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최창환 기자] 한국의 학원스포츠 여건상 선수생활을 마친 이가 전혀 다른 세계에 도전을 하는 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이 와중에 전 프로농구선수 김재환(31)은 과감히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한 도전에 나섰다. ‘한국남자프로농구 활성화 방안 연구’라는 그의 논문은 농구계에 깊은 울림을 줄만한 내용이 가득했다.
※ 본 기사는 월간 점프볼 12월호에 실린 기사며, 김재환의 논문 ‘한국남자프로농구 활성화 방안 연구’를 인용했음을 알립니다.
연세대와 서울 SK에서 선수생활을 한 김재환은 SK 매니저 생활을 마친 지난 2014년부터 틈틈이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한 논문을 준비해왔다. 프로에 데뷔할 즈음 용인대 교육대학원에 진학했고, SK의 배려 덕분에 석사 학위까지 취득해놓은 터였다.
“선수로서의 길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박사 학위에 들어가면서 은퇴도 하게 됐고요”라고 운을 뗀 김재환은 “엘리트 체육을 배우면, 아무래도 선수들이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렇다고 모두 선수로 성공하는 것도 아니죠. 선수도 공부해서 다른 방면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해요”라며 박사 학위를 준비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전했다.
그가 농구인 및 취재기자 등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며 정성들여 만든 논제는 ‘한국남자프로농구 활성화 방안 연구’다. 논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프로농구의 현 세태와 개선해야 할 방향에 대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다.
김재환은 “프로농구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작성한 논문이에요. 결코 KBL을 지적하려는 의미는 아니죠. 긍정적으로 바라봐주셨으면 해요”라며 점프볼 독자들을 위해 논문을 공개했다.
미디어 활용과 선수관리 부족, 그리고 판정 불신
131페이지로 구성된 김재환의 논문은 한국남자프로농구가 출범하게 된 배경과 그 과정이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다. 이어 2000년대 초반까지 중흥기를 이어가던 남자프로농구가 갑작스럽게 침체기에 빠진 원인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향에서 해석했다.
첫 손에 꼽은 원인은 ‘미디어 활용 부족’이었다. 지난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는 당시 지상파 3사와 총 25억원에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1998년을 제외하면, 중계권 계약 규모는 2004년 37억원에 계약하는 등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2006년 이후 케이블 매체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지상파의 노출 빈도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공중파에서 방송할 때는 황금시간대에 농구가 나오니 농구를 모르거나 관심 없는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케이블이 없으면 농구를 볼 수 없다.” A프로팀 코치의 말이다.
체계적으로 선수를 관리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2006년 총 135팀이었던 아마농구 남자팀 규모는 2014년 117팀으로 줄어들었다. 총 선수(1,729명→1,580명)도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B방송국 기자는 “너무 이기는 농구만 하려다 보니 초등학교 때 재미로 농구를 배운 친구들이 진학하면서 흥미를 잃어버리게 됐다. 그러다 보니 농구를 하는 선수가 줄고, 예전처럼 스타들이 나오지 않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농구는 총체적 난국”이라고 견해를 전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도 빼놓을 수 없다. 심판은 운동경기에서 경기의 승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장 큰 임무를 담당한다. 경기에서 심판의 최우선적 의무는 공정함이다. 하지만 심판들의 비의도적인 오심은 인간적인 실수 차원으로 여겨져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판의 경기운영이 서투르면, 관중이나 선수들의 경기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는 감퇴되기 마련이다. C프로팀 코치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하지만, 오심의 횟수가 많다. 예를 들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도 다 아는 상황을 3명의 심판이 못 불고, 나중에 타이밍을 놓쳤다고 하는 건 심판의 자질이 떨어진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계 안정화, 유소년 선수 육성…방법을 찾자!
최근 들어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보편화돼 프로스포츠를 생중계로 접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다. 유행에 민감하고, 고인 물은 금방 가치를 잃기 마련이다. 프로농구 역시 중계권과 관련해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움직임을 가져야 중계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다. 겨울 스포츠의 라이벌로 꼽히는 프로배구의 중계 계약과정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프로배구는 2013-2014시즌부터 3시즌 동안 100억원(연 평균 33억원) 규모로 KOVO와 KBS N이 직접 계약, KBS N이 재판매권을 소유하고 있다. D프로팀 코치는 “농구는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우리만의 리그’일 뿐이다. 농구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경기력이 향상되면 좋겠지만, 득점이 늘어난다고 관중도 늘어나는 건 아니다. 농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노출이 되어야 한다. 그 방향을 찾는 게 첫 번째”라고 전했다.
한국프로농구의 뼈대가 되는 유소년 선수 육성을 위한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NBA의 경우, 대학에서 배출하는 우수선수만 영입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유소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선수층을 넓히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실제 NBA는 유소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유소년이 곧 미래의 NBA 선수라는 인식 속에 모든 팀이 유소년 농구교실이나 연고지역 학교를 찾아 일일 농구교사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WKBL 역시 선수수급이 힘든 현 상황을 돌파하고자 연맹이 자체적으로 유소년 클럽을 운영 중이고, 클럽대회인 ‘W Champ’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한국프로농구도 유망주 캠프와 KBL 총재배 농구대회가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현실이 아쉬웠다. 각 팀이 유소년 농구교실을 운영 중이지만, 팀이 직접 운영하는 형식이 아닌 팀 명칭과 로고를 빌려주는 영리목적의 농구교실이 대부분이다.
신기성(KEB 하나은행 코치) 역시 은퇴 직후 “유소년 선수의 육성을 위해서는 지도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농구 실기능력의 수준별로 구분된 다양한 클래스를 운영, 체계적이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행히 판정에 대한 불신을 줄이기 위한 시도는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김재환은 논문을 통해 ▲객원 심판제 도입 ▲비디오 판독제 확립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는데, 한국프로농구는 올 시즌 들어 NCAA 심판 경력의 스티븐 켄트를 객원 심판으로 영입했다.
또한 비디오 판독도 팀별로 터치아웃 등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1회에 한해 요청할 수 있도록 했으며, 오심으로 판명될 경우 추가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 게 가능하다.
김재환은 더불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예를 들며 심판 승강제 도입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축구전문잡지 <베스트 일레븐>에 따르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올해 기존 46명의 심판에서 승강제 도입으로 전체 심판 수가 70명으로 증가했으며, 이들에 대한 명확한 징계와 심판판정 평가가 이뤄지며 오심 논란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프로야구 역시 <스포츠동아>가 야구인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 ‘1, 2군 승강제 도입’이 심판의 오심을 줄이기 위한 가장 적절한 대안으로 꼽혔다.
한때 프로농구를 호령했던 조니 맥도웰은 과거 <점프볼>과의 인터뷰에서 한국프로농구를 향해 “매 시즌 규정을 바꾸는 것을 자제했으면 한다”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실제 한국프로농구는 총재가 새로 선출될 때마다 행정이 변경되는 현상을 반복해왔다. 이제부터는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연맹의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팀은 모기업의 홍보와 이미지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구책을 찾아 스스로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FA(자유계약) 제도 개선을 비롯해 A매치, 친선전 등의 국가대항전을 통해 대중들의 관심을 프로농구로 이끌기 위한 노력도 밑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사진 유용우, 신승규, 한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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