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김선아 기자] 믿고 쓰는 한양대. 이번 시즌 KBL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한양대는 고려대와 연세대, 중앙대, 경희대가 주도해온 농구 흐름에서는 늘 한 발 떨어져있는 학교로 평가됐다. 그런데 요즘에는 심상치가 않다. 한양대 선수들의 성실함이 눈길을 끌고 있는 것. 이 평가에 대해 한양대 출신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누구도 쉽게 답하지 못하는 질문. “한양대 선수들이 주목받는 이유가 뭐죠?” 하지만 묻고, 묻고 또 물으니 조금씩 답이 나왔다. 이제 그 이유를 점프볼 독자들에게 공개하고자 한다.
※ 본 기사는 월간 점프볼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먼저 한양대가 올 시즌 KBL에 미친 영향을 보자. KCC 추승균(41) 감독, 모비스 양동근(34), 케이티 조성민(32). 이름만 나열해도 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으로 본다. 여기에 최근 젊은 선수들이 가세해 한양대에서 불어온 바람을 거세게 했다. 모비스 송창용(28), 현재 상무에 입대한 차바위(26), 케이티 이재도(24), SK 최원혁(23), 전자랜드 정효근(22), LG 한상혁(22) 등이 제대로 불을 지폈다.
한양대 출신 사무국 동부 이흥섭 과장(한양대 92학번)은 “모교 쪽에서 좋은 소식이 나와서 기분이 좋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에 잘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여전히 잘하는 선수가 많은 학교로는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다. 하지만 포지션을 대표하는 선수로 보면 (추)승균이, (양)동근이, (조)성민이까지 한양대 선수들의 이름이 나와 자랑스럽다. 최근에는 ‘믿고 쓰는 한양대 가드’라는 멘트도 사용되던데 그런 부분이 형성되는 것에 대해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현재 한양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이상영 코치는 누구보다 뿌듯하다. “선수들이 지금 하는 것처럼 열심히 농구하고 좋은 자세와 행동을 유지했으면 한다. 또 안 다치고 운동을 끝까지 하길 바란다. 프로팀에서 정말 잘해줘서 고맙다”라고 웃었다.
모호(?)한 그 위치가 비결
본격적으로 한양대를 들여다보려 한다. 최근 한양대의 성적을 보자. 한양대는 2015 남녀대학농구리그에서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와 함께 6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12개의 대학 중 단 4학교만이 가진 기록에 한양대도 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진출과는 별개로 한양대는 대학리그에서 단 한 차례도 우승을 거둔 기억이 없다. 챔피언결정전 진출도 전무하다.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한양대는 대학교 무대에서 최상위권을 구성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위권도 아니라 중위권에서 성적 다툼을 하고 있다. 모든 경기를 이기는 것도, 매 경기를 지는 것도 아니다.
젊은 선수들은 이를 비결로 보고 있다. 이재도는 “이기는 게 물론 좋지만, 프로에 와보니 정말 강팀이 아니고서야 이기고, 지는 게 반반이다. 내 마음대로 농구가 되는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시절부터 잘되고, 안 되는 것을 통해 배운 게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LG 신인가드 한상혁은 “우리는 (대학에서)중위권 팀이다. 강팀과의 경기에서 실패하더라도 시도하고 부딪히며 경험이 쌓인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빛을 보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KCC 추승균 감독은 그러한 ‘한양대 계보’의 시작과도 같은 인물. 추 감독도 후배들과 비슷한 의견을 갖고 있었다. “한양대는 비주류인데다 늘 중위권 전력이다. 명문대에 비해 스타선수가 적고, 홀로 팀을 이끌다시피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혼자 팀원들을 이끄는 중심 전력이 되려면 얼마나 훈련을 열심히 해야겠나. 그런 자세 덕분에 성실한 선수가 많이 배출되는 게 아닌가 싶다.”

‘너는 이것 해!’가 아닌 ‘나는 무엇을 할까?’
한양대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육상농구를 떠올릴 것으로 믿는다. 이 역시 한양대 선수들이 프로에서 활약할 수 있는 비결이다. 이상영 코치는 “농구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뛰어야 하는 운동이다. 우리도 기본적으로 뛰는 운동을 많이 하다 보니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라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이 코치는 “내가 강조하는 부분은 성적보다 훈련 과정을 수행하는 것이다. 선수들이 경기보다 훈련을 더 힘들어 한다”고 덧붙였다.
공격에서는 또 다르다. 이 코치는 “패턴이 아닌 속공 위주로 공격한다. 프로팀에서는 패턴이 있지만, 한양대 선수들은 세세한 부분에 관해서는 경기에서 직접 파악할 수 있는 내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는 과거부터 지속된 한양대의 특색이다. 이흥섭 과장은 “내가 학교에 다닐 때도 (지도자분들이)선수들의 플레이에 제약을 두지 않았다. 다른 학교에서는 포지션별로 특정선수의 역할만 특화하는 경우가 있으나, 한양대는 1~2명의 학생이 아니라 개개인의 기량을 활용할 수 있는 농구를 한다. 지금도 선수가 갖고 있는 기량을 끌어올려 경기하는 식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케이티 조성민도 비슷한 의견이다. “자유분방하게 농구하는 것 같다. 성적보다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 더 신경을 쓴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부분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 자유분방함은 대학생활에서도 이어진다. 이상영 코치는 “생활에서도 여자친구를 만난다든가 대학생활을 더 즐기도록 한다”라며 웃었다.
한양대, 성실 바이러스가 돈다
이것은 정말 몰랐던 사실이다. 한양대 농구부 안에서 가장 강조되는 부분이 바로 ‘인성’이라는 사실. 이상영 코치는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우리학교 선수들이 그러는 것을 볼 수 없다. 나도 그렇게 배워왔고, 지도하고 있다. 인성을 강조하다 보니 선수들이 기본을 갖춘다. 이는 프로 감독, 코치님들도 좋아하는 부분일 것이다. 다들 열심히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자세 하나하나가 모여 성실의 기틀이 됐다.
솔직히 이상영 코치에게만 들었던 이야기라면 ‘그렇구나’ 하고 넘겼겠지만, 제자들도 비슷한 말을 반복했다. 이재도에게 질문했을 때도 그랬다. “대학 때 인성을 많이 강조하셨다. ‘사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 그런 부분이 ‘성실한 한양대 선수’의 뿌리가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나도 (선배들처럼)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 우리 학교 선배들이 ‘한양대는 성실하다. 꾸준하다’라고 생각하게 자리를 잡아 주셨다. 선배들이 그렇게 잡아 왔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맞춰가야 한다.”
한양대의 ‘성실’을 퍼트린 선수 중 하나인 조성민은 “선수들이 한양대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라며 “한양대가 선수 구성상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은 아니다. 하지만 최명룡, 이상영 선생님이 선수들이 프로에 갈 수 있게 신경 써서 가르쳐주셔,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 잘 적응하는 것 같다”라고 고마워했다. 이어 그는 “한양대 선수들이 근래 좋은 평가를 받아 기분이 좋다. 동근이 형과 나도 그렇겠지만, 후배들도 좀 더 열심히 노력해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사진_유용우 기자, 신승규 기자,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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