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곽현 기자] 27일 열린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과 신한은행의 경기는 극적이었다. 시종일관 리드를 잡은 신한은행과 끌려가던 삼성생명의 경기에서 삼성생명은 스톡스의 3점슛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고, 결국 70-69, 1점차의 짜릿한 승리를 만들어냈다.
삼성생명은 이날 경기 전까지 4연패에 빠지는 등 최근 분위기가 좋지 못 했다. 특히 바로 전 경기인 우리은행 전에서는 66-39라는 저조한 점수 속에 완패를 당한바 있다.
이번 시즌 삼성생명의 ‘화두’는 리빌딩(Rebuilding)이다. 건물 등을 ‘다시 세우다’는 뜻의 리빌딩은 스포츠에서는 팀을 새로이 만든다는 의미로 쓰인다.
선수 구성이 많이 바뀌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삼성생명의 리빌딩은 분명 큰 의미가 있다.그 동안 팀 전력에 절대적이었던 최고참 이미선(36, 174cm)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삼성생명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임근배 감독은 이미선의 비중을 줄이고 젊은 선수들을 키우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힌바 있다. 더 이상 이미선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임 감독은 “이미선이 앞으로 3~4년을 더 뛸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건 힘들다. 언제까지 이미선만 보고서 농구를 할 순 없다. 젊은 선수들이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감독의 말은 일리가 있다. 고참과 후배들의 실력차가 큰 것은 여자농구의 깊은 고민거리다. 삼성생명 역시 그러한 고민이 있고, ‘포스트 이미선’ 시대를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임 감독의 말은 빈말은 아니었다. 그는 시즌에 들어서 자신의 말을 그대로 수행하고 있다. 이미선의 출전시간을 대폭 줄였다. 이미선은 이번 시즌 출전시간은 17분 38초에 불과하다. 지난 시즌 30분 2초와 비교하면 확실히 시간이 줄었다.
*이미선 지난 시즌/이번 시즌 기록 비교*
2014-2015시즌 30분 2초 출전 7.34점 3.86리바운드 4.54어시스트 1.54스틸
2015-2016시즌 17분 38초 출전 3.19점 2.44리바운드 2어시스트 0.88스틸
성적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프로감독으로서 주축선수의 출전시간을 줄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미선의 출전시간 줄이기는 기대 이상으로 파격적이었다. 아직까지는 이미선의 기량이 백업가드인 박소영, 박태은, 강계리보다 나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선을 스타팅에서 뺀 데다, 출전시간도 적고, 더군다나 승부처인 4쿼터에도 투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제대로 된 리빌딩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의 변화가 필요한가 하는 의문도 덩달아 생긴다. 더군다나 삼성생명이 최근 연패를 거듭하고 좋지 않은 경기내용이 나올 때 이러한 부분이 더 많이 언급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현재 리빌딩이면서 세대교체를 진행 중에 있다. 이미선처럼 여자농구를 대표해왔던 선수의 경우, 단순히 삼성생명 한 팀의 세대교체가 아니라, 여자농구 전체의 세대교체의 의미도 있는 것이다.
사실 세대교체는 자연스럽게, 순리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좋다. 한 세대를 이끌어왔던 선수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상에서 내려오고, 밑에 선수들이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이다. 그런 모습이 가장 바람직하다.
남자농구의 경우 세대교체가 순탄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학 등 젊은 선수들이 쑥쑥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금방 선배들의 자리를 꿰차곤 한다.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또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인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반명 여자농구의 경우 줄어드는 인프라 속에 세대교체가 확실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정도 의도적인 세대교체가 나올 순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일례로 여자농구는 2006년 브라질 세계선수권과 도하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고참들을 대거 제외하고, 중참급과 젊은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다. 하지만 준비 없는 세대교체는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여자농구는 국제대회에서서 참패를 당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또 고참선수들을 대표팀으로 불렀다. 이렇듯 섣부른 세대교체는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
이미선의 출전시간 제한 역시 다소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다. 이미선의 능력을 모두 활용하지 못 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미선의 진가는 증명됐다. 후반전 투입된 이미선은 안정적인 볼 핸들링과 경기운영, 스틸, 어시스트로 흐름을 가져오는 역할을 했다. 경기를 읽는 시야에 있어선 여전히 독보적이다.
이미선의 존재로 인해 상대는 더 긴장을 하게 되고, 동료들은 안정을 찾았다. 이미선의 이날 기록은 5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
임근배 감독은 전반전 이미선을 출전시키지 않았지만, 후반전에는 이미선에게 많은 출전시간을 부여했다. 그리고 이미선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며 승리를 견인했다.
30대 중반의 노장인 이미선에게 분명 전처럼 많은 출전시간과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팀 전력에서 배제시킬 순 없는 노릇이다. 중요한 것은 그 선수의 역량에 맞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현실과 미래를 동시에 준비하고 구상해야 하는 팀 입장에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일일 수 있다. 그 절충선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가장 이상적으로 이번 시즌 성적, 그리고 미래까지 기약할 수 있다.
#사진 -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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