서가)내 눈치를 보더라. 인사하는 것도 이상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위원님 들으셨어요. 정말 재밌었어요’ 라고 했다.

김기웅_ 그때 위원님이 딸이랑 경기를 보러 왔는데, 그때는 우리가 만나면 안 되는 때였다

정은순_ 나를 보고 도망가려고 하길래, 뒤에 지키고 서 있다가 니킥을 했다.

김기웅_ 진짜 아팠다. 맞을 짓을 했으면 맞아야 한다.

정은순_ 댓글을 봤는데 ‘김기웅 아나운서 성대모사 너무 잘한다’라고 하던데 내가 듣기에는 하나도 안 똑같다. 지금은 안하겠다고 하는데, 2회 정도 지나고 나면 또 한 번 할 것 같다.


여자농구 이렇게 가자
다시 여자프로농구 이야기로 돌아왔다. 여자프로농구가 더 많은 팬을 끌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솔직한 목소리를 들었다. 정은순 해설위원과 김기웅 아나운서 모두 선수가 답을 쥐고 있다고 했다.

정은순_ 신지현, 신혜인 등 외모로 이슈가 된 선수가 많았다. 하지만 농구팬들은 결국 농구를 잘해야 사랑해주더라. (신)지현이에게 올스타전에서도 이야기한 것이 ‘절대 다치지 말고, 농구로 인정받아라’라고 했다. 지현이 같은 선수가 나와 좋지만, 거기서 끝나는 않길 바란다. 농구로 사랑받을 것이다.

김기웅_ 여자농구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선수들이 보여주길 바란다. 코트 밖에서 해줄 것도 있지만, 결국엔 코트에서 좋은 모습이 노출되어야 한다. 세리머니 같은 것도 많아야 한다. 언니들 눈치를 안보고 하이파이브하고 그런 분위기가 되어야 재밌다. 덩크슛을 찍을 수는 없지 않은가. 경기력 위주로 가면서 좋은 플레이와 하이파이브 같은 세리머니도 나왔으면 한다.

정은순_ 선수들이 경기력이 안 좋을 때가 있다. 그때도 그 표현을 코트에서 해주길 바란다.


Q. 여자프로농구를 위해 ‘이 말은 꼭 하고 싶다’라는 부분이 있나요?
정은순_ 농구 코트에 서는 선수들은 프로이고 고액 연봉자다.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상위 몇 %에 들어가는 선수들이다. 거기에 걸맞게 내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하길 바란다. 후배들이 ‘연하 언니는 잘하니까’라는 태도보다 다같이 자신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고 운동하면 좋겠다.

김기웅_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선수들이다. 위원님이 말한 연장선에서 본인이 자신감을 가지고, 코트에서 보이길 바란다. 정은순 위원님도 이 모습 그대로 늘 변치 않고 건강하길 바란다. 여자프로농구를 오래 중계하고 싶다.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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